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93
* * *
아담의 스물한 번째 가지에 소란이 일었다.
“싸움 났다!”
“누구랑?”
“김유원! 어제 온 그 손님!”
“인간?”
“그러니까 김유원이랑 누구랑?”
“전부 다!”
한 무리의 어린 거인들이 옆을 지나쳐 갔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부아르는 주위의 소란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싸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부아르는 곧장 움직이려 했다.
싸움이 일어났다면 거기 불이 났더라도 찾아가는 부아르였다.
“오빠.”
그리고 꼭, 그런 부아르를 말리는 사람이 있었다.
“거기 끼려고?”
“어, 어? 아, 아니지. 당연히.”
어색하게 웃는 부아르를 보며 뉘아르는 한숨을 쉬었다.
싸움이 벌어졌다고, 별생각 없이 서둘러 달려가려 하다니.
“어르신 손님이잖아. 그런 사람이랑 싸우긴 왜 싸워?”
“그게 아니라 말리려 했지. 한둘이면 몰라도 저거 봐, 대체 몇 명이 가는 거야? 위험하게.”
즉석에서 지어 낸 핑계였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장 뉘아르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거인만 하더라도 열 명은 될 테니까.
“……그것도 그러네.”
“그렇지? 자, 자. 얼른 서두르자고.”
부아르는 뉘아르를 부추겨 움직였다. 계단을 타고 아담의 기둥을 타고 스무 개의 가지를 지나쳐 올라갔다.
꽝-!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매일 치고 박고 싸움만 하고 살아온 부아르는 알 수 있었다.
이건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와-.”
부아르는 아담의 가지 위에 모여들어 있는 거인족 무리를 발견했다.
하나같이 모두, 부아르 뉘아르와 같은 어린 거인들이었다.
“보기 좋네. 이게 청춘이지.”
둥글게 둘러싸 만들어진 무대.
부아르는 무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부아르를 발견한 어린 거인들이 길을 터주었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가자.
“끄으…… 으으…….”
부러진 주먹을 부여잡고 주저앉아 있는 거인과, 그 앞에 서 있는 유원의 모습이 보였다.
“툴카르는 끝났군.”
“다음은 내가 상대하겠다!”
한 명의 거인이 쓰러지자, 다음 상대가 앞으로 나섰다.
쿵, 쿵-.
자리에 모인 거인들 중에서는 제법 덩치가 큰 녀석이었다.
불칸이라는 이름의 거인으로, 부아르보다 열 살 정도 나이가 많은 녀석이었다.
“툴카르다.”
“오, 드디어…….”
“이번 싸움은 좀 볼 만하겠는데?”
“그나저나 저거, 진짜 인간 맞아?”
유원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싼 거인들의 숫자는 족히 백 명에 가까웠다.
모두 부아르와 같은 어린 거인들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유원에 비하면 몇 배는 큰 덩치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무대를 만든 주인공은 유원이었다.
벌써 쓰러진 거인들의 숫자가 두 자릿수가 넘어 보였다.
유원은 자신의 앞으로 나선 불칸이라는 이름의 거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 명씩 말고, 조금 더 여러 명이서 덤비면 안 되나?”
“뭐라?”
쿵-.
큰 망치를 든 거인, 불칸이 얼굴을 붉혔다.
“지금 날 무시하는 거냐?”
“무시는 아니고…….”
머리를 긁적이던 유원이 손을 뻗었다.
“아니, 틀린 말은 아니네.”
꽈아악-.
“응?”
불칸은 이상함을 느꼈다.
팔을 뻗어야 겨우 어깨 언저리에 손이 닿을 만큼 키의 차이가 컸다.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인 불칸과 비교하면 유원의 몸은 왜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고작, 어깨를 잡아서 뭘 어쩌겠다고…….
후욱-.
그런데.
쿵-.
불칸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순식간에 균형을 잃어버린 불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어……?”
무릎을 꿇은 게 다가 아니었다.
꾸우우욱-.
휘청-.
유원이 그대로 어깨를 짓누르자, 불칸의 상체는 아래로 향했다.
꿈쩍도 할 수 없었다.
힘의 차이가 너무 났다.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 [‘부분 거인화’가 진행됩니다.]유원의 팔에 깃든 힘.
불칸은 어떻게든 유원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식간에 불칸을 힘으로 찍어 누른 유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백 명이 넘게 모인 거인들.
“아직 생각들 안 바뀌었나?”
유원은 말하고 있었다.
내 힘이 이 정도니까, 깨작깨작 한 명씩 오지 말라고.
“……역시.”
부아르는 전율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유원은 강했다.
오랜만에 피가 끓었다. 앞으로 나서는 부아르를 따라, 뉘아르가 나섰다.
“뭐야, 너도?”
“저 사람도 그러길 원하는 것 같으니까. 손님 대접이라고 생각하지 뭐.”
이미 유원은 부아르와 뉘아르를 발견했는지 둘을 보고 있었다.
유원과 뉘아르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혼자 오지 말라잖아?”
“맞아. 그랬지.”
쿵, 쿵-.
부아르와 뉘아르가 앞으로 나섰다.
주위의 거인들이 수군거렸다.
“부아르 남매다.”
“와, 씨…….”
“거신의 핏줄이 싸우는 걸, 여기서 보는 거야?”
거신.
거인족의 우두머리들로, 모두 하이랭커급에 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었다.
지금은 거인족 내에 몇 명 남아 있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부아르와 뉘아르가 그 거신의 핏줄인 모양.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들이었군.’
어쩐지.
여기 오고 나서 만난 다른 거인들이 대부분 두 남매보다 약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다.
당장 콴트의 손아귀 힘만 해도 부아르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 못 들어 봤다.’
부아르와 뉘아르.
둘의 이름 역시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서 만난 붉은 머리의 플레이어도 그렇고, 부아르와 뉘아르 형제도 그렇고, 이번 층에는 이름을 못 들어 본 실력자들이 많았다.
유원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어제부터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말이야.”
꾸득, 꾸득-
부아르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어디 그 유명한 김유원 실력 좀 보자고.”
“마음껏 구경해라.”
화륵-.
유원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화안’이 길을 읽습니다.]“오래는 못 보겠지만.”
화안을 통해 부아르와 뉘아르의 근육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였다.
두 사람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보인 시각을 통해, 유원의 사고가 빠르게 회전하고 감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화아악-!
인지 능력이 확장되고, 주위의 모든 공간이 손바닥 위처럼 느껴진다.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부아르가 먼저 움직였다.
퍼엉-!
뻗어진 주먹.
거리가 꽤 있었지만 부아르의 주먹은 바로 유원의 머리 위를 스쳤다. 대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원이 부아르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부웅-.
이어진 부아르의 무릎.
정확히 안쪽으로 파고드는 유원의 턱을 노리고 날아왔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검을 쥐지 않은 유원의 손이 끼어들었다.
꽝-!
욱씬-.
무릎을 막아 낸 한 손이 시큰거렸다.
파고드는 건 포기였다. 뒤쪽에서 이미 뉘아르의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받아친다.’
부웅-.
쩌엉-!
주먹과 검이 부딪쳤다.
묵직한 쇳소리.
뉘아르의 주먹에는 상처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밀리는 건 유원의 검이었다.
‘힘이 장사군.’
유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생각 이상으로 힘이 세다.
두 남매를 상대로 마나를 쓰지 않고 근력만으로 부딪치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뒤쪽에서 부아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왜 동생 말이라면 찍소리도 못하는 줄 알아?”
꽈아악-.
부아르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쟤가 나보다 세거든.”
부우웅-!
앞과 뒤, 피할 곳이 없다.
부아르는 승리를 확신했다.
‘끝났다.’
꽈아앙-!
주먹에 느낌이 왔다.
그것도 제법 묵직한.
하지만 손맛에 취하는 것도 잠시.
“어?”
“어?”
눈이 마주친 부아르와 뉘아르가 서로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유원이 사라지고 없었다.
퉁-.
하늘 위에서 들려온 소리.
“뭐야……?”
“하늘?”
유원이 하늘을 걷어차 위로 뛰어올랐다.
그저 높게 뛰어오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퉁-.
유원의 발이 허공을 걷어찬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유원의 발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았다.
# 오래전, 헤르메스가 잃어버린 신발이다. 그의 힘이 깃들어 있다.
# 도약력 50% 상승.
# 허공에서 1회 도약.
# 하루에 한 번, ‘스킬 – 하늘 걸음’ 사용 가능.
11층의 시험.
그곳에서 얻은 공적치로 구매한 아이템.
앞뒤가 모두 막혔다면, 위로 뛰어오르면 될 일이었다.
‘우리 키보다 높이 뛰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당황한 건 뉘아르 역시 마찬가지.
슈악-!
유원은 검을 빼어 들고 아래로 내려오는 힘과 함께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츄악-.
피이잇-.
뉘아르의 팔에 긴 상흔이 생겨났다. 피가 위로 튀어 오르는 그 모습에 부아르의 눈에 불이 켜졌다.
“어딜 감히!”
부우웅-.
부아르의 주먹이 다시금 대기를 찢어 발긴다.
주먹은 헛방이었다. 하지만 부아르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틈이다! 몰아붙여!”
“알았어!”
화악-!
팔에 입은 상처는 아랑곳 않고, 뉘아르가 부아르와 함께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부웅, 쾅-!
후욱-.
부아르는 미꾸라지처럼 주먹을 피해 움직이는 유원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분명 두 명이서 함께 싸우고 있는데, 공격을 적중시킬 수 없었다.
‘까다롭군.’
유원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몸을 숙이거나 옆으로 빼는 것만이 아닌, 위로 도약하는 것으로도 공격을 회피했다.
무슨 스킬인지는 몰라도 유원은 허공에서도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언뜻 별거 아닌 스킬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까다로운 스킬도 없었다.
‘위로 뛰어오르면 피할 방법이 없는 게 정론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위로 뛰어올라도 한 번 더 방향을 틀 수 있다. 회피의 방향이 하나 더 늘어난 셈.’
좌우 방향뿐만 아니라 회피할 수 있는 방향이 늘어나니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손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유원은 회피 방향이 하나 더 있는 셈.
게다가…….
‘도무지 잡힐 것 같지가 않다.’
두 명이서 함께 몰아붙이고 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원은 전혀 반격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공격을 피하고만 있을 뿐.
처음에는 반격할 만한 여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마치 허공을 때리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고, 닿을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유원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눈으로 부아르와 뉘아르의 주먹을 보고 있었다.
뿌득-.
“내가 못 잡을 거라 생각하느냐!”
우웅, 우우웅-.
부아르의 주먹에 마나가 맺혔다.
응축된 마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대기를 흔들었다.
“오빠-!”
흥분한 부아르를 보며, 뉘아르가 놀라 소리쳤다.
아무리 흥분했다지만 부아르가 일으킨 마나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파싯-.
오죽하면 랭커도 아닌 부아르의 몸에 패널티의 징조가 일어날 정도.
그만큼 지금, 부아르가 사용한 힘이 막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말리기는 한 박자 늦은 후.
“이거나 먹어-!”
기합성과 함께, 부아르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피하든, 피하지 못하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 이 일격은 눈앞에 있는 모든 걸 쓸어버릴 테니.
유원은 뻗어 오는 주먹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뻗어 오는 주먹.
그 안에 담겨 있는 마나의 흐름이 똑똑히 보였다.
‘이건…….’
피하는 게 아니라, 받아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