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15
* * *
“요그 소토스는 누가 죽였다고 생각하지?”
안개 속, 위대한 꿈꾸는 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영혼까지 얼어붙는 듯한 서늘함이 느껴졌다.
저 한마디의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 아마 자신보다 잘 아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설마, 당신…….
아니겠지.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으니까.
아자토스는, 이 세계에 더는 남아 있지 않은 존재였으니까.
-허세 부리지 마라.
만약.
수천, 수만분의 일의 확률에서라도 그게 진짜라면.
-네가 그일 리 없다. 그는 사라졌어.
그 생각만으로도 위대한 꿈꾸는 자는, 공포를 느꼈다.
요그 소토스를 죽인 존재.
그는, 위대한 꿈꾸는 자가 두려워하는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 순간.
쩌억-.
[‘무정형(無定形)의 혼■’이 배고픔을 호소합니다.] [‘무정형(無定形)의 혼■’이 군침을 흘립니다.]수많은 이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자토스의 심장과도 같은 이름.
모든 이름을 먹어치우는 혼돈 속의 괴물이 꿈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이래도 말이냐?”
-이건…….
무정형의 혼돈이 모습을 드러내자, 꿈의 파편의 목소리가 떨렸다.
공포와 혼란이 뒤섞인 목소리.
유원은 꿈틀거리는 아지랑이를 통해 녀석이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흉내 내는군.
누구보다도 아자토스를 잘 아는 만큼.
녀석을 속이기에는, 망가진 혼돈의 이름은 부족한 게 많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
스캇-.
유원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이계의 대적자’가 ‘위대한 꿈의 파편’에게 대적합니다.] [‘이계검(2차)’가 ‘위대한 꿈의 파편’에게 반응합니다.]이계를 베는 검과 이름이 날뛰기 시작한다.
이 검을 들고, 이계의 대적자를 내보였을 때.
“꼭 싸울 생각이라면, 다 죽일 수밖에.”
자신은 오직 유원이었다.
스팟-.
유원의 칼끝이 보랏빛의 아지랑이를 베어 냈다.
원래였다면 베어질 리 없었다.
실체하지 않는 꿈들의 집합체일 뿐이니.
칼 따위로 베어 내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안개 너머로 시야를 보고 있던 위대한 꿈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쩍-.
그것은 결국 베어졌다.
유원의 칼에 실린. 그리고 유원의 신격에 실려 있는 힘이었다.
-넌, 우리들의 천적이군.
그는 오히려 안심했다.
이계에 반(反)하는 힘.
이런 힘을 아자토스가 가지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먹기 좋게 썰어 놨다.”
쩌억-.
혼돈의 이빨들이 입을 벌렸다.
“먹어치워.”
[‘무정형(無定形)의 혼■’이 ‘위대한 꿈의 파편’을 포식합니다.]으적-!
형체가 없는 꿈을 먹어치운다.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더 맛있게.
그 이빨에 먹어치워지면서도 위대한 꿈은 유원을 향해 경고하듯 말했다.
-네가 누구인지. 우린 반드시 알아낼 거다.
기다리고 있어라.
우적-.
본체도 아닌, 이름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에 불과했다.
식사는 금방 끝났다.
유원은 다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알아낸다라.’
자신이 가진 이름이 아자토스에 비하면 한없이 보잘것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의 아버지이자 이름의 시작인 아자토스.
그의 이름을 보여 주면 멈출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믿고 싶지 않은 건가.’
확실히 말해, 자신은 아자토스가 아니었다.
그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능력도 일부 가지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같은 존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 다르냐면 차이는 분명했다.
덩치다.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설사 소토스라 하더라도.’
요그 소토스. 슈브 니구라스. 니알라 토텝.
아우터들의 대장격이라 할 수 있던 그들조차, 아자토스에 비하면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
애초에 아자토스는 죽어 준 거지, 누군가 죽였다고 볼 수도 없었다.
심지어는 그렇게 죽고서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활의 징조를 보이고 있었으니.
‘부족하다는 건가.’
이해한다.
녀석은 자신이 아닌 진짜 아자토스를 겪어 보았던 존재다.
믿을 수 없고, 믿는다 하더라도 싸울 수 있다 판단한 것이다.
“끝났어?”
판도라의 목소리에 가까이서 들렸다.
분명, 쓰러져 있는 제우스를 부탁했는데.
질질-.
고개를 돌린 유원은 그녀가 자신의 부탁을 무시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정신을 잃은 제우스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있었다.
바닥에 끌려다니는 제우스라니.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끝나긴 했지.”
유원은 그렇게 말하며 판도라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단풍을 바라보았다.
“단풍아.”
“아바-?”
“우리, 무시당했다.”
쪼그만 녀석의 볼이 부풀어졌다.
이름으로 동화되어 있는 단풍은 유원과 기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아마 약이 바짝 올랐으리라.
“호내.”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충분히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
스윽-.
유원은 주먹을 들어 단풍에게 내밀었다.
처음 하는 행동이지만 녀석은 유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는 손톱만 한 주먹을 말아 쥐어 내밀었다.
“혼내 주자고.”
툭-.
* * *
쿵-.
불꽃의 거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한쪽 발을 잃고, 양팔이 부러진 크투가의 몸은, 조금 전까지 활활 타오르던 불꽃이 서서히 꺼져 가고 있었다.
-너무…… 늦은 모양이군.
그는 자신의 아래에 서 있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몸이 까맣게 그을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지만.
자신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헤라클레스의 투기는 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너희가 더 크기 전에 일찍 움직였어야 했어. 아니, 십 년 전에 그들과 함께 더 약해졌어야 했나.
헤라클레스는 강했다.
랭킹 2위.
그것은 관리국에서 그의 위험도가 제우스 다음이라 평가했다는 뜻이었다.
그 말대로였다.
제우스처럼 똑똑한 것도, 손오공이 가진 분신술처럼 특별한 스킬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몸으로 부딪친 그의 강함은 그 모든 걸 넘어설 정도로 단단했다.
척-.
헤라클레스는 크투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텅 빈 맑은 하늘.
저 푸른빛을 가리고 있던 거대한 뱀은, 이미 자리를 벗어나고 없었다.
‘도망쳤나.’
영악한 녀석이었다.
승기가 기울었다 판단하자마자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다니.
쾅-.
바닥을 내리찍으며 높게 뛰어오른 헤라클레스가 크투가의 목 뒤에 착지했다.
싸움은 끝났다.
크투가는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았다.
추하게 저항하며 몸부림치느니, 깔끔한 죽음을 맞이하려는 것이다.
부우웅-.
쩌엉-!
곤봉이 크투가의 목을 후려쳤다.
우득-.
삐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크투가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쿵-.
거인이 쓰러지자 전장은 멈췄다.
다른 관리자는 도망쳤고, 심부름꾼들은 아스가르드의 발키리들이 맡아서 정리했다.
이것으로 이제.
아스가르드는 잠시, 안전을 되찾았다.
척-.
“우리가 승리했다!”
“아스가르드여-!”
“영원하라-!”
브룬힐데를 시작으로 발키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스가르드여, 영원하라.
왕국이 처음 건국되었을 때부터 쭉 이어져 내려오던 주문과도 같은 환호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명.
유일하게 환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딘가에는 그런 세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는 크투가의 말에 대답하며 쓰게 웃었다.
승자가 패자가 나뉘는 싸움에선 늘, 누군가 죽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원래라면 그렇게 됐어야 했죠.”
십 년 전 그날.
헤라클레스는 시계태엽을 사용해 미래에서 온 자신을 만났다.
“거울을 보는 기분이군.”
마치 강철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육체.
겉으로 보이는 얼굴은 늙지 않았어도, 그의 눈빛은 오랜 세월이 흘러 빛이 달라져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아우터와 싸워 온 미래의 자신이었다.
‘원래였다면 말이지.’
이 세계는 그렇게 됐어야 할 운명이었다.
싸워 이기는 건 고사하고, 그들에게 패배해 세계를 빼앗겼을 테지.
‘우린 구원받은 거다. 그 녀석에게.’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 녀석을.
* * *
반쯤 부서진 신전.
유원은 비교적 멀쩡한 방을 찾아 제우스를 눕혔다.
“그래도 멀쩡한 방이 있었네.”
금이 간 벽면.
수많은 랭커들과 제우스, 그리고 관리자들이 싸웠는데 이 정도만 부서진 게 다행이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우스가 관리자들과 싸우는 공간을 분리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뽕-.
인벤토리에서 꺼낸 물약의 마개를 열어, 상처에 들이 부었다.
상시 가지고 다니는 상급의 물약.
포인트야 나중에 곱절로 돌려받으면 될 테니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정신을 잃은 와중에 물약의 시원함을 느꼈는지 제우스가 침음을 삼켰다.
상급의 물약을 사용하기도 했고, 원래 회복력도 좋은 녀석이니 금방 깨어날 거였다.
그렇게 일단, 제우스의 치료를 마무리한 유원은 판도라를 돌아보았다.
“갈까?”
“왜?”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판도라.
이번엔 또 어딜 가느냐는 표정이었다.
“어디 갈 데가 있는 건 아니고. 불편할까 봐.”
“나?”
“어. 그리 반가운 곳은 아니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유원은 판도라의 과거가 가장 신경 쓰였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오랜 감금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당장 그 주범을 눈앞에 두고 마음이 편할 순 없었다.
하지만.
“괜찮아.”
판도라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만 있으면 돼.”
그녀는 여기가 어디냐보다 누구의 옆이냐가 더 중요했다.
“어…….”
판도라의 대답에 유원은 잠시 말을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렇다면야…….”
한 번씩, 이런 판도라의 대답은 유원을 크게 당황시켰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자신을 의지하는 건지.
처음에는 부담도 되고, 단순히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도.
지금은 비슷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아부꼬레리-.”
그때 들려온 뭉개진 발음의 목소리.
판도라의 머리 위에서 단풍이 유원을 올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말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뜻은 전달되었다.
‘얼레리꼴레리?’
유원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어린놈이 뭘 안다고.
저 작은 놈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생각에 잠시 주먹을 쥐었다가, 무슨 애 같은 짓인가 싶어 한숨을 쉬었다.
“그럼 헤라클레스가 돌아올 때까지만 있자.”
“응.”
제우스가 깨어나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헤라클레스가 돌아오는 게 먼저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둘 다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터.
‘그렇다고 여기서 같이 낮잠이나 잘 수도 없으니…….’
유원은 힐끔, 손에 찬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판도라.”
“응?”
“잠깐 부탁해.”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유원의 말에 판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녀오라 말했다.
이제, 그녀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동료이기도 했다.
치지-.
손안에서 반짝이는 반지.
그 속에 들어 있던 마력이 유원의 마력에 반응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라노스의 심장’이 활성화됩니다.] [‘타르타로스’를 들여다봅니다.]반지를 활성화시키자 그 속에 담겨 있던 무수히 많은 영혼들이 보였다.
타르타로스.
지옥의 저 아랫바닥, 죽은 자들의 바닷속.
‘얌전히 있으려나.’
[‘타르타로스’에 입장합니다.]그 속에 있는 녀석을 만나기 위해, 유원은 바다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