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1
* * *
[거인화]이 스킬을 얻기 위해, 유원은 그 귀중한 튜토리얼의 시간을 사용했다.
더불어 죽을 위기를 넘길 도박을 하면서까지 수르트라와 맞서 싸웠다.
이유는 하나다.
다른 게 아니다.
그만큼 거인화라는 스킬이 지니는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인화의 효력 중에는-.
[거인의 모든 힘이 오른팔에 집약됩니다.] [‘근력’스탯이 일시적으로 ‘체력’으로 치환됩니다.]이런 것도 존재한다.
화악-!
유원의 팔이 앞으로 뻗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풍백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뭣…….”
풍백림의 주먹이 유원의 손아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아앙-!
우직, 우드득-.
유원은 두 다리를 땅에 고정시킨 채, 풍백림의 주먹을 손아귀 힘으로 잡아냈다.
손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그쳤다.
순간, 머릿속에 하얗게 변했다.
막았다니.
‘이 거리에서……?’
당황한 나머지 판단이 늦어졌다.
유원은 검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그런데 그 손은 지금, 자신의 손을 움켜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유원의 검은 지금…….
파지지지-.
유원의 손을 타고 반대쪽 손으로 흐르는 흑신석의 기운.
풍백림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 기운을 쫓아 움직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츄아아악-!
풍백림의 주먹을 움켜잡은 유원의 칼이, 그의 가슴팍을 베어 냈다.
피익-.
가슴팍에서 솟아오른 피.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하지만 피는 손바닥에 묻어나올 만큼 꽤 많은 양이 흘렀다.
유원은 더 이상 풍백림의 주먹을 잡고 있을 힘이 없어, 손을 놓았다.
풍백림은 뒤로 주춤 몇 걸음 물러났다.
손바닥에 묻어나온 자신의 피.
정통으로 베인 것에 비해 피는 많이 흘리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베인 것부터가 문제다.
10층의 플레이어에게 피를 흘리다니…….
‘아니, 그 전에 가슴을 내준 게 문젠가.’
황당할 따름이었다.
만약 방금 전, 유원의 칼에 충분한 힘이 실려 있었다면.
만약 그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어, 조금 더 레벨과 스탯을 올릴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진 건가?”
황당함에 말문이 열리질 않는다.
풍백림은 두 주먹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정면에서 패널티까지 감수한 자신의 주먹을 받아 낸 유원의 오른팔은 이미 부러져 아래로 축 늘어져 있다.
이대로 싸운다면 몇 합 더 나눌 것 없이 자신의 승리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건 이미 내 패배군.”
그런 판단을 내린 것부터가 문제다.
이 싸움은, 애초에 ‘싸움’이어서는 안 되는 거였으니까.
툭-.
풍백림의 두 팔이 늘어졌다.
그가 패배를 시인하고, 팔을 내렸다.
그 말은, 즉.
[‘권천주 – 풍백림’이 패배를 시인합니다.] [천마신교의 두 번째 시험을 ‘완벽’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천마령(天魔靈)’을 획득하였습니다.]기적이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 * *
천마신교의 두 번째 시험이 끝났다.
유원은 의당으로 향해 치료를 받았다. 시험을 구경하러 왔던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반절이 넘게 자리에 남았다.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거 진짜야? 권천주가 졌어?”
“끝까지 갔으면 이기긴 했겠지만…… 스스로 패배를 선언했잖아?”
“봐 준 거 아니야?”
“시험이 그렇게 허술하겠어? 그런 게 가능했으면 지금까지 한 명도 통과자가 없는 게 이상하지.”
“그리고 아까 싸우는 거 못 봤냐? 훨훨 날아다니더만.”
“벌써 랭커급 아니야?”
“듣기로는 천마령이 어쩌고 하던데…….”
“천마령이면…….”
그들은 무용담이라도 늘어놓듯 풍백림과 유원의 싸움을 이야기했다.
유원이 천마령을 얻었다는 소식에 이미 몇몇 하급 무사들은 무공 서고로 향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천마령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게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진작 발견됐겠지.”
신무극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무공 서고로 향하는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천마령.
그것은 천마이자 하이랭커인 천무진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런 천마령이 하급 무공 서고에 있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천마령은 언뜻 평범한 내공심법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그저 기운을 받아들이는 심법에 불과하며, 그저 무공서를 보는 것만으로 그것이 천마령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것을 익히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고.’
과연 저기 달려가는 자들 중 그것을 판별할 ‘눈’을 가진 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판별한다 한들, 천마령을 익혀 낼 수 있는 자는 또 얼마나 있을까.
한 명?
많으면 두 명?
아니, 어쩌면 한 명도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신교의 입장에서, 천마령이 그런 곳에 방치되고 있던 걸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아무리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하나 천마령은 천마령이다.
그것은 천마신교의 상징과도 같은 바.
모를 때면 모를까, 이렇게 서고에 있음을 알아차린 마당이니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상황에 계속 반격을 생각하고 있었다라…….”
주먹을 쥐락펴락 하며 아까의 싸움을 복습하고 있는 풍백림의 목소리.
신무극의 시선이 풍백림에게로 향했다. 그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습관처럼 자신의 손바닥 위를 보고 있었다.
“권천주.”
신무극은 여전히 연무장의 한쪽 가장자리에 서 있는 풍백림에게 다가갔다.
“너무 부끄럽게 생각 마시오. 그가 천마령을 익혔을지 어찌 알았겠소.”
나름 위로라고 한 것인데, 풍백림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부끄럽다?”
어딘가 모르게 뿌듯한 얼굴.
그 표정을 보고 신무극은 새삼 깨달았다.
풍백림이 얼마나 싸움을 즐기는지.
그런 그에게, 이번 싸움이 얼마나 큰 자극과 즐거움이 됐을지.
“저 녀석은 언젠가 하이랭커가 될 거다.”
“그렇겠지.”
“그리고 아마, 교주님을 뛰어넘겠지.”
신무극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제아무리 천마라도, 이 탑을 주름잡는 하이랭커라도.
그런 천무진조차도 10층에 올랐을 때 랭커와 이런 싸움을 벌일 수 있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영광 아니냐. 그런 녀석과 이렇게 신나게 싸워 볼 수 있는 게.”
풍백림의 대답에 신무극은 곧 그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렇겠군.”
풍백림이 별달리 위축되어 보이지 않자, 신무극은 곧 그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지금 관심이 가는 건 그의 속내 같은 게 아니었다.
‘이제 곧…….’
비어 있는 천마의 자리.
‘교주께서 그를 찾겠군.’
남아 있는 시험은 하나.
그리고 그 시험은 아마, 천마가 직접 치를 것이다.
* * *
유원은 의당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을 곳은 오른팔뿐이었다. 풍백림이 마지막 일격을 막아 내느라 부러진 뼈 중 몇이, 살을 뚫고 튀어나왔던 것이다.
“다 됐습니다.”
의당주 진일환은 유원의 치료를 살피고는 겨우 남아 있는 약재를 발라주었다.
유원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양의 약재들을 먹어치웠는지를 깨달았다.
‘그 흔한 물약 하나 없으니.’
심부름꾼에게도 살 수 있을 만큼 흔한 회복을 돕는 물약도 없다. 모두 유원이 오로치의 심장을 복용하기 위해 먹어치운 탓이었다.
‘어쩔 수 없나.’
천마신교는 10층의 세계에서도 오지로 통한다. 장사치인 심부름꾼들은 포인트라면 환장을 해서, 이런 오지까지 오지 않았다.
아마 심부름꾼에게 포인트를 주고 약을 구하려면 꽤 멀리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며칠 내로 거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뼈가 붙을 때까지는 조심하시고, 주기적으로…….”
“고맙습니다.”
유원은 지루한 설명이 이어지기 전에 서둘러 인사했다. 진일환은 잠시 유원을 바라보다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 싶어 곧 손을 휙휙 저었다.
진일환의 말대로 마땅한 약 없이 팔이 나으려면 이틀은 걸릴 것이다.
그래도 뼈가 부러지고 살이 꿰뚫린 것치고 빠른 회복 속도였다.
부목을 받친 유원은 다시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시험을 기다리며 유원은 숙소에 머리를 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원의 머릿속에 풍백림과의 싸움이 복기되었다.
‘얕았다.’
풍백림의 가슴을 베었던 왼손의 감각.
양손을 모두 쓰긴 해도, 유원은 평소에 오른쪽 손을 주로 사용했다. 힘의 차이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얕았던 건 단순히 손의 좌우 감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랭커의 몸에 흠집을 내기 위해선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력 스탯이 세 자릿수를 못 넘은 건 역시 아쉬워.’
[마력 : 98]단 2개.
2개만 더 스탯이 올랐다면 세 자릿수의 스탯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 자릿수 스탯부터는 스탯 하나하나가 가지는 힘의 차이가 이전보다 훨씬 명확해진다.
만약 마력 스탯을 100까지 달성했다면 풍백림의 가슴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었으리라.
‘2번째 시험이 끝났다.’
생각보다 시험이 길어졌다.
유원은 새로 얻은 스킬, 천마령을 확인했다.
[천마령(天魔靈)]# 랭크 : A-
# 숙련도 : 0.33%
# 천마신교의 교주 천무진이 만들어 낸 독문무공이다. 하위 무공에 대한 지배력을 지닌다.
# 령(靈)을 쪼개 분신을 만들 수 있다. 천마령의 힘은 분신에게 부여한 마나에 따라 결정된다.
A-등급. 분명 좋은 스킬이었다.
A등급 정도면 어지간한 랭커들도 탐을 낼 만한 스킬이다. 아마도 천마는 이 스킬의 숙련도를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울 만큼 극성으로 익혔을 것이다.
‘이게 중간에 얻은 스킬이란 말이지.’
시험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아쉬운 보상이었다. 하지만 유원은 이 보상을 아쉽다 여기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천마령은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하고 유원이 ‘얻어 낸’ 스킬.
정식으로 시험을 치르고 받은 보상과는 엄연히 별개였다.
더군다나 아직 시험은 진행 중인 상황.
천마령은 훌륭한 스킬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 시험은 다 끝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유원 님.”
잠시 숙소에서 쉬고 있던 유원에게 시비가 찾아왔다.
“천마께서 부르십니다.”
* * *
유원은 시비의 안내를 받아 내당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유원이 아는 천마는 허례허식을 따지지 않고 복잡한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가 기거하고 있는 곳 또한 다른 거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교주전(敎主殿).
그 문턱 앞에서, 시비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 안으로는 한 분만 들이라는 명입니다.”
당연히 그 ‘한 분’은 유원을 뜻했다. 유원은 더 움직이지 않는 시비를 자리에 두고 문턱을 넘었다.
그런데 막상 전각 안에서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을 불러놓고 자리를 비우지는 않았을 건데, 그렇다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굼뜬 건 여전하시네.’
지금 유원의 실력으로 하이랭커인 천마의 기척을 읽어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네 명의 천주가 모두 달려들어도 어쩔 수 없는 괴물이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유원은 느리게 걸으며 교주전을 잠시 구경했다.
아니, 겉으로 보기에는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의 알’이 이빨을 드러냅니다.]유원은 속으로 알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냐?’
천산에 들어온 이후부터 줄곧 느껴지던 ‘무언가’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