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22)
정우는 당황했다. 갑자기 수익률 얘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그런 그를 보며 강성열 책임은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하긴 연차라 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 어제 커뮤니티에 누가 하루만에 수익률 25,000% 찍었는데 그것 때문에 난리 났었거든. 실검에도 올라갔어.”
“맞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코인 얘기로 핫했어요. 지금 다들 코인하겠다고 난립니다.”
옆에 있던 막내 고지용 연구원이 맞장구쳤다.
“코인… 이요?”
벌써 코인 얘기가 나온다고?
개발팀은 원래부터 IT업계와 친숙하기에 비트코인을 아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회귀 전 코인에 대한 관심이 핫했던 건 17년도 중반 이후부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3월 말경인데 벌써 코인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심심해서 5만 원어치만 해봤거든? 지금 엄청 빠지더라고.”
“저는 무서워서 안 했습니다. 저는 주식 같은 거 하는 사람들 보면 신기하더라구요.”
“내가 봤을 땐 코인은 주식에 비해 사기판이나 마찬가지야. 절대 하면 안 되겠더라고. 5만 원이 지금 얼마 된 줄 알아?”
“얼마 되셨는데요?”
“4만 원인가. 잠깐만, 직접 보여줄게.”
강성열 책임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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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명: 이더리움] [구매가: 56,780원] [현재가: 37,900원] [수익률: -33.3%]─────────
국내거래소를 이용 중인 강 책임이 구매한 코인은 다름 아닌 이더리움이었다. 정우가 60달러 고점에 매도한 이더리움은 그 이후로 계속 하락세였는데, 강 책임은 하락 중인 이더리움에 올라탄 것이다.
얘기했던 4만 원보다 3천 원이나 더 빠진 이더리움을 보면서 강성열이 울상을 지었다.
“와… 고 사이에 더 빠졌어? 이거 바닥이란 게 없네… 어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만원으로 맛난 거나 사 먹을걸. 다들 봤지? 진짜 코인 이거 완전 사기라니까.”
“어우 전 절대 안 할 겁니다.”
-33%라는 파란 숫자를 보고 고지용 연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성열이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되나. 하… 5만 원 정도는 그냥 없는 돈 셈 치려 했는데 막상 잃으니 엄청 아깝네.”
그 말에 정우가 고개를 저었다.
“책임님, 손절하지 말고 그냥 둬보시죠.”
“음? 손절하지 말라고? 왜?”
“이더리움은 앞으로 더 오를 거거든요.”
“그래? 무슨 호재라도 있나?”
“호재도 있고, 뭐 제 말 믿고 홀딩하시면 수익 나쁘지 않으실 겁니다. 아, 5만원이면 시드가 너무 작긴 해서 재미는 없겠네요.”
“너무 많이 하면 위험하고 계속 신경 쓰이잖아. 난 이 정도가 딱 부담 없고 좋아.”
“투자는 원래 리스크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강 책임님은 마인드가 딱 잡히셨네요.”
“그래? 나 이제 부자 될 일만 남은 건가? 으하하하!”
껄껄 웃는 강 책임.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근데 가만. 이 선임도 코인 투자했다고 하지 않았어?”
“… 네?”
“소문 있었잖아. 그… 흠흠.”
강성열이 말을 하다가 얼버무렸다. 정우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이해했다.
“아, 코인에 전재산 꼴아박았다는 그 소문 말씀이시죠? 네, 맞습니다. 코인으로 재미 좀 봤죠.”
“정말이야? 이야- 그럼 얼마나 번 거야?”
“그냥 적당히 벌었습니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에요.”
2억 달러를 벌었다고 하면 믿지 못하겠지.
대충 둘러대고 넘겼다.
강 책임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벌었다니 다행이야. 사실 전재산을 다 털어넣었다길래 걱정 좀 했거든.”
“걱정해주신 덕분에 잘 됐습니다.”
“내 덕분은 무슨. 정우 씨가 투자에 일가견이 있었던 거지. 나는 코인이란 건 들어보긴 했어도 투자할 생각은 1도 못했거든. 근데 정우 씨는 코인 거의 몇 달 전에 투자하지 않았어? 진짜 빠르다 빨라. 어떻게 그런 걸 알아서 투자할 생각을 다 했는지, 참 대단해.”
“어우- 비행기 띄워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어디 쥐구멍 없습니까? 쥐구멍 월세로 구해서 들어가야겠는데요.”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자자, 일들 하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정우도 자리로 돌아가 착석했다. 그때 옆에 앉은 지서현이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음? 왜 불러 서현 씨.”
“…….”
그녀는 말없이 자기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뭐지?
의아해서 화면을 보았다.
─────────
[종목명: 이더리움] [구매가: 16,585원] [현재가: 37,900원] [수익률: 128.2%] [평가금액: 283,177,403원]─────────
거기엔 지서현의 코인 수익률 화면이 떠 있었다. 무려 수익률 128%에 평가금액은 3억 원에 육박했다.
게다가 그 코인은 모두 이더리움이었다. 온통 이더리움에 몰빵을 때려놓은 상태인 것이다.
강성열 책임과 똑같은 이더리움인데 평단가가 훨씬 낮은 걸 보면 지서현은 한참 전에 진입한 것.
정우는 그제야 지서현이 자신의 말대로 했음을 깨달았다. 비트코인 100개를 빌렸다가 갚으면서 이더리움을 투자하라고 지나가는 말로 권했었는데 그걸 잊지 않고 실행한 것이다.
“… 설마 서현 씨 내 말대로 했던 거야?”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니야. 서현 씨 복이지 뭐. 내가 뭐 한 게 있겠어.”
“선배님 덕분입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보답은 무슨. 서현 씨가 API도 도와주고 있는데 내가 염치 없지.”
“아닙니다. API는 금방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생각보다 더뎌서 부끄럽네요.”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지금 포지션도 줄어서 매매할 일이 거의 없거든. 그러니 시간 날 때마다 천천히 해. 나도 도와줄게.”
“네 알겠습니다.”
슬며시 지서현이 미소 지었다.
정우도 기분이 좋았다. 후배가 자신의 말을 듣고 따라와서 잘되었다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이것이 남을 돕는 행복인 건가.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알았으면 친구들도 억지로라도 코인을 시켜야겠는데?
* * *
양규철이 없으니 일을 하면서 트러블이 생길 일은 없었다.
무난하게 밀린 업무를 끝내니 여유가 찾아왔다.
“커피나 한잔 할까?”
“좋습니다.”
“지용 씨도 같이 가자.”
“어… 저는 업무가 밀려서요….”
“이따 도와줄게. 쉬었다 하자고.”
부사수들을 데리고 탕비실로 향했다.
하지만 커피 한잔의 여유는 즐길 수 없었다.
탕비실 입구에 도착하자 고성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회사가 장난입니까!!!”
복도 밖까지 전해지는 쩌렁쩌렁한 고성.
뭐지?
“누가 싸우나?”
“글쎄요.”
탕비실 입구 근처로 갔다. 문이 열려 있어서 안쪽이 보였는데 거기엔 익숙한 얼굴이 얼굴이 벌게진 채 서 있었다.
바로 안예슬이었다.
그녀는 누구한테 한참 깨지고 있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녀 옆에는 같은 CS팀 직원들도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 앞에 서 있는 30대 중후반 정도의 남자.
그 얼굴이 익숙하다.
‘영업팀장님?’
바로 영업2팀장인 탁세훈 차장이었다. 그는 굉장히 까다롭고 불 같은 성격을 가진 소유자였는데, 그가 왜 탕비실에서 저러고 있는 걸까.
이유는 곧 밝혀졌다.
“아니 CS팀장님. 회사 업무시간에 하루종일 탕비실에 처박혀 있으면 어떡합니까! CS팀이면 문의전화 대기하고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영업2팀장이 얼굴이 시뻘게진 채 소리쳤다. 탁세훈 차장은 젊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청과 기세가 대단했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줌마인 CS팀장 앞인데도 예우 따위는 없었다.
딱 보니 꿀보직이라 불리는 CS팀에서 또 일 안하고 탕비실에서 농땡이를 피다가 영업팀장한테 된통 깨지는 중인 듯 보였다.
하지만 CS팀의 아무도 그에게 뭐라 하지 못했다.
왜냐. 탁세훈 팀장은 대기업 영업팀에서 근무하다가 스카웃되어 온 인재로, 수틀리면 언제든 퇴사할 거라는 으름장과 함께 평소에 영업한 기업에서 들어오는 클레임을 무기로 다른 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제대로 적용된 케이스가 탁세훈 영업팀장이었는데 그의 괄괄한 성격은 아무도 못 당해낼 지경. 나이가 많은 CS팀장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녀가 쩔쩔매며 변명했다.
“그게… 어차피 지금은 거의 문의가 안 들어오는 시간이라 자동응답으로 돌려놓고 잠깐 온 거예요.”
“잠깐은 무슨. 탕비실 올 때마다 살고 있더만. 그리고 뭐? 자동응답? 참나, 자동응답 돌려놓을 거면 회사 왜 다닙니까? 직장 다니는 이유가 뭐냐고요! 월급 루팡하려고 다녀요? 네?”
“아니 탁 팀장님.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다른 팀에 왜 간섭이세요!”
“맞아요.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CS팀장이 맞고만 있지 않았고, 옆에 있던 CS팀 김경희 과장도 거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합공에도 영업팀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심하기는… 씨! 그쪽들 업무 태만 때문에 우리가 피 봤는데 무슨 개소립니까!”
“뭐뭐뭐, 개, 개소리? 지금 말 다 했어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아까 CS팀에 지아이에스에서 클레임 들어왔었다면서요? 그거 왜 전달 안 했어요?”
“그건… 지아이에스는 BS 업무잖아요. 그래서 그쪽으로 다시 전화 넣으라고 안내하고 끊었는데….”
“아니 전화를 다시 하라고 할 게 아니라 BS나 저희 영업팀쪽으로 바로 전화 돌려주면 될 거 아닙니까! 무슨 업무를 그따구로 처리해요! 지아이에스에서 우리한테 고객응대 왜 그따구로 하냐고 지랄하는데 왜 우리팀원이 그 욕을 먹어야 합니까? 씨- 진짜 존나 빡치네. 아무튼 이번 일 그냥 안 넘어갈 겁니다. CS팀장, 아니 CS팀원들 전부 업무태만으로 대표님께 항의할 거예요. 각오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탁세훈 팀장이 탕비실을 떠났다.
남겨진 CS팀은 초토화 상태다.
팩트로 후두려 패니 반박도 못하고 영혼까지 탈탈 털려서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다.
“흑흑… 지가 뭔데… 지가 뭔데 지랄이냐구….”
“예슬 씨 울지마. 자기가 우니까 나도 눈물 나잖아… 흑흑.”
“과장님… 흑흑흑….”
함께 노가리 까던 안예슬은 이미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다.
그러다 탕비실 입구에 있던 정우와 눈이 마주쳤다.
“… 흡!”
화들짝 놀라서 어쩔 바를 몰라 하던 안예슬은 쪽팔린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탕비실을 뛰쳐나갔다.
‘… 쌤통이다.’
그런 전와이프를 보며 안쓰럽다기보다는 속이 시원했다. 그러게 평소에 노가리 좀 그만 까고 일 좀 제대로 하지. 쯧쯧.
혀를 차며 정우는 그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문득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고 있는 영업팀장을 보았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하고 떠나는 그 뒷모습이란.
“… 존나 멋있어.”
“네? 뭐가요?”
“서현 씨, 아무래도 커피는 지용 씨랑 먹어야겠다.”
“아니, 그게 무슨….”
지서현이 뭐라 말하려는 걸 뒤로 하고, 정우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탁세훈 팀장에게 향했다.
순간적인 충동이었는데, 무언가 얻어야겠다는 계산보다는 그냥 저런 사람이라면 왠지 친해지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에게 다가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기 영업팀장님.”
“… 음? 저 불렀어요?”
“예.”
“왜요? 무슨 할 말 있어요?”
“그게… 혹시 저랑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엥?”
카리스마 넘치던 탁세훈 팀장의 얼굴에 황당함이 서렸다.
* * *
의외로 탁세훈 영업2팀장은 정우의 커피 제안을 수락했다.
탕비실 대신 두 사람은 근처 카페에서 마주했다.
“내가 살다살다 남자한테, 그것도 개발팀 직원한테 커피를 먹자고 듣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 이정우 씨 당신이 처음이라고, 알아요?”
“하하, 저도 처음입니다.”
“그런데 왜 나를 보자고 한 거예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음… 그냥요. CS팀 갈구는 모습을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해서 그냥 왠지 친해지고 싶었달까요.”
잠시지만 아까 탕비실에서 영업팀장의 활약을 보며 느꼈다.
왠지 든든하달까.
팀원이 욕먹었다고 자기일처럼 저렇게 화를 내주는 인물이라면 알고 지내서 나쁠 것 같지 않았기에 그저 충동적으로 말을 걸어본 것뿐이었다.
“싱겁기는. 할 말 없으면 나 먼저 갑니다. 바쁜 사람이라.”
다만 갑자기 일어나려는 그를 보고 있자니 급해졌다. 그의 말대로 바쁜 탁세훈이란 남자의 시간을 사고 있었던 것이니까.
그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지고 싶다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궁금했던 걸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팀장님 사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만약 공장 하나를 인수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음? 웬 공장?”
“궁금해서요. 영업팀장님은 업계 사람들도 많이 만나실 테니 사업이나 공장 돌아가는 흐름이나 이런 건 빠삭하실 것 같거든요.”
“정우 씨 완전 모르네. 영업팀이라고 업계 돌아가는 걸 어떻게 다 알아요. 그냥 다른 기업에서 설비 입찰 건 뜨면 열심히 견적 짜고 입찰 넣고 그러는 거지. 고객 한명 한명 찾아다니는 보험이나 정수기 영업이 아닙니다.”
“아…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가 봅니다.”
살짝 실망하는 그 모습을 보며 탁세훈 팀장이 슬며시 웃었다.
“물론 정우 씨 말도 맞긴 해요. 다른 팀에 비하면 많이 만나긴 하거든요. 영업하려고 높은 분들이랑 술도 많이 먹고, 공장도 많이 가고, 다른 회사나 공장에 팔아먹은 설비들 사후 케어도 해주고. 공장 운영하는 인간들은 워낙 드세서 비위 맞춰주는 게 장난 아니긴 하지만요.”
공장을 자주 다녀봤다는 말에 정우가 반색했다.
“혹시 보신 공장들 중에 괜찮은 공장 있습니까? 너무 크지 않아도 됩니다. 매출이 잘 안 나오는 공장도 좋구요.”
“제조업체가 워낙 다양한 편이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공장을 원하는데요?”
“웬만하면 배터리 관련 업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터리 관련된 원자재를 생산하는 곳도 좋구요. 예를 들면 흑연 같은 거요.”
이걸 물어본 이유는 괜찮은 공장을 소개받아서 인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차피 그래핀 양산을 하려면 공장을 세우긴 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직접 세우기보다는 기존 공장을 인수해서 설비라인만 변경해서 사용하면 훨씬 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우의 이야기를 들은 탁세훈 팀장이 의아해했다. 일개 직원이 그런 공장을 궁금해하는 저의가 이해되지 않았기에.
“흑연이라… 생산은 아니지만 흑연을 수입해서 가공하는 업체는 아는데. 근데 정우 씨 공장은 왜 찾는 거예요?”
“그냥 궁금해서요.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죠. 그 어디더라? 그래파인 머시기였는데… 맞다, 해공그래파인!”
“해공그래파인이요?”
“네. 거기가 흑연을 원자재로 수입해서 1차 가공하는 공장인데 요새 사정이 안 좋다더라고요.”
“왜요?”
“흑연을 가공해서 찍어낸 게 주로 연필이었다더라구요. 그런데 알다시피 누가 요새 연필을 씁니까?”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탁 팀장의 말에 바로 납득해버렸다.
다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로 타이핑하는 것에 익숙해진 세상이다.
종이에 연필로 끄적이는 감성은 옛것이 되어버렸으니 도산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야 거기서 흑연을 가공하는 기술도 괜찮고 공장 설비도 갖춰져 있어서 인수해볼까 하는 생각에 접근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흑연 가공설비 말고는 나머지는 배터리 쪽으로 하나도 못 써먹겠더라고요. 그래서 인수해봤자 공장부지나 겨우 건질 수준이라서 사업성이 없어서 폐기되었죠. 게다가 거기 사장이 오죽 깐깐해서 그 망해가는 공장을 30억이나 달라는 거 있죠? 누가 망해가는 공장을 30억이나 주고 인수하냐고요. 부지값만 따지면 25억도 안 되는 건데 말야. 아무튼 흐지부지되었는데 최근에 소식 들어보니까 오늘내일한다더라고요.”
“그래요?”
탁 팀장이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정우의 생각은 달랐다.
기존 설비 활용이 어렵더라도 30억 원에 괜찮은 공장과 부지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정우가 씨익 웃었다.
“혹시 거기 사장님 소개 가능할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