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8
* * *
무림대전의 우승자가 정해졌다.
방 안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모두가 천무진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중에서도 제갈경은 누구보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대체 왜 하르간이?’
분명 하르간은 올림포스 측의 사람이었다.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누구보다 확실한 신분. 그리고 유원은 올림포스 내부에서 그들의 적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접점이라고 해 봤자 같은 튜토리얼 회차 동기라는 점 하나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둘의 관계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큰 일 하나는 넘겼구려.”
무겁던 공기를 뚫고 목소리를 낸 사람은 남궁진운이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남궁진운에게로 향했다. 어색한 웃음이 하나둘씩 새어 나온다.
“하, 하하. 그,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무림대전도 아주 성공적입니다.”
“암요. 눈이 호강했습니다.”
“무림의 흥복입니다. 하하핫!”
평소보다 훨씬 과한 반응이었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우승을 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자들이, 이제는 그것이 무림의 흥복이라 말한다.
우스운 일이었다.
천무진은 그 모습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제 다음 큰일이 하나 남은 것 같은데…….”
남궁진운의 시선이 제갈경과 문소백에게로 향했다.
문소백은 시선을 피하고, 제갈경은 오히려 더 빳빳하게 고개를 들었다.
“마교를 끌어들여 뭘 어쩌자는 겁니까?”
조금씩 풀리던 방 안의 공기가 더 무겁게 변했다.
제갈경과 남궁진운이 기 싸움을 시작했다.
주위의 랭커들은 두 사람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기 바빴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면충돌을 벌인 적은 없었다.
“마교를 끌어들인다…… 어감이 썩 좋지 않소, 군사.”
“사실이지 않습니까?”
“마교가 아니라 천마신교요. 끌어들인 게 아니라 동맹을 요청한 것이고.”
“그게 그 말…….”
“올림포스를 끌어들인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나?”
“뭐?”
“올림포스?”
“맹주,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남궁진운의 말에 좌중이 술렁거렸다.
어느새 공기는 무겁다 차가워지고, 방 안은 남궁진운에게서 뿜어지는 마나로 가득 차고 있었다.
“무림의 일은 무림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 세계를 올림포스에 내주기라도 하자는 거냐?”
남궁진운의 말투가 돌변했다.
존중이나 배려는 사라지고 날카롭고 공격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제갈경!”
콰아아앗-!
남궁진운의 기세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무림맹의 맹주가 된 후부터 어울리지 않는 점잖을 떨던 사자가 드디어 포효하기 시작했다.
제갈경은 무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였다.
직접 검을 맞댄 것도 아니고, 단순히 기세만으로 겁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제갈경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따로 있었다.
‘지금껏 방관하던 맹주가 움직였다는 건…….’
바로 천마신교의 합류와 함께 시작된 남궁진운의 변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건가?’
어쩌면 자신과 올림포스 사이에 얽힌 관계는 물론, 증거까지 모두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웅크리고 있었던 이유는 하나.
이미 무림의 반절 이상이 제갈경의 편에 서서, 정면으로 싸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천마신교, 그리고 천마가 합류한 이상 힘의 균형은 무너졌다.’
게다가 명분까지 넘어간 상황.
제갈경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다 끝났군.’
아무런 반항이 없는 제갈경의 모습에, 그와 함께해 온 랭커들이 하나둘 고개를 숙인다.
그들 역시 직감한 것이다.
천마신교와 남궁세가가 손을 잡은 이상, 더 이상 제갈세가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이제부터는 남궁세가의, 그리고 천마신교의 시대였다.
“집안싸움 중에 미안한데, 한 가지만 묻겠네.”
천무진은 방 안의 랭커들을 둘러보다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문소백이 누구냐?”
* * *
유원은 남궁훈의 도움으로 남궁세가의 수련동을 찾았다.
천산의 수련동과 마찬가지로 바깥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진 장소였는데, 유원은 수련동을 총 열흘 동안 빌렸다.
하루 빌리는 데에만 천문학적인 액수가 필요한 장소였는데, 유원에게는 따로 포인트가 필요하지 않았다.
-무림대전 우승자에게 이 정도 혜택은 당연하지. 남궁세가를 우습게보지 마라.
남궁세가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말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남궁세가의 거대한 장원에 유원은 옛 생각이 났다.
‘그땐 정말 넓어 보였는데 말이지.’
탑에 들어온 이후 처음 보는 궁궐 같은 집이었다. 처음 유원은 남궁세가의 랭커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다.
‘지금은…… 작아 보이는군.’
이 거대한 탑에는 남궁세가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성이 여럿 있었다.
올림포스는 마치 작은 나라 같은 규모의 궁궐을 가지고 있었고, 아스가르드나 천계의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드르륵-.
유원은 수련동에 들어가, 두 뼘 두께의 두꺼운 철문을 닫았다.
수련동의 공간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았다.
천산의 수련동의 절반 정도.
저벅, 저벅-.
수련동 안쪽으로 발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바깥으로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수련동을 만들 때 현철을 섞어 만든 덕분이었다.
달칵-.
유원은 곧장 목함을 열었다.
향긋한 쓴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대환단의 냄새였다.
[대환단]# 소림에서 3년에 한 번 만들어지는 영약. 수백 가지의 재료와 소림만이 아는 특별한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 복용 시, 상당량의 마력을 획득.
설명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일반적인 다른 영약과 비슷했다.
하지만 설명에 적힌, ‘수백 가지’의 재료가 바로 이 대환단의 핵심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조 방법은 발달되고, 대환단의 가치는 점점 상승했다.’
3년에 단 하나.
그것은 대환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무림과 소림이 모두 힘을 모아야 겨우 하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마저도 대환단의 재료를 구하지 못해 무림대전의 상품이 대환단이 아닌 다른 것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을 정도.
유원은 망설임 없이 대환단을 꺼냈다.
‘확률은 반반이다.’
100에 근접한 마력 스탯.
제아무리 대환단이라 해도, 이만한 스탯을 바로 올려줄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고작 1이었지만, 99에서 100으로 넘어가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뭐, 밑져야 본전이지.”
어차피 그리 어렵게 얻은 것도 아닌 물건.
유원은 곧장 대환단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쏴아아-.
꿀꺽-.
대환단의 느낌은 신기했다.
입안에 들어가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단단하던 단약이 마치 무른 젤리처럼 녹아내렸다.
순식간에 액체로 변한 대환단은 시원한 느낌과 함께 기도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스스, 스-.
몸 안에 들어오는 청량한 마나.
실로 순도 높은 마나였다. 유원도 대환단을 복용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난 삶에서는 무림대전의 준우승으로 끝났었으니까.
“대환단은 누가 먹느냐에 따라 효용이 완전 다르다.”
“무림에서는 뭐 내력의 운용이니 심법이니 하는데, 중요한 건 집중력이지.”
“얼마나 더 많은 양의 마나를 붙잡아 둘 수 있는지?”
“그래.”
대환단을 복용했던 다른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핵심은 하나였다.
‘붙들어 놓는다.’
유원은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그런 이후, 몸 안에 들어온 대환단의 기운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화아악-!
유원의 몸 안에서 대환단의 기운이 거세게 반발을 시작했다.
* * *
똑-.
이마에 땀이 떨어졌다.
몸 안의 피가 역류하고, 거센 파도가 되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것은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밖으로 빠져나갈 것처럼 느껴졌다.
‘진정해라.’
유원이 의지를 불어넣을수록 기운은 더 거세게 반발했다.
처음에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새어 나가는 기운을 느낄 때마다 아까움에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을 붙잡아 두는 것도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츠츠, 츠-.
몸안에서 요동치던 파도가 조금씩 잔잔해졌다.
녹아 액체가 되었던 대환단은 마력으로 바뀌어 유원의 몸 안에 흘렀다. 그것은 잠잠해지긴 했지만 아직 전부 유원의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과정은 끝났다.’
첫 번째는 과제는 대환단이 녹아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힘을 버티고, 최대한 그것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붙잡아 둔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이걸 다 흡수하려면…….’
유원의 미간이 좁혀졌다.
‘시간 좀 걸리겠어.’
그렇게 생각했던 때였다.
스으으-.
대환단이 녹아든 몸 안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액체로 변했던 대환단은 빠른 속도로 정순한 마나를 뿜어냈다. 마나는 물결처럼 천천히 흐르다가, 유원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꿈틀-.
그것이 시작이었다.
스아아, 스아아아-.
유원의 몸이 대환단이 녹아든 기운을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뭐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환단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대환단이 모두 녹아들고, 마나로 변화한 이후부터는 따로 힘을 쓸 것도 없었다.
마치 마나가 스스로 복종하듯 유원의 것이 되고 있었다.
‘마나의 지배자 스킬 덕분인가?’
마력과 관련된 영약을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마나의 지배자’ 스킬은 영약의 효율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원래라면 며칠 정도씩 걸릴 흡수가 편해졌다.
‘이렇게 되면…….’
유원은 작정하고 몸 안에 들어온 마나를 혈관 곳곳으로 퍼뜨렸다.
스으으으-.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지.’
마나는 스스로 유원의 것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바라던 바였다.
흘리는 마나는 한 방울도 없었다. 유원은 몸 안 가득 순도 높은 청량한 마나가 가득 차는 걸 느끼며, 가만히 누워 만찬을 즐겼다.
그렇게 대부분의 마나를 흡수했을 즈음.
‘역시 안 되나?’
대환단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마나를 얻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탯이 상승했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조금 부족한 건가?’
같은 99스탯이라 해도 마나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100스탯 달성에는 실패한 것이다.
‘대환단으로도 안 되면 다음은…….’
그렇게 유원이 다음 계획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마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력 100스탯을 달성하였습니다.] [특정 스탯의 달성으로 고유 스킬이 개화됩니다.]유원의 몸에 새로운 차원의 감각이 새겨졌다.
눈이 번뜩이고, 감각이 확장되었다.
‘됐다.’
똑같은 스탯을 달성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힘을 얻게 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스탯을 통한 능력의 개화는 플레이어의 고유 능력인 바.
과거로 돌아와 힘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오기 전.
유원이 가지고 있던 고유 스킬은, 유일하게 손오공의 화안금정에 비교되던 스킬이었다.
[‘감각지대’를 획득하였습니다.]유원의 눈이 번쩍 떠졌다.
붉게 변한 눈동자.
화안(火眼).
그것과 함께, 유원을 대표하던 감각계 최상위 랭크의 스킬인 감각지대가 함께 활성화되고.
그렇게 꺾였던 날개가 다시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