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21)
이더리움의 가격이 58달러를 넘었을 때부터 매도한 이더리움은 61달러 고점을 찍고 다시 50달러로 내려왔는데, 정우는 55달러가 되기 전에 모든 매도를 마칠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 평균 59달러 부근에서 총 360만 개의 이더리움을 매도한 셈이었는데, 그 수익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Derivative Account] [USDT: 213,144,993.575]결과적으로 파생계정(Derivative Account)의 달러 잔고는 무려 2억 1천3백만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물론 매도하면서 정우의 이더리움 포지션은 5분의 1로 축소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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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0.24x)] [Quantity: 1,100,000ETH] [Entry Price: 10.17] [Mark Price: 49.90] [Liq. Price: 0.01] [Value: 45,124,800.1USD(+9016.12%)]──────────
매도를 시작하기 전에는 2억 2천7백만 달러 정도였던 잔고가 2억 천3백만 달러를 매도했음에도 4,500만 달러나 남았다. 61달러 고점에 도달하며 거래량이 터졌을 때 대량 매도에 성공한 점이 주효했던 것이다. 매매 한번에 거의 3,100만 달러, 약 330억 원을 추가로 벌어들인 셈이다.
게다가 운까지 따라주는지 현재 단기간에 급등한 이더리움은 50달러를 지지하지 못하고 빠지고 있는 모양새였다.
결과적으로 잘 매도한 것이다.
“운이 좋군.”
정우는 이제 2천억 자산가가 되었다.
* * *
그가 2억 달러를 벌어들인 그 시각.
정우의 절친한 친구 김봉수의 손이 바쁘게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후… 끝났다. 팀장님, 원고 메일로 보냈어요.”
“오케이 확인할게.”
업무를 끝낸 김봉수는 쭉 기지개를 폈다.
그가 다니는 작은 광고회사는 직원 규모가 10명도 안 될 정도로 작았다. 주로 외주를 받아 광고를 제작하여 넘기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최근에는 4개월짜리 대형 광고 프로젝트가 끝나서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회사에서 소소하게 진행하는 바이럴마케팅 업무의 일환으로 오전 내내 블로그 홍보 게시글 원고를 작성했던 것.
오전 업무가 끝나자 여유가 찾아왔다. 한가해진 김봉수는 자연스레 인터넷 웹서핑을 시작했다.
주로 이용하는 초록색 검색엔진. 오늘은 무슨 소식이 실검에 올랐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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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우정2
2위. 수익률 25,000%
3위. 비트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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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록 검색엔진의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우정2라는 검색어가 1위에 올라가 있었다.
“우정2?”
김봉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단어기도 했고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흥미가 생긴 그는 검색어를 클릭했다.
해당 검색어의 내용은 우정2(WooJung2)라는 닉네임의 어느 유저가 코인으로 25,000%라는 수익률을 냈다는 기사가 주를 잇고 있었다.
‘존나 부럽다. 25,000%면 얼마야.’
10만 원만 투자했어도 2,500만 원이고, 100만 원이면 2억 5천, 1,000만 원이면 25억이다.
단돈 만 원만 투자했더라도 자신의 월급 정도.
김봉수는 이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왔다.
‘좆같다. 누군 직장에서 열나게 뺑이치고 있는데 누군 앉아서 몇억씩 그냥 버네.’
오전 내내 5,000자가 넘는 원고를 작성해서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시급으로 따져보면 2만원은 될까.
왠지 회의감이 찾아올 때 문득 친구인 정우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안 한다고 하지 말고 단돈 10만 원씩이라도 코인 사놔. 이더리움, 리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사놔라. 만약 투자해서 잃지? 내가 원금 보상해줌.’
얼마전 가졌던 술자리에서 이혼을 했다고 고백하던 친구. 솔직히 이혼을 했다는 얼굴 치고는 너무 밝아서 거짓말인 줄 알았으나, 메신저에 있는 친구의 프로필에서 전와이프와 찍은 사진이 모두 내려갔다는 점에서 이혼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 친구 녀석은 코인을 해서 꽤 돈을 벌었다면서 자신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에게도 코인투자를 권했었다.
그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만약 그때 자신이 투자를 했더라면?
문득 가격이 궁금해져서 이더리움과 리플 차트를 찾아보았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 같은 건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쩔쩔매며 겨우 차트를 찾아냈는데, 놀랍게도 정우와 술자리를 가진 이후 이더리움이란 코인은 2배 넘게 상승한 상태였다.
퍼센트로 따지면 100% 이상 상승한 것.
그에 반해 리플이란 코인은 지지부진이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하… 그때 샀어야 했는데.”
김봉수는 정우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술자리 우스갯소리, 농담 정도로 여겼는데 정우의 안목은 진짜였던 것.
만약 자신이 이때 100만 원이라도 넣었다면 꽁으로 100만 원을 벌었겠지. 그렇다면 평소 눈여겨 보던 방송용카메라라도 하나 지를 여력이 생겼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 때였다.
“김 대리, 원고 보내준 거 확인해봤는데 좀 애매한데?”
“… 네? 어떤 점이요?”
“눈을 확 끄는 맛이 없잖아. 좀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은데.”
“… 예 알겠습니다.”
원고가 반려가 되다니. 그보다 팀장의 태클이 이해 가지 않는다.
눈을 확 끄는 맛이 뭐라는 거야. 알아야 수정을 하지.
아무래도 오전 내내 더 뺑이쳐야 할 것 같아서 한숨이 올라왔지만 꾹 참아내며 김봉수는 인터넷창을 최소화시켰다.
왠지 마지막에 보인 우정2라는 이름이, 코인이라는 단어가 봉수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다.
코인이라는 거… 한번 해봐?
* * *
급등 이후 코인 시장은 전체적으로 빠지는 모양새였다.
‘당분간은 관망해야겠다.’
정우는 이더리움이 40달러 부근으로 내려올 때마다 조금씩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현금 일부는 출금해서 유현석 모자와 연구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곧장 유현석과 그의 어머니 고숙자도 서울로 불러들였다.
월세로 번듯한 아파트 하나를 마련해주니 고숙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어머님, 고마우시면 현석이 잘 돌봐주세요. 일은 그만두셔도 됩니다. 제가 생활비 넉넉히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고숙자는 유현석을 도맡아 연구실로 데려다주기로 했다. 일종의 매니저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유현석의 집 근처에 사무실 하나를 차렸다. 유현석 연구실 대용이었다.
기존에 운영 중인 연구소나 연구실을 대여해도 되겠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직접 차리기로 마음먹었던 것.
다만 일부 연구설비는 한두 푼이 아니었기에 직접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실험이 있을 때마다 한국대에 위치한 응용화학연구소를 방문하여 대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유현석을 한국대학교 방문회원으로 가입시키느라 진땀을 뺀 건 사소한 일이었다.
이후 법인설립지원센터를 찾아 법인 등록 절차와 방법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바로 법인을 차리려는 건 아니었고, 그저 법인과 관련한 기초지식을 쌓기 위한 자리였다.
“… 서류가 10가지가 넘고 굉장히 복잡하네요.”
“아무래도 절차가 까다로워서 보통 세무사나 법무사를 끼고 하시는 편이세요. 어떻게, 연결 도와드릴까요? 저희 아는 쪽에 맡기시면 신속정확하게 도와드릴 수 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법인을 설립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래핀 대량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서였다.
플래시그래핀기술과 SCR그래핀기술이 확보되었으니 놀리기보다는 바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
직접 그래핀양산공장을 지어 그래핀을 대량생산하여 납품처를 뚫어보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아니면 법인만 세우고 허름한 공장 하나를 직접 인수해도 되리라.
“후- 공부할 게 많구만.”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만능이라 뚝딱뚝딱 회사도 세우고 잘만 인수하던데.
막상 회귀해보니 고려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법인 설립을 위한 서류도 준비해야 하고,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도 알아보아야 하고, 생산설비 구매부터 그래핀 생산에 필요한 흑연과 같은 원자재 납품처까지.
심지어 정우는 아직까지 그래핀 대량생산에 필요한 대형설비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유현석과 만들어본 것은 소규모였을 뿐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우리 회사에 직접 의뢰해야 되나.’
성운이노베이션이 공장설비 같은 것을 설계해주기도 하기에 의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의뢰하기 앞서 유현석과 함께 미래논문을 분석하여 생산과정을 제대로 도식화한 후에 대형공정으로 공장 설계도를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꽤 소요될 터.
“… 노하우 좀 익혀야겠는데.”
사업은 처음인 정우는 모든 게 서툴렀다.
다행히 마침 배우기 좋은 모델이 있다. 바로 성운이노베이션이다.
정우는 개발팀이라 회사 사정은 어두운 편이지만, 다른 팀 사람들과 친해지며 정보를 구하다 보면 도움이 좀 될 터.
‘억지로라도 타부서 사람들이랑 좀 친해져야겠어.’
물론 이제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어졌다.
정우가 그리고 있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면 퇴사해야 할 터.
몇몇 정보만 구하고 나면 바로 사직서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 * *
그렇게 어느정도 앞으로의 계획의 방향과 윤곽을 잡자 휴가가 끝났다.
그동안 급한 일을 처리한다고 연차를 썼던 정우는 굉장히 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회사 로비가 어색하다.
그만큼 지난 일주일의 시간은 정우에게 있어서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자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회식 때 안면을 튼 영업팀의 곽동호 과장이다. 딱히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타 부서 사람들과 친해져야겠다는 목적을 위해 일부러 먼저 아는 척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좋은 아침이네요.”
“네 뭐. 안녕하세요.”
곽동호 과장이 떨떠름하게 인사를 받는다. 뭐지? 회식 때 그렇게 친한 척해놓고 지금은 영 쌀쌀맞다. 그래도 이왕 말을 붙인 거 정우는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요새 회사에 별일 없나요?”
“글쎄요. 아,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하던 것 같은데.”
“그래요? 어디 업체라도 오는 건가.”
“마침 저기 오는 것 같은데요.”
“네?”
곽동호 과장의 턱짓에 로비입구를 보니 일련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우르르 들어오는 정장차림의 사람들은 뭔가 같은 직장인임에도 프로페셔널해보였다.
“실례합니다. 미팅 때문에 먼저 엘리베이터를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네, 사용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들은 기다렸던 정우와 다른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올라가버렸다.
도착한 층을 보니 대표실로 곧장 향한 모양.
그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곽동호 과장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
“오늘 미팅 당사자들인가봐요. 대한화학이랑 미팅한다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대한화학?”
대한화학에서 찾아왔다는 말에 정우는 생각에 잠겼다.
왜 이 시점에 대한화학에서 찾아왔을까.
미래에 마이크로그래핀MG 음극재 기술을 가로채고 회사도 꿀꺽 삼켰던 그 회사가 말이다.
물론 그들의 기술유출은 현재로선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무언가 또 다른 꿍꿍이가 있을 터.
‘무슨 속셈이지?’
* * *
아침부터 찾아온 대한화학 협상단과 성운이노베이션 수뇌부의 미팅은 몇 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추후 있을 대한화학 배터리생산공장 추가 설립에 들어갈 모든 자동화설비의 납품을 성운이노베이션에서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예. 계약 규모는 최소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입니다.”
“2,000억….”
성태규 대표가 신음했다.
그가 세운 성운이노베이션의 설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수주계약이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이뤄낸 중국기업 삼화에너지와의 계약은 비교도 안 될 정도.
다만 문제는 성운이노베이션이 대한화학이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들일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약 일부만 진행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규모가 너무 커서 저희 회사로서는 단독으로 소화가 불가능합니다. 지금 삼화에너지쪽에 진행하는 건도 겹쳐 있구요.”
“저희는 성운이노베이션이 생산한 자동설비기계를 원하지 다른 회사는 원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렵다고 하시면 계약은 없던 걸로 보고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음… 잠시 임원들과 의논 좀 하겠습니다.”
“천천히 하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수뇌부끼리 모였다.
성태규 대표가 그의 아들, 성재민 본부장에게 물었다.
“본부장, 어떻게 생각해? 저들의 요구조건대로 납품기한 2년 이내에 맞출 수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가진 공장을 풀가동해도 커버 가능한 물량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흠… 그 정도로 대규모 계약이라는 건가. 그러면 좀 이상한데? 이렇게 큰 외주계약 건을 왜 다른 협력업체에도 분산하지 않고 우리랑만 하려는 건지 모르겠군.”
“보안 때문이 아닐까요? 대한화학에서 기존 배터리생산라인에 새로운 공정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다른 임원이 들어봤다는 듯 얘기하자 성태규 대표가 생각에 잠겼다.
“그래? 흠….”
“대표님, 진행하시죠. 저희 회사에 다시는 없을 기회입니다.”
“공장이 부족하다며? 어떻게 진행하려고?”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 대출?”
성재민 본부장의 말에 성 대표의 눈이 커졌다.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은행에 대출을 받아 공장을 추가로 짓고 생산라인을 늘린 다음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하면 될 겁니다. 계약이 끝나면 수익과 더불어 공장과 부지, 그리고 설비가 남으니 생산성이 좋아지고 다다익선입니다.”
“대출이 그냥 나오나. 이미 융자가 한참 껴 있는데 우리 회사가 무슨 수로 대출을….”
“대한화학과의 계약서를 들이밀면 은행 대출을 뚫는 건 일도 아닙니다.”
“일리가 있는 계획입니다. 대출 받아서 공장 짓고 납품 진행하시죠, 대표님.”
“저도 본부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대표님.”
본부장의 생각이 괜찮다는 듯 맞장구치는 임원들.
하지만 대출의 위험성을 알았던 성태규 대표는 주저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대출은 좀 그래. IMF 때도 대출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냐고. 이제 겨우 대출 갚아가는데 또 융자를 끼는 건 좋지 않아.”
“대표님, 사업이라는 게 원래 레버리지를 이용해야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법입니다. 안정만 추구한다면 발전하지 않습니다.”
성재민 본부장이 단호하게 얘기했다.
아들이 그렇게 얘기하니 별 수 있나.
고민하던 성태규 대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경영을 전공한 네가 더 잘 알겠지. 알겠다.”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이후 대한화학 협상단과 다시 미팅을 진행했다.
대한화학 쪽에서 미리 준비해둔 계약서를 내밀어 교환했다.
“계약금은 20억, 위약금은 2배입니다. 검토 후 천천히 서명해주십시오.”
“… 알겠습니다. 우리 법무팀과 얘기하고 알려주지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협상단이 떠나고.
성 대표는 본부장에게 계약서류를 내밀었다.
“법무팀에 확인해보고 이상 없으면 결재 올려.”
“예. 대표님.”
“꼼꼼히 확인해. 수천억이 걸린 계약이니까.”
“두 번, 세 번 확인하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믿는다.”
대표가 본부장을 격려했다.
하지만 슬쩍 고개를 숙인 성재민의 얼굴은 왠지 착잡해 보였다.
* * *
대한화학과의 미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불안했던 정우는 결국 대표실로 찾아갔다.
하지만 입구에서 비서에게 막혔다.
“미리 약속 잡으신 거 아니면 안 되세요.”
“… 알겠습니다.”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는 핑계로 안 된다고 하지만 비서의 눈빛은 명백히 ‘겨우 말단 직원이 감히 보고체계도 무시하고 대표를 만나려고?’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우는 현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현재 자신은 일개 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대표와 협상을 하거나 대화를 나눌 위치가 되려면 스스로 급을 맞춰야만 했다.
일개 직원으로는 답이 없는 것이다.
“… 계획을 앞당겨야겠네.”
퇴사해서 공장을 차리고 스스로 대표가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는 이상 발언력을 갖추긴 어려울 터.
씁쓸한 미소와 함께 개발팀 사무실로 복귀했다.
든든한 그의 상사 강성열 책임은 그를 반겼다.
“이 선임, 휴가 잘 다녀왔어?”
“네.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가 분위기 적응이 안 되네요.”
“하하, 원래 휴가가 그렇지 뭐. 어디로 다녀온 거야?”
“사실 쉰 건 아니고 그냥 볼일이 좀 있어서 일 처리 좀 했습니다.”
2,000억 원을 벌고, 동업자를 위해 집도 구하고, 연구실까지 차렸다는 얘기를 들으면 믿지 못하겠지.
굳이 설명하는 대신 대충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별일 없었죠?”
“별일이야 있겠어. 맨날 하던 거 하는 거지. 아,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이요?”
“수익률 25,000% 찍은 얘기 말이야.”
“25,000%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