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19)
정우에게 문자가 날아오기 전.
유현석의 어머니 고숙자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 현석이가 정말로 천재일까.”
깊이 잠든 아이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자폐를 앓고 있지만 고숙자에겐 언제나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떠나고,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그녀는 현석이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었다.
항상 돈에 쪼들려 일하기에 바빴으니까.
그때 차은숙 교수의 손길이 없었다면 진즉에 모든 걸 포기했을 정도로 막막했었다.
그 사람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차은숙 교수는 그녀에게 은인인 것이다.
“하지만… 진짜라면….”
아들이 정말로 천재가 맞다면, 그리고 그런 아들의 연구를 차은숙 교수가 정말 가로채고 있다면, 계속 아들을 차 교수 손에 맡겨두는 게 맞는 걸까?
고작 은혜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가방끈이 짧은 그녀라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알았다.
카페에서는 감정적으로 나서긴 했지만,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었다.
아들이 진짜 천재라면 그 꿈을 널리 펼칠 수 있도록 그녀가 도와줘야만 했다.
게다가 고용을 해준다니.
평생 돈을 벌어보기는 커녕 자기 손에서만 길러졌던 아들이 자기 직업을 갖는다니. 직접 돈을 벌고 사회인이 될 수 있다니.
결국 고숙자의 선택은 하나였다.
──────────
명함 보고 문자드려요
한번 믿어보고 싶은대
제가 어떳게 하면 됄까요?
──────────
서툰 손놀림으로 보낸 문자메시지.
보통 새벽에는 연락을 안 하는 게 예의지만 마음이 급한 그녀는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저 온 힘을 다해서 이정우라는 사람의 도움의 손길을 붙잡을 뿐.
“… 잘 되었으면 좋겠어, 아들.”
우리 현석이가 큰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아들의 연구를 알게 되기를.
그녀는 밤이 새도록 가슴 깊이 소망하였다.
* * *
다행히 고숙자의 마음은 정우에게 잘 전달되었다.
-…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네, 어머님. 모든 진행은 제게 맡겨주십쇼.”
유현석의 어머니와 통화를 마친 정우는 방방 뛰고 싶은 기분을 참았다.
드디어 동의를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바로 특허출원을 진행해야겠네.’
SCR그래핀기술의 구현의 단초인 플래시그래핀기술의 실현가능성은 이미 유현석을 통해 입증했다. 남은 건 최대한 서둘러서 남은 SCR그래핀기술을 구현하여 공정을 기록하고 상업성을 입증하는 것.
하지만 이미 정우는 미래의 논문을 기억해내어 적어두었기에 이 과정은 건너뛰어도 상관이 없었다. 논문에 이미 공정에 대해 다 적혀 있었기 때문.
즉, 이제 남은 건 플래시그래핀과 SCR그래핀기술의 특허출원 및 심사청구를 진행하여 이 기술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현금이 꽤 필요할 터.
정우는 이더리움의 일부를 매도하여 현금 3억 원을 마련하였다. 다행히 밤사이 이더리움이 급상승해서 좋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었는데 계속 홀딩하고 싶은 아쉬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특허를 선점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그래핀 신기술이면 몇조 원, 아니 수십조 원의 가치가 있을 테니까.
그래도 통장에 찍힌 9자리 숫자의 영롱함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총알은 준비됐고.”
남은 건 특허출원을 진행하는 것.
하지만 회귀하기 전 그가 대한그룹 특허통합관리팀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어도 특허출원에 대해서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었기에 전문가인 변리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특허라면… 역시 그분이겠지.”
대한그룹 특허통합관리팀에서 일할 때 알게 되었던 어느 변리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라면 믿을 수 있겠지.
정우는 그 사람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 * *
특허출원기업인 [고려 특허법인>.
수십 명의 변리사가 모인 국내제일의 특허법인답게 변리사들을 돕는 직원들도 수백 명이었는데 이중 상담직원만 해도 10명이 훌쩍 넘었다. 그만큼 많은 고객들이 특허 상담을 위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담직원들 중 하나였던 이혜지 주임은 오늘도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은커녕 화장실도 다녀오기 벅찰 지경이었기에 극도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남자가 상담실로 들어섰다.
평범한 인상의 직장인으로 보였다.
“안녕하세요. 2시에 상담 예약한 이정우라고 합니다.”
“어서 오세요. 의뢰 때문에 오셨을까요? 아니면 상담?”
“특허출원을 의뢰하러 왔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혹시 출원하시려는 특허가 어떤 분야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래핀이라고 신소재 쪽입니다.”
“그래핀이요?”
상담직원이자 과학 쪽에 문외한인 이혜지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매뉴얼대로 상담을 진행했다.
“음, 신소재나 기술 연구 쪽이면 단가가 좀 센 편이에요. 아시다시피 명세서 작성이 복잡해서 품이 많이 들거든요.”
“비싸도 괜찮습니다.”
비싸도 괜찮다니.
겉보기에는 그리 돈이 많아 보이지 않는데 허세는.
간혹 가다가 이런 고객들이 찾아오지만 막상 계약서를 작성할 때가 되면 꼬리를 말고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혜지는 이정우라는 남자가 그런 진상일 거라 짐작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네, 그럼 그렇게 진행 도와드릴 거구요. 혹시 찾으시는 변리사님 계실까요?”
이미 진상이라 지레짐작 중이었기에 이혜지 주임은 진정성 없이 매뉴얼대로 심드렁하게 물었다.
보통 모른다고 대답하니 변리사님들 중 누굴 추천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하지만 그 남자, 이정우에게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다.
“허윤종 변리사님으로 부탁드립니다.”
“네?”
순간 이혜지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허윤종 변리사는 고려 특허법인의 대표 변리사로서 보통 일반인들을 상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수임을 맡는다고 해도 페이가 상당한 편인데 귀티는커녕 평범 그 자체인 이 고객이 과연 수임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혜지의 입에선 당연하게도 퉁명스러운 대답이 튀어나왔다.
“대표님은 수임료가 기본 변리사님들에 비해 2배신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계약 진행하시죠.”
“네. 그럼 견적 좀 내드릴게요. 잠시만요. 여깄습니다. 신소재 기술 연구 특허 쪽이라 추가수당 붙고요, 다해서 국내특허출원위임료는 총 700만 원이세요.”
“국내만인가요?”
“네?”
“해외특허출원도 같이 하고 싶어서요. PCT국제출원도 진행해주시고 PCT미가입 국가도 함께 견적 부탁드립니다.”
“자, 잠시만요. 국가는 구체적으로 어디로…?”
“주요국가는 다 포함시켜주십쇼.”
“국가마다 비용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걱정 말고 견적 부탁드립니다.”
이 남자가 진짜.
갑자기 올라간 견적내기 난이도에 이혜지는 욕이 올라오는 걸 참으며 귀찮음을 무릅쓰고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해외특허출원은 PCT국제출원을 진행하면 대부분 해결되지만, PCT 특허협력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따로 진행해야 한다. 각각의 나라마다 특허출원 수임료가 발생하는 것.
때문에 나라가 추가될수록 수임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혜지는 견적을 마쳤다.
“PCT국제출원 가격은 2천만 원인데 대표님 프리미엄으로 4천이시구, 나머지 추가된 국가까지 합치면 총수임료는… 2억 원이 드네요. 괜찮으세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얼마나 근질거렸던가.
이혜지는 이 진상고객이 수임료를 듣고 당황할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정우란 남자의 반응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생각보다 얼마 안 하네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네?”
“계약서 어딨나요? 쓰고 바로 계약금 입금해드리죠.”
“아, 네네.”
전혀 당황하지 않는 고객의 반응에 오히려 이혜지가 당황해버렸다.
“자, 잠시만요. 계약서가… 여깄습니다. 서명은 이쪽에 해주시면 되세요.”
“사인했습니다. 입금은 여기 적힌 계좌로 보내면 되겠고, 계약금은 10%죠?”
“네, 맞아요.”
“잠시만요…. 네, 이천만 원 이체했습니다.”
“네? 벌써요?”
얼떨결에 계약서를 내밀었는데 실행력이 빠른 고객은 후다닥 사인을 마치고는 스마트폰을 꺼내들더니 그 자리에서 돈을 입금해버렸다.
모니터 화면에 떠오른 입금 확인 메시지.
그제야 이혜지는 자신이 무언가 놓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 잠시만요. 생각해보니 제가 대표님 스케줄 확인을 못 해서….”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계약서 쓰고 계약금 입금했잖아요.”
“그게… 죄, 죄송합니다. 잠깐 확인 좀 해볼게요.”
이혜지는 뒤늦게 자신이 크게 사고를 쳤음을 깨달았다.
돈이 없는 줄 알고 골려주려 했는데 이거 웬걸? 상대는 진짜로 2억 원이라는 계약을 진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계약금을 받아버렸으니 계약 이행이 안 되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터.
전화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 상담실을 나선 그녀는 사색이 된 얼굴로 위층 대표실로 뛰어 올라갔다. 거기엔 허윤종 대표의 담당 김 비서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김 비서님!”
“어, 혜지 씨? 상담실에 있어야 할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에요?”
“… 저 사고 친 것 같아요.”
거의 울먹이기 직전인 상태로 이혜지는 김 비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그래핀인지 뭔지 이상한 얘기를 하길래 진상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덜컥 계약금을 받아버려서….”
“그래핀?”
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며 허윤종 대표가 나왔다.
김 비서와 이혜지 주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아, 대표님 나오셨어요.”
“무슨 일입니까. 그래핀 어쩌고 하던데.”
“그게 상담실에서 대표님 찾는 의뢰가 들어왔는데 제가 실수로 스케줄 확인을 안 하고 계약금을 받아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혜지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곧 불호령이 떨어지겠지.
하지만 허윤종 대표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래핀이라….”
“대표님, 이미 스케줄 꽉 차 있어서 추가로 의뢰를 맡는 건 어렵습니다. 일정이 이미 너무 빡빡해요.”
고민에 빠진 듯 턱을 쓰다듬는 허 대표를 보며 김 비서가 만류했지만, 이미 허 대표의 ‘흥미 스위치’가 들어간 후였다.
“아깝게 위약금을 줄 필요는 없지. 올려보내요.”
“네? 아, 알겠습니다. 대표님.”
허 대표의 말에 순간 이혜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정말로 이렇게 쉽게 해결될 일인가?
그녀가 멍 때리고 있을 때 김 비서가 재촉했다.
“지혜 씨, 뭐하고 있어요. 그 고객님 지금 대표실로 올려보내세요.”
“아, 네네!”
뜻밖의 해결에 십년감수한 그녀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대표실을 떠났다.
다시는 고객을 떠보는 미친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 * *
허윤종 대표. 고려 특허법인의 대표 변리사인 그는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맡기 꺼려 하는 특허출원 건을 일부러 맡아서 진행하는 걸로 유명했는데, 어려운 일을 맡기보다는 재밌는 일을 맡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가 맡는 특허들은 하나같이 잘 되었다. 맡은 특허가 대박이 나니 소문이 퍼져서 너도 나도 허윤종 변리사에게 특허출원 의뢰를 넣기 시작했다. 허윤종 대표에게 특허출원을 맡기면 대박이 난다는 일종의 미신이랄까.
어쨌든 그렇게 성장하여 지금의 고려 특허법인의 대표까지 될 수 있었던 허 대표는 상당히 넓은 분야에서 특허출원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특허출원의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흥미를 잡아끈 그래핀 특허라. 직원을 통해도 되겠지만 굳이 고객을 대표실로 불러들인 건 그런 이유다.
허윤종 대표가 오랜만에 찾아온 기대감에 들떠 있을 때 마침내 대표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상담실에서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저를 찾으셨다구요?”
“예. 반갑습니다, 허윤종 변리사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정우의 말에 허윤종은 잠시 갸웃했다.
내가 인사할 때 이름을 말했던가?
하긴 자신을 알고 찾아왔는데 이름을 모르는 것도 이상하다.
“네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평범한 첫인상이지만 정중한 인사가 인상적인 그는 자신을 이정우라고 소개하였다.
변리사로 일하면서 대기업 간부나 중소기업 사장, 수천억 자산가도 만나본 허윤종이었기에 그는 이 이정우라는 남자가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닐 거라 여겼다.
일단 옷차림부터가 딱히 귀티가 난다거나 하지 않았고, 흔히 먹물냄새라 하는 연구자 타입의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부분에서 진또배기라기보단 사짜 냄새가 살짝 난다.
왜 아래에서 진상고객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는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프로였기에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성심성의껏 고객을 상대했다.
“이미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핀 관련 특허를 진행하고 싶으시다구요?”
“네 맞습니다.”
“계약서는 이미 작성이 끝났고, 혹시 관련 자료를 볼 수 있습니까?”
“자료라면 준비해두었습니다만 보안이….”
“보안이라면 계약서에 비밀유지조항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저에게 보여주세요.”
“여깄습니다.”
겉면에 [플래시그래핀기술>과 [SCR그래핀기술>이라 적힌 10페이지 정도 되는 꽤 얇은 A4뭉치 두 개를 건넸다.
이게 논문인가.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고 명세서 작성 진행해보겠습니다.”
“믿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정우 고객이 훌쩍 떠나고.
홀로 남겨진 허윤종은 고객이 두고 간 논문을 집어들었다.
“읽어보긴 해야겠지?”
어차피 명세서를 작성하려면 읽어보긴 해야 한다.
어떤 내용인지 가볍게 훑어볼 요량으로 허윤종 변리사는 논문을 집어들어 펼쳤다.
첫인상 때문인지 처음의 설렘은 잦아들었고 큰 기대는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학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꽤 논리정연한 논문은 절대 허접하지 않았으니까.
“… 꽤 그럴듯한데.”
이정우라는 남자… 그냥 몽상가가 아닐지도.
재밌는 걸 발견한 아이처럼 허윤종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 * *
잠깐 소란이 있긴 했지만 특허출원위임계약을 무사히 마친 정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고려 특허법인을 나섰다.
회귀한 후 보게 된 허윤종 변리사의 젊은 시절 모습은 정우가 상상하던 그대로였다.
예의를 갖춘 바른 자세이지만 금방이라도 개구쟁이처럼 굴 것만 같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은 그가 알던 허윤종 변리사였다.
“역시 그분이 최고긴 하지.”
누가 맡든 특허출원 업무는 비슷하긴 하지만, 그 진행에 있어서 인맥들을 무시할 수 없다. 특허청에 상당한 인맥을 두고 있는 허윤종 대표라면 무사히 특허출원을 마칠 수 있겠지.
이제 1년 6개월만 기다리면 국내특허출원이 완료되는 것이다.
물론 국내는 선출원주의이기에 특허출원을 신청하면 그때부터 우선권 효력이 발생한다.
‘이걸로 플래시그래핀기술과 SCR그래핀기술 특허는 손에 넣었네.’
실감이 나질 않았다. 미래를 뒤흔들 기술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솔직히 그저 미래의 기술을 선점하고 싶다는 즉흥적인 욕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다.
진짜로 특허를 손에 넣을 생각은 차은숙 교수를 만나 코텍 대학으로 갈 때까지도 그리 강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결국 기술은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이 엄청난 성취감이란.
여자와의 잠자리보다 돈을 버는 짜릿함과 세상을 뒤흔들 혁신을 손에 넣은 성취감이 훨씬 컸다.
마약을 하더라도 이런 기분은 절대 느끼지 못하겠지.
‘이제 이걸로 뭘 하냐는 건데.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잘 써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문제는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이 기술을 과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다.
단순히 특허권자로서 특허료만 받아먹을 수도 있고, 직접 공장을 차리는 방법도 있고, 방법은 많다.
순간 정우의 머릿속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선택지가 열렸다.
무엇이 되었든 어느 쪽으로 가든 재밌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 무수한 선택지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게 있긴 하다.
“… 내 회사를 세워봐?”
고품질 그래핀양산기술이 있는 회사.
현재 단가가 말도 안 되게 비싼 그래핀을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고품질로 제공할 수 있다면?
‘… 무적無敵.’
그래핀을 무기로 전세계를 주무르는 전무후무한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정우는 자신이 세우게 될 황금빛 미래를 상상했다. 그래핀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그래핀으로 만들어진 차에 타고, 그래핀으로 만들어진 반도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는 세상.
생각만으로도 짜릿했다.
‘문제는 돈인데.’
회사를 세워본 적은 없지만 법인이니 공장이니 세우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도 없을 터.
정우는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켜 자신의 코인 포지션을 확인하였다.
지금 얼마더라?
별생각 없이 화면을 보던 그의 눈이 이내 커졌다.
[Mark Price: 21.85] [Mark Price: 23.71] [Mark Price: 25.35] [Mark Price: 29.22] [Mark Price: 30.85]……
이더리움이 급상승 중이었기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