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99
* * *
“씨 터틀을 깨우려면 등이 아닌, 배를 노려야 할 게다.”
우르파는 유원에게 해신석을 얻을 방법을 알려 주었다.
“등…… 그러니까 섬 위에서는 방법이 없어. 씨 터틀의 등껍질은 웬만한 하이랭커도 부수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니.”
“배를 노리려면,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군요.”
“그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지.”
20층의 세계에서 바닷속은 탑에서 가장 큰 던전이나 마찬가지다.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괴물이 살아간다. 물고기보다 괴물이 더 많은 게 바로 이 세계의 ‘바다’였다.
그런데 그런 바닷속으로 들어가라니.
그것도 랭커도 아닌 플레이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가능하겠느냐?”
“가능합니다.”
한 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우르파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나오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씨 터틀의 배 아래에는 별과 해를 합쳐 놓은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게 씨 터틀의 봉인이고, 지금까지 씨 터틀이 섬으로 남아 있는 이유지.”
“그걸 지우면, 시험이 시작되는 겁니까?”
“그래.”
우르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씨 터틀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시험의 난이도는 완전히 바뀔 거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때부터 보상은 ‘바다의 돌’이 되니까요.”
“그래.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난이도는 보통이 아니겠지. 씨 터틀을 잡으라고 할지도 모르고.”
우스갯소리긴 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탑의 시험은 기본적으로 ‘난이도’에 따른 ‘보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험의 난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보상 또한 가치 있는 게 지급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로 뒤집어 말하면 뛰어난 보상이 보장된 시험일수록 난이도도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해신석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올림포스는 더 이상 시험에 관여하지 못할 거다. 더 이상 자신들이 주관하는 시험이 아닌, 관리자에 의해 주관되는 시험일 테니까.”
“시험이 끝난 이후에 빼앗으려 들지 않겠습니까?”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거다.”
기다리던 대답이었다.
우르파는 손을 꽉 쥐었다. 거인족 내에서 평화주의자라는 소리를 듣고 살아온 그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인족을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르파는 거인족을 위해서라면 제 몸을 불사르며 싸울 수도 있었다.
“그거 다행입니다.”
확실한 대답까지 들은 유원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르파의, 그리고 거인족의 도움을 확실히 약속받았다.
해신석이 포세이돈의 손에 넘어가는 걸 원치 않는 만큼 우르파는 반드시 이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지금까지 유원은 시험의 열쇠를 우르파가 가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어떻게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르신은 이런 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그 거북이를 기른 것도…….”
우르파의 눈이 먼 옛날을 회상했다.
“돌을 삼킨 거북이를 재운 것도, 모두 나니까.”
* * *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여 시험장에서 강제 추방됩니다.]그것은 섬에 있던 모두가 듣게 된 메시지였다.
거인족 랭커, 수타르는 갑작스레 변한 풍경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시험의 무대가 되었던 섬, 트리톤이 보였다.
아니.
이제 더 이상 저것은 섬이 아니었다.
우- 어어어어-!
울음소리 한 번에 하늘을 떠 다니던 구름에 구멍이 뚫린다.
지름만 해도 1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존재였다. 녀석에게서 뿜어지는 존재감에 수타르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저만한 덩치를 지닌 거북이는, 수타르가 알기도 딱 하나뿐이었다.
‘씨 터틀.’
이 바다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 중 하나.
달리 ‘현무가 되지 못한 거북이’라고도 불리는 괴물로, 20층의 세계의 지배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컸던가?’
씨 터틀은 원래도 거대하다.
큰 개체는 지름만 해도 1킬로미터에 육박하며, 등껍질의 단단함은 랭커의 공격까지 일부 방어해 낼 정도다.
20층에 출몰하는 괴물이라 생각하기엔 끔찍한 녀석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건 커도, 너무 컸다.
“바다의 돌 덕분이겠지.”
수타르는 고개를 들어 푸른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큰 새를 타고 날아온 남자는 수타르도 익히 아는 자였다.
“오랜만이다, 수타르.”
“우리가 반갑게 인사할 사이는 아니지, 테세우스.”
수타르와 테세우스.
두 사람은 오래전, 기간토마키아에서 싸웠던 사이였다.
“시험 감독관 자리에 올라 떵떵거리며 산다더니, 왜 여기 있지? 시험장 관리는 안 하고.”
“밖이 워낙 소란스러워야 말이지. 그러는 너희는? 거인족이 시험장 근처에서 이게 무슨 소란이지?”
“우리 애들이 저쪽 랭커에게 시달려서 말이지. 그래서 조금 도움을 줬다. 문제 있나?”
수타르의 대답에 테세우스의 시선이 적랑 길드의 플레이어들에게로 향했다.
그들 가운데, 적랑 길드의 부길드장인 묵랑이 보였다. 그는 최근 랭커가 되어 적랑 길드에 들어간 자였는데, 그의 참여로 거인족들은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없군.”
당장 거인족들이 한 거라고는 방어밖에는 없었다.
저들을 공격할 명분이 없다. 잠시 고민한 끝에 꺼낼 말이라고는 이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소란은 금지한다. 지금은 시험 중이다, 수타르.”
수타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틀리면 그런 것 따위는 가장 먼저 내던질 것들이 할 말은 아닌데.”
“싸움을 걸어온다면 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건 명심해라.”
쏴아아-.
테세우스의 의지에 따라, 주위의 바다가 들썩인다.
“그 누구도, 시험에는 절대 관여할 수 없다. 절대. 누구라도.”
테세우스의 경계가 심해졌다.
그의 주위로 여러 랭커들이 나타났다. 아마도 함께 시험을 관리하는 감독관들일 것이다.
수타르는 거인족 랭커들과 시험 감독관들을 번갈아보았다.
지금은 시험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상황.
시험 감독관인 테세우스는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허튼짓을 할 수 없다. 그건 그렇지 않아도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올림포스에게 너무 부담이 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건, 거인족도 마찬가지.
시험이 진행 중인 시험 감독관을 건드리는 건 관리자의 권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지금은 양쪽 모두 시험에 관여하지도 먼저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
수타르의 시선이 잠에서 깨어나 울부짖고 있는 씨 터틀에게로 옮겨졌다.
‘이제 남은 건, 저 녀석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뿐인가.’
* * *
[‘씨 터틀’을 처치하여 ‘바다의 돌’을 획득하십시오.]유원은 다시 한번 시험의 내용을 복기했다.
말도 안 되는 시험이다.
씨 터틀은 랭커조차도 사냥하기 껄끄러운 괴물.
게다가 이 녀석은, 그런 보통의 씨 터틀의 몇백 배나 되는 덩치를 가진 녀석이었다.
오죽하면 작은 섬으로 착각할 정도일까.
‘이렇게 커진 건 해신석 때문인가? 보통의 돌연변이는 아닌 것 같은데.’
씨 터틀의 입 안으로 들어온 유원은 천천히 길을 찾기 시작했다.
메시지가 시키는 대로 씨 터틀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만한 덩치의 씨 터틀의 등껍질을 뚫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가죽을 뚫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답은 하나였다.
씨 터틀의 내부로 들어오는 것.
그 안에서, 해신석을 찾는 것.
시험의 목적은 씨 터틀을 처치하여 바다의 돌을 획득하는 것이다.
유원은 그 시험의 내용을 반대로 해석했다.
‘해신석을 얻으면, 씨 터틀을 처치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유원은 시험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넓기는 해도 해신석을 찾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보물찾기라면 유원은 꽤 괜찮은 보물지도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캬아아아-!
푸른 비늘을 뒤집어쓴 작은 용이 유원을 덮쳐왔다.
어룡(魚龍).
바다에 서식하는 괴물들 중 상위권에 속하는 괴물로, 상당한 힘과 덩치를 지닌 녀석이었다.
쩡-!
그그그극-.
유원은 씨 터틀의 혓바닥 위에 서서, 어룡의 이빨을 검으로 막아 냈다.
씨 터틀의 몸속에 들어온 건 유원 혼자만이 아니었다.
화르륵-.
성화가 유원의 검에 씌워졌다.
유원은 더 이상 마나를 아끼지 않았다.
씨 터틀의 몸속에 들어오고부터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둠’의 영향으로 체력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체력 회복 속도 : + 112%] [‘어둠’의 영향으로 마나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마나 회복 속도 : + 56%] [‘어둠’의 영향으로 마나 증폭률이 증가합니다.] [마나 증폭률 : + 56%]씨 터틀의 몸속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캄캄한 어둠이었다.
마나 회복율도, 증폭율도, 검의 영향으로 훨씬 더 증가된다.
더불어.
콰지지지직-!
퀴네에에서 검은 마나가 뿜어졌다.
쫘아아악-!
유원을 향해 달려들었던 어룡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툭, 투두두둑-.
어룡의 살가죽이 바닥에 떨어진다. 핏물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허공을 한 번 더 박차 오른 유원은 화안을 사용해 어둠 속에서 시야를 밝혔다.
‘많이도 들어왔군.’
어룡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괴물들 가운데, 족히 대여섯 마리는 섞여 있었다.
이 많은 숫자의 괴물들 중, 유원을 의식하는 건 극소수일 뿐.
대부분은 씨 터틀의 입안으로 들어와, 스스로 목구멍 안쪽으로 삼켜지고 있었다.
‘자의적으로 식사가 되려는 건가?’
생각보다 해신석의 지배력이 훨씬 더 강했다.
바닷속에 살던 괴물들이 스스로 목숨을 내놓게 만들 정도.
유원은 지금 이 순간, 20층의 세계에 전설로 내려오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바다의 돌을 찾는 자, 바다의 신이 될 것이다
단순한 전설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씨 터틀은 정말 바다의 신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우우우-.
씨 터틀의 울음소리가 입 안을 가득 메운다.
고막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은 소리였다.
‘시끄러워서 더 못 있겠군.’
유원은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씨 터틀의 몸속은 마치 캄캄한 바다 밑바닥처럼 느껴졌다. 바다 비린내가 코끝을 찌르고, 바닷속에 서식하던 수많은 괴물들이 씨 터틀의 몸속을 새로운 터전삼아 헤엄쳤다.
밖에서 들어온 괴물들.
거기에 더해.
‘원래부터 이 안에서 살고 있던 놈들인가.’
아무래도 씨 터틀의 몸속은 꽤 오래전부터 던전처럼 쓰여진 모양이었다.
밖에서 밀려 온 괴물들의 숫자도 상당하지만, 이미 그 안쪽에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가던 괴물들도 상당수였던 것이다.
쏴아-.
한 차례 씨 터틀의 입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목도 말랐던 모양이었다.
찰박-.
바닷물로 적셔진 바닥.
걸음을 옮기던 유원의 눈앞을 새까만 무리가 가로막았다.
크르르르-.
캬아아아오-.
씨 터틀의 몸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괴물들과 스스로 씨 터틀의 식사가 되겠노라 나선 괴물들.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는 씨 터틀의 손과 발이 되어 있었다.
“이 앞으로는 못 간다는 건가.”
웅-.
퀴네에가 잘게 울음을 흘렸다.
퀴네에에 장착된 흑신석이 해신석과 반응한다.
이 넓은 씨 터틀의 몸 안에서, 유원은 해신석의 위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해신석을 향해 가는 유원을, 괴물들이 막아섰다.
“내가 바이러스다, 이거냐.”
유원은 이 안에서 유일하게 해신석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
씨 터틀은, 그런 유원을 이미 바이러스로 인지한 것이다.
철벅-.
유원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길은 하나밖에 없었고, 여기서 도망친다 해도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었다.
‘후퇴는 없다.’
어차피 체력과 마나를 아낄 필요가 없는 상황.
파지지지-.
오른손에 끼워진 장갑.
퀴네에가 검은색 빛을 뿜어낸다.
‘돌파한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