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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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물이란 말 그대로 미래의 일정 시점에 특정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파생상품이다.
즉, 원자재 선물은 원자재의 가격을 얼마에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건데, 예를 들어 미래에 옥수수를 1달러에 사기로 약속했는데 해당 시점의 옥수수 가격이 2달러면 1달러의 차익을 거두는 형태다.
당연하게도 실제 현물現物이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것이기에 실제 투자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상품을 거래하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볼 수 있고, 롱 뿐만 아니라 숏에도 베팅할 수 있는 양방향거래가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미중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하락하게 될 상품들에 대하여 숏 베팅이 가능한 것이다.
정우는 보고서를 보면서 영향을 받는 항목 중 ‘원자재 선물’에 주목했다.
거의 대부분의 항목이 영향을 받지만, 특히 농업 분야의 대두(Soybean, 코드: ZS), 옥수수(Corn, 코드: ZC), 에너지 분야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코드: CL), 브렌트유(Brent Oil, 코드: LCO) 항목이 의존도와 영향력이 크리라 예상되었다.
게다가 이런 선물뿐만 아니라 주가 역시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 많았다.
중국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는 떨어질 테고, 반대로 미중무역전쟁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타국의 기업 종목까지.
미국과 중국 양국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는 다른 나라의 원자재나 주식시장까지 따진다면 투자처는 무궁무진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정우는 생각에 잠겼다.
‘흠, 미래가 전부 기억이 나면 좋으련만.’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가 아니기에 과거의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
하물며 평소 경제에 깊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미중무역전쟁의 영향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었다.
이제 이 자료들을 활용하여 투자를 어떻기 진행할지는 온전히 정우의 판단에 달린 문제인 셈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어려울수록 간단하게 가자.’
미중무역전쟁에 영향을 받는 항목은 하방에 베팅.
반대로 반사이익을 볼 항목들에 대해서는 상방에 베팅하기로 했다.
미국대두선물에는 하방에, 브라질산대두선물에는 상방에 베팅하는 식이다.
다만 선물거래와 같은 위험자산 투자의 비중은 하방에 힘을 싣기로 했다.
‘앞으로 위험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겠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는 주식, 원자재 등 위험자산을 꺼리고 달러, 엔화를 포함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위험자산의 가치는 계속 낮아질 터.
“선물옵션도 있긴 한데…… 이건 일단 보류.”
그뿐만 아니라 선물옵션 거래도 있었는데,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수매도하여 프리미엄을 따지는 등 옵션거래는 골치가 아팠기에 이 부분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
거기에 채권시장이나 CFD(Contract For Difference) 거래, 총주식스와프TRS(Total Return Swap)나 신용부도스왑CDS(Credit Default Swap) 등과 같은 여러 파생상품을 활용한 세세한 투자 계획은 전문가를 통해 진행하는 게 나을 터.
그렇게 보고서를 읽으며 투자 계획을 수립해 가는 정우의 머리가 핑핑 회전하기 시작했다.
* * *
한국에 솔리드스타 공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 정우는 김 비서에게 연락했다.
“솔리드스타 공장을 추가 확보해야 합니다. 사업기획팀 통해서 관련 자료 조사해서 보고 부탁한다고 전해 주세요.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 한국으로 귀국할 건데 티켓 좀 알아봐 주세요.”
-일정은 언제로 할까요?
“제일 빠른 거로 확인해 주세요. 내일이면 좋겠네요.”
-확인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
역시 비서가 있으니 자잘한 업무는 지시해서 처리하면 됐기에 수월했다.
자료 조사가 마무리되는 동안 한국으로 이동해서 공장 부지확보에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면 될 터.
“슬슬 정리 좀 해 볼까.”
정우가 귀국하기 위해 호텔 짐들을 정리하던 그때였다.
침대에 던져둔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번엔 또 누구야…… 어? 머스크! 무슨 일이에요?”
-미스터 리, 갑자기 이런 연락해서 미안한데, 혹시 내일 저녁에 시간 있어요?
“내일 저녁이요? 저 솔리드스타 관련 일 처리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혹시 급한 일인가요?”
-그랬군요. 그렇다면 잘되었습니다. 다름 아닌 솔리드스타 관련된 일이니까요.
“솔리드스타 관련이라면……?”
-제가 얼마 전에 테슬라 중국 진출 관련 얘기를 드렸죠? 그것 때문에 중국 측에서 보자고 합니다.
“중국이요?”
예상치 못한 단어에 살짝 당황했다.
“아니, 중국이 저를 볼 이유가 있나요?”
-왜 없겠습니까. 요새 솔리드스타로 가장 핫한 인물이 미스터 리 아닙니까.
“하하,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저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긴요. 아마도 제 생각엔 중국 측에서 중국 내에 솔리드스타를 유치하기 위해서 보자는 게 아닐까 싶네요.
“공장 건 관련으로요?”
-그게 아니면 수입 관련으로요. 아시다시피 현재 중국은 솔리드스타의 혜택을 못 받고 있지 않습니까? 모델S-SP나 솔리드스타 일부 물량이 중국으로 유입되었다고는 하지만 극소수고요.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걸로 중국 공산당 간부들 사이에서 모델S-SP와 솔리드스타에 대한 입소문이 나고 있어요. 엄청 좋다고요. 때문에 기가상하이도 수월하게 사업승인을 받고 지원사업에도 선정이 되었는데, 제가 이번에 솔리드스타 공장은 못 세울 것 같다고 중국 쪽에 전달했더니 바로 만나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음…….”
그제야 중국 측 인사가 자신을 만나려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키지 않았다.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가 기술이 유출되거나, 아니면 공장만 빼앗긴 채 쫓겨나면 어떡한단 말인가?
이건 비단 기우가 아닌 미중무역전쟁과 코로나가 터진 이후 중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수많은 기업이 본전도 제대로 못 건진 채 공장과 회사를 두고 도망치듯 중국에서 쫓겨나야 했으니까.
그런 불상사가 네뷸라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결국, 정우의 선택은 거절이었다.
“미안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중국에 공장을 짓는 건 절대 타협할 수 없어요.”
-하지만 미스터 리, 이번에 미스터 리와 미팅하지 못하면 우리 지원사업도 위태롭습니다. 내일 보려는 인사가 모시는 인물이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도대체 누군데 그럽니까?”
-충-싼 상무부 부장입니다.
“……상무부 부장이요?”
모르겠다.
회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중국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서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특히 머스크가 저렇게 사정을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는 점에서 정우도 마음이 약해졌다.
“……좋습니다. 그럼 미팅만입니다? 나가서 좋게 거절하는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차피 내일 나오는 건 중산 상무부 부장이 아니라 그 대리인이니까요.
“부담은 한결 덜겠네요.”
-하하, 그래도 공산당 간부라 얕보면 안 됩니다. 아무튼 그럼 내일 점심에 리츠 칼튼 호텔에서 보려는데 어떻습니까?
“좋아요. 내일 봐요, 머스크.”
그렇게 통화가 끝나자마자 정우는 곧장 강철준 팀장을 불렀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내일 중국 공산당 간부를 만나기로 했어요.”
“중국 공산당 간부요?”
“네. 충싼? 충산? 상무부 부장이라는데, 너무 정보가 없어서요. 혹시 조사 좀 가능할까요?”
“흠…… 공산당 간부라면 CIA에서 미리 조사해 놓은 자료가 있을 겁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강철준 팀장을 통해 장페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아, 충산이 아니라 중산鐘山 상무부 부장이네요?”
“예. 시자쥔(習家軍: 시진핑의 옛 직계 부하 직원들 인맥) 출신으로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잡으면서 등용된 인물입니다. 특히 시자쥔 내 최대 계파로 꼽히는 ‘즈장신쥔’의 대표 인물인데, 권세가 상당합니다.”
“즈장신쥔이 뭐죠?”
“시진핑 주석이 저장성 서기로 있을 때 그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을 말합니다.”
“아, 그러면 그런 쟁쟁한 사람 중에 대표인물이었으니 장난 아니겠네요?”
“예. 테슬라의 기가상하이 사업 승인이 된 것도 중산 상무부 부장의 입김이 아니면 어려웠을 겁니다.”
“한마디로 권력의 핵심이군요.”
이런 대단한 인물을 뒤에 업은 공산당 간부를 내일 만나야 한다니.
그것도 제안을 거절하러 가야 하니 살짝 긴장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어진 자료를 보며 정우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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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가진 권한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정년퇴임까지 1~2년 정도 남은 것으로 사료됨.
─────────
그것은 바로 중산 상무부 부장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CIA 측의 분석 때문이었다.
권력을 내려놓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정우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 * *
다음날 미팅 장소이던 리츠칼튼 호텔로 향하던 정우는 머스크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미스터 리, 미안한데 약속장소가 바뀌었습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비벌리힐스로 와 주세요.
“워, 월도프 뭐요?”
-하하, 메시지로 찍어 줄게요. 거기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이따가 봐요.”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되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머스크가 말한 호텔로 향했다.
도착하고 보니 기존 호텔을 넘어선 엄청나게 럭셔리한 고급호텔이 시야에 들어왔다.
최근에 돈 좀 벌었다고 고급 호텔들을 제법 가 본 정우로서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굉장한 호텔이었다.
로비에 들어서며 정우가 감탄했다.
“워후- 여기 장난 아닌데요? 강 팀장님도 이런 곳 처음 와보시죠?”
“예. 그런데 대표님, 좀 긴장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왜요?”
“요원들이 몇몇 보이네요.”
“요원들이요? 누구요?”
“쉿. 티 내지 마십시오.”
“아, 알겠어요.”
강 팀장의 주의에 정우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며 약속장소인 방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자 강철준 팀장이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요원들은 없는 것 같군요.”
“후…… 첩보영화 한 편 찍는 기분이네요. 그런데 누가 요원이었던 거예요?”
“로비 카페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남자, 그리고 입구 쪽 회전문에서 전화하던 남자, 둘 다 요원이었습니다. 아마도 기관 쪽 애들 같은데…… 기관이면 CIA는 국내활동이 불법이니 제외하면 NSA겠군요.”
“NSA요?”
“쉿! 감청 중일 수도 있으니 티 내시면 안 됩니다.”
“아, 알겠어요. 조심해야겠네요.”
“팀원들한테도 알려 줘야겠군요. 어이- 다들 듣고 있지? 주변에 요원들이 깔려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말도록.”
인이어로 팀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는 강 팀장을 보니 마치 첩보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마냥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이다.
갑자기 NSA(National Security Agency: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들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이 호텔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정말 영화처럼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렇게 엉뚱한 상상과 긴장한 상태로 약속장소인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힐튼 최상위 브랜드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비벌리힐스 호텔은 1박에 무려 2만 달러에 달하는 미친 가격을 자랑하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Presidential Suites이 유명했는데, 오늘 미팅 장소는 다름 아닌 이곳이었다.
그 호화로운 스위트룸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머스크가 웃으며 환영했다.
“미스터 리, 어서 와요. 오는 데 불편하진 않았죠?”
“불편하진 않았는데…… 머스크, 원래 리츠칼튼에서 보기로 하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약속장소가 바뀐 건지……?”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와 가구들을 둘러보며 정우가 지나가는 투로 묻자, 머스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오늘 만나는 분이 좀 까다롭고 취향이 고급이라……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나쁘지 않죠?”
“나쁘긴요. 1박에 2만 달러라더니, 진짜 좋네요.”
“단순히 미팅용으로는 아깝긴 하죠. 아무튼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머스크가 손목에 찬 서브마리너 시계를 확인하던 그때, 스위트룸 문이 열리며 한 중년의 동양인이 들어섰다.
그를 본 순간 두 사람도 일어섰다.
“하하, 미스터 뤼우첸 이제 오셨군요.”
“하하하, 미안합니다, 미스터 머스크. 제 변덕 때문에 불편하게 해드렸네요.”
“아닙니다. 아 참 미스터 뤼우첸,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이쪽은 네뷸라의 대표 미스터 리입니다. 미스터 리, 여기는 중국 상무부 소속 미스터 뤼우첸입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리.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상무부 소속이라구요?”
“예. 상무부 부장조리를 맡고 있습니다. 자, 일어서서 있을 게 아니라 앉으시죠.”
부장조리가 어떤 직급인지 알 수 없지만, 꽤 높은 직급으로 보였다.
그는 머스크나 정우 앞에서도 전혀 떨지 않고, 아니 오히려 거만한 얼굴로 미팅 자리를 주도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솔리드스타 공장을 중국에 세워 주십시오.”
뤼우첸이 먼저 입을 열어 요구했다.
너무나도 단도직입적이라 당황스럽지만, 정우 역시 맞받아쳤다.
“죄송합니다만,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중국 측의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나온 겁니다.”
“솔리드스타 공장을 세울 수 없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지원이라면 저희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부지도 기가상하이 옆에 세울 수 있도록 조치하죠. 아시죠? 상하이 땅값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걸요.”
“지원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만, 그건 어렵겠습니다. 아직 저희 네뷸라에서 중국 쪽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테슬라의 모델S-SP 생산을 위해 솔리드스타 수출 및 공급은 진행하겠습니다.”
정우는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거절했다.
원하는 요구 조건을 얻지 못한 뤼우첸 상무부 부장조리의 안색은 점점 굳었다.
“이렇게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단순한 수입이 아니라 공장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가 테슬라의 기가상하이 설립을 위해 굉장히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것을요.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기가상하이 사업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
“기가상하이가 무산되면 피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대놓고 협박까지 한다.
테슬라를 걸고넘어지자 정우 역시 말문이 막혔다.
이걸 어찌해야 한담?
거절하자니 머스크가 마음에 걸렸다. 그동안 쌓아 온 두 사람의 우정과 의리를 생각하면 기가상하이 사업을 자기 때문에 무산시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머스크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미안합니다만, 저 때문에 미스터 리가 곤란해지는 건 보고 싶지 않네요. 그냥 기가상하이 건은 없던 거로 합시다.”
머스크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니, 이렇게 쉽게 중국 진출을 포기한다고?
정우도 당황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그게 빈말이 아닌지 머스크는 이미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머스크가 미안한 얼굴로 정우에게 사과했다.
“미스터 리, 미안합니다. 이런 자리인 줄 모르고 초대해서 불쾌하게 만든 것 같네요.”
“아, 아니에요. 그런데…… 벌써 가자구요?”
“더 이상 얘기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미스터 뤼우첸, 테슬라 중국 진출 건은 없던 거로 해 주십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머스크가 호텔 출입구로 향하자 얼떨결에 정우도 따라나섰다.
돌아서는데 당황한 뤼우첸 상무부 부장조리의 얼굴이 보였다.
“자, 잠깐만요!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라면……?”
“우리가 솔리드스타 공장을 간절히 원한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말이지, 정말 테슬라의 중국 진출을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환영해야죠.”
“그럼, 저희 요구 조건을 들어주신다는 겁니까?”
“예. 공장 설립이 어렵다고 하니 알겠습니다. 대신 솔리드스타만 충분히 공급해 주십시오. 가능하겠습니까……?”
뤼우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까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이 간절함이 한가득이다.
그도 그럴 게 테슬라 기가상하이 사업으로 창출될 일자리와 경제효과를 따지면 상무부에서도 주목 중인 어마어마하게 큰 프로젝트일 텐데, 그의 말 한마디로 인해 무산될 지경에 처했으니 오죽하랴.
모가지가 안 달아나면 다행인 대형참사였고, 이 참사의 주범은 다름 아닌 머스크였다.
친구가 곤란해지자 과감하게 테슬라의 중국진출을 포기해 버리는 강단이란…… 솔직히 감동이다.
정우는 피식 웃었다.
“물론입니다. 솔리드스타 수출 차질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 * *
원하는 바를 얻은 성공적인 미팅이 마무리되고, 정우는 머스크와 함께 호텔을 먼저 떠났다.
잠시 후 뤼우첸 상무부 부장조리 역시 호텔을 떠났는데,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멀리서 대구경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뤼우첸이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걸 확인한 요원처럼 보이는 인물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팀장님. 방금 타겟 나왔습니다. 사진은 보고서에 올리겠습니다.”
-수고했다. 근데 내부 미팅에서 무슨 얘기가 오간 건지는 알아냈어?
“죄송합니다. 갑자기 타겟이 장소를 바꾸는 바람에…….”
-감청장치를 예상이라도 한 건가…… 어쩔 수 없지. 알겠어. 그 외의 특이사항은 없지?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있다고? 뭔데?
“뤼우첸이 만난 인물이 머스크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 또 있는데…… 그게 네뷸라의 대표인 것 같습니다.”
-……뭐, 뭐라고?
보고를 받는 NSA방첩센터 소속 1팀장 마이클 해리의 목소리가 떨려 왔다.
첨단기술의 보고인 네뷸라, 특히나 ‘그래핀 반도체’ 관련으로 보호관찰등급이 최상급 티어로 격상된 네뷸라의 이정우 대표가 중국과 만났다는 건 국장에게 직접 보고해야 할 만큼 엄중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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