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36
* * *
지원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의 오빠가 갑자기 하르간에게 끌려갔다.
‘분명 오빠 맞는데…….’
김유원과 오빠가 닮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혈육을 못 알아볼까?
표정만 봐도 그가 김유원이 아닌, 동네 바보 오빠 김철수라는 건 확실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아볼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 말은 즉.
“잘못 데려갔네.”
그 바보들.
오빠가 김유원인 줄 착각한 거다.
‘그럼 하르간은 뭐지?’
정말 그자도 오빠를 김유원이라고 착각한 걸까?
제우스의 아들에, 김유원 다음으로 빠른 속도로 랭커가 되었다는 그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관심을 거뒀다.
하르간이나 올림포스나, 어차피 자신들과는 머나먼 세상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일단 어딘가로 사라진 오빠를 찾는 게 먼저였다.
저벅-.
아마도 집으로 향하는 골목 어딘가에 있겠지 싶어, 주위를 배회하던 중.
‘오빠?’
저 멀리, 망할 오빠 녀석의 뒤통수가 보였다.
“오빠!”
손을 흔들며 서둘러 달려갔다.
하르간에게 끌려가기에 뭔가 잘못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어떻게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지원의 부름에 철수가 몸을 돌렸다.
그런데.
“……어?”
눈을 마주친 지원이 그 자리에 굳어졌다.
온몸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눈코입, 어느 하나 다를 게 없는 익숙한 얼굴인데도 느껴지는 위압감이 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게 무슨 뜻인지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눈앞의 이자는, 자신의 오빠가 아니다.
“오빠?”
지원의 오빠, 김철수와 꼭 닮았다고 알려진 남자.
김유원이 지원을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야, 철수야-!”
아까 전까지 자신을 위협하던 사내들이 다시 나타났다.
우르르르-.
순식간에 유원과 지원의 주위를 둘러싸는 사내들.
유원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이었다.
“뭐냐?”
“뭐냐? 뭐냐아아?”
건들건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얼굴을 들이미는 녀석.
위협적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며, 살기를 드러내는 녀석.
바닥에 침을 뱉으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녀석까지.
‘재들 이제 죽었다.’
평소에는 무섭던 녀석들이, 지금 이 순간에는 날파리처럼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너 인마, 아까 우리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턱-.
유원을 향해 손을 범던 사내의 손이 붙잡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드득-.
“끄아아아악!”
손목이 반대로 꺾이며, 골목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이 새끼가-!”
위협용으로 칼을 뽑았던 사내들이 유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잠시 후.
까앙-!
유원의 배에 박아 넣던 사내들의 칼이 부러졌다.
“……어?”
“되겠냐, 그게.”
빠가각-!
손가락이 튕겨지며, 사내들의 머리가 뒤로 날아갔다.
두개골이 깨진 듯 이마가 패이고, 입에는 거품을 무는 사람도 있었다.
제아무리 있는 힘껏 칼을 박아 넣으려 해도 상대들은 고작해야 10층도 도달하지 못한 시정잡배들 뿐.
저 정도 수준으로는 유원은커녕, 갓 정상에 오른 랭커의 몸에도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어, 버버, 어…….”
“너도 재들 친구냐?”
유원의 질문에 지원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절대요! 전 그냥 오빠랑 헷갈려서…….”
“오빠?”
“네, 네! 못 믿으실지도 모르지만 저희 오빠가 유원 님이랑 지, 진짜 똑같이 생겼거든요.”
“아, 얘들도 그래서?”
어쩐지.
상황을 이해한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게 아니고서야 다짜고짜 자신에게 칼을 들이댈 미친놈이 이런 아래층에 있을 리가 없었다.
지잉-.
그때 울리는 유원의 키트.
하르간을 기다리고 있던 유원은 키트에 도착한 문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라.”
“예?”
“네 오빠, 안 찾을 거냐?”
“……?”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서서히 멀어지는 유원의 뒷모습.
어리둥절하던 지원이 유원을 따라나섰다.
* * *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르페우스라고 합니다!”
허리를 반쯤 접으며 크게 인사를 올리는 오르페우스.
위대한 랭커가 자신에게 저리 인사하니, 철수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하지만.
“김유원입니다.”
그는 덤덤하게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소문으로 들어온 김유원은 꽤 시니컬하고, 무덤덤한 성격이라 했으니까.
‘맞겠지? 이게?’
힐끗, 하르간의 눈치를 보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르페우스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김유원을 보겠다며 아래로 내려온 올림포스의 랭커들이 다섯 명.
그들은 모두, 김유원의 혼인식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망했다.’
땀이 뻘뻘 홀렸다.
점점 표정이 흐트러졌다.
또 다른 랭커와 악수를 하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걸리면 죽을 거야. 무조건 죽어.’
차라리 아까처럼 양아치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야, 너 어디 아프냐?”
그런 철수에게 다가온 하르간의 반응은 당연했다.
얼굴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으니,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냥. 속이 좀 안 좋네.”
“속이?”
“자,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
철수는 허술한 변명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물을 세게 틀어 놓고,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후-.”
긴장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지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다.
우웅-.
주머니속의 키트가 울렸다.
지원에게서 도착한 문자.
[지원 : 오빠! 나 진짜 김유원 만났다? 진짜 오빠랑 똑같이 생겼는데?]빠직, 순간 머리에 힘줄이 돋아났다.
‘당연하지! 네가 본 게 난데!’
자신의 상황도 모르고 신나서 떠들어 대는 동생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잠시 숨을 고르던 철수는 고개를 들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봐도 정말 김유원과 꼭 닮은 얼굴이다.
이게 저주인지, 축복인지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 달렸다.
“할 수 있어, 김철수.”
짝-.
양 볼을 강하게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할 수 있어, 인마.”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그렇게 정신을 다잡으며 철수가 걸음을 옮겼다.
“속은? 좀 괜찮냐?”
다시 자리에 돌아오자 하르간이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 마실 수 있겠어?”
최고의 주류 사업가로 알려진 디오니소스가 직접 들고 온 술이면 보통 맛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거절하면 괜히 의심을 받을 터.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철수는 술잔을 내밀었다.
그렇게 막, 하르간이 철수가 내민 술잔에 술을 따르려던 때.
“아, 그러고 보니 너 술 잘 안 마시지 않냐? 웬일이래?”
또르르-.
실수했다.
하지만 자신이 어찌 알겠는가?
김유원이 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그렇게 철수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장난이다. 뭘 그리 정색을 해? 듣기로는 헤라클레스 형님과는 한잔씩 한다더만.”
하르간은 씩 웃으며 유원의 어깨를 탕탕 두드렸다.
실제로 유원은 아우터와의 싸움이 끝난 후로는 조금씩 술에 입을 대고 있었다.
그전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던 건 개인의 기호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헤이해질까 우려한 탓이 컸다.
쪼르르-.
그렇게 하르간이 따라 준 술을 마시며, 철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판도라는 잘 있고?”
“헤파이스토스 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때 제작하신 첫 번째 검이 지금은…….”
“아, 성윤이 가게에 지금 오공 씨 있다더라. 요즘 무슨 게임에 빠졌다고?”
“유원 님. 가능하면 다음 저희 만찬에 초대하고 싶은데…….”
쏟아지는 질문과 초청들.
철수는 매 순간마다 순발력을 발휘하며 질문을 매끄럽게 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끼이이-.
하르간이 대관한 가게의 문이 열렸다.
분명, 아무도 못 들어오게 가게 문을 닫아왔다고 했는데.
“오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김지원.
철수의 동생이었다.
‘지, 지원이?’
눈이 휘둥그레진 철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금 여기서 지원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면 큰일이었다.
어떻게 연기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지원의 오빠라는 걸 들키면 모든 게 들통 나버린다.
‘안 돼! 오지 마! 제발…….’
그렇게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지원을 향해 눈짓을 보내던 때.
저벅-.
지원의 뒤를 이어 가게 안으로 한 명.
철수와 도플갱어처럼 꼭 닮은 사람이 들어왔다.
김유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좆 됐다.’
진짜가 나타났다.
철수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이 무너졌다.
가까이 다가오는 김유원을 마주하는 철수의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스윽,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르간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제 곧 자신은 통구이가 될 것이…….
“나쁘지 않더라.”
유원에게 다가간 하르간의 말.
뭐가 나쁘지 않다는 거지?
철수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냐?”
“대역으로 쓸 만하겠던데?”
“도플갱어보다 낫나?”
“그놈들은 유지 시간이 너무 짧아. 게다가 마력에 민감한 랭커들까지 다 속이기는 어렵고.”
하르간의 말에 유원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 * *
얼마 전.
유원은 자신의 집 거실에 누워서 하품을 하고 있는 손오공에게 물었다.
“넌 일 안 나가냐?”
“하음-. 나?”
올림포스의 용병으로 등록되어 있는 손오공이었다.
그는 탑의 치안을 지키고, 각 길드의 분쟁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지금껏 유원은 손오공이 제대로 일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뭐 하러? 어차피 분신들이 대신 하는데.”
그 대답에 유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왜?”
“그걸 배웠어야 됐다.”
“그거?”
“분신술. 편해 보여서.”
분신술은 손오공을 대표하는 스킬이었다.
물론, 제아무리 유원이라 해도 분신을 배울 방법은 없었다.
그건 손오공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이었다.
“부럽냐?”
“……그래.”
생각보다 순순히 인정하는 유원을 보며, 손오공이 물었다.
“이게 왜 필요한데?”
“부르는 데가 너무 많다. 안 갈 수 없는 곳도 있고.”
“하긴. 네 이름이나 얼굴 하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한두 개겠냐.”
제우스와 토르, 비슈누 등.
유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길드는 무수히 많았다.
그리고 그 도움을 다 외면하기에는 대가로 돌아오는 포인트가 제법 있었다.
“힘이 아니라 얼굴이 필요한 거면, 도플갱어를 구해 보는 건 어때?”
“도플갱어를?”
“어. 안 그래도 마침 얼마 전에 재밌는 얘기를 들었거든.”
생각만 해도 재밌는지 손오공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몇 층이었지? 아무튼 너랑 똑같이 생긴 애가 있다더라?”
* * *
“연기력도 나쁘지 않고. 담력만 좀 키우면 딱이겠던데?”
하르간이 철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침 포인트도 궁한 것 같고. 어때? 너 알바 좀 뛸래?”
“아, 아, 알바? 말입니까?”
대체 무슨 알바를 말하는 걸까?
철수는 혼란스러웠다.
반응을 보면 자신이 김유원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대체 왜, 한낱 최하층 구간의 플레이어인 자신을 데리고 아까운 시간을 썼단 말인가?
그런 철수의 의문은 이내, 유원의 말을 통해 해결되었다.
툭툭-.
철수의 어깨를 두드리는 유원.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철수에게 말했다.
“합격이다. 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