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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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함께하시겠습니까?
마틴 뮐러 회장이 정우를 노려봤다.
“저희 폭스바겐의 지금 시총이 600억 유로, 환율을 따지면 630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런데 100억 달러라뇨? 지금 농담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농담 같나요? 전 폭스바겐의 미래가 보이는데요. 지금 시총에서 반의반 토막이 될 미래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미스터 뮐러. 미안하지만, 앞으로 시장은 네뷸라의 솔리드스타가 필수인 세상이 올 겁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솔리드스타를 탑재하지 못한 전기차라…… 어우, 아무리 지금 자동차 기업 시총 3위인 폭스바겐이라도 절대 버티지 못할 겁니다. 미스터 뮐러도 잘 알 텐데요?”
“……예.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 드리지 않습니까? 300억 달러에 공장 지어 드리겠다고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건 미스터 뮐러도 잘 알잖아요? 아쉬운 건 제가 아니라 폭스바겐이죠.”
정우의 능글맞은 미소를 보며 마틴 뮐러 회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처럼 움찔움찔하던 그는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듯 물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투자를 원하는 겁니까? 조건을 말씀하십시오.”
“600억 달러 정도면 괜찮겠네요.”
정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부른 거액의 투자금에 뮐러 회장의 눈이 배 이상 커졌다.
“600억 달러요? 폭스바겐의 시총만큼 투자하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왜 안 됩니까? 어차피 한 번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간에 걸쳐서 투자될 텐데요. 그리고 폭스바겐의 기업 가치와 매출을 생각하면 그 정도 투자를 유치하는 건 일도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도 남는 게 없습니다! 저희도 먹고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흥분하는 뮐러 회장을 보며 정우가 피식 웃었다.
평소의 그라면 이런 식으로 비꼬거나 상대의 속을 살살 긁는 행동을 하지 않겠지만, 일전에 폭스바겐 마틴 뮐러 회장에게 당한 게 있었기에 쉽게 봐주지 않았다.
“하하, 엄살이 심하시네요. 어차피 써야 할 선행 투자비용 아닙니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생산 케파를 늘리기 위해서 배터리 공장 확보는 필수입니다. 최소 100GWh, 아니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대체된 미래에는 1TWh 규모는 되어야 세계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이 될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테슬라 모델S-SP 롱레인지 모델 기준으로 1대당 250KWh 용량의 솔리드스타가 탑재된다. 즉, 100GWh 규모의 공장으로는 테슬라 전기차 40만대 분량을 커버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8천만 대 수준이다. 100GWh짜리 공장 하나를 지어도 세계시장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한 게 현실.
따라서 지금 정우가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는 사실이었다.
정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왕 투자할 거 10년 치 투자비용 미리 잡아 두는 것뿐인데, 제 조건이 별로라고 하시니 이거 참,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와드리기도 애매하네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냥 안 하면 됩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네요. 나중에 폭스바겐 혼자 전기차 시장에서 도태되어서 정말로 저희 네뷸라에 100억 달러에 매각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말과 달리 정우의 얼굴은 싱글벙글하였다.
“뭐, 선택은 미스터 뮐러가 하겠지만요.”
“…….”
“단돈 600억 달러로 미래를 살지, 아니면 이대로 도태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 보시고 아무쪼록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정우는 전혀 미련이 없다는 듯 그렇게 뮐러 회장을 자리에 두고 먼저 떠나 버렸다.
남겨진 마틴 뮐러 회장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이거 완전히 내 패착이로구만.”
경영자로서 그도 잘 알았다.
정우의 제안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순간 폭스바겐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600억 달러, 아니 1,000억 달러를 들여서라도 폭스바겐의 목숨을 사는 게 당연한 선택.
하지만 향후 최소 10년은 폭스바겐 그룹은 이 대규모 투자를 위한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덕이게 될 터.
뮐러 회장은 그 끔찍한 미래를 알면서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작금의 현실이 허탈하기만 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네뷸라 이정우 대표에게 100억 달러 인수 제안 같은 멍청한 짓은 안 했을 텐데.
그때의 발언이 자꾸만 후회되는 뮐러 회장은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 * *
[대세는 네뷸라? “공장 지어 줄 테니 솔리드스타 생산만 해 달라”> [폭스바겐, 솔리드스타 공장에 2030년까지 600억 달러 투자> [독일에 총 1,300억 달러 역대급 규모의 솔리드스타 공장 지어진다>결국, 폭스바겐마저 6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선언하면서 독일 3사는 네뷸라에 꼬랑지를 내렸다.
유럽 독일 슈바르츠하이데에 솔리드스타 생산을 위한 독일3사 연합의 대규모 공장부지가 확보되었고, 즉시 공사에 착수했다.
2030년까지 1,300억 달러라는 무지막지한 금액이 투입되는 엄청난 공사였기에 비용을 대기 위해 독일3사 모두 막대한 대출을 받아야만 했는데, 다행히도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서 독일3사의 투자금 확보는 어렵지 않았다.
[네뷸라 독주 행보 속에서 대한에너지 에너맥스1000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에너맥스1000은 실체가 없다” 증권가 찌라시에 대한에너지 주가 또 폭락> [불안에 떠는 대한에너지 투자자들>이렇게 네뷸라 케미컬이 잘나가는 반면, 대한화학의 시장에서의 위치는 묘해졌다.
대한화학, 아니 이제는 배터리사업부가 분사된 대한에너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독일3사가 대한에너지를 버리고 네뷸라와의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하자, 슬슬 대한에너지에서 밀고 있던 에너맥스1000의 실체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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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에너맥스1000은 가짜 같다 ㅇㅈ?
└ㅇㅇ 나왔다고 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출시 안 했음 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면 주식시장에서 여태껏 설레발 치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기극들 수없이 많았지… 대한그룹도 마찬가지였나
└한국에너지대상 받은 게 대한화학인데 뭔솔 ㅋㅋㅋㅋㅋ 에너맥스1000 실사하고 준 거잖음
└└정경유착이 오늘내일 일도 아니고 그거 상 주는 곳 어디었냐? 에너지공단인가? 거기 아마 뒷돈 받았을듯 ㅋ
└└└ㄹㅇ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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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맥스1000이 가짜다 vs 진짜다로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키보드 배틀이 한창 진행될수록 트래픽이 증가하며 대한에너지와 에너맥스1000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조금씩 해당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대한에너지의 주가는 바닥으로 향하고, 반대로 네뷸라 케미컬의 이미지는 올라갔다.
-진짜는 네뷸라의 솔리드스타다.
그것은 온라인상에서 어떠한 억까(억지로 까기. 일부러 매도하는 행위)도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결국 웃는 건 네뷸라였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진행 중이었다.
유일자동차나 독일3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제 네뷸라 케미컬에 솔리드스타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공장을 대신 지어 주는 건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달까.
-솔리드스타 공장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제발 저희에게도 솔리드스타를 납품해 주십시오.
“아쉽게도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경우 테슬라가 솔리드스타 독점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독점 계약 위약금이 얼마입니까? 저희가 물어드리죠. 그러니 제발 솔리드스타 납품 좀 부탁드립니다.
“그게 한두 푼이 아니라…… 하하. 고민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기트럭 생산기업인 니콜라에서 솔리드스타 공장을 지어 준다며 납품을 요청해 왔지만, 정우는 에둘러서 거절했다.
사실 회귀하기 전 해외주식을 투자했던 정우는 니콜라가 얼마나 실체가 없는 유령기업인지, 저 대표란 작자가 얼마나 허풍쟁이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절대 투자할 생각이 없었거니와, 테슬라와의 공고한 동맹체계를 깨고 싶지도 않았다.
솔직히 첫 사업을 이 정도로 크게 일굴 수 있었던 것은 테슬라,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공이 매우 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리를 지키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GM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마찬가지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는데 연락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표님, 델타항공에서 솔리드스타 관련으로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대표님, 록히드마틴에서 솔리드스타RC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팅을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대표님, 아마존에서 이클립스를 수입하고 싶다고 합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이클립스를 설치할 계획이라는데…… 미팅 진행할까요?”
“대표님…….”
그야말로 전 세계의 모든 기업이 연락할 기세로 네뷸라의 솔리드스타, 심지어 이클립스까지도 도입하기 위해 쉬지 않고 연락이 빗발쳤다.
정우는 이제 김 비서의 ‘대표님’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어우, 중요한 전화 아니면 대충 거절해 주세요, 김 비서님. 진짜 이러다 미치겠습니다.”
“그게…… 이번엔 전화 진짜 받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누군데요?”
“애플의 팀 쿡입니다.”
“팀 쿡이요? 그건 받아야죠. 전화 돌려 주세요.”
현 애플 CEO 팀 쿡의 전화란 말에 정우가 전화를 돌려받았다.
“예, 이정우입니다.”
-미스터 리, 애플의 대표 팀 쿡입니다. 이렇게 불쑥 전화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미스터 쿡이 연락을 주셨는데 당연히 받아야죠. 오히려 영광이네요. 제가 미스터 쿡의 전화도 다 받아 보고요. 하하하.”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기쁘네요.
“그런데 미스터 쿡, 어쩐 일로 연락을 주셨나요? 아무래도 비즈니스 때문일 것 같은데.”
-맞습니다. 네뷸라의 솔리드스타 관련하여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역시나 솔리드스타 때문이었나.
애플 CEO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솔리드스타의 매력이 대단함을 한 번 더 느끼며 물었다.
“솔리드스타 때문이라면, 혹시 아이폰에 솔리드스타를 탑재하는 문제인가요.”
-예리하시네요. 예. 정확히 말하자면 솔리드스타RC를 아이폰XS에 넣으려고 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아이폰 최신형 모델은 아이폰X로, 작년 말에 나왔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차기 모델을 기획 중이었던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은 아이폰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스마트폰에 최고의 배터리가 당연하죠. 우리에게 솔리드스타RC를 납품해 주십시오. 이것이 제가 미스터 리에게 연락한 이유입니다.
보통 사업가라면 애플과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뛸 터.
하지만 하도 솔리드스타 문제로 많이 시달려서일까.
정우는 의외로 담담했다.
“흠…… 조건은요?”
-하하…… 감상이 그게 단가요?
팀 쿡이 당황한 듯 묻자 정우가 웃었다.
“하하하, 비즈니스에서 감상이 중요한가요. 조건이 중요하죠. 저희가 솔리드스타를 납품해 드리면 어떤 대가가 있는지가 궁금하네요.”
-……조건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 유일, 다임러, BMW, 폭스바겐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솔리드스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들었습니다. 아마도 현 업계 표준처럼 정착된 느낌인데…… 좋습니다. 저희도 솔리드스타 공장을 지어 드리죠.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미스터 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겁니다.
상상 이상이라. 한 200GWh 되려나?
하지만 그의 추측을 한참 벗어난 대답이 들려왔다.
-1TWh 규모의 공장을 지어 드리죠.
“……1TWh요? 농담이시죠?”
무려 1TWh라니.
역시 세계 1위의 글로벌기업 애플답게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조건이 뒤따랐다.
-농담은 아닙니다만, 조건이 있긴 합니다.
“무엇인가요?”
-대신 기술 이전을 원합니다.
“솔리드스타의 기술을 이전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건 어렵겠네요.”
정우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현재 솔리드스타는 네뷸라 거의 그 자체다.
그런데 솔리드스타의 기술력을 이전하는 건 네뷸라를 팔아넘기겠다는 소리와 똑같았다.
즉,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던 것.
정우의 거절에 팀 쿡이 재차 설득했다.
-지금 당장은 거부감이 들겠지만, 기술 이전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결국 솔리드스타를 독점하게 되면 반독점법에 때려 맞게 되어 있어요.
“솔리드스타가요? 이상하네요. 이 세상에 다른 전고체배터리 생산기업이 없는 게 아닌데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반독점법이라…… 마치 아이폰이 잘나간다고 다른 스마트폰 기업들이 반독점법 제기하는 것과 똑같은 꼴 아닌가요? 제가 법을 잘못 알았나요?”
‘반독점법’이라는 위협적인 단어 사용으로 정우를 압박하는 팀 쿡이었지만, 정우도 바보는 아니었다.
어설픈 수가 통하지 않자 팀 쿡이 머쓱한 듯 웃었다.
-하하하, 이거 대충 넘기려 했더니 통하지 않네요. 역시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 대표답습니다.
“뭐예요. 저 떠보려고 하신 겁니까?”
-글쎄요. 그나저나 제 조건은 유효합니다. 최소 3,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1TWh 규모의 공장을 지어 드리고, 대신 기술을 이전받는 파격적인 조건. 잘 고민해 보십시오. 그럼 이만.
팀 쿡은 다시 잘 생각해 보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친 정우는 생각에 잠겼다.
‘……조건은 굉장하긴 했어. 하지만…… 기술을 떠나서 애초에 솔리드스타를 넘길 수 없지.’
왜냐하면, 앞으로 스마트폰 사업까지 진출하려는 정우의 계획에 따르면 애플은 경쟁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날개를 달아 줄 순 없지.”
아직까지는 경쟁사라기엔 네뷸라의 규모가 작지만, 정우는 애플을 따라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지금도 속속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똑똑- 대표실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지서현이 결재 서류철을 들고 들어섰다.
“오, 서현 씨. 무슨 일이야?”
“대표님, 코인거래소 마켓 버전 완성되었습니다.”
“정말로?”
대답 대신 지서현이 미소와 함께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코인거래소가 완성되었다.
* * *
브라우저에 띄워진 네뷸라 코인거래소를 처음 접한 인상은 ‘깔끔하다’였다.
기존에 여러 종목과 설정 버튼들로 너저분한 느낌이 가득하던 거래소들의 UI 대신, 차트와 매수, 매도 거래 버튼, 자산 표시 UI로 매우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초보자용으로 기능이 적은가? 그것도 아니었다.
메뉴별로 최소화되어 있는 버튼들을 클릭하면 세부설정이나 기타 종목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계좌 역시 세부 계좌 관리 화면이 따로 있어서 해당 화면에서 디테일한 설정이나 조작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코인 투자 초보자들과 고수들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무후무한 거래소 플랫폼이 완성된 것이다.
“와…… 이거였어.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였다고!”
정우가 크게 감탄했다.
오래된 해외코인선물거래소인 비트매스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쌓인 게 많았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그의 자산을 크게 불려 주었던 주거래소인 그곳은 너무 느리거니와, 무엇보다 메뉴가 너무 너저분해서 직관적이지 않았던 것.
게다가 매매 역시 한 번 주문이 들어가면 수정이 안 되어서 취소하고 다시 매매 주문을 넣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그런 점이 네뷸라 코인거래소에서는 전부 해결이 된 상태였다.
속도 역시 얼마나 빠른지 클릭하자마자 화면이 휙휙 넘어가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아직 정식 서비스 출시 전이라 서버가 열려서 유저를 받으면 느려지거나 문제점이 생길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었다.
정우의 흐뭇한 얼굴을 보며 지서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대표님, 근데 수수료를 정말 0.01%로 하실 겁니까?”
“어. 그러려고.”
“그러면 거의 무상이나 마찬가지인데요? 투자자가 100만 원으로 거래해 봤자 수수료가 100원입니다. 남는 게 없는 수준인데…… 좀 걱정이 됩니다.”
지서현의 걱정에 정우가 피식 웃었다.
“알아. 일부러 그렇게 책정한 거야.”
“예? 일부러요?”
“어. 사실 코인거래소로 돈을 크게 벌 생각이 없거든.”
사업가가 사업으로 돈을 벌어야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사실 정우에게는 큰 계획이 있었다.
“나도 코인거래소가 엄청난 돈이 된다는 건 알고 있어. 작년에 엇비트가 수수료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2,000억 원이었나.”
“네, 그 정도인 걸로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치? 작년에 코인광풍이 불어서 거래량이 미친 듯이 많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벌었지. 근데 그걸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닌데, 솔직히 좀 그렇거든. 매매를 쉽고 편하게 잘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 놓고 장사를 하는 건 맞긴 하지만, 결국 합법적인 도박장을 조성해 놓고 다른 사람의 돈을 갈취하는 느낌이 강하달까.”
“근데 대표님 본인이 코인으로 돈을 버시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전 세계 통틀어서 손꼽힐 정도로 많이 버셨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니 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지서현의 예리한 지적에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벌 만큼 벌었으니 착한 척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고 해서 매매로 돈을 벌지언정 코인 거래 수수료로 등처 먹고 싶진 않아. 막말로 나도 서현 씨가 만들어 준 인터셉트 트레이딩 기능 없었으면 비트매스에 수수료 몇억은 냈을걸? 자동매매봇 돌려서 단타를 내가 얼마나 많이 쳤는데.”
“……아마 십 억은 우습게 넘을 겁니다.”
“어우, 그것만 봐도 투자자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품고서 매매를 하다가 야금야금 돈을 잃게 되기 마련인데, 적어도 우리 거래소를 이용하는 회원들에게는 그런 느낌을 안 받게 하고 싶어. ‘아, 내 돈으로 네뷸라 코인거래소 빌딩 벽돌 하나는 사 줬구나’ 이런 느낌 안 받게.”
일종의 고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우는 확신이 있었다.
고객들, 회원들,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하물며 주가 1원 한 틱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투자자다.
그런데 자신은 매매에 실패해서 돈을 잃었는데, 거래소가 수수료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알게 모르게 거래소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를 깎아 먹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영향은 정우가 구상 중인 ‘큰 그림’에 있어서 무척이나 위험했다.
“서현 씨도 알겠지만, 내게 있어서 코인거래소는 앞으로 진행할 플랫폼 사업의 시작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거래소를 통해 유입된 회원들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신다고 하셨죠.”
“맞아. 그래서 ‘값싼 수수료’를 내세우는 전략이 필요한 거야. 마케팅 홍보 측면에서 이만한 게 없거든. 저기 거래소에서는 1억 원어치 거래해서 수수료 100만 원 뜯겼는데, 네뷸라 코인거래소에서는 1만 원밖에 안 냈다더라, 이런 인식들이 쌓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우리 거래소로 유입될 거고, 이후에는 거래소와 연동된 플랫폼을 통해서 모든 걸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지. 그리고 그 플랫폼은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해 놓는 거야. 쇼핑도 하고, 자체 OTT를 통해 문화생활도 즐기고,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끔 말이지. 마치 지금의 아마존이 추구하는 행보처럼 말이야.”
정우가 그리는 큰 그림의 모티브는 다름 아닌 ‘아마존’이었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던 아마존은 현재 모든 상품을 살 수 있고, 그 안에서 게임이나 여가 생활도 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존재했다.
즉, 아마존같이 한 번 유입되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우의 목표였다.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수수료는 조금 아쉽네요.”
“아까워하지 마. 어차피 거래소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은 푼돈이야. 진짜는 솔리드스타와 같은 제품과 그래핀 사업,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플랫폼 사업이지.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거래소, 그리고 플랫폼 내에서 사용될 자체 코인이고.”
“……그래서 호경이를 만나자고 하신 거군요.”
“어. 호경 씨, 오늘 입국한다고 했던가?”
“예. 지금쯤이면 아마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겁니다.”
“빨리 만나 보고 싶네.”
정우가 꿈꾸는 플랫폼 사업의 필수인 ‘자체 코인’.
그 자체 코인의 주제가 될 ‘라이프’를 인수하기 위해 정우는 진호경을 만나기로 했다.
* * *
“반갑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호경 씨. 자리에 앉아요.”
진호경이 어색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오랜만에 본 진호경은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훈훈한 외모에 카이스트 출신, 거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재능까지.
그야말로 엄친아 중의 엄친아다.
김 비서가 내온 차를 사이에 두고 정우도 마주 앉았다.
“불쑥 한국으로 초대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목마른 사람이 와야지요. 그나저나 본사 건물이 굉장히 크네요?”
“하하, 나쁘지 않죠? 근데 지금은 월세라서 슬슬 옮기려구요. 그보다 비즈니스 얘기를 해 볼까요?”
“예. 저희 ‘라이프’를 인수하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이유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진호경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정우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어렵지 않으니 말씀드리죠. 곧 저희 네뷸라 코인거래소가 런칭될 예정입니다.”
“코인거래소요?”
“모르셨나 보군요. 예. 지금 거의 개발 완료되어서 런칭만 앞두고 있는데, 그 전에 딱 하나 미완성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바로,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입니다.”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이라면…… 거래소 내에서만 거래 가능한 코인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저희는 그 코인을 호경 씨가 만든 라이프 앱과 연동시켜서 개발해 보려고 해요. 그래서 인수하겠다고 하는 거구요.”
그 말에 진호경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개발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굳이 저희 라이프를 인수하시려는 건지…….”
“단순한 코인을 만드는 거라면 호경 씨 없이 그냥 했죠. 하지만 제가 구상 중인 계획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우의 진지한 눈빛이 진호경을 향했다.
“저는 네뷸라 코인거래소를 기반으로 하나의 플랫폼이자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자체 코인을 기반으로 이 세상의 모든 플랫폼을 통합할 예정이에요. 아, 물론 이 아이디어는 모든 사회망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당신의 ‘라이프’ 앱을 듣고 떠올렸죠.”
“……그래서 라이프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예. 그리고 단순히 사회망 통합 수준이 아니라, 코인 채굴 방식도 라이프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활에서 채굴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예정이에요.”
“생활에서요? 어떻게 말씀이신지……?”
“기존의 코인 채굴 방식은 POS(지분증명형 채굴형태)나 POW(작업증명형 채굴형태) 방식인 건 아시죠? 저는 이런 코인이 많다고 또 코인을 벌어 가고, 전기를 많이 쓴다고 또 코인을 벌어 가는 이 구조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람이 일하는 만큼, 열심히 살아가는 만큼 돈을 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어떤 방식일지 상상이 안 되는데요?”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한 회원이 네뷸라에서 개발한 스마트워치를 차고 조깅을 해요. 그러면 달린 거리와 소비한 칼로리와 에너지 등이 표시되겠죠? 이를 증거로 코인을 채굴하는 거죠.”
“……오?!”
생각지도 못한 방식에 진호경의 입이 벌어졌다.
정우가 미소지었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열심히 챙기는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는 ‘라이프’ 코인. 심지어 그걸로 쇼핑도 할 수 있다면?”
“……대박이겠네요.”
“그래서 저는 진호경 씨, 당신의 ‘라이프’가 필요합니다.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정우가 손을 내밀자 진호경이 그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걸 어떻게 거절합니까. 무조건 하겠습니다.”
진호경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정우가 씨익 웃었다.
“네뷸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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