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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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빌려드리겠습니다 >“100개면 엄청 많이 갖고 있는 거잖아!”
정우가 놀라는 이유가 있었다.
2017년 2월 현재 비트코인의 시세는 대략 1,000불 정도였다.
즉, 비트코인 100개면 1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셈이다.
‘비트코인 나중에 7만 불도 가는데… 헉. 그럼 도대체 얼마야.’
몇 년만 지나면 단순 계산해도 70억 원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그런 비트코인 100개를 들고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정우가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보자 지서현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 그게 제가 집에 있을 때 채굴프로그램 켜놓고 주로 게임하고 딴짓하고 그러는 편이거든요….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십쇼. 게임하는 여자 좀 별로인 거 잘 압니다.”
“무슨 소리야. 부럽기만 한데.”
“… 부럽다니요? 뭐가요?”
“이제 보니 서현 씨 엄청 부자였잖아.”
“부자 아닙니다.”
“비트코인 한 개당 지금 얼마인 줄 알아?”
“한 150불 정도 아닙니까?”
“…….”
이런 백치 같은 여자 같으니라고.
프로그래밍은 잘하면서 이런 데서는 왜 이렇게 어벙한지 모르겠다.
“… 서현 씨 지금 받는 월급은 얼마인지 알지?”
“세후 300 정도입니다.”
“그런 건 잘 아는데 비트코인은…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무튼 서현 씨, 재산이나 돈 얘기는 함부로 꺼내면 안 되는 거야. 막말로 내가 나쁜 마음먹고 서현 씨 코인 훔쳐가면 어떡하려고 그래.”
“선배님이요? 왜죠?”
“아니 그야 비트코인은 돈이 되잖아.”
“아, 코인한다고 하셨지. 필요하시면 빌려드리겠습니다.”
“빌려준다고?”
“예. 어차피 비트코인은 취미 삼아 모으는 것뿐이지 아예 안 쓰거든요.”
“… 마음은 고마운데 이 여자가 큰일 날 소리하네. 어디 가서 함부로 빌려준다는 둥 태평한 소리 하면 사기당하기 딱 좋다고.”
“아, 죄송합니다. 그런 없던 얘기로….”
“… 빌려주세요.”
“예?”
“비트코인, 빌려주세요 서현 씨.”
생각해보니 빌려준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돈 한 푼이라도 아쉬운 마당이니까.
정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무릎 꿇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게 빌려주십쇼!”
“… 아, 알겠습니다. 창피하니까 일어나십시오.”
“진짜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예. 빌려드리겠습니다.”
“좋아. 차용증 쓰자.”
“차용증이요? 굳이 그런 것까지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어허, 무슨 소리야. 원래 금전관계는 칼같이 해야 하는 법이야. 잠깐만… 저기요? 펜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
호프집에서 볼펜 하나를 빌린 정우는 테이블에 깔려 있던 메뉴가 그려져 있는 테이블세팅지를 뒤집어 즉석에서 차용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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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용 증>차용금액(재산): 비트코인 100개
위 금액(재산)을 정히 차용하고 아래 조항을 이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1. 이자는 일년에 10%로 정한다.
2. 원금의 변제는 2017년 12월 31일까지로 정하고, 해당일자에 채권자의 비트코인 지갑에 원금을 입금한다. 비트코인으로 변제가 어려운 경우 해당 재산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권자의 은행 계좌로 입금한다. 이때 비트코인의 가치는 해당날짜의 시세를 따른다.
3. 이자 지급이 연체될 때에는 채무자는 차용 권리를 상실하고 채권자가 원금 잔액을 청구하여도 이의 없이 변제한다.
2017년 2월 5일
채권자: 지서현 (인)
채무자: 이정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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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 이자 10%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자 조건은 빼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야. 이 정도는 되어야 서현 씨도 빌려줄 맛이 나지. 어차피 법정이자율보다 낮기도 하고 이자가 너무 적으면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이자 조건 빼지 않으면 안 빌려드릴 겁니다.”
고집을 부리는 지서현.
실랑이 끝에 기어코 이자 없이 차용증 작성을 마쳤다.
‘고맙네. 나중에 이자를 따로 주던가 해야겠어.’
조건 없이 빌려주니 고마운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정우가 빌린 이 1억 원에 해당하는 자금은 앞으로 몇백 배로 불어날 테니 이자를 조금 얹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돈을 갚을 기회는 금방 다가왔다.
* * *
외국인들이 흔히 한국인들을 비꼬면서 얘기하곤 할 때 빠지지 않는 속성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이다. 빠르게 달아올랐다가 빠르게 식어버린다나.
어떤 일에 미친 듯이 열광했다가 이내 관심이 시들해져 버리는 이 재밌는 현상은 정우에게도 적용되었다. 하루하루 자기 일하기도 바쁜 와중에 남에게 깊은 관심을 쏟을 여력이 적은 현대인의 생태 탓인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정우와 관련된 안 좋은 소문들은 쏙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물론 정우는 원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의 수근거림에 신경 쓰기엔 지금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그가 한 건 전셋집을 비우고 새로운 방을 구한 일이었다. 다행히 부동산에 내놓았던 전세매물은 금세 새 주인을 찾아 한 달 만에 집을 비워주게 되었던 것.
그 과정에서 정우는 모든 짐을 처분하여 최대한 현금화하였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회사 근처로 작은 원룸 하나를 잡았다. 8평 남짓한 원룸이었는데 침대와 옷장을 들여놓고 나니 공간이 꽉 차버릴 정도로 비좁았다.
‘보증금 250에 월세 40인데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자린고비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우의 절약정신.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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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XX은행] 김태환님이 이정우님의 □□은행 계좌로 200,000,000원 입금─────────
스마트폰에 찍혀 있는 문자가 그의 통장에 2억 원이 들어왔음을 알렸다.
이 2억 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세보증금 5억 원 중 은행대출금 3억 원을 갚고 남은 돈이었다. 전셋집을 빼면서 보증금 2억 원을 돌려받은 것이다. 안예슬과 결혼할 때 아버지께서 지원해주신 돈 1억 5천만 원과 정우가 알뜰살뜰 저축했던 5천만 원이 섞여 있는 귀중한 돈이었다.
2억 원이 통장에 꽂히자마자 안 그래도 요 앞번 설날에 내려오라고 하시던 부모님의 연락이 생각났다. 이사다 뭐다 정신이 없어서 못 간다고 했더니 결혼생활에 문제는 없는 건지 걱정하시던 부모님.
걱정하실까 봐 아직 이혼했다는 얘기는 못 꺼낸 상태였다.
‘… 죄송합니다.’
상의도 없이 결정한 이혼도 그렇고, 보증금도 그렇고 전부 죄송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빌린 보증금 1억 5천만 원. 원래대로라면 바로 돌려드리는 게 맞지만 이번 한 번만큼은 불효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더 큰 은혜로 갚기 위해서.
불효자 정우는 입금된 2억 원을 모두 코인에 재투자할 계획이었다. 물론 2억 원만 투자할 생각은 아니었다.
‘신용대출도 끌어오자.’
전세대출을 갚았기에 대출한도가 풀리면서 신용대출이 가능해졌다. 정우는 곧장 1금융권과 2금융권을 돌아다니며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정우의 연봉이 동나이대에 비해 꽤 되는 편이었기에 대출은 잘 나왔다. 물론 조건 좋은 전세대출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거기에 설날 떡값과 1월 월급, 신혼집 짐 정리를 하며 결혼반지 등을 팔아서 마련한 천만 원까지 합쳐서 끌어모은 자금이 추가로 2억 원이었고, 지서현에게 빌린 비트코인 100개까지 합치면 3억 원에 달했다.
총자본금 5억 원.
정우는 그 돈을 모조리 코인 거래소에 입금했다. 국내거래소를 거쳐 자신이 이용하는 해외선물거래소로 자금을 옮긴 정우는 매수를 하기 전 자신의 포지션과 시장 상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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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3.9x)] [Quantity: 370,860.9ETH] [Entry Price: 7.55] [Mark Price: 10.05] [Liq. Price: 5.66] [Value: 954,800.1USD(+3311.25%)]──────────
11.84달러까지 상승했던 이더리움은 1월 중순에 9.5달러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2월에 접어들자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11달러를 넘었다가 현재는 10달러 선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변동성이 큰 시장흐름 탓인지 130만 달러에 달했던 그의 포지션은 95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였는데 정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크게 본다면 이더리움이 상승할 것을 알았기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대신 이 시점에서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냉정히 분석하려 애썼다.
‘4시간 봉만 봐서는 크게 삼각수렴하다 빠지는 모양새인데.’
현재 이더리움은 삼각수렴을 진행하다가 삼각수렴의 하단 지지선을 이탈하여 상단저항선을 따라 조금씩 흘러 내려가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자면 하락추세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나는 아니지만.’
이더리움이 상승추세로 쭉 올라가는 걸 알기에 정우는 이더리움의 가격이 눌린 지금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임을 깨달았다. 느낌이 온달까.
다만 자신이 가진 5억 원, 미화로 약 46만 달러와 이더리움으로 벌어들인 95만 달러를 지금 모조리 투입해도 되는지는 살짝 망설여졌다.
고레버리지로 진입할 경우 청산가격은 최소 9달러 정도 될 터. 만약 그의 예상과 달리 이더리움이 9달러 선이 무너진 이후에 반등하여 상승해버린다면 그가 가진 모든 자본금은 청산되어버릴지도 모르기에 느낌에 모든 걸 걸고 매수하기에는 좀 애매했다.
‘어렵다. 미래를 알아도 매 순간이 도박이구나.’
이럴 때 주변에 주식이나 코인 전문가가 있으면 조언도 구하고 좋으련만.
아쉬워할 때 문득 정우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얼굴이 있었다.
“… 맞다! 경도가 있었지.”
미래에 정우에게 해외주식을 알려줬던 친구이자 항상 주식투자를 부르짖던 주식쟁이 김경도.
대학교 시절 주식 동아리를 했던 녀석이라면 무언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우는 곧장 스마트폰을 들어 친구들과의 단톡방을 열었다.
───[바보 김씨 3형제]───
-2017년 1월 31일-
[KKD]: 롤 한판 ㄱ? [봉수]: 잠만, 나 밥 점 [정우]: 패스 [동현]: 야근 중 ㅜ-2017년 2월 1일-
[KKD]: 롤 ㄱ? [봉수]: ㅇㅇ ㄱㄱ [정우]: ㄴㄴ [동현]: 야근 ㅜ-2017년 2월 2일-
[KKD]: ㄱ? [봉수]: ㅇ [정우]: ㄴ [동현]: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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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남자들의 단톡방.
무의미한 대화가 오가는 그곳에 정우가 톡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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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경도야 뭐 하나만 물어보자 [정우]: 너 주식 잘 알지? [KKD]: ㅇㅇ 왜?─────────
역시 스마트폰 중독자 아니랄까 봐 1초만에 답장이 왔다.
정우는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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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차트 하나만 분석해줄 수 있냐 [정우]: (사진) [KKD]: 4시간 봉이네 [KKD]: 삼각수렴 중이고 [KKD]: 근데 무슨 차트냐? ㅈㄴ 전형적인 급상승 후 바닥 리테스트 차튼데? [KKD]: 나도 사보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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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있던 연못에 던진 조약돌처럼, 정우가 단톡방에 던진 주식이라는 돌은 파문이 되어 조용하던 단톡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적당히 얻을 것을 얻은 정우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는 다시 한번 차트를 살폈다.
김경도의 조언 덕분일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진짜네. 거래량이 붙으면서 가격이 빠지고 있어. 이게 누군가 매집하고 있다는 거구나.’
아무런 수요가 없다면 사려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물량을 받아먹는 매수 호가가 없기에 매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훨씬 더 낮은 가격에 매물을 팔아야 한다. 따라서 거래량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가격이 쭉쭉 빠지게 되는 것.
하지만 지금 이더리움의 차트를 보면 거래량이 점점 올라가면서 가격이 아주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충분한 매수세가 뒤받쳐주고 있다는 것이었고, 누군가 물량을 받아먹으며 매집하기 위해 일부러 가격을 천천히 빼고 있음을 의미했다.
‘경도 말대로 다이버전스도 보이고.’
다이버전스Divergence란 주가와 차트의 보조지표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를 나타내며 보통 다이버전스를 통해 추세 전환이나 지속을 예측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현재 이더리움의 4시간봉 차트의 경우 가격은 내려가고 있는데 거래량은 상승하는 일종의 ‘강세 다이버전스’가 형성된 상태였다. 강세 다이버전스의 경우 하락하던 차트가 상승세로 전환되는 아주 좋은 시그널. 이 모든 정황들이 모두 ‘상승’을 말하고 있었다.
확신이 생긴다.
“… 지금 매수해야 해.”
원래 그의 계획은 4시간봉에서 9번이나 지지를 받은 강력한 지지라인인 9.5달러 선까지 기다렸다가 풀매수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지금 추세로 봤을 때 9.5달러는커녕 지금 당장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정우는 즉시 자신이 가진 모든 시드(Seed Money: 종잣돈, 자본금)를 활용하여 이더리움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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