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24
* * *
콰직-!
수많은 용의 이빨들이 심부름꾼들을 먹어치웠다.
입가에 피를 묻힌 채, 다음 대상을 노리는 아난타의 용에게 저항하기 위해 심부름꾼들이 스킬들을 쏟아 냈다.
하나 소용없었다.
그들이 가진 스킬로는 아난타의 단단한 비늘을 뚫어 낼 수 없었다.
“이게 뭔…….”
“갑자기 아난타가 왜?”
“쓰러뜨렸던 게 아니었나?”
싸움에 참여했던 아스가르드와 올림포스의 랭커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한때 적이었던 녀석이었다.
제 아무리 공격의 방향이 심부름꾼들이라 해도 선뜻 그를 믿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 녀석은 나중이다.”
전장 가득 퍼지는 제우스의 말에, 그들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군이다. 일단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
비록 길드는 다를지언정 제우스는 이 탑에서 가장 높은 랭킹을 기록한 플레이어였다.
그의 말에 전장의 다른 랭커들은 갈피를 잡고 다시금 적의를 심부름꾼들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푸화악-!
수십 마리의 심부름꾼들을 입에 넣고 씹던 아난타의 머리 하나가 터져 나갔다.
-드디어 등장들 하십니까.
그르르르-.
용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심부름꾼들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이었다.
세계의 마력의 흐름이 그쪽으로 치우쳐지며, 묘한 불쾌감이 일었다.
-관리자 나으리들.
파락-.
로브로 몸을 감싼 관리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그 숫자가 열을 넘어, 한 눈에 숫자를 다 확인하기 어려울 지경.
제아무리 아난타라 해도 그들을 모두 앞에 두고 태연할 수는 없었다.
“그러게 내가 그랬잖아? 저 녀석을 풀어 주면 귀찮을 거라고.”
“다들 동의했다, 그때는.”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저 녀석이 왜 플레이어들의 편에 붙은 거지?”
“피곤한 녀석이 적이 됐군.”
관리자들이 하나둘 말을 거들었다.
그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에 용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둘셋이라면 모를까, 저만한 숫자가 한꺼번에 상대라면 아난타도 별수 없었다.
-과식하는 거 아닐까 몰라.
쩌억-.
쩌어억-.
관리자들을 향해 아난타의 입들이 입을 벌리고.
콰우웅-!
그렇게,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콰우웅-!
저 멀리, 아난타의 브레스 소리가 들려왔다.
이만한 규모의 전투가 벌어지는 걸 보면, 아마 관리자들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뜻일 터.
유원은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며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정도 균형은 맞을 거다.’
상대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다.
아마, 플레이어들에게 더 힘든 싸움이 될 거다.
랭커보다는 심부름꾼의 숫자가 월등히 많고, 무엇보다 관리자들의 전력은 최상위 하이랭커를 능가할 정도니까.
하지만 거기에 한 명.
아난타라는 변수가 끼어든다면 저울추는 얼추 맞아진다.
‘이제 남은 건…….”
“혼자는 불안해서 못 보내겠다.”
불쑥 끼어든 목소리.
“천천히 좀 가라. 쫓아가기 힘들어.”
“그러게 너도 여기 타라니까?”
“멀미 난다. 너나 실컷 타.”
헤라클레스와 손오공이 유원의 뒤를 따라왔다.
손오공의 뒤로는 판도라가 함께 근두운에 타고 있었다.
유원은 자신을 따라온 손오공과 헤라클레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친 손오공이 씩 웃었다.
“왜? 또 혼자 가려고 했냐?”
“아니.”
“응?”
“따라오고 있는 거 알았어. 둘 중 하나 정도는 남아줬으면 했는데, 말로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애초에 유원과 단풍은 이름으로 엮여 있었다.
판도라의 머리 위에 있는 단풍이 멀리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그들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씨익-.
유원의 대답에 손오공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알고도 말리지 않았다는 건, 자신들의 역할이 없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린 누구랑 싸우면-.”
추아악-!
숲에서 뻗어진 거대한 촉수가 손오공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처음부터 화안금정을 활성화하고 있던 손오공의 눈이 빛나며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투확-!
손오공의 주먹과 부딪친 촉수가 위로 튕겨 올라갔다.
순간, 주먹 에서 얼얼한 느낌이 들어 손오공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왔구나.”
쿵-.
묵직한 발소리에 땅이 흔들렸다.
산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말하듯, 멧돼지의 탈을 쓴 거대한 괴인이 수풀 사이로 나타났다.
물론.
주르륵-.
괴상한 촉수로 몸을 칭칭 감은 관리자도 함께였다.
-여기까지 올 거라더니.
-시간을 너무 많이 줘 버렸다.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어.
스윽-.
유원과 손오공의 시선이 함께 움직였다.
이곳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는 관리자가 몇인지.
두 사람의 눈에는 한눈에 들어왔다.
“몇이나 되지?”
“좀…… 많네.”
헤라클레스의 물음에 손오공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여덟? 아니, 더 되려나.”
손오공은 머리를 긁적였다.
웬만하면 자신감을 보일 테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잘 알았다.
이건 조금 많다. 아니, 과하다.
유원이 함께라면 모르겠지 만…….
“이럼 보내야겠지?”
“그래.”
두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유원을 위로 보내는 것.
위대한 꿈과 유원이 싸울 자리를 만드는 게, 이 싸움에서 자신들이 취해야 하는 행동이었다.
“바앗’”
툭-.
판도라의 머리 위에서 단풍이 유원의 머리 위로 뛰어 날아왔다.
다음 순간.
“돌아올 거야?”
주먹을 말아쥐며, 판도라가 물었다.
벌써 몇 번째 듣는 질문인지.
“어. 무조건.”
이번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판도라가 활짝 웃었다.
“잘 다녀와.”
그 반응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유원이 본모습을 드러낸 관리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 녀석이다. 김유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놈.
-위대한 꿈께서 가장 조심해야 한다던 녀석이다.
-위대한 꿈을 방해하지…….
스윽-.
유원의 모습이 불투명하게 사라졌다.
당황한 관리자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느새 그들이 서 있는 장소에는 뿌연 안개가 생겼다.
[‘이름 없는 안개’가 모습을 감춥니다.]-……?
-……?
갑작스레 사라진 유원의 모습에 관리자들이 의문을 표했다.
그들이 그렇게 유원을 찾는 사이.
“어딜 그렇게들 보시나.”
뿌연 안개 속.
손오공의 화안금정이 번뜩이며, 그의 여의봉이 날아왔다.
쩌억-!
투확-!
그와 동시에 날아드는 헤라클레스의 곤봉.
“손맛 좋고.”
여의봉 끝에서 느껴진 손끝의 촉감에 손오공은 오랜만에 피가 끓는 걸 느꼈다.
평화로운 시대도 좋지만, 그에게는 역시 이런 싸움터가 어울렸다.
“떠나는 길에 선물 하나는 놓고 갔군.”
헤라클레스는 주위에 펼쳐져 있는 안개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럼, 숫자라는 의미는 퇴색되지.”
이 안개는 단순히 시야를 차단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 속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후각과 청각, 촉각과 같은 오감의 모든 것들을 가렸다.
이 속에서 더 이상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유원 역시 그걸 알고 이곳에 안개를 깔아 두고 간 것이고.
“그럼…….”
쾅-!
쩌렁-!
두 주먹을 강하게 부딪치며, 헤라클레스가 눈앞으로 달려오는 멧돼지 형상의 관리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한바탕 해보자고.”
* * *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방해되는 관리자들은 손오공과 헤라클레스가 막아 주었고, 지나가는 길은 신기하리만치 고요했다.
마치, 일부러 비워 둔 것처럼.
콰릉, 쿠르릉-.
캬아아아-!
정상에 오르자, 갈라진 구름 아래로 플레이어들과 관리자, 심부름꾼들이 뒤엉켜 싸우는 게 보였다.
만 단위에 달하는 랭커들과 괴물들의 왕이 손을 잡았다.
제우스의 벼락은 관리자들을 요격해 날아갔고, 이랑진군과 디아블로가 전방에서 관리자들을 견제했다.
잘 버티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보였다.
‘아슬아슬하지만…… 부족하군.’
아난타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했지만.
헤라클레스와 손오공의 부재가 뼈아팠다.
아마, 둘 중 하나라도 남았다면 전황이 달랐을 것이다.
‘서둘러야겠군.’
저벅-.
산 정상에 올라, 천천히 칼을 빼 들었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유원이 가진 칼과 신격이 반응하고 있었다.
[‘이계의 대적자’가 ‘위대한 꿈의 세계’에 대적합니다.]유원의 칼과 이계의 대적자는 아우터에게만 반응하는 힘이었다.
그들이 반응한다는 뜻은 하나.
쉬익-.
이곳에 녀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쫘아악-!
수직으로 칼을 내리긋자, 산 정상의 공간이 갈라졌다.
긴 상처가 생겨나듯 보랏빛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원은 그 너머,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존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음침한 곳에 숨어 있었군.”
저벅-.
유원은 그 공간을 향해 발을 들였다.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세계.
‘세계의 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요그 소토스와는 다른, 또 다른 거대한 이름이 피부로 느껴졌다.
-당신 같은 사람이 무서워 숨어 있던 게 아닙니다.
쩌억-.
유원의 말에 답하듯, 그 속에서 하나의 눈이 벌어졌다.
-진짜 숨어 있던 이유는 따로 있었지.
“이 녀석들 말이냐?”
[‘천 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검은 숲의 염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검은 숲의 산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적이라도 만난 듯, 그들은 위대한 꿈 속에서 거칠게 이빨을 드러냈다.
슈브 니구라스의 자식들.
그들의 등장에 순간, 위대한 꿈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전부터 궁금했다. 네가 어떻게 그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런 짓도 벌이지 않았겠지. 감히 말이야.”
이 말로 유원은 확신을 가졌다.
위대한 꿈을 꾸는 자는 자신을 모르고 있었다.
아마 그렇기에 더 꽁꽁 숨지 않고,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겠지.
“뭐, 내가 널 알고 있는 이상 언젠가 찾아왔을지도 모르지만.”
10년.
평화롭게 일상을 지내던 중, 종종 생각했다.
이 세계에 자리를 잡은 위대한 꿈.
관리자들의 꼭대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제는 딱 하나 남아 있는 보라색의 흔적을 가만히 두는 게 맞는 일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고민은 평화로운 시간에 점점 뒤로 늦춰졌다.
단풍을 찾는 것도, 그리고 녀석을 찾아오는 것도, 모두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뒤로 미뤄 두고 있던 일들이 하나둘씩 해결되어 가고 있었다.
“나와라, 크툴루.”
유원의 말에 위대한 꿈이 다시 한번 거세게 흔들렸다.
“더 숨지 않은 건, 죽이든 밥이든 끝을 보려던 거잖아?”
자신의 이름을 유원이 알고 있다.
그 사실에 동요하던 위대한 꿈.
보라색의 꿈을 뒤덮고 있던 거대한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명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다 알고 있다고 봐야겠군.
진명.
존재를 이루는 근간이며 모든 것.
그 이름마저 알고 있다는 건, 진실로 크툴루라는 존재를 다 알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다면 알고 있겠지?
그렇다 한들 상관없었다.
처음부터 이곳에 유원이 발을 들인 순간부터.
-네가 진짜 아자토스가 아닌 이상, 여기서 살아나갈 수 없다는 걸.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