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8
* * *
무림대전.
무림의 가장 큰 행사이자, 10층의 무림계를 대표하는 거대한 이벤트.
또한, 수많은 랭커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축제.
무림대전이 가까워지면 무림의 도시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와, 진짜 사람 한 번 엄청 많네.”
“숙소는? 찾았어?”
“묵을 데도 없어서 숙소도 합방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럼 어떡하냐?”
“몰라. 그러게 내가 진작 와서 자리 맡아 두자고 했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닷새 전에 오냐?”
“대회만 보는 게 아니라, 구경거리가 엄청 많다고. 진짜 뭘 모르네.”
“따끈하고 맛있는 전병 팔아요! 야채볶음과 만두도 있어요!”
길거리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팔고, 돈을 주고 볼거리를 팔았다.
사람들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무림대전의 참가자 명단을 보고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그래도 남궁훈 아니겠냐? 남궁세가는 무림대전의 주최 측인 데다 천재 소리까지 듣는 녀석이니.”
“그래 봤자 남궁세가지. 무림은 아직 거대 길드에 들어가지도 못했잖아?”
“그럼 역시 하르간인가?”
“하르간도 대회에 참여해?”
“그럼. 그 녀석, 최근 몇백 년 중 고위 순혈 중에서 최고야. 진작 25층까지 오르고 대회를 기다리고 있다던데.”
“속도 한 번 살벌하네.”
“이 속도면 십 년 안에 랭커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는데?”
하르간은 무림대전의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무림대전의 참가 제한인 25층에 딱 걸쳐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층의 성적도 순위권에 있었다.
“야, 야! 대박 소식!”
“뭔데 이렇게 늦어?”
“얼른 앉아. 아줌마, 여기 화주 하나 추가요!”
“안주도 좀 더…….”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뒤늦게 합류한 일행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유원이 참가한데.”
“어?”
“진짜야?”
“지금쯤 다음 층 공략에 들어갔을 줄 알았는데.”
“이런 데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는데.”
무림대전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의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 보이고, 더 높은 랭킹에 위치한 길드의 후원을 받기 위함이었다.
무림대전은 수많은 길드의 눈이 집중되는 장소. 그런 곳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한다면 길드의 후원을 받는 것쯤은 어려운 게 아니다.
두 번째는 길드의 이름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저층 구간의 플레이어는 길드의 미래나 마찬가지.
플레이어는 탑을 올라 랭커가 되고, 미래에 길드의 전력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무림대전에서 활약한 길드 소속 플레이어의 숫자에 따라, 길드의 평판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러 길드에서 무림대전에 소속 플레이어를 밀어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순위권에 드는 길드 소속 플레이어가 많아야, 길드의 평판이 올라가고 그만큼 입지를 넓힐 수 있으니까.
“길드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건 아닐 테고…….”
“상품 때문인가?”
“당연히 우승할 거라 생각하고 참여하는 거겠군.”
식사를 하던 일행의 눈빛이 달라졌다.
랭커인 그들이 10층까지 내려온 건, 단순한 놀이만이 아니었다.
“김유원에게 마지막으로 접촉한 게 언제지?”
무리의 중심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시시콜콜한 가십거리에는 입을 열지 않던 자였다. 그가 입을 열자, 주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8층을 통과하고 난 직후였습니다.”
“한참 됐군.”
“그 사이에 20층까지 올랐으니 오래 됐다면 된 거지만, 시간은 그리 오래 흐르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메시지와 함께 사람을 보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번엔 내가 직접 간다.”
얼굴이 푸른 비늘로 뒤덮인 남자.
용족 출신의 랭커, 브라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길드, ‘십이지신’의 명예를 걸고.”
* * *
“돌아가라.”
돌아온 말은 그게 다였다.
수소문 끝에 숙소까지 찾아온 브라닐은 문전박대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돌아가라니.
최소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거절을 하더라도 그다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참에 왜 그렇게들 김유원에게 목을 매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아봐야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너무 무례하군.”
브라닐의 말에 유원은 고개를 까닥였다.
고개를 돌린 브라닐의 표정이 굳어졌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던 것이다.
“너는…….”
“십이지신에서 왔나? 요즘 상황이 안 좋다더니, 길드장이 직접 움직이고 지극정성이로군.”
“수리엘?”
거대 길드, ‘하늘’의 랭커.
하이랭커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대천사, 수리엘이었다.
꿀꺽-.
하늘의 랭커. 그것도 대천사급 지위를 지닌 랭커가 직접 움직였다.
보통은 아래층의 플레이어를 보내 영입 제안을 할 텐데.
‘설마 나 말고도……?’
랭커가 직접 움직여 영입 제안을 하다니.
이런 경우는 결코 흔치 않았다. 때문에 자신이 먼저 움직여 빠르게 유원을 낚아챌 작정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고작 플레이어가 랭커의 위압감을 이겨 낼 순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런 브라닐의 생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랭커가 직접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꽤 오래전.
10층에 올라서기도 전부터 유원은 여러 랭커들을 마주쳤다.
“보기 좋군. 무리의 장으로서, 앞으로도 열심히 하게.”
수리엘의 독려에 브라닐은 입술을 깨물었다.
제아무리 자신이 용족 출신의 랭커라 해도, 상대는 하늘의 대천사.
한없이 자신이 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돌아가라 할 텐가?”
수리엘은 브라닐과 유원을 번갈아보더니 물었다.
아무래도 길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유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 보였으니까.
“오늘만 벌써 열세 번째라.”
“그렇군.”
이미 여러 길드의 방문을 받은 차.
유원은 어느 쪽과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수리엘 정도의 상위 랭커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지만, 누가 찾아오든 대답은 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혹시 마음이 변하거든 이쪽으로 연락을 주게. 하늘은 언제나 당신의 자리를 남겨 둘 테니.”
“그럴 일 없을 거다.”
여지조차 남기지 않은 대답이었다.
몸을 돌려 돌아가는 수리엘과는 달리, 미련이 남은 브라닐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나는 어때? 돌아갈까?”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유원은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귀찮다는 생각도 잠시, 손님의 얼굴을 보자 조금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이다, 친구.”
‘하, 하르간?’
금발 머리에 위로 찢어진 눈. 호탕하게 생긴 미남형의 남자.
소문으로 듣던 하르간의 얼굴 그대로였다. 브라닐은 하르간과 유원이 함께 튜토리얼을 치른 동기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유원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 대답했다.
“그래. 돌아가라.”
“어? 뭐? 진짜?”
“장난이다. 넌 들어와.”
문을 닫지 않고 들어가는 유원.
하르간은 그런 유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지었다.
“와, 진짜 재미없는 놈.”
하르간은 그렇게 툴툴거리더니 유원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쿵-.
닫힌 문.
브라닐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중얼거렸다.
“가자, 그냥…….”
* * *
유원이 묵고 있는 숙소는 꽤 넓었다.
20평 남짓한 공간.
이 정도면 근방에서 구할 수 있는 숙소 중에서는 손꼽을 정도였다.
“이런 데는 어떻게 구했냐?”
“웃돈 주고.”
“돈 많나 봐?”
“포인트가 계속 쌓여서 말이지. 기껏 승탑도 멈추고 내려왔는데 한 번 쉬는 거 편하게 쉬어야지.”
“그래?”
유원은 하르간에게 물을 내왔다.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찬물. 하르간이 잔을 받아 들 때쯤이었다.
쿵, 쿵쿵-.
“김유원 씨 있습니까?”
“누가 왔는데?”
“신경 꺼라. 급하면 부수고 들어오든지 하겠지.”
“생각 한 번 시원하군. 이런 일이 많나 봐?”
“다른 때도 종종 오긴 했는데 여기선 유난히 심해.”
“무림대전 때문이겠지. 이 시기 무림에는 작정하고 플레이어를 영입하려는 길드가 모이니까.”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 봤자 며칠이었다. 아마 10층을 벗어나면 다시 조용할 것이다.
“여긴 어떻게 찾았지?”
“네가 보통 유명 인사여야지. 조금 찾아보니 알 수 있더라고.”
“물어보면 그냥 알려 줬을 텐데.”
“그럼 재미가 없지. 깜짝 등장해야 놀랄 거 아니냐?”
“별로 놀라진 않았다.”
많이 변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르간은 여전했다. 능글맞은 성격에 진중한 눈빛, 자신감 넘치는 말투.
그는 유원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진짜’였다.
“다른 팀원들은?”
“숙소에 묵고 있다. 너 만난다고 따로 빠져나왔지.”
“죽은 사람 없나?”
“한 명도.”
“다행이군.”
“우린 전부 랭커가 될 거다. 다들 그럴 만한 자질이 있어.”
자신감으로 가득한 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 그의 팀원들 중 몇 명은 유원이 아는 미래에서 랭커가 되기도 했다.
‘이성윤은…… 잘 모르겠군.’
변수가 있다면 이성윤.
그는 유원과 같은 지구 출신의 플레이어였다.
일찍부터 마나포를 쓸 정도로 마나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는데, 지금쯤이면 얼마나 성장했을지 쉽게 가늠이 되질 않았다.
‘직접 보면 아려나.’
이성윤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게 없었다. 원래라면 그는 튜토리얼에서 죽었어야 할 플레이어였다.
그래도 같은 고향 출신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일까?
하르간의 팀원들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 거하게 한바탕했더라.”
유원은 무슨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모르는 척이 아니었다.
떠오르는 게 한두 개가 아니어서였다.
“헤파이스토스. 막은 게 너라며?”
“그런 건 어떻게 알았지?”
“제아무리 찬밥 신세여도 아버지가 누군데. 나 같은 처지에서 랭커가 된 사람이 한둘인 줄 아냐?”
하르간의 말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우스의 핏줄이면서 정통한 자식이 아닌 자들은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올림포스의 하이랭커인 아폴론이나 아르테미스 역시 제우스의 핏줄이면서 혼외자식인 경우였다.
“웬만한 정보는 나한테 다 들어와. 듣고 미친놈인 줄 알았다.”
하르간은 혀를 찼다.
“어쩌자고 그랬냐? 당장 랭커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건 그렇다 쳐도, 올림포스와 척을 지다니.”
“그걸 아는 녀석이 여길 잘도 찾아왔군.”
“내가 원래 주변 눈치를 잘 안 봐서. 그리고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건, 헤라 쪽이기도 하고.”
헤라와 아레스는 원래부터 하르간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마 그는 그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제우스는?”
“……아버지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아무튼.”
“아버지는 꽤 전부터 올림포스의 일에 손을 떼고 계시니까. 다음 층의 공략에 집중하고 계시잖냐.”
총 100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려진 탑은, 실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100층까지 오른 플레이어를 랭커라 부르지만 그건 아직까지 100층의 시험이 공략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
탑은 더 높은 곳이 존재했고, 100층 위를 가리켜 사람들은 ‘천장’이라 불렀다.
“어쨌든 죄인 헤파이스토스를 구해 준 것 때문에 올림포스가 벼르고 있으니, 당분간 몸 좀 사리고 있어. 기회가 되면 내가 아버지께 잘 말해 볼 테니.”
아무래도 하르간은 11층에서 있던 일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시험 감독관이 시험 참가자를 공격했다는 건 극비일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하르간이라 해도 그런 정보까지 알아낼 순 없었다.
분명 하르간의 말에는 호의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유원은 그 말을 고맙게 여기기보다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너도 그렇게 알고 있었나 보군.”
“너도라니?”
“아저씨 말이다. 올림포스 내에서는 죄인이라 알려져 있다지.”
물 한 잔을 다 비운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갈 테냐?”
“어딜?”
“1층에.”
그렇지 않아도 용건이 있어 무림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잠깐 들리려던 차.
“헤파이스토스 아저씨를 만나러.”
그 말에, 하르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