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8
* * *
“이건 뭐…… 완전 거저먹기네.”
A팀과는 달리 B팀의 분위기에는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킹이 누구인지도 신기하다는 반응이 전부일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논의도 나오지 않았다.
“격차가 너무 나잖아.”
“저기 팀에 반스라고 알아? 예전에 우연히 같이 시험 치른 적 있는데, 진짜 장난 아니야.”
“왜?”
“스킬도 몇 개 없고, 레벨도 낮고. 기본적으로 실력이 없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다 신기하더라.”
“A팀은 그런 놈들만 모여 있나?”
“거의 그럴걸?”
“김유원 말고는 이름 들어 본 녀석도 없어. 게다가 숫자 차이도 엄청 나고.”
분위기가 풀어져 있다.
남궁훈은 다른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함께 시험에 참여한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 긴장하는 것도 안 좋지만 말이야.”
낮지만 묵직한 목소리가 B팀의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너무 풀어지는 건, 더 안 좋다.”
남궁훈의 말에 팀원들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몇 번이고 들었던 말이었다. 매 시험 때마다, 남궁훈은 적당한 긴장감을 강조했다.
최선의 상태는 적당한 긴장.
차선의 상태는 과도한 긴장.
그리고 최악의 상태는 방심이라고, 남궁훈은 그렇게 배웠다.
“맞아. 그랬지.”
“어쨌거나 이것도 시험이니…….”
“게다가 상대 팀에는 김유원도 있고 말이야.”
그나마 이 시험에서 주의할 만한 상대는 역시 김유원이었다.
이 시험의 유일한 변수.
그것은 바로 김유원과 킹의 존재였다.
“그래, 맞아. 긴장들 하자고. 좋아하는 건 시험 다 끝나고 하고.”
“그래. 끝나고 나서야 뭐 뒷풀이를 하든 뭘 하든 하지.”
“다 같이?”
“좋지.”
“자, 그럼 서두르자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 B팀의 플레이어들.
남궁훈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51대 200.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에 긴장이 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남궁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저건 긴장을 하지 않는 걸 넘어, 아예 방심하는 수준이었다.
벌써 시험에서 승리하는 걸 기정사실하고 뒷풀이까지 생각하다니, 말을 듣는 시늉만 한 셈이다.
“불안한가 봐요?”
남궁훈은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인. 눈부신 미모에 새하얀 천 옷을 걸친 그녀는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주위에 관심이 없는 남궁훈이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로엘이었나?”
“이름을 다 기억해 주시니 영광이네요.”
천사 로엘.
그녀의 별명이고 이름이었다.
천사라는 별명은 아름다운 외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능력 때문에 붙인 수식어이기도 했다.
그녀의 주위로 은은한 바람이 불었다.
절로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남궁훈은 그것이 로엘의 능력임을 알아차리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힐과 버프. 흔치 않은 능력이지.’
버프 계열의 플레이어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혼자서 전투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데다, 가장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스킬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지라, 버프 계열의 플레이어의 숫자는 극히 적었다.
로엘은 그런 버프계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플레이어였다. 그 덕분에 그녀는 11층의 플레이어였지만 몸값은 이미 최상위 층계의 플레이어들에 못지않았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전력의 격차가 큰 건 사실이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 그리고 대부분 보이는 게 사실이고.”
“무슨 뜻이에요?”
로엘의 물음에 남궁훈은 흩어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둘러보았다.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하나? 랜덤으로 배정된 것치고, 팀 간의 격차가 너무 커.”
“우연 아니에요?”
“내가 살던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강호에 우연이란 없다고.”
겉으로는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은 대부분 반드시 그렇게 됐을 어떤 숨겨진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궁훈은 이번 시험에서 어딘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로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 정도 팀의 격차라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저희는 B팀이잖아요? 어떤 이유가 있든 상관은 없잖아요.”
“……글쎄.”
남궁훈은 모호한 표정이었다.
정말 상관없는 걸까.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거라면 로엘의 말처럼 상관없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궁훈은 이상하리만치 지금 이 상황이 낯설고 껄끄러웠다.
단순한 직감.
그리고 이런 감은 보통,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팀의 킹이 누구죠? 혹시 아는 분 있나요?
로엘의 물음에 남궁훈의 팀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로엘의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로엘도 겨우 알아본 남궁훈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그다지 이름이 알려진 플레이어는 아닌가 보네요. 아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로엘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킹이 누구든 상관없다는 투였다.
하긴.
겉으로 보기에 이 게임은 설사 B팀의 킹이 잘못되더라도 승패가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반대로 A팀은 반드시 킹을 지켜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관심을 안 가질 만하지.’
다들 킹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도 아마 그 때문일 터.
‘그런데…….’
남궁훈은 황금색으로 반짝이던 킹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녀석, 어떻게 생겼었더라?’
이상한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한 번 본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기억력은 뛰어났는데.
자신의 팀, 킹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 * *
할리만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 움직일 수 없었다.
함께 다니는 몇 명의 팀원들이 있었지만 일행은 그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유는 하나.
할리만의 몸에서 뿜어지고 있는 황금색 빛.
바로 그가, A팀의 킹이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오, 대박. 저런 데 있어?”
“좀 위험하지 않아?”
“제가 내려갔다 오죠.”
절벽 아래, 붉은색 깃발이 보였다. 4번째로 획득한 깃발이었다.
새로 합류한 A팀의 팀원은 절벽 아래로 내려가 깃발을 가져왔다.
“생각보다 이렇게 길에 뿌려져 있는 게 너무 없어. 다른 3개는 전부 괴물이 지니고 있었으니…….”
“아마 대부분 그렇겠죠. 그냥 길 한복판에 있어서야 운빨 시험이나 다를 게 없으니.”
“하긴.”
“그래도 꽤 모으긴 모았어.”
그들은 킹을 호위하면서도 깃발을 모으러 다녔다. 제아무리 킹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지만 깃발을 모으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걸로 킹에게 5개…….”
할리만은 새로운 깃발을 받아 들었다. 깃발에 적힌 숫자가 [4]에서 [5]로 바뀌었다.
“킹에게 깃발을 전달하면 추가 깃발 1개. 게다가 깃발을 획득한 사람과 킹은 추가 공적치까지 얻으니, 이거 완전 꿀인데.”
“완전 남는 장사지.”
“상대 쪽 킹만 잡으면 할 만하겠는데요?”
가망이 없어 보이던 시험에 조금씩 희망이 보였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할리만은 A팀과 B팀의 깃발 개수를 확인했다.
[A팀 : 59개] [B팀 : 110개]거의 2배에 달하는 차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할 건 없었다.
‘이 정도 점수 차이면 상대 쪽 킹을 잡으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어.’
2배.
아니,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 차이.
아직 A팀은 깃발을 자신에게 모으지 않은 상태였다. 킹에게 깃발을 모으면 효과는 두 배가 된다.
상대팀 역시 아직 킹에게 모든 깃발을 모으진 않았겠지만, 그랬든 그러지 않았든 킹을 잡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차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깃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역시, 그 사람밖에 없다.’
김유원.
아마도 지금, 59개에 달하는 이 깃발의 개수 중 꽤 여러 개는 유원이 찾아낸 것이리라.
“그런데 여기 진짜 넓네요. 길 찾고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고…….”
“B팀의 시작 지점은 어디려나.”
“이따 자정쯤 한 번 모여서 깃발을 모으기로 했으니, 다들 서두릅시다.”
“열 명이나 같이 움직이는데 분발해야지.”
“최소한 열 개는…….”
바스락-.
어디선가 들려온 풀소리.
일행의 것이 아니었다. 할리만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
주위가 조용해졌다.
인기척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조용하던 사방이 시끄러워지고, 무수히 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아, 뭐야.”
“들켰잖아.”
“누구야? 나뭇가지 밟은 거.”
“제가 아래 잘 보라고 했죠?”
바스락, 사삭-.
수풀을 헤치고 일단의 무리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적 팀의 플레이어가 출몰하였습니다.] [깃발을 사수하십시오.]A팀의 플레이어들에게 떠오른 메시지.
B팀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각 팀의 플레이어들의 눈에 상대 팀의 플레이어들은 희미한 붉은색으로 보였다. 그것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킹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아무래도 A팀에 김유원이 있는 게 걸려서 말이지.”
“제아무리 김유원이어도 킹이 없으면 혼자 뭘 어쩌겠어?”
“누워서 떡 먹기지.”
“게다가 킹을 잡기만 하면 공헌도 수치도…….”
남궁훈의 말을 듣고, B팀의 플레이어들 중에는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김유원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이름값이 크게 느껴진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유원을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목표는 김유원이 아닌 킹이다.
시험의 특성상 킹을 잡기만 한다면 시험에서 승리하는 건 따 놓은 당산이나 마찬가지일뿐더러, 킹을 잡고 깃발을 얻는다면 공헌도까지 얻을 수 있었다.
“뭐, 뭐가 이렇게 많아?”
“열둘…… 아니, 열셋?”
“더 많아.”
“젠장, 쫄지 마. 우리도 열 명은 돼!”
누군가 발악하듯 말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열?”
B팀의 플레이어 한 명이 씩 웃었다.
얼굴에 검은색 복면을 차고 짧은 단검을 손에 쥔 플레이어였다.
“이제 아홉일걸?”
“무…… 스…….”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려던 플레이어의 목에 얇은 핏빛 선이 생겨났다.
얼마 후, 그의 목이 옆으로 툭 떨어졌다.
암살이었다.
“미, 미친!”
“아트록!”
“포기, 포기한다고!”
안타깝게도 이번 시험은 포기가 되지 않았다.
A팀의 플레이어들은 패닉에 빠졌다. 실력의 격차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망쳐!”
“할리만, 이쪽으로!”
“내가 어떻게든 막아……!”
할리만의 팀원들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던 할리만은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려 줘!”
“아악!”
“항복, 항복하겠…… 으아아!”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할리만의 뜀박질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어딜 도망치려고!”
“킹의 목은 내 거다!”
“아니, 내가……!”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들.
할리만은 결국 칼을 꺼내 들었다.
“오지 마! 오지……!”
“어딜 보고 있지?”
오싹-.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할리만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가장 처음, 자신의 팀원을 죽인 암살자 플레이어의 목소리였다.
서늘한 칼날의 감각이 목 언저리로 느껴졌다.
죽음을 직감한 할리만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죽는…….’
“이걸로 시험은 우리의 승…….”
목소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할리만의 목은 멀쩡했다.
눈을 감았던 할리만은 의아함에 다시 눈을 떴다.
“돌아다니지 말고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니까.”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지금, 그 누구보다도 반가운 목소리였다.
“안 들어, 말을.”
촤아악-!
할리만의 등 뒤로 피분수가 튀었다.
유원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