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31
* * *
어느 날이었다.
헤라클레스와 손오공이 유원의 집으로 쳐들어와 술판을 벌이고 있던 때.
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는 식탁 앞.
어느새 온 판도라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없어.”
“그래서 그때 이놈이-.”
“……?”
“……?”
신나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던 손오공이 말을 멈추고, 유원과 헤라클레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조용해진 방 안.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없어졌어.”
“뭐가?”
유원이 묻자, 판도라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
“……케이크.”
“케이크?”
얼마 전, 판도라가 잔뜩 신이 나서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던 게 떠올랐다.
평소 먹어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가게의 초콜릿 케이크.
그러고 보니, 분명 오전 중에 식탁 위에 있었는데.
쾅-!
몸을 돌린 판도라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보다 닫히는 소리가 큰 건 아마,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삐졌네.”
“삐졌군.”
스윽-.
손오공과 헤라클레스의 시선이 유원에게로 모아졌다.
반면, 유원은 한숨을 쉬며 둘을 번갈아보았다.
“누구냐?”
그렇게 물으며 유원은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바보처럼 눈을 깜박이며 그 시선을 받고 있던 손오공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나?”
“그래.”
“야, 나 아니야! 안 먹었어!”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손오공이 헤라클레스를 지목했다.
“너겠지!”
“난 그런 거 근손실 나서 안 먹는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보면 나름 합리적인 대답이다.
정말, 헤라클레스는 초코나 케이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맨날 케이크 사 들고 오던 건 너였잖아?”
“상대의 기호에 맞춘 선물이었을 뿐이야.”
“하나 먹고 싶다고 생각 안 해 봤어?”
“나 포인트 많다. 남의 걸 뺏어 먹을 만큼…….”
“포인트는 나도 많아!”
으르렁거리는 손오공과 헤라클레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유원을 돌아보았다.
“너지?”
“너냐?”
두 사람의 시선에 유원은 어이가 없어져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의심부터 하네.”
“그야 난 아니니까.”
“나도 아니야.”
이 집엔 세 명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세 명은 유원과 손오공, 헤라클레스다.
이런 집에 도둑이 들었을 리는 없으니 범인은 반드시 이 안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의심하던 그때.
“지금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유원이 해답을 내놓았다.
* * *
“아니야, 이거.”
유원이 사 온 케이크를 한 입 먹어 본 판도라가 고개를 저었다.
“맛이 달라.”
얌-.
그렇게 말하면서도 판도라는 케이크를 퍼먹는 포크를 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맛은 있는 모양.
그래도 어떻게 유원이 가져온 케이크가 가짜라는 건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틀렸어.”
“케이크 맛은 귀신같이 알아맞히는군.”
세 사람이 모여 한숨을 쉬었다.
모양이 똑같은 다른 케이크를 가져와 잃어버린 케이크를 찾았다고 속이는 건 실패였다.
“그런데 이거, 꼭 기분 풀어 줘야 하는 거야?”
슬슬 피곤해졌는지 손오공이 식탁에 반쯤 누워서 물었다.
싸우는 거라면 사흘 밤낮도 지루해하지 않는 그였지만, 여자 마음을 풀어 주는 건 재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혼인식이 한 달 뒤다. 그때까지는 풀려야지.”
헤라클레스의 말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손오공보단 헤라클레스가 훨씬 머리가 잘 돌아갔다.
“범인은 역시 이 녀석이었군.”
“아! 아니라고!”
“확실하다. 아마 ‘설마 별일 있겠어?’라는 생각에 먹었겠지.”
“배라도 째서 확인해 보든지!”
“잡아라.”
“그래.”
“아아악!”
헤라클레스가 팔을 붙들고 유원이 칼을 뽑았다.
집이 떠나가라, 말 그대로 진짜 집이 무너질 만큼 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탓에 헤라클레스는 결국 붙들고 있던 손오공의 팔을 놓아 주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방법은 두 가지다.”
“뭔데?”
“똑같은 케이크를 구하거나, 범인을 찾거나.”
유원의 말에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은 내가 잡아. 내가 아니라는 거, 꼭 밝혀낸다.”
화륵-.
손오공은 화안금정을 불태우며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자신이 의심받는 이 상황이 어지간히도 분한 모양이었다.
“그럼 난 블랑제를 수소문해 보도록 하지. 올림포스에도 괜찮은 블랑제가 꽤 있을 거다.”
그렇게 말한 헤라클레스는 유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그 예지안이라는 걸로 과거는 못 보는 거냐?”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했다. 내가 알기로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는…….”
말을 잇던 중, 유원의 시선이 케이크가 놓여 있던 식탁 위로 향했다.
“방법이 아주 없진 않겠군.”
딱 한 명 있었다.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 * *
데바의 심장부에 비상이 울렸다.
“손님이 온다! 환영식을 준비해!”
“손님 누구?”
“누구긴, 형님이지!”
“그러니까 그 형님이 누군-.”
“김유원, 이 자식아!”
화려한 걸 좋아하는 바루나를 시작으로 데바의 랭커들이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유원은 도착까지 고작 세 시간 정도를 앞두고 바루나를 통해 방문을 알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데바가 시끄러워진 이유였다.
“뭐가 이렇게 요란해?”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비슈누가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비슈누 님! 김유원이 온답니다!”
“김유원? 개가 여길 왜?”
졸린 눈이 떠지며 비슈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유원.
탑은 그에게 두 번의 은혜를 입었다.
아우터와의 전쟁에서 한 번, 그리고 관리자와의 전쟁에서 또 한 번.
아무런 길드에도 들지 않고 독고다이하는 그였지만, 그 누구도 김유원이 최고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게…… 뭐 부탁할 게 있다고…….”
“부탁?”
비슈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이렇게 데바가 시끄러운가 했더니만.
“뭔가 또 큰일이 생긴 모양인데.”
“예?”
“생각해 봐라. 지금껏 그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비슈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바루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러고 보니…….”
“처음 알려진 사건은 원탁의 국왕을 몰아내는 거였다. 그다음은 삼귀자의 분열, 그다음에는 올림포스의 왕권을 바꿨어.”
김유원의 행보는 늘 탑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까지는 그런 사건들에 김유원이 섞여 있다는 걸 잊고 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탑은 그를 기억해 냈다.
그가 이룬 업적을, 행보를, 모두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비슈누는 김유원의 방문을 마냥 반길 수 없었다.
‘별일 아니면 좋겠지만…….’
어쩌면 또다시.
“……다시금 탑에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겠군.”
* * *
술과 음식, 노래가 준비된 환영식이 끝났다.
손님으로 왔던 유원은 번거롭다는 말로 자리를 금방 끝내 버렸다.
애초에 이런 환영식이 필요할 만큼 대단한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케이크가 없어졌다.”
“……?”
비슈누의 집무실.
용건을 들은 비슈누의 표정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잘못 들은 건가?
비슈누는 귀를 후비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물었다.
“뭐가 없어져?”
“케이크.”
“…….”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말이 목구멍에 맴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묻자, 판도라가 좋아하던 케이크를 누가 먹었단다.
“비…… 슈누…… 님……?”
옆에서는 바루나가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처럼 웃음을 참아 내고 있었다.
탑에 다시 피바람이 불어오고 어쩌고 했는데 방문한 이유가 고작 케이크가 없어졌다니, 웃길 만한 일이긴 했다.
“웃지 마라.”
“예…… 앱…… 큽…….”
“못 참겠으면 그냥 나가서 웃어. 쪽팔리니까.”
비슈누는 손을 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바루나는 유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문을 열며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전후 상황을 모르는 유원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하아. 그래서 케이크가 뭐? 없어졌으니 찾아 달라고?”
“그래 주면 좋고.”
“진짜 용건이 그거냐? 케이크?”
“그런 것도 있는데, 누가 그걸 처먹었는질 알아야지.”
“뻔하지, 뭐. 헤라클레스가 먹진 않았을 거 아냐?”
비슈누 역시 셋 중 범인이 손오공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정작 그 손오공은 절대 인정을 안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유원은 비슈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싶긴 하지만…….”
“하지만?”
“아니, 일단 됐어. 그보다 너, 과거도 볼 수 있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유원의 질문에 비슈누는 귀찮은 일에 휘말렸음을 깨달았다.
미래에서 온 놈이니 자신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는 다 알 거고, 발뺌을 해 봤자였다.
한 번 죽고 다시 부활한 후부터는 계속 졸려서 잠만 자고 있었는데.
“근처에 나무만 있으면.”
아무래도 밖에 나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같이 좀 가자. 빚진 거 갚는 셈치고.”
* * *
유원은 손오공과 헤라클레스, 판도라를 불러 모았다.
케이크가 놓여 있던 거실.
그 자리에 다시 모인 손오공은 진이 다 빠진 얼굴이었다.
“난 억울해…… 난…….”
“알았으니까 조용히 있어 봐.”
아무래도 유원이 데바에 다녀오는 동안 꽤 열심히도 범인을 찾으려 한 모양이었다.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싸움만 할 줄 알았지 손오공이 머리를 쓰는 일을 잘 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그런데 비슈누 님은 여기 왜 데려온 거지?”
헤라클레스는 키가 자신의 반절 정도밖에 되지 않는 비슈누를 내려다보았다.
최근 데바에서 요양 중이라 들었는데, 갑자기 유원과 함께 오다니.
다소 뜬금없는 상황이었다.
“범인 찾으려고.”
“어떻게?”
“과거를 볼 순 없냐면서?”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이 그렇게 묻긴 했었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과거를 본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무 식탁이네.”
스윽-.
식탁 위를 매만지며, 비슈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돼.”
“진짜로?”
손오공이 눈을 빛냈다.
만약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더는 고생할 필요 없었다.
누군진 몰라도 범인 한 명만 잡아다 족치면 그만인 일이었다.
“모든 나무는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려울 거 없어. 어떡할까? 바로 해?”
“부탁한다.”
비슈누의 물음에 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이런 일에 여기까지 와야 하나 싶었지만, 비슈누는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을 짚으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우우우-.
녹색의 빛이 나무에서 홀러나온다.
그 빛은 이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기억을 비춰 주었다.
그리고 그 기억 속.
“저거네, 케이크.”
“아직 있네?”
식탁 위, 덩그러니 놓인 케이크가 보인다.
늦은 밤이었다.
모두가 잠이 들어 있는 시간.
그리고 누군가 식탁 위에 손을 뻗는 게 보였다.
‘누구야?’
‘일단 내가 아닌 건 확실해.’
‘……설마 했는데.’
포크를 손에 쥔 가느다란 손.
이내, 화면에 비춰진 얼굴에 유원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엥?”
“……어?”
“하아-.”
늦은 밤.
아직 잠이 덜 깬, 비몽사몽한 얼굴로 판도라가 식탁에 앉았다.
설마 하는 생각에 헤라클레스와 손오공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유원은 한 손으로 얼굴을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내 케이크를 퍼먹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분노에 찬 손오공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이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