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17
* * *
캬아아아-!
아난타의 울음소리가 타르타로스를 울렸다.
그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자신에게서 느끼던 공포를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먼저 공격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더 큰 기세를 뿜어냈다.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캬아아-!
치치치치-!
수많은 용의 머리들이 입안에 브레스를 머금었다.
모든 용족이 지닌 브레스.
파괴력 면에서는 어떤 스킬보다도 뛰어나다 알려져 있었는데, 아난타는 그걸 한 번에 수백 발씩이나 준비한 것이다.
-어차피, 당신도 곧 제가 먹어치울 거니까요.
“네가 묻고 네가 화내고, 뭐 어쩌라고?”
어이없다는 듯 묻는 유원.
그런 유원을 향해 아난타의 브레스가 뿜어졌다.
콰우우웅-!
콰르릉-!
타르타로스의 바다를 가르며 거대한 전격의 브레스가 유원의 몸을 덮쳐갔다.
순간, 타르타로스의 어둠보다 더 진한 어둠이 유원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어리석은 혼돈’이 ‘브레스’에 대적합니다.]브레스와 혼돈이 부딪치며 굉음을 터뜨렸다.
처음과 같은 자세 그대로 서 있던 유원은 칼을 쥐지 않은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파괴력에 자신이 있었지?”
입꼬리를 비틀며, 유원은 아난타의 브레스를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의미 없어, 이거 앞에서는.”
그 순간.
화우우-.
수백 마리의 용들이 뿜어낸 브레스가 유원의 앞에서 충돌한 어둠과 함께 소멸했다.
-……!
아난타의 눈들이 커졌다.
방금 전까지 기세를 일으키던 투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눈앞에 일어난 일은 그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뭘 한…… 겁니까?
싸우던 중에 적에게 물을 만큼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부딪쳐 상쇄되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힘에서 밀렸다면 충격은 받아도 납득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멸이라니.
이건,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불쾌한 이름이지.”
츠츠-.
유원은 손 끝에 새겨진 이름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난 놈들 중, 그 새끼가 제일 싫었거든.”
니알라 토텝.
동료들 사이에서는 ‘어리석은 혼돈’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진명이 아닌, 니알라 토텝이라는 아우터가 가지고 있던 이름 중 하나일 뿐이었다.
‘혼돈의 이름은 특별해.’
아자토스는 니알라 토텝을 각별히 여겼다.
그와 함께 오랜 시간 여정을 함께했던 슈브 니구라스도 아끼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이름은 어리석은 혼돈에게 주었다.
그 덕에 앙상히 마른 꼬마였던 니알라 토텝은 요그 소토스와 슈브 니구라스 다음가는 힘을 지닌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무정형(無定形)의 혼돈이 지닌 힘이 모든 걸 먹어치우는 거라면, 어리석은 혼돈이 지닌 힘은 소멸.’
화아아아-.
손끝에서 불쾌한 이름이 느껴졌다.
불쾌한 만큼이나 이 힘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머리 몇 개 정도는 잃어버려도 되겠지.”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원은 아난타의 머리를 지워 버릴 생각으로 손을 뻗었다.
화아아악-!
파하아-.
어리석은 혼돈이 아난타의 머리를 덮쳤다.
넋을 놓고 있던 머리는 혼돈에 먹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없던 것처럼 말이다.
캬아아아-!
아난타의 머리가 유원을 향해 날아왔다.
아무래도 거리를 벌린 채 싸우면 자신에게 불리하다 판단한 모양.
하지만.
화르륵-.
육탄전은 유원도 꽤 자신이 있었다.
[‘죽음과 부패의 불꽃’이 천마령에 깃듭니다.]천마령.
그리고 죽음과 부패의 불꽃, 그걸 다루는 불꽃과 춤추는 무희의 이름까지.
하나의 스킬과 두 개의 이름이 조합되자, 유원의 뒤로 거대한 불꽃의 거인이 나타났다.
거기에 더해.
[거인의 힘이 ‘천마령’에 깃듭니다.]그 거인의 몸에 깃들어진, 진짜 거인의 힘까지.
“부딪쳐 보자고.”
콰앙-!
거대한 용과 불꽃의 거인이 부딪쳤다.
단단한 바위가 충돌한 듯한 소리와 함께 날아오던 용이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부우웅-.
용의 머리를 붙잡은 거인이, 있는 힘껏 아난타를 내던졌다.
부아앙-!
타르타로스의 마력을 가르며 날아가는 용의 몸체.
아난타는 날개를 활짝 펼쳐 멈추며 유원의 뒤에 나타난 거인을 바라보았다.
-거인?
불꽃의 거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그 속에 섞여 있는 스킬과 이름이 느껴졌다.
거인화와 천마령, 그리고 불꽃을 다루는 두 개의 이름이 말이다.
그리고 그때.
치지, 치지지-!
[‘우라노스의 심장’이 ‘벼락’을 생성합니다.]유원의 주위에서 수많은 벼락의 창들이 만들어졌다.
반지를 통해 만들어 낸 무수히 많은 창들.
그것을 본 아난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번엔 제우스의 기술입니까?
화아악-.
수많은 머리들이 입을 벌렸다.
유원이 벼락을 쏘아 낸다면 그 역시 같은 속성의 공격으로 맞받아쳐 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번쩍-!
눈부신 빛과 함께, 유원의 주위에 생성된 벼락의 창들이 아난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릉, 콰르릉-!
콰우웅-!
벼락과 브레스가 연달아 부딪쳤다.
끊임없이 쏘아내는 브레스와 쉬지 않고 새로 만들어 날아오는 벼락의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지다,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었다.
-너무 자기 실력을 과신하신 모양입니다.
서서히 유원에게로 다가가는 브레스.
싸움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유원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제아무리 유원이 여러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전격 속성의 스킬로 아난타를 제압할 순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를 벌려 주면, 제 쪽에서는 고맙…….
츠츠-.
말을 잇던 중, 아난타는 쏟아지는 벼락 사이로 무언가 다른 기운을 느꼈다.
서로 부딪쳐 하얗게 변한, 두 전격의 충돌 사이.
희미하게 검은빛이 섞여 있 다.
츠츠츠-!
이내, 그 검은빛은 빠르게 크기를 키워 새하얀 빛을 집어삼켜 왔다.
유원의 손에서 시동되고 있는 검은 창 하나.
그것을 본 아난타는 기가 찬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미끼였던 겁니까?
벼락은 미끼였다.
아니,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시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창에서 뿜어지는 마력은 심상치 않았다.
저걸 제대로 직격당하면 큰일이다.
분명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그극-.
이미 유원은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까.
투쾅-!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원의 손에 쥐어져 있던 창이 아난타를 향해 날아왔다.
푸화악-!
시동에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그리고 사용자의 능력이 뛰어난 만큼.
시동이 완료된 니르는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기이잉-.
몸이 꿰뚫린 아난타의 몸이 한순간 빛을 뿜어내더니, 그의 몸이 축소되었다.
아난타는 구릿빛 피부의 사내로 변해 바닥에 피를 토했다.
“구에에엑-!”
그의 배에는 작은 구멍 하나가 뚫려 있었다.
니르에 당한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건만.
그렇다 해도 몸이 관통당한 건 치명상이었다.
한참 동안 피를 토해 내던 아난타는 멀리서 다시 창을 손으로 회수한 유원을 노려보았다.
단 한 발.
하지만 그 한 발은 지금껏 아난타가 맞아 본 어떤 기술보다도 위력적이었다.
‘제우스의 기술 이상이다.’
아스트라페는 제우스가 지닌 최강의 기술이었다.
그걸 처음 맞았을 때, 아난타는 생에 처음 위기감을 느꼈다.
같은 속성의 마력을 지닌 제우스였지만, 느꼈던 강대한 위력에 어쩌면 당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한 발 더 맞으면 위험하겠어.’
이번에 맞은 창의 위력은 그보다 더했다.
진짜로 몸을 관통된 걸 넘어, 그렇게 당한 상처는 자신의 회복력으로도 쉽게 치료가 되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일전에 유원과 싸웠던 손오공과 같은 고민에 빠졌다.
근거리에서는 거인화를 비롯한 불꽃의 거인이.
거리를 벌리면 위력적인 한 방을 지닌 창이 날아온다.
근거리에서도, 원거리에서도.
유원은 최고의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그 모든 걸 넘어서는 힘을 지닌, 이름까지도 말이다.
메에에에-.
뒤에서 들려온 울음소리.
정신을 차린 아난타는 그제야 유원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고 작은 산양들이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채, 아난타를 보며 군침을 삼키며 눈을 빛냈다.
메에에-.
초식동물처럼 수줍게 울어 대는 것과는 달리, 그 작은 몸뚱이 속에는 괴물이 있었다.
이미 그걸 알고 있는 아난타는 산양들의 겉모습에 속지 않았다.
“잔챙이들이…….”
빠득, 이를 갈며 아난타가 양손을 뻗었다.
콰웅-!
손끝에서 뿜어진 전격이 산양들을 휩쓸었다.
몇몇 크기가 작은 산양들은 날아갔지만, 아직도 절반 정도가 남았다.
메에에-!
쩌억-.
입을 벌리며 산양들이 아난타를 향해 달려들었다.
밀려나지 않는다면 하는 수 없었다.
직접 밀어내는 수밖에.
광-!
아난타의 주먹이 산양의 턱을 올려쳤다.
푸확-!
머리가 터져 나간 산양의 핏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보라색의 핏물을 뒤집어쓴 아난타는 황금색의 눈을 번쩍이며 산양들의 무리 속으로 달려들었다.
투확, 퍽-!
좌아아-!
두 주먹에 전격을 담은 채, 난투를 벌였다.
두 개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가며 사방에서 달려드는 산양들을 살폈다.
그러는 와중.
[‘명명되지 않은 거대함’이 ‘검은 숲의 산양’에 깃듭니다.]메아아아-.
한 마리의 산양이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른 산양들이 개미처럼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해진 산양은 붉은 눈으로 아난타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슈브 니구라스를 연상케 하는 거대함.
쿵-!
그런 산양의 발을 양손으로 받아 내며, 아난타는 이빨을 으득 깨물었다.
‘뭘 하고 있는 거냐?’
아난타는 산양들에 의해 가려진 유원이 무엇을 하는 건지를 경계 했다.
‘또 시간을 버는 건가?’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껏 보여 준 능력들만 하더라도 상대하기 버거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왜인지, 아직도 끝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텅-!
산양의 발을 위로 쳐 올리며 아난타는 유원이 있던 방향으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유원이 방금 전의 그 창을 다시 시동시킨다면.
그땐, 막는 것보다는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런데.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산양들의 너머에 있던 유원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형지물이라고는 하나 없는 곳이다.
타르타로스에서 몸을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어디로 간 거냐.’
여러 용의 머리들이 날개처럼 그의 등 뒤로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아난타의 눈들이 빠르게 주위를 훑었지만, 보이는 건 없었다.
마치 땅 아래로 푹 꺼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아래로?’
설마.
그 생각과 동시에 아난타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는.
쩌억-.
[‘무정형(無定形)의 ■돈’이 이빨을 드러냅니다.]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난타를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