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뭐 거실 겁니까?
머스크의 중국 진출 제안에 그제야 이 당시에 그가 중국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었는지 기억이 났다.
“……설마 기가상하이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 이미 아셨군요. 역시 정보가 빠르네요. 맞습니다. 저희 테슬라는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에 있어요. 기가상하이는 그 시작이죠.”
정우가 이미 아는 것처럼 보이자 머스크가 신나서 설명했다.
“이미 중국 정부를 통해 대대적인 지원도 약속받았습니다. 공장부지 확보도 끝났고, 지금 들여오고 있는 생산설비 설치만 마무리되면 연간 최대 50만대를 생산 가능합니다.”
“50만대라…… 어마어마하네요.”
“13억 인구가 사는 중국입니다. 시장이 커서 이 정도로도 커버가 불가능할 정도예요. 기가상하이의 성과를 살펴봐야겠지만, 추후 중국 내 기가팩토리를 더 지을 생각도 하고 있으니 말 다 했죠.”
그 말에 정우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확실히 머스크의 장담대로 테슬라의 2018 중국 시장 진출은 성공하게 되고, 추후 제2 기가팩토리 준공까지 준비하게 된다.
즉, 머스크의 제안대로 간다면 성공은 보장된 것이다.
하지만 정우는 살짝 회의적이었다.
‘미중무역전쟁만 아니라면 말이지.’
이제 곧 다가오는 2018년도 중순. 그 때에 접어들게 되면 그동안 쌓인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치달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중국에 선전포고를 때리게 된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수입품에 무려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당연히 중국은 이에 반발하게 되고, 그들 역시 미국 수입품에 대해 25% 무역관세를 적용하면서 본격적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이로 인해 중국 내수시장경제도 악화되면서 탈중국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미래를 앞둔 시점에서 중국으로 진출한다?
‘돈은 따르겠지만…… 애매해.’
지금은 신중을 기해야 할 시점.
그렇기에 신나서 떠드는 머스크를 앞에 두고도 정우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머스크는 정우 역시 마음에 들었다고 판단했는지 본론을 꺼냈다.
“어떻습니까? 미스터 리도 저와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함께라는 건, 중국 진출을 같이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예. 중국에 솔리드스타 공장을 세우는 겁니다. 관세 없이 중국에서 솔리드스타와 모델S-SP를 직접 생산해서 마진율을 끌어올리는 거죠.”
“흠…… 고민 좀 해 볼게요.”
“고민할 게 뭐 있습니까. 들어가기만 해도 현재 미국시장, 아니 그 이상의 수익이 보장될 겁니다. 이를 위해 제가 중국에 영업도 다 끝내서 말을 맞춰 놨구요. 미스터 리는 그냥 차려진 스테이크를 맛있게 썰기만 하면 되는 거라구요.”
머스크가 자신만만하게 책상을 두드렸다.
그러나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중국 내에 공장을 직접 짓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런…… 저는 미스터 리라면 당연히 같이 갈 줄 알았는데요.”
“하하, 테슬라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테슬라와 네뷸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닙니까? 테슬라의 중국 생산분에 대해 솔리드스타를 공급할 수는 있어요. 이를 위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공장을 세우는 건 가능합니다.”
“……중국에 직접 설립만 어렵다?”
“예. 머스크의 말대로 공장을 직접 세우면 이득이 있긴 하죠. 관세 없이 내륙에서 직접 생산해서 공급하면 수익률도 좋을 거구요. 솔직히 솔깃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중국은 워낙 폐쇄적이잖아요? 공산당의 힘도 강력하구요. 공장을 지었다가 뺏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흐음…….”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겠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우의 말에 한동안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던 머스크도 이내 수긍했다.
“하긴 미스터 리의 말도 맞네요. 그런데 듣고 보니 좀 걱정이 되는데요?”
“뭐가요?”
“저희 테슬라도 중국에 기술 유출되는 거 아닙니까?”
“에이, 설마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저는 중국을 믿어요.”
씨익 웃는 머스크.
회귀 전에도 그랬고, 확실히 머스크는 친중 성향이 좀 강한 편이다.
그 힘들다는 중국진출을 이뤄 내어 기가상하이 설립 및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 뒤에 업었을 정도면 말 다 했을 정도.
정우도 낙천적인 머스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잘될 겁니다.”
미중무역전쟁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고, 큰 이변이 없다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초대박이 날 거다.
승승장구하는 테슬라에 편승하여 솔리드스타를 공급하는 네뷸라의 매출도 고공상승을 이어 갈 터.
정우는 그저 돈을 갈퀴로 쓸어 담으면 될 일이었다.
* * *
테슬라 중국 진출과 맞물려 정우도 바삐 움직여야 했다.
“탁 본부장님, 중국 기가상하이에 공급할 솔리드스타를 커버하려면 연간 최대 125GWh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가팩토리급 대규모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제가 없는 동안 미국 쪽 사업 관리 좀 부탁드려요.”
“직접 하시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가상하이에 대응하려면 공장 위치는 상하이 근방에 알아봐야 할 텐데…… 중국으로 가시는 겁니까?”
“아뇨. 저희는 중국에 공장을 직접 세우지는 않을 거예요.”
“네? 중국에 직접 공장을 안 세운다니… 그게 무슨……?”
의아해하는 탁세훈 본부장.
사실 이맘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는 있어도 본격적인 미중무역전쟁이 터지기 전이라 중국 내에서 공장을 세우고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많았으니까.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국 내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
“대표님,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중국에 세우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 기술 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아- 그 문제 때문이군요. 이해했습니다.”
바로 납득하는 탁세훈 본부장.
정우도 그리 중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서 중국 이미지가 어떻게 박힌 건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공장은 어디 쯤에 지으실 건지……?”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기업활동에 우호적인 국가를 찾아봤는데, 한 곳밖에 없더군요.”
“한국 말씀이십니까?”
“예. 우리나라가 최고더군요.”
“흠,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인도나 동남아 국가는 인건비 대비 보안이 애매하죠. 저 멀리 호주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구요. 인건비 생각하면 베트남도 나쁘지 않긴 한데, 사회주의 국가라 또 걸리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하려고 부르신 건 아닌 것 같고, 따로 부탁하실 거 있으십니까?”
“역시 예리하시네요. 맞아요. 미국 사업 관리 좀 하면서 하나만 더 알아봐 주세요.”
“무엇입니까?”
“석탄이나 흑연 광산을 직접 채굴할까 합니다.”
“석탄이랑 흑연을 직접요?”
눈을 크게 뜨는 탁세훈을 보며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우리 네뷸라의 향후 핵심산업은 그래핀입니다. 그리고 그래핀은 탄소로 구성되어 있죠.”
“아…… 석탄이나 흑연을 직접 채굴하여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정확합니다.”
사실 얘기는 처음 꺼냈지만, 정우의 탄소원자재 채굴 계획이 즉흥적으로 나온 건 아니었다.
“현재 네뷸라에서 추구 중인 그래핀 배터리, 그래핀 태양전지, 그래핀 섬유, 그래핀 반도체까지. 모든 제품에 그래핀이 안 들어가는 구석이 없어요. 그런데 그래핀의 주원료는 탄소원자재인데, 탁 본부장님은 대표적인 탄소원자재인 흑연을 어디서 제일 많이 생산하는지 아십니까?”
“현재 중국이 세계 점유율을 꽉 잡고 있지 않습니까?”
“맞아요. 근데 우리가 보유한 플래시그래핀 기술이 탄소만 함유된 원자재만 있으면 그래핀을 생산할 수 있다지만, 아무래도 순수 흑연으로 제조한 것보다는 순도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따라서 앞으로 그래핀 제품들이 많아짐에 따라 세계 흑연 생산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의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의존도가 올라가면 중국이 갑질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대표님께서는 미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군요.”
“예. 추후 우리가 꿈꾸는 그래핀 제국이 완성되었을 때, 중국이 그래핀의 원자재인 흑연을 무기로 네뷸라를 손에 쥐고 흔들 것을 대비하자는 거죠. 원자재인 흑연을 더 이상 수입이 아닌 직접 생산하기 위함인 거랄까요.”
특히나 향후 다가올 미중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무역관세가 급등한다.
중국에서 흑연을 흡수해야 하는 네뷸라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무엇보다 흑연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이를 무기로 어떤 식으로 네뷸라를 쥐고 흔들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에 미리 대비해야만 했다.
“그래서 말인데, 탄소 동소체 광물을 직접 채굴하는 사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석탄 같은 것을요.”
“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사업을 처음부터 추진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제 생각도 그래요. 그러니 탁 본부장님이 한번 알아봐 주세요. 어떤 기업이 괜찮은지를요.”
정우의 부탁에 탁세훈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조사하면서 겸사겸사 석탄이나 흑연 같은 탄소원자재 좀 최대한 확보해 주세요.”
“미리 재고 확보하시려구요?”
“예. 조만간 일이 터질 것 같거든요. 저는 조만간 미중무역전쟁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흠…… 하긴 요새 트럼프가 공식선상에서 중국에 위협을 많이 하긴 했죠. 근데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더라도 지금 당장보다는 한 7~8월쯤에 오지 않을까요?”
슬쩍 미래에 일어날 일을 언급했는데 탁세훈의 정확한 예측이 이어지자 정우는 놀랐다.
실제로 미중무역전쟁은 7월 초에 발발하니까.
그의 예리한 식견에 정우는 감탄했지만, 짐짓 아닌 척 고개를 저었다.
“7~8월은 너무 느려요. 제 생각엔 미국과 중국의 냉각된 분위기만 봐선 지금 당장 무역 전쟁이 일어날 것 같거든요.”
“그래요? 그러면 대표님, 내기하실래요?”
도발적인 탁세훈의 내기 제안에 정우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걸려들었다.’
사실 이는 정우가 의도한 것이다.
내기를 좋아하는 탁세훈 본부장이라면 살짝 도발하면 내기를 걸어오지 않을까 예상한 것인데, 보기 좋게 그의 의도대로 나와준 것.
그가 내기를 유도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기회에 탁 본부장님 좀 챙겨 드려야지.’
열심히 일한, 특히나 유능한 탁세훈 본부장을 챙겨 주기 위함이었다.
마침 무역전쟁 시기도 정확히 맞추었으니, 정우가 일부러 틀린 시기를 택하기만 하면 탁세훈 본부장이 내기에서 이기게끔 유도하여 챙겨 주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정우는 이 모든 걸 의도해 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내기요?”
“예. 저는 7월 이후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뭔가 큰 거 하나 터진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대신 대표님은 7월 전에 터지는 거로 하시죠. 어떻습니까?”
“흠…… 7월 전에 무언가 터지지 않으면, 제가 무조건 지는 불리한 조건인데요?”
“에이- 대표님 자신 없으십니까? 쫄리시면 뒈지시든가~”
“하하하, 저 나름 대표인데 뒈지시든가가 뭡니까.”
“대표님 우리 사이에 이러깁니까?”
“하하하, 농담이에요. 하긴 요 앞에 내기들은 제가 다 이겼었으니, 이런 핸디캡 정도야 뭐. 좋습니다. 가시죠.”
“오~ 상남자~”
“대신 내기 대가로 뭐 거실 겁니까?”
“연봉 2배로 올려 주십시오! 저는 제 올해 인센티브를 걸겠습니다.”
“연봉 2배요?”
“왜요. 너무 큰가요?”
“아뇨. 너무 소박해서 놀랐네요. 거기에 하나 더 거시죠.”
“하나 더라면……?”
“이기시면 네뷸라 미국지사 임시 대표 자리, 정식으로 바꿔 드리죠.”
정우의 제안에 탁세훈 본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안녕하십니까, 네뷸라 미국지사 대표(진) 탁세훈입니다. 미리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하하하, 너무 김칫국 드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다 틀리면 어쩌시려구요.”
“후후- 7월까지 고작 3개월 남았는데요, 뭘. 그 짧은 기간 안에 일이 터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표님이야말로 내기 무르기 없기입니다?”
“하하하, 절대 안 무를 테니 걱정 마세요.”
탁세훈 본부장의 유능함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니까.
이제 본부장이라기보다는 네뷸라 계열사를 맡기고 대표 자리를 줘도 무방할 터.
원래부터 대표로 올려 주려고 했었는데, 바쁘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시기가 늦어졌을 뿐, 내기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있어 일종의 유희일 터.
‘미리 축하드려요, 탁세훈 대표님.’
* * *
탁세훈을 통해 탄소원자재 채굴 사업을 지시했다.
하지만 정우의 일은 그게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김 비서님, 한국에 솔리드스타 기가팩토리를 추가로 건설할 겁니다.”
-기가팩토리를요?
“예.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솔리드스타 공급 물량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 기가팩토리를 지을까 합니다.”
-이해했습니다.
“위치나 단가가 어디가 제일 적당한지 공장부지 선정안 관련하여 T/F팀 확보해 달라고 사업기획팀에 얘기해 주세요.”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이후 한성준 사장을 통해 네뷸라 일렉트로닉스 사업도 확인했다.
“한 사장님, 그래핀 반도체 자동화 설비 작업 특이사항 있나요?”
-안 그래도 보고드리려 했습니다. 지금 자동화 설비 작업은 올스톱되었습니다.
“예? 올스톱이라뇨?”
예상치 못한 보고에 정우가 놀랄 때 보고가 이어졌다.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 반도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가요? 분명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요?”
-그게, 장기간 사용해 보니 쇼트가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 역시 저희가 개발한 그래핀 AP칩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구요. 테스트 기간이 짧아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곧 그래핀 반도체를 생산할 줄 알았던 정우로서는 아쉬운 보고였다.
“개발 기간이 짧긴 했죠. 그래서 문제 원인이 뭐랍니까?”
-아무래도 아키텍처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키텍처요?”
-예. 기존 대한전자 시절부터 있던 AP칩인 뉴웨이브 아키텍처를 사용했는데, 확실히 실리콘 반도체 기반이다 보니 그래핀 반도체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것 같습니다.
“흠…… 그럼 아키텍처를 수정해야 하는 겁니까?”
-지금 오류가 무엇인지 파악 중인데, 클레버리 교수 말로는 아키텍처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라 오류를 잡기보다는 그래핀 소재에 맞춰서 새로 아키텍처와 OS를 설계해야 하는 게 빠를 것 같다더군요.
“새로 설계해야 한다라…….”
역시나 사업은 쉬운 게 없다.
하물며 현대 첨단 산업의 정점인 반도체 산업임에야.
아쉬운 결과였음에도 정우는 낙담하지 않았다.
“좋아요. 설계 새로 합시다. 기간은 얼마나 예상합니까?”
-아무래도 새로 설계하는 것이다 보니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AP칩을 설계하는 반도체 전문이 아니다 보니…….
“하긴 대한전자 시절에 뉴웨이브 개발이 중단되면서 관련 인력들이 상당히 줄어들었죠.”
-예. 그래서 추가 개발자들이 필요합니다. AP칩 개발 전문가들이 필요해요.
AP칩 개발 전문가들이라.
그런 이들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개발자 출신인 정우는 그 해답을 알고 있었다.
“한 사장님, 기존 아키텍처들은 대부분 ARM에서 라이센스를 따와서 만들죠?”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헤드헌터 고용해서 ARM 쪽 인재들에 접촉해 보세요. 단 한 명이라도 데리고 올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플 쪽도 접촉해 보세요.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를 수정 마개조하여 애플 실리콘이라는 최고의 AP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 애플이잖아요. 그쪽 인재들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애플이 유명하긴 하지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애플뿐만 아니라 반도체 쪽에 일가견 있다고 하는 전문가라면 전부 접촉해 주세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아니다, 아예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기업인수요?
“예. 이를테면 ARM이라든지요.”
말이 나온 김에 생각해 보니 이맘때쯤에 소프트뱅크에서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보유 중인 ARM의 매각을 추진했던 것 같다.
다만 영국과 중국 측 반발로 무산되었는데, AP칩 강자인 ARM을 인수할 수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터.
-ARM이라…… 소프트뱅크가 매각할지 의문입니다만.
“확인은 해 봐야겠죠. 방법이나 공략이 가능한지는 확인해서 보고서 부탁드립니다.”
-하하하하, 이거 대표님께 당했는데요? 알겠습니다. 한동안 바빠지겠군요.
그렇게 한성준 사장을 통해 네뷸라 일렉트로닉스의 스마트폰 사업 및 다른 사업 전반에 관한 일을 진두지휘하였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 투자 역시 빼놓지 않았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처럼, 미중무역전쟁 역시 총과 폭탄만 없을 뿐, 전쟁은 전쟁.
누군가의 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보통 전쟁이 터지면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상인이고, 특히 무기상이 제일 돈을 많이 번다.
그렇다면 무역전쟁에서 비싸게 팔아 치울 무기는 무엇인가?
‘무역물품 자체가 무기지.’
각종 원자재와 수출입 품목들이 무역전쟁의 무기이고, 미국과 중국은 이를 휘둘러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터.
정우는 이 무역전쟁에서 그 무기들을 주무르는 무기상이 될 생각이었다.
그는 곧장 자신의 담당 증권중개사인 브랜든을 찾았다.
“미스터 브랜든, 조사가 필요한 일이 있는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투자자님들을 위한 자료 조사 정도야 저희 기본 서비스이자 제 전문입니다. 하물며 제 최대 고객님인 미스터 리의 부탁이라면야 다른 일 제쳐 두고 진행해야죠. 무엇을 알아봐 드릴까요?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네요. 다른 게 아니라,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들의 의존도 및 규모에 대해 좀 알아봐 주세요. 그 반대의 경우도요.”
-……미국과 중국이요?
예상치 못한 주제였는지 브랜든은 당황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내 대답했다.
-자세히 조사는 해 봐야겠지만, 그건 왜 조사하시려는 건지……?
“당연히 투자를 위해서죠. 자세한 건 보고서를 확인해서 포트폴리오를 짤 것 같은데, 조사 부탁 좀 해도 될까요?”
-예. 맡겨만 주십시오. 저희 TD아메리트레이드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완벽하게 조사해서 메일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든든하네요. 부탁드립니다.”
정우라고 투자나 경제전문가가가 아니었기에 미중무역전쟁이 터졌을 때 그 영향이 어디까지 퍼질지 전부 알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전문가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최대 고객인 정우의 부탁을 브랜든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
[미국-중국 수출입 품목 의존도 조사 보고서>※원자재
1. 원유
2. 축산
3. 곡물
……
[특이사항>원자재 중 가장 주목해야 할 품목은 곡물, 특히 대두 품목입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에 대한 의존도는 31%로, 전체 수입량의 53%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대두 다음으로 굉장히 높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중국에 대한 미국산 대두의 수출에 장애가 발생하면 미국대두선물ZSX2의 가격이 즉시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반중정책이 장기화됨에 따라 대중 무역제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양국의 무역이 경색되면 중국은 부족한 대두 물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브라질산 대두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브라질산 대두선물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게…….
─────────
각 수출입 품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보고서를 정우는 꼼꼼히 읽어 보았다.
품목별로 각국의 의존도가 조사되어 있었는데, 보고서 뒷장에는 정세 변화에 따른 품목의 시장가 변화 예상치 역시 들어 있었다.
아마도 브랜든을 비롯한 TD아메리트레이드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보였다.
그중 정우의 시선을 잡아끄는 항목이 있었다.
“원자재 선물이라…….”
바로, 원자재 선물이 그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