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4
* * *
11층의 시험은 팀 경쟁이었다.
보통 팀이라 하면 5명, 많게는 10명 정도로 이루어져 있지만 11층의 시험은 그게 아니었다.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명까지.
시험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을 한데 모아 랜덤하게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시험이었다.
“이번엔 제발…….”
플레이어 할리만은 두 손을 모아 중얼거렸다.
신은 믿지 않지만 이때만 되면 없는 종교라도 믿게 된다. 할리만은 지금, 시험 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메시지가 울렸다.
곧이어 눈앞에 거대한 스크린이 떠올랐다.
스크린 위로는 빼곡히 글씨가 쓰여 있었다.
[208 / 208]시험에 참가한 인원은 모두 416명.
평균적으로 400명 정도의 인원이 시험에 참가하니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였다.
너무 인원이 많거나 적은 것보다는 차라리 적당한 게 낫다. 숫자는 나쁘지 않았다.
‘제발…….’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바로, 시험에 참가하는 ‘멤버’다.
‘난 A팀이다. 라스랑 멜리는 당연히 같은 팀이고. 다른 녀석들은…….’
스크린 화면 가득 떠오른 이름을 살피던 할리만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 뭐하는 놈들이야?”
100명가량의 이름을 봤지만 제대로 이름을 들어 본 녀석이 없었다.
그중에는 그래도 몇몇 이름을 들어 본 녀석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구제불능에 실력이 형편없는 녀석들 뿐.
심지어는 지난번 시험에서 소위 ‘트롤링’을 해서 아군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블랙리스트까지 섞여 있었다.
“이런 미친…….”
할리만의 시선이 자연스레 반대쪽 B팀의 멤버들에게로 옮겨졌다.
첫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다.
로엘.
희귀한 치유계 스킬을 지닌 플레이어로, 저층 구간에서 꽤 이름을 떨친 플레이어였다.
게다가 그런 로엘이 있다는 건 그의 다른 팀원들도 함께 B팀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다른 녀석들은 당연하고…… 뭐야, 이건? 남궁훈?’
다음으로 이어진 이름도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남궁세가 직계의 순혈로, 저층 구간에서는 적수가 몇 없다고 알려진 실력자인 남궁훈이 B팀에 섞여 있었다.
남궁훈은 11층의 시험 정도는 가뿐하게 통과할 만한 실력자다. 무림계의 순혈, 그것도 남궁세가라는 거대한 배경을 지니고 태어난 그는 튜토리얼을 통과하고 탑에 들어온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뭐가 이래?”
불평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11층의 시험은 소위 말하는 ‘뽑기’가 중요했다.
랜덤으로 섞이는 팀원 중, 얼마나 더 실력이 뛰어난 플레이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느냐가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할리만은 벌써 세 번이나 시험에서 떨어졌다.
실력의 부족함에 더해, 팀 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험은 진짜 최악이야.’
이번만 한 적이 없었다.
팀 단위 시험인 만큼 11층에 올라온 플레이어의 이름은 꽤 많이 알고 있었는데, 웬만큼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플레이어는 전부 반대쪽 B팀으로 가 버렸다.
반면, A팀의 플레이어는 전부 구제불능뿐이었다.
“이런 우연이 어디 있어…….”
정말 랜덤이 맞긴 맞을까 싶을 정도의 팀 배정.
그래도 혹시나 싶어 계속 팀을 살펴보던 차, 익숙한 이름이 하나 보였다.
‘어?’
최근 너무 많이 들어서 잊어버릴 수 없었던 이름.
A팀의 끝자락에 위치한 세 글자를 보며 할리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유원?’
그가 10층에 체류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듣기로는 천마신교의 시험에 도전 중이라고 했는데, 아무도 통과한 적 없던 시험에 도전해 최근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동명이인인가?’
실력 있다 싶은 플레이어는 죄다 B팀에 모여 있는 이 와중에 김유원 한 명만 A팀에 들어와 있다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만약 맞다면 저 녀석도 꽤 재수가 없네.’
김유원은 대단한 실력자일 게 분명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1층부터 줄곧 각 층의 랭킹을 갱신하며 올라왔고, 11층까지 올라온 걸 보면 아마 천마신교의 시험도 통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이건 개인 단위의 시험이 아니었다.
한 팀이 200명이 넘는, 팀 단위의 시험.
게다가 A팀과 B팀의 멤버는 지금까지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격차가 큰 상황이다.
‘아마 그만큼 포기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
이 시험은 글렀다.
제아무리 김유원이라 해도, 이 시험을 혼자 뒤집을 방법은 없다.
멤버를 확인한 할리만은 힘없이 몸을 돌렸다.
시험은 일주일 뒤에 시작이었다.
* * *
“유치하게 진짜.”
스크린을 통해 멤버를 확인한 유원은 한숨을 푹 쉬었다.
B팀에는 꽤 눈에 익은 이름들이 보였다. 저 중에 몇 명은 훗날 랭커가 될 만큼 재능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반면, A팀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만큼 팀의 격차가 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11층은 아마, 올림포스의 층이었지.’
11층은 올림포스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층계 중 하나였다. 올림포스 측에서는 헤파이스토스를 사로잡는 데 훼방을 놓은 유원을 곱게 볼 리 없었다.
‘시험 감독관은 히프노스. 올림포스 측의 랭커다.’
랜덤으로 팀을 꾸린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험 감독관의 역량에 따라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는 문제였다. 물론 그 사실이 알려지면 관리자에게 제제를 당할 수 있으나, 한두 번 정도로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설령 걸리더라도 한 번쯤은 우연이라고 둘러 대면 그만일 테니.
‘로엘에 남궁훈, 살라모프…… 스피로스? 이 녀석은 올림포스 쪽 순혈이었나? 아스가르드 쪽 녀석도 있고.’
확실히 멤버가 쟁쟁했다.
하르간 정도의 고위 순혈은 없지만 남궁세가 쪽의 직계 순혈도 있고, 쟁쟁한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하다.
이 정도 멤버로 치르는 시험이라면 여러 길드에서 눈독을 들일 정도다.
‘작정을 했군.’
대충 눈에 그려진다.
아마 유원을 시험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보복일 것이다.
어쩌면 치외법권이라 할 수 있는 살인이 용인되는 시험장 안에서 유원을 어떻게 해 보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뭐.’
멤버를 확인한 유원은 몸을 돌렸다.
‘이 정도면야.’
* * *
11층의 세계는 타클란이라는 이름으로, 그리 살기 좋은 세계는 아니었다.
땅의 9할 이상이 숲과 산으로 뒤덮여져 있어,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11층의 세계에는 숲의 종족이라 알려진 엘프나 드워프 같은 이종족들이 거주민의 주를 이뤘다.
“30포인트? 무슨 숙박비가 그렇게 비싸?”
“이제 막 올라온 모양인데, 여긴 원래 이래. 평평한 땅에 시험장이랑 가깝지, 인프라 좋지, 이 동네 물가도 모르고 기어 들어왔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싫으면 다른 데 가 봐. 아마 여기보다 비싸면 비쌌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시험장 인근 마을의 숙소에서는 이런 대화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방문한 플레이어들. 거주권을 얻었을 뿐, 따로 집을 구하지 못하고 여관을 기웃거리는 플레이어들은 다른 곳보다 몇 배나 비싼 숙박비에 거품을 물었다.
대부분의 땅이 숲과 산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땅은 그만큼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었다.
“다음 손님.”
여관장 칼리프는 턱을 괸 채 다음 손님을 맞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제 막 11층에 올라온 플레이어는 대부분 아까 전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비싼 숙박비와 식사에 치를 떨고, 결국엔 얼굴을 붉힌다.
“남은 방 있나?”
“방이야 남았지. 그런데 아래층은 꽉 찼는데, 어떡할랍니까?”
아래층의 방은 대부분 좁고 허름한 대신 가격이 싼 편이다. 대신, 위쪽의 방은 넓고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되어 있지만 가격이 비쌌다.
아래층의 방은 방금 전 30포인트에 방을 구해 간 녀석이 마지막이었다.
“그럼 제일 위쪽 방으로.”
“제일 위쪽?”
반쯕 턱을 괴고 주문을 받던 칼리프는 몸을 반듯하게 일으켰다.
“제일 위쪽 방이면 100포인트짜린데?”
“상관없어.”
100포인트짜리 방도 상관없다니.
거대 길드 쪽 순혈이라도 되지 않으면 하루 숙박비에 절대 투자하지 못할 돈이다. 칼리프는 오랜만에 돈 냄새를 맡았다.
거기다.
“그리고 여기, 이 동네에서 제일 큰 여관 맞나?”
“아, 예. 맞습니다만.”
“그럼 환전도 가능하지?”
칼리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어디 전푭니까?”
제일 비싼 방에 환전까지.
큰 손님이라 생각한 칼리프의 태도가 돌변했다. 어느새 두 손까지 모은 칼리프를 보며 유원이 대답했다.
“아스가르드.”
아스가르드 전표라면 가장 신용도가 높은 전표였다. 그만큼 수수료가 싸지만, 안전하기로는 최고라 어디서든 사용을 반긴다.
“1,000포인트짜리 384장. 수수료 떼고 전부 포인트로 바꿔 줬으면 하는데.”
유원은 두툼한 흰 봉투를 건넸다.
384장의 아스가르드 전표.
그것을 본 순간, 칼리프의 눈이 뒤집어졌다.
* * *
[3763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전표를 바꾸자, 순식간에 큰돈이 들어왔다.
사실, 이 돈이 아니어도 유원은 부자였다. 이미 시험을 치르며 한 층씩 오를 때마다 획득한 포인트만 해도 막대한 양이었다.
[보유 포인트 : 931420p]93만 포인트.
어지간한 랭커들도 손에 넣기 힘든 거금이었다. 100만 포인트를 채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만하면 슬슬 됐다 싶었다.
“야, 심부름꾼.”
[심부름꾼을 호출하시겠습니까?]플레이어 키트에 대고 말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유원은 플레이어 키트에 대고 대답했다.
“그래.”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기다림은 짧았다.
돈 냄새라면 기가 막히게 맡는 심부름꾼이었다.
-야호!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밝은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건 피에로가 아닌 작은 날개를 단 손가락 크기의 요정이었다.
아무래도 11층 관리자의 취향은 튜토리얼 관리자보다는 나은 듯했다. 웃는 얼굴의 역겨운 피에로보다는 차라리 요정이 보기에는 더 나았다.
“지금 상점 이용 가능하지?”
-당연한 말씀을. 무엇이든 말씀하십쇼. 없는 것 빼고 다 있습니다.
지나치게 친절한 모습이다. 확실히 튜토리얼의 심부름과는 말투나 행동이나 모든 게 달랐다.
‘내가 가진 포인트 때문이겠지.’
심부름꾼의 주목적은 ‘포인트’였다.
그들은 플레이어들의 잡다한 편의를 봐 주는 대신, 그들이 지니고 있는 포인트를 뜯어 낸다.
다시 말해, 포인트만 있다면 심부름꾼은 무한정 부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합니까?
눈을 반짝이며 묻는 심부름꾼.
필요한 건 정해져 있었지만 유원은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
심부름꾼에게서 물건을 싸게 구하는 방법 중 하나.
꼭 필요한 건 아닌데, 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안 그러면 가격이 폭등할 테니까.’
“일단 한 번 훑어보자고.”
-예, 알겠습니다요.
심부름꾼의 손짓에 유원의 눈앞으로 흐릿한 화면이 떠올랐다.
수십, 수백, 수천 가지 종류의 아이템들.
아무렇지 않은 척 그 화면을 눈으로 훑으며, 유원은 한 가지 아이템을 찾았다.
‘아만타디움.’
바로 흑신석을 완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재료 아이템.
‘매물이 있어야 할 텐데.’
심부름꾼이라면, 어쩌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