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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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은 맘 웜의 시체 위에 주저앉았다.
주위에는 웜들의 시체들이 즐비했다. 쉬지 않고 한 시간이 넘게 웜들과 싸운 결과물이었다.
-와, 이걸 진짜 다 잡았네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부름꾼의 목소리였다.
유원은 주머니에 챙겨 왔던 약을 몸에 다 바르고는 뒤로 휙 던졌다.
“고생 좀 했지.”
수백 마리의 웜들.
제아무리 바닥을 기는 녀석들이라 해도, 맘 웜과 함께 있던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을 다 사냥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유원이라고 해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치료해 드릴까요?
“보상 중 하난가?”
-그럼요.
“그럼 사양하지. 이 정도는 체력만 올라도 금방 나아.”
유원의 대답에 심부름꾼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걸 빌미로 유원에게 지급될 보상을 조금이라도 깎아낼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오래 걸렸군.’
싸움이 끝난 후, 유원은 이 자리에서 삼십 분이 넘게 기다렸다.
그동안 유원은 몸에 약을 바르고, 체력을 회복했다. 중간에 심부름꾼이 자신을 찾아오리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나서야 찾아온 것이다.
‘그만큼 심부름꾼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았다는 거겠지.’
-당신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요.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2번 튜토리얼 만에 여기까지 올 수 있는지…….
심부름꾼은 튜토리얼을 관리한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일은 튜토리얼의 틀을 벗어난 존재에게 합당한 보상과 패널티를 내리는 것이었다.
유원은 2번 튜토리얼의 보스를 사냥했다.
맘 웜.
어스 웜들의 어미이자, 2번 튜토리얼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던 괴물.
하지만 유원으로 인해 맘 웜은 죽었고, 튜토리얼은 처음 기획과는 달리 완전히 공략되어 버렸다.
“보상은?”
그리고 맘 웜을 사냥한 대가는 튜토리얼의 시스템에 따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다.
당연했다.
녀석은 애초에 2번 튜토리얼에서 사냥하라고 만들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어스 웜 정도는 운이 좋아 사냥할 수 있다고 쳐도, 맘 웜은 최소한 5번 튜토리얼 정도는 가야 볼 수 있는 종류의 괴물이었다.
-아무래도 당신은 벌써 이쪽 세계를 이해한 모양이네요.
“대충은. 특별한 행동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건, 이 정도 했으면 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런가요? 모르는 사람이 더 많던데. 하긴, 당신은 좀 특별한 것 같긴 하지만요.
말이 길어졌다.
유원은 귀찮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보상은?”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뭔데?”
-첫 번째는 5번 튜토리얼로 넘어갈 수 있는 권한입니다. 이 경우는 3번과 4번 튜토리얼에 대한 정보나 클리어 보상도 당연히 챙겨 드리죠.
쓸데없는 보상이었다.
적어도 유원은 튜토리얼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3번 튜토리얼은 튜토리얼 전체에서 유원에게 가장 필요한 과정이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유원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보상.
‘잔머리를 쓰는군.’
아마 심부름꾼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유원에게 3번과 4번 튜토리얼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당연한 이야기였다.
2번 튜토리얼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낼 정도라면 3번과 4번 튜토리얼 역시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
즉, 그들은 유원을 서둘러 다다음 튜토리얼로 보내고 싶은 것뿐이었다.
유원은 말없이 심부름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두 번째는 포인트입니다. 어느 세계에서든 이게 최고잖아요? 이쪽 세계에서는 포인트가 바로 돈입니다.
심부름꾼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포인트는 곧 힘이자 돈.
이 보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다음은?”
-마지막은 올림포스와의 연결입니다.
유원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이건, 예상치 못한 종류의 이야기였다.
“……올림포스?”
튜토리얼의 중간 관리자.
심부름꾼의 입에서 올림포스의 이름이 언급되다니.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 튜토리얼이란 어디까지나 시작 지점에 불과합니다. 광활한 탑에는 거대한 세력들과 신과 같은 힘을 가진 무수히 많은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지요.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튜토리얼 구역에서는 결코 풀려선 안 될 정보.
그런데 그 정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심부름꾼의 입에서 언급되다니.
-당신을 올림포스에 추천하겠습니다. 올림포스는 탑을 지배하는 세력 중 하나. 그들의 스폰을 받을 수 있다면 튜토리얼을 벗어난 이후, 탑에서도 안전할 수 있을 겁니다.
유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래서는 심부름꾼이 아니라 올림포스의 스카우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올림포스라…….”
유원을 과거로 보낸 크로노스 역시 본래 올림포스에 속해 있던 랭커였다.
그리고 올림포스는 심부름꾼의 말대로 탑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력 중의 하나.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탑을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로 하지.”
유원의 선택은 세 번째가 아니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간략한 보상이었지만, 수치가 굉장했다.
1만 포인트.
고작 튜토리얼 지역에서 얻을 수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꽤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만족스러운 건 유원뿐인 모양이었다.
-정말입니까?
심부름꾼은 유원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을 와락 구겼다.
하지만 유원은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
-잘 생각해 보십시오. 아직 포인트는 사용하지 않았으니 결정은 번복할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올림포스에 대해 잘 몰라서 한 결정일 테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
“이봐, 심부름꾼.”
-……?
“관리자의 심부름을 하러 왔으면 제 역할이나 똑바로 하지 그래? 올림포스의 앞잡이 짓이나 하다가 걸리면 관리자한테 무슨 짓을 당하려고?”
유원의 말에 심부름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원의 입밖으로 나온 ‘관리자’라는 말 때문이었다.
“지금 이거, 다른 심부름꾼들과 합의된 거 아니지? 관리자와 이야기된 건 더더욱 아닐 거고.”
-당신이 어떻게…….
“너 말고, 다른 심부름꾼도 비슷한 제의를 받았나? 다 똑같은 곳에서 매수되었으려나? 아니면 천계? 데바? 레메게톤?”
-당신, 당신 대체 뭡니까?
심부름꾼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적어도 튜토리얼 내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힘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저 심부름꾼이 한낱 참가자의 앞에서 떨고 있다니.
유원은 조금 씁쓸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고맙다, 심부름꾼.”
심부름꾼들을 매수한 집단이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이 튜토리얼은 반드시 탑과 분리되어 있어야 할 장소.
더욱이 올림포스와 튜토리얼이 연관되는 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네 그 입방정 덕분에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뭔지 하나 더 알게 됐거든.”
이 세계에서는 포인트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탑에서 포인트의 사용 방법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관리자와의 독대를 요청합니다.] [1,000포인트를 지불합니다.]고오오오-.
덜, 덜덜-.
유원과 심부름꾼이 있는 지하철 안이 거칠게 떨렸다.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부름꾼은 몸을 덜덜 떨며 유원을 바라보았다.
-다, 당신! 대체 무슨 짓을…….
“관리자와의 독대를 요청했다.”
유원은 벌어지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았다.
[관리자가 독대를 승인합니다.]“……곧 그가 이곳으로 오겠지.”
그렇지 않아도 유원은 이번 튜토리얼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참가자.
크든 작든 관리자가 흥미를 보일 것이고, 유원의 요청은 승인되었다.
그리고 지금.
-튜토리얼에서 독대 요청이라…….
온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존재감이 지하철 안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고작 천 포인트에 말이야. 크하핫!
재미있다는 듯, 관리자는 광소를 터뜨렸다.
웃길 것이다.
탑 안이라면 몇만 포인트를 들여도 부족할 관리자와의 독대를, 이곳 튜토리얼 안에서는 고작 천 포인트면 해결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탑과 튜토리얼이 포인트의 가치가 다르다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튜토리얼. 탑의 최하층 관리자.’
튜토리얼은 일종의 관문이었다.
그리고 튜토리얼의 관리자는 탑에 들어가기 위한 자들을 선별하는 존재로서, 최하층의 관리자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관리자는 한 층을 지배하는 존재였다. 관리자가 어떤 존재인지는 제대로 밝혀진 게 없지만, 그들은 분명 최상위 랭커들과도 견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과, 관리자님…….
관리자의 등장에 심부름꾼의 목소리가 떨렸다.
관리자의 모습은 저 거대한 존재감이나 묵직한 웃음소리와는 달리 조악하고 볼품없었다.
수염을 길게 기른 거구의 거지.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 관리자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였던 것이다
관리자는 심부름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와 유원의 앞에 섰다.
“그래, 독대를 요청했다고? 나와?”
관리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숨겼다.
아마, 제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유원은 그의 앞에 숨을 쉬고 있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튜토리얼 참가자, 김유원입니다.”
“크흐흐. 이야기는 들었다. 1번 튜토리얼에서 망자를 천 마리 넘게 죽였다지?”
“네.”
“아랫것들이 확인했을 때는 별다른 부정이나 특이점은 없다더니, 그게 진짜였군. 그게 가장 특이하지만 말이야.”
유원에게 흥미를 보이는 건 심부름꾼만이 아니었다.
튜토리얼 전체를 관리하는, 심부름꾼들을 부리는 관리자 역시 유원에게 관심이 가기는 마찬가지.
“내 존재는 어떻게 알았지? 독대를 요청하는 방법은 어떻게 알았고?”
관리자는 의문을 품었다.
분명 2번 튜토리얼에서 공개되지 않을 관리자의 존재나 독대에 관한 것을 유원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유원은 왜 자신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인지까지.
“튜토리얼의 법칙엔 이런 게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법칙? 그게 뭐냐?”
“튜토리얼에 관한 모든 정보는 관리자나 탑의 존재가 아닌, 오로지 참가자 본인의 능력으로 알아낸 것이어야 한다.”
유원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관리자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정한 법칙이지요.”
그것이 바로 유원의 대답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오직, 자기 스스로의 능력으로 알아낸 것이라고.
관리자는 유원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 튜토리얼 내에서 관리자에게 거짓을 말할 수 있는 존재란 있을 수 없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관리하는 이 튜토리얼 안에서만큼은 모든 ‘말’에 대한 거짓과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군.”
관리자는 곧 의구심을 거두었다.
어떤 방법으로 알아낸 정보인지는 상관없었다.
유원이 알아낸 정보에 누군가의 개입이 없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으니까.
유원은 곧 관리자의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오히려 탑의 개입은 이쪽에 있는 것 같던데요.”
“이쪽?”
“심부름꾼 말입니다.”
유원의 말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심부름꾼은 관리자를 보며 헤헤 웃었다.
슬쩍 유원에게 눈치를 주는 것이, 제발 비밀로 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림없는 소리였지만.
“올림포스가 심부름꾼들에게 접촉했습니다.”
“올림포스가?”
“네. 저에게 올림포스의 스폰을 받는 걸 보상으로 이야기하더군요.”
관리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 말이 사실이냐는 듯, 관리자는 심부름꾼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부웅-.
콰직-!
크게 휘두른 관리자의 팔이 단숨에 심부름꾼의 몸을 짓이겼다.
주륵-.
피에로의 모습을 하고 있던 심부름꾼의 몸뚱이가 짓이겨져 핏물이 흘러나왔다.
관리자는 손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 내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올림포스 놈들이…… 이젠 하다하다 여기까지 손을 뻗쳐?”
관리자의 눈이 붉게 변했다.
아무래도 올림포스의 개입이 어지간히도 기분이 나빴던 모양.
관리자는 한동안 이를 갈며 심부름꾼이 짓눌린 자리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유원을 바라보았다.
“고맙군. 덕분에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 있게 됐어.”
관리자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이곳에 있던 심부름꾼 하나가 우연히 올림포스와 관계가 되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심부름꾼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관리자의 인사에 유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튜토리얼의 법칙, 두 번째.”
“……?”
“튜토리얼 내에서 이루어진 참가자의 모든 행동과 결과는 비범함의 정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된다.”
유원은 관리자가 짓이겨 죽인, 심부름꾼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저는 정당한 포인트를 소모해 당신을 불러냈고, 당신을 통해 심부름꾼을 ‘사냥’했습니다.”
유원은 관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