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33
* * *
사흘.
딱 유원과 손오공이 두 사람을 봐주기로 한 시간이었다.
“허억, 헉-.”
“푸하아-.”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둘은 무기를 휘둘렀다.
눈앞에는 손오공의 분신들이 각각 서 있었다.
분신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하이랭커급의 힘을 지닌 게 바로 손오공의 분신들이었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이 무슨 수를 써서도 분신에게 해를 끼칠 순 없었다.
“얌마!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목을 노릴 때는 이렇게 꾹…….”
“속, 삭, 꾹. 뭐 이딴 말로 가르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스쳐 지나가는 유원의 목소리.
손오공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담.’
문제는 먼저 저 둘을 봐주기로 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망치는 검보다 좀 무겁거든? 악력에 힘 제대로 줘. 안 그러면 망치 끝까지 힘이 안 들어가.”
화륵-.
손오공의 눈에는 주연과 성찬의 문제점들이 보였다.
저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어떤 잘못된 습관이 있는지.
무기를 바꿔 들면서 생긴 문제점들이 어떤 것들인지.
“플레이어의 스탯에는 각자 장점이 있다. 한주연, 넌 근력이 높고 최성찬은 민첩이 높아. 유독 한 스탯이 높다는 건, 그쪽에 재능값이 있다는 뜻이다.”
힘이 약한 녀석이 무거운 망치를 들고, 힘이 좋은 녀석이 가벼운 무기를 든다.
두 사람은 지금껏 정반대로 무기를 골라 싸우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무기를 바꿔 도 될까요?”
“뭐 얼마나 많이 배웠다고 아까워해? 그냥 휘두르고 내려찍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데.”
결국, 유원의 말대로 두 사람은 무기를 바꿔 들었다.
그리고 그 직후.
손오공은 여기 혼자 남아 둘을 가르치고 있었다.
“에이, 그 자식. 나한테 귀찮은 거 다 떠넘기고 말이야.”
먼저 참견한 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까먹은 손오공의 중얼거림에 주연이 물었다.
“유원 씨는 어디 가신 건데요?”
“아, 그놈.”
귀를 후비적거리며 손오공이 관심 없다는 듯 대답했다.
“이제 곧 결혼하거든. 그래서 요즘 바쁘-.”
“진짜요?”
“결혼? 판도라 님과요?”
눈을 반짝거리며 가까이 다가오는 두 사람에 손오공이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관심 가는 일인가?
그냥 옷 차려입고 파티 한 번 하는 건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쉬어 둬. 곧 출발해야 되니까.”
“예? 어딜요?”
“자고로 난, 최고의 훈련은 실전이라 생각하거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절대 얘들 다음 시험에 참가시키거나 하지는 마라.”
분명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다음 시험, 안 할 거야?”
알 바냐?
난 손오공이다.
* * *
9층의 시험장.
주연과 성찬은 다리를 덜덜 떨며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우, 우리 갑자기 여기 왜 여기 있지?”
“글쎄…… 하하…….”
분명 이번 시험은 건너뛰는 걸로 알았는데.
“말해 두지만 절대 둘이 무기 바꾸지 마. 바꾸는 거 들켰다간 시험 통과해도 내 손에 죽어.”
“아, 그리고 중간에 포기도 금지. 그래도 나한테 죽어.”
“시험비? 야 인마, 내가 그지로 보이냐?”
시험비를 빌려 준 건 고맙지만, 처음과 이야기가 달라진 게 문제였다.
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시험장에 모였다.
주연과 성찬은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는 걸 기다렸다.
시험 종목은 2:2로 치러지는 구슬 빼앗기였다.
상대가 차고 있는 구슬을 빼앗는, 단순한 시험.
방법은 상관없었다.
죽이든, 살리든, 회유를 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구슬을 차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구슬이네.”
“그러게.”
꿀꺽-.
마른침과 함께 긴장을 목구멍 너머로 간신히 넘긴다.
시간이 흘렀다.
시험장 위에서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죽거나 다치는 걸 보고 나자, 긴장은 더해졌다.
그리고 이내.
“다음 한주연, 최성찬.”
두 사람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상대는 데루, 마루. 시험장 위로.”
“……가자.”
“그래.”
꾸욱-.
각자 무기를 손에 쥐며 주연과 성찬이 무대 위에 올랐다.
상대는 거뭇한 피부를 가진, 호피무늬 옷을 입은 쌍둥이였다.
하필이면 합이 좋은 쌍둥이가 상대라니.
‘할 수 있을까?’
성찬의 시야가 흔들렸다.
벌써 다섯 번이 넘게 떨어진 시험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지금까지 다루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무기를 쓰고 있었다.
정말 이게 맞을까?
“너무 긴장하지 마.”
퍽-.
“윽-.”
옆구리를 찌르는 주먹.
긴장이 고조되던 성찬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옆을 돌아보자, 주연이 씩 웃으며 손에 쥔 망치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번엔 될 거야. 반드시.”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면서.
성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보았다.
상대는 이미 자신들을 노려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시험, 시작!”
시험 감독관의 신호가 떨어지고.
파앗, 팟-.
데루와 마루.
두 형제가 주연과 성찬을 향해 각각 뛰어들었다.
깡, 깡깡-!
쨍-!
기다란 클로를 양손에 찬 두 사람의 맹공이 퍼부어졌다.
허겁지겁, 손에 든 검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던 성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생각보다 할 만한데?
* * *
9층의 시험장 위쪽.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한 손오공은 주연과 성찬의 시합을 내려다보았다.
“애들 싸움도 그런대로 보는 맛이 있네.”
와작-.
감자칩을 입에 넣고 씹으며 주연과 성찬이 시험을 치르는 걸 구경했다.
“짜식들, 그렇게 쫄지 말라니-.”
“뭐 하냐 지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손오공이 고개를 돌렸다.
난간에 걸터앉아 시합을 구경하던 손오공의 뒤로, 유원이 다가와 있었다.
“어? 네가 왜 여기에-.”
주욱-.
“애들 참가시키지 말랬지?”
손오공의 귀를 잡아당기며 유원이 눈을 부릅떴다.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결국 이 망할 원숭이는 주연과 성찬을 시험에 참가시키고 말았다.
“아아! 알았으니까 좀 놔! 악!”
귀가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는 통에 유원은 손오공의 귀를 놓아 주었다.
어찌나 시끄럽게 떠드는지, 시험장까지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씁…… 너무 걱정하지 마. 누구한테 배웠는데 걱정이야?”
쨍-!
두 쌍둥이 형제를 상대로 접전을 펼치는 주연과 성찬.
확실히, 전보다 나아지긴 했다.
유원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무기를 다루는 것도 손에 익어 보였다.
“지금 저놈들한테 제일 필요한 건 자신감이야. 벽을 넘으려면 그것만 한 게 없어.”
“그래서 바로 실전을 시킨 거냐?”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며 손오공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답지 않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냥 가르치는 것보다는 이편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물론.
원하는 건 같더라도 유원과 손오공의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 저 정도로 더 위를 보기는 무리다.”
“넌 그게 문제야. 너무 완벽주의인 거.”
쯧, 혀를 차며 손오공이 고개를 저었다.
유원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런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놈한테 말싸움을 지는 날이 오다니.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때 였다.
손오공이 너무 시끄럽게 떠든 탓인지, 유원과 손오공을 알아본 시험 감독관이 위로 올라왔다.
“시험 감독관, 테마르라고 합니다! 위대한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시험 감독관, 테마르는 유원과 손오공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인사했다.
그 역시 어엿한 한 명의 랭커였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자들은 각각 랭킹 1위와 4위의 최상위 랭킹의 하이랭커들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기에 코끼리나 개미나 뭐가 다를까?
두 사람의 존재를 알아본 테마르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어쩐 일로…….”
듣기로 손오공은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 연합의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탑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단죄하는, 최강의 용병.
그게 바로 지금 손오공이 하는 일이었다.
혹시 자신의 시험 방식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그런 생각에 긴장하던 차.
“그냥, 애들 시험 치르는 것 좀 보려고.”
“애들이요?”
손오공의 대답에 테마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애들이라니?
자연스레 테마르의 시선이 유원이 내려다보고 있는 시험장으로 향했다.
쌍둥이 형제와 한 쌍의 남녀.
저들 중, 제천대성의 후계자가 있단 말인가?
“오해하진 말고. 그냥 잠깐 며칠 봐준 애들이니까.”
“잠깐, 며칠 말입니까?”
허-.
나지막한 탄식과 함께 테마르는 시험에 참여한 주연과 성찬을 바라보았다.
“저 친구들, 엄청난 기연을 만났네요.”
평범한 플레이어들이 랭커의 지도를 받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층에 올라 문파에 이름을 올려도 문주급의 플레이어가 직접 지도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하이랭커, 그것도 싸움의 천재라 알려진 제천대성의 지도를 받았다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쩌억-!
주연의 망치가 상대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적중하며 전황이 뒤집혔다.
“마루!”
형제를 걱정한 다른 플레이어의 시선이 잠시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성찬의 칼끝이 움직였다.
“망설이지 마. 시험에선 내가 아닌 모두가 적이라고 생각해라.”
“베겠다. 죽이겠다. 마음먹은 의지에 따라 너희의 레벨도 달라질 거다.”
잠깐의 망설임이 시험을 망친다.
머릿속에 유원의 말이 스쳐 지나가며, 순간의 망설임도 함께 사라졌다.
스악-.
테루의 목에 붉은 선이 생겨났다.
세상이 느려진 것만 같은 감각 속, 자신이 베어 낸 상대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는 게 보였다.
살인이 처음은 아니지만.
마음먹고 ‘죽이겠다.’라고 생각하고 싸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
툭-.
베어 낸 목이 바닥에 떨어진다.
손끝이 떨렸다.
유원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런 거구나…….’
멍한 기분.
시험에서 통과했다는 자각이 들게 된 건, 이어진 소리 때문이었다.
“한주연, 최성찬! 통과!”
시험 감독관, 테마르의 선언.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주연과 성찬의 고개가 을라갔다.
그리고 그때.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유원과 손오공의 얼굴이 보였다.
“저 친구들, 벽을 넘었네요.”
테마르는 유원과 손오공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주연과 성찬을 보며 씩 웃었다.
그의 말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천천히 가려고 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 주연과 성찬은 다음 층으로 넘어가지 않고 곧장 위로 올라왔다.
가기 전, 유원과 손오공에게 인사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였다.
“유원 씨!”
“저희 통과했어요!”
한껏 들뜬 인사.
손오공은 멀리서 달려오는 주연과 성찬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가르친 건 난데, 왜 인사는 이놈한테 해?”
손오공의 말에 주연과 성찬은 뒤늦게 그에게 인사했다.
뒤이어 유원은 키트를 꺼내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는 말했다.
“위로 올라가면 천마신교를 찾아가 봐라.”
“처, 천마신교예요?”
“거긴 왜요?”
“내 추천을 받고 왔다고 해라. 그럼 제대로 굴려 줄 테니.”
유원이 문자를 보낸 사람은 천마신교의 권천주, 풍백림이었다.
천마신교를 대표하는 네명의 천주 중 한 명.
또한, 가장 훈련을 독하게 하는 걸로 알려진 무인이었다.
“잘해 봐라.”
툭, 툭-.
유원의 격려에 주원과 성찬은 어딘가 으스스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잊고 있었다.
다음 층은 10층, 천마신교와 무림이 다스리는 층이었고.
유원은 그 천마신교의 소교주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