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25)
“지, 지랄하지 마. 그딴 종이 쪼가리가 무슨 소용인데! 그리고 나 작성한 적 없거든?”
“네 지장으로 찍어서 지문이 아주 잘 찍혔었는데 오리발이 먹히겠냐. 그리고 애초에 네가 내 재산을 가져갈 수가 없어. 내가 돈 번 건 이혼 이후거든. 그리고 내 돈으로 내가 코인 사서 돈 번 거지, 네 돈 가지고 산 것도 아닌데 내 재산형성에 네가 뭔 기여를 했다고 돈 달라고 땡깡을 부리냐. 부끄럽지도 않아?”
요목조목 반박하는 정우의 말에 안예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우, 웃기지 마! 소송 가면 니 돈 이제 내꺼거든?”
“그래 소송 가봐라. 나도 이제 너 봐주는 거 지쳤다. 소송할 테면 해봐. 대신.”
정우의 눈이 차가워졌다.
“이번에 너 소송 가면 완전 짓밟아버릴 거야.”
“… 뭐?”
“소송에 들어가는 재판 비용 모조리 청구할 거고, 심앤장에서 변호인단 구성해서 소송기간 동안 소요된 변호사 비용도 너한테 청구할 거야. 알지? 심앤장 로펌 변호사 수임료 한두 푼 아닌 거.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 너 그동안 돈 번 걸로 절대 감당 안 될걸?”
“심앤장은 무슨. 웃기시네. 니가 코인으로 돈을 벌어봤자겠지. 그깟 푼돈 몇 푼 벌어놓고 심앤장 변호인단 드립을 치네? 어이가 없어서 증말. 해! 해봐! 소송 끝까지 가서 니가 가진 쌀 한 톨까지도 싹싹 긁어서 가져갈 거니까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
안예슬이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옥상을 빠져나갔다.
정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재산분할청구 포기각서를 받아뒀던 게 신의 한수가 되었다.
“후회하지 마라.”
마지막 자비를 거절한 것은 너다.
이제 영혼까지 탈탈 털어주마.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 * *
내친김에 정우는 반차를 쓰고 곧장 심앤장 로펌을 찾아갔다.
빌딩 하나를 통째로 쓰는 심앤장은 입구에서부터 주눅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문직으로 보이는 슈트차림의 인물들이 바쁘게 오가는 로비에서 재산분할권 소송 때문에 왔다고 했는데, 일하다 후줄근하게 왔음에도 겉모습으로 차별하지 않고 친절하게 안내를 받았다.
그를 상대하게 된 건 심문철 변호사였다.
“재산분할권 소송 때문에 오셨다구요?”
“예. 아내가 저에게 재산분할 소송을 청구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우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아내와 이혼하게 된 것.
결혼기간은 1년도 안 되었다는 것.
이혼하기 전에 전재산으로 코인을 산 것.
코인 구매에 들어간 그 재산 대부분은 정우가 벌어온 월급이었던 것.
그리고 이혼 신고 후 재산분할권 포기 각서를 작성했던 것.
재산분할권 포기각서라는 말을 듣자 심문철 변호사가 손바닥을 탁 쳤다.
“와- 재산분할권 포기각서를 쓰셨다구요?”
“예. 무슨 문제라도…?”
“아닙니다. 너무 잘하셔서 감탄했어요. 그건 그야말로 신의 한수입니다. 절대 질 수 없는 소송이네요.”
“그런가요?”
“네. 재산분할권 포기각서라는 게 이혼 전에 작성하면 1도 효력이 없는 무쓸모인데, 이혼신고 이후에 이혼효력이 발동된 상태에서는 절대적이거든요.”
심문철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이렇다. 이혼이 성립했을 때 비로소 재산분할 청구권이라는 것이 발생하므로, 이혼 전에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각서는 의미가 없다. 없는 것을 미리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이미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혼 신고 이후에는 재산분할 청구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때 포기각서를 쓰는 것은 절대적인 효력이 있다고 한다.
“쌍방의 합의로 작성한 거라 무조건 질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결혼 1년차도 안 됐고 명품백 쇼핑이나 외제차 구매예약 등 사치도 심했다면서요?”
“예. 그때 거래내역이 남아 있습니다. 차는 대금을 치르지 않았지만 그때 작성한 계약서도 남아있구요.”
“그러면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고 오히려 부부 경제활동에 지장을 가한 셈이라 재산분할은 말도 안 되구요. 그리고 코인이라는 게 해외에 있다구요?”
“네 맞습니다.”
“해외에 있으면 해외법인일 텐데 거래내역이나 이런 걸 요청하기가 애매할 것 같은데, 그러면 코인을 재산 목록에 포함시킬 수가 없거든요. 현재 법적으로도 코인을 재산으로 취급하고 있지도 않고요. 진짜 벼락 맞을 확률로 재산분할 청구가 받아들여져 재산분할을 청구해도 국내에서 볼 때는 고객님은 아무런 재산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코인이 없다고 주장해버리면 상대방은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그렇군요. 불륜도 소송에 있어서 도움이 될까요?”
“불륜이요? 전아내분이 간통도 저질렀나요?”
정우가 쓰게 웃었다.
“예. 외도를 저질렀습니다.”
“세상에… 헤어지길 정말 잘하셨습니다. 증거는 있으시구요?”
“따로 없습니다. 저도 협의이혼으로 결정한 게 증거확보하기가 너무 애매하더라구요.”
“그렇긴 하지요. 뭐, 불륜 증거가 있으면 위자료 청구도 할 수 있겠지만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지금 가진 자료들만으로도 충분히 승소 가능하고요. 이건 뭐 어느쪽으로든 따져봐도 절대 질 수가 없겠습니다. 너무 조치를 잘해놓으셔서 수임료를 받기도 뭐한데요?”
“휴- 다행입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심앤장에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복수 때문입니까?”
눈치 빠른 심문철 변호사가 은근히 물었다.
정우가 쓰게 웃었다.
“네. 맞습니다. 전와이프에게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고객님의 입맛에 맞게 최대한 탈탈 털어드리겠습니다. 다만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변호사 비용이 올라간다고 해서 소송비용을 청구할 때 상대방에게 큰 타격은 없거든요.”
“네?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승소 패소의 결과에 따라 소송비용청구의 비율도 정해지는데, 그 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완전승소하면 10:0으로 모든 비용을 청구가 가능한데, 그것도 2,000만원까지는 소송비용의 10%만 청구가 가능하세요. 그리고 금액이 높아질수록 이 비율도 낮아져서 소송비용 1억 정도는 최대 740만원 정도 청구가 가능할 뿐입니다.”
“아… 몰랐습니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요?”
“아니요. 방법이 있기야 합니다.”
심문철 변호사가 사악하게 웃었다.
“청구비용이 높아지면 인지대, 즉 소송비용이 올라갑니다. 인지대란 일종의 세금이라고 해야 할까요? 소송할 때 내야 하는 필수비용인데 이 인지대라는 게 소송청구금액에 비례하거든요.”
“어? 그러면 상대방이 원하는 청구 금액이 커지면 인지대가 엄청 올라갈 수도 있겠네요?”
“네. 한 청구금액이 100억원 정도면 인지대만 해도 3,500만 원 정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정우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심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쟁이 전와이프가 100억 이상 청구하게 만들면 되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00억이 있냐는 건데… 저희 심앤장을 찾아주신 고객님이니 혹시…?”
눈치 빠른 심문철이 은근히 묻자 정우가 씨익 웃었다.
“그 정도는 있습니다.”
“역시. 꼼꼼히 준비하신 걸 보니 절대 돈이 궁하실 분은 아닐 거라 짐작했습니다. 이제 떡밥도 준비되었으니 딱이군요. 기다리시면 상대편에서 금융정보제출명령신청을 통해서 고객님 계좌를 조회할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죠?”
“알겠습니다. 기다리면 되겠네요.”
“만약 상대편에서 반응이 없다? 그러면 좀 유치하기는 하지만 전아내분에게 계좌를 슬쩍 보여주시던가 해서 미끼를 던지시면 되겠습니다. 돈 자랑을 하는 거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리스크는 없을까요?”
“무조건 승소 가능합니다. 원하시면 제가 특약도 걸어드리죠. 패소시 청구금액을 보상해드린다는 조건입니다. 어떻습니까? 계약하시겠습니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 자신감에 정우는 자신이 잘 찾아왔음을 느꼈다.
“무조건 심 변호사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예슬로부터 소송이 청구되면 그때 계약하고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하고 로펌을 나섰다.
변호사와 상담까지 마치니 일말의 불안감도 사라졌다.
소송이 시작되어도 결국 정우는 승소하게 될 것이고, 이후 수억 원에 달하는 변호사 선임비용이 안예슬에게 청구된다면?
씀씀이가 헤퍼서 보유한 재산이라곤 거의 없는 전와이프는 파산하게 될 터.
‘네가 시작한 거다.’
이제 멈추지 않아.
* * *
로펌 상담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정우는 바로 거래소에서 현금을 출금하여 은행 계좌에 입금시켰다.
계좌에 반짝이는 300억원. 이 정도면 미끼용으로 충분하겠지?
스크린샷을 캡처하여 안예슬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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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사진) [정우]: 부럽지? ㅋ─────────
대놓고 자랑하듯이 메시지를 날렸다. 이런 찌질하고 유치한 짓은 평소 그의 성격이면 절대 안 하겠지만, 심 변호사의 말대로 일부러 안예슬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런 이유를 모르는 전아내는 몇 분 있다가 메시지를 읽었는데, 한참 있다가 답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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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 염병하네 ㅋ [예슬]: 할 짓도 없니? [예슬]: 차단한다─────────
왠지 안 믿는 눈치다.
“… 너무 큰 금액으로 보냈나?”
한 100억원으로만 할걸.
너무 큰 금액으로 해버리니 안예슬은 도리어 안 믿는 눈치다.
수습하려 뒤이어 메시지를 보냈지만 차단했는지 읽지 않았다.
‘… 나가리인 것 같네.’
안예슬의 욕심을 자극해서 함정으로 몰아넣으려 했는데 아쉽게도 걸리지 않는 눈치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제발 재산분할을 높게 청구해달라고 빌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복수는 하면 좋지만, 못해도 이제 뭐 남이니 상관없으니까.
무엇보다 전아내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보다 그저 자신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복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안예슬에 대한 건 빠르게 잊어버렸다.
이후 마음 편히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되돌아보았다.
퇴사를 신청한 일.
강성열 책임에게 조언했던 것.
재산분할을 해달라던 전와이프의 뻔뻔함.
로펌 상담까지.
“아, 맞다. 서현 씨 일도 있었네.”
그리고 탕비실에 있었던 지서현과의 일화까지.
두 사람 사이의 일을 마무리 짓자던 지서현의 당돌한 말이 떠올랐다.
“API라고 하면 되지 왜 말을 그렇게 해 가지고.”
강성열 책임이 두 사람 사귀는 거냐고 오해하던 게 떠올랐다.
얼마나 진땀을 뺐던지.
어쨌든 두 사람 사이의 일 ‘API’ 건도 잘 마무리되었다.
정우는 지서현에게 메일로 받은 API를 열어보았다.
[LJ API 1.0ver>API의 이름은 LJ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마도 이정우Lee Jung Woo의 약자로 보였다.
근데 실수로 W는 빼먹은 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넘어가고 기능부터 살폈다.
한글로 구성된 깔끔한 GUI(Graphical User Interface) 외관을 바탕으로 정우가 원했던 기능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기능들은 다양했는데 여러 거래소에 분산된 여러 개의 계정을 동시에 매매하는 기능은 당연히 들어 있었고, 각 거래소에서 매집한 코인의 평균가를 보여주는 기능이나 대량으로 매매 주문을 넣는 ‘거미줄 매매’ 기능도 있었다.
거기에 RSI나 이동평균선 같은 정해진 지표 아래로 내려오면 매집을 시작하고 정해진 지표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매도하는 기능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가장 특이한 건 바로 ‘지정가 인터셉트 트레이딩’ 기능이었다.
다른 건 알아보았는데 지정가 인터셉트 트레이딩은 뭔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정우는 곧장 지서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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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서현 씨, 지정가 인터셉트 트레이딩이 뭐야? [서현]: 지정가 거래를 시장가 매매처럼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역시 천재인 건가.
물론 지서현은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겨버렸지만 절대 사소한 기능이 아니었다.
코인 선물거래를 할 때 지정가 주문과 시장가 주문은 수수료가 다르다. 시장가 주문이 훨씬 비싼 것.
그런데 지서현은 API를 통해 지정가 매매를 시장가처럼 할 수 있게 만들어 수수료를 절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보통 지정가와 시장가 매매 수수료가 3배 정도 차이가 나니 오죽하랴.
심지어 정우가 이용하는 선물거래소는 수수료를 돌려주기에 어마어마한 이득이었다. 즉, 매매를 할 때마다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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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내가 진짜 거하게 살게 [정우]: 땡큐 서현 씨! [서현]: 네 ㅎㅎ [서현]: (웃는 이모티콘)─────────
지서현의 도움 덕분에 코인 매매에 탄력이 붙게 되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여러 거래소에서 코인들을 매집할 수 있게 되었고, 지정가 인터셉트 트레이딩을 통해 거래수수료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멋진 프로그램을 구하게 되자 기분이 들떴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기분이랄까.
얼른 이 멋진 API를 실행해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다.
정우는 곧장 코인거래소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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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2.56x)] [Quantity: 4,700,000ETH] [Entry Price: 28.42] [Mark Price: 39.2] [Liq. Price: 16.17] [Value: 52,087,800.1USD(+10422.78%)]──────────
3월 중순에 61불을 넘었던 이더리움은 5일 내내 하락하여 30불을 찍고 45불까지 반등했다가 다시 눌리고 있었다.
현재 가격은 39불 수준이었는데 당장 차트만 봐서는 하락추세로 보였다.
40불부터 매집하려던 게 계획이었기에 40불부터 매집을 시작했고, 2불 간격으로 내려올 때마다 추가로 매집을 했다.
이때 40불부터 38불, 36불까지는 30만 개씩 매수했는데, 34불부터는 마틴게일매매기법을 이용해서 34불에 90만 개, 32불에는 180만 개를 추가로 매수를 걸어놨었다.
최근 들어 정우가 바빠서 신경을 못 쓴 사이에 이더리움이 30불까지 떨어졌기에 정우가 걸어둔 매수주문은 모두 체결되어 현재 정우의 이더리움 평단가는 10.17불에서 확 올라서 20불이 넘은 상태였다.
다만 32불에 180만 개를 구매한 게 신의 한수가 되어서 4,500만 불 정도였던 이더리움의 포지션은 5,200만 불이 된 상태였다.
‘다시 거의 500만 개가 되어서 자금 넣기가 좀 애매하네.’
포지션의 덩치가 너무 커졌기에 이더리움을 더 늘리는 것은 애매해 보였다.
정우는 선물 포지션을 매집하는 건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대신 5,200만불이라는 잔고 대비 레버리지가 올라서 청산가가 많이 높아졌기에, 증거금을 조금 더 넣어서 청산가를 낮췄다.
’10불 정도로 낮춰놓으면 위험하진 않겠지.’
정우는 현재 현금으로 2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원래 2억 천3백만 달러를 지니고 있었는데 공장 매매를 위해서 천만 달러를 출금하고 그대로 뒀던 것.
그리고 선물 포지션을 늘릴 때 따로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 레버리지를 활용했기 때문에 현금은 그대로 있었다.
보유 현금 중에서 5,000만 달러만 뚝 떼어서 선물 포지션의 증거금으로 추가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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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1.3x)] [Quantity: 4,700,000ETH] [Entry Price: 28.42] [Mark Price: 39.2] [Liq. Price: 8.03] [Value: 102,087,800.1USD(+104.17%)]──────────
잔고가 1억 달러 수준이 되자 16불 정도였던 청산가가 단번에 8불 정도로 뚝 떨어졌고 2.56이었던 레버리지도 1.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다만 증거금을 투입하자 기존수익률이 재조정되어 104%로 줄어든 점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이제 청산당할 일은 거의 없을 터.
선물거래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매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알트코인 좀 알아볼까.’
남은 1억 5천만 달러로 무슨 코인을 살까.
사실 매집해야 할 알트코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에리아.’
에리아란 에이다, 리플, 아인스타이늄의 줄여 부르는 정우만의 은어였다. 회귀하기 직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들었던 정보들을 잊지 않기 위해 축약어로 만들어 외우고 있었던 것.
투자하기에 앞서 정우는 이 히든카드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았다.
“… 어? 에이다는 없잖아?”
놀랍게도 아직 에이다는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2014년에 개발되어 2016년에 4차 ICO(Initial Coin Offering: 초기 코인 공개)를 진행한 에이다는 2017년 10월에 거래소 공식 상장 예정이었다. 즉, 에이다를 투자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남은 건 리플이랑 아인인가.’
정우는 리플과 아인스타이늄 코인이 상장되어있는지 알아보았다. 다행히 시총이 꽤 높은 리플은 활발히 거래 중이었고 상장된 거래소도 다양했으며 선물거래소에서도 거래가 가능했다.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시총이 낮은 아인스타이늄은 극소수의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가능했고 선물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도 없었다.
“자세히 좀 알아봐야겠는데.”
정우는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의 현재 시세를 조사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XRPUSD: 0.0055] [EMC2USD: 0.0012]현시점에서 리플XRP의 가격은 0.0055달러로 한화로 약 5.9원가량이었고, 아인스타이늄EMC2은 0.0012달러로 1.3원 정도였다.
그런데 무엇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일까?
“… 리플 4,800원 가잖아?”
바로 리플 때문이었는데, 왜냐하면 봉수가 리플에 투자해서 물린 가격이 바로 4,800원이었기 때문이다. 회귀하기 전 마지막 술자리에서 김봉수와 김경도의 투닥거리던 대화가 떠올랐다.
‘와- 리플 오랜만에 듣네. 나 그거 아직도 48층에 물려 있었는데.’
‘씨발 내 친구 중에 리플 48층 주민이 있다니. 봉수야 니 대가리 좀 보자. 장식인가 확인해보게.’
‘리플 48층 대갈빡에 함 맞아볼래?’
‘워워- 진정해, 진정해 으아아악!’
……
분명히 봉수의 리플 평단은 4,800원이었다. 그에 반해 현재 리플의 가격은 5.9원이다. 단순히 6원으로 잡고 계산을 해봐도 800배 정도 오를 여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800배, 퍼센트로 따지면 80,000%.
그런데 이더리움은 8달러에서 1,400달러까지 180배, 즉 18,000%다.
무엇이 수익률이 높은가.
문득 정우는 술자리에서 의기양양하게 외치던 김봉수의 말이 떠올랐다.
‘… 만약 회귀하면 무조건 이더리움을 사서 존버해라. 알간?’
무조건 이더리움은 무슨.
“… 봉수 이 자식이.”
그때까지만 해도 정우는 김봉수를 살짝 원망했다.
리플의 지난 차트를 보기 전까지는.
“… 가격이 그대로네?”
놀랍게도 2017년 이후로 리플의 가격은 0.007달러를 넘은 적이 없었다.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이더리움이 8배가 가까이 넘게 오르고 그렇게 시장이 요동쳤음에도 가격이 그대로라니. 심지어 2월 초에 비해선 오히려 가격이 떨어져 하락추세가 진행 중이다.
만약 자신이 회귀해서 이더리움이 아닌 리플을 샀더라면…?
자산이 10억 원은커녕 3천만 원도 없었을 터. 아니, 선물을 했다면 모든 재산이 청산되었을지도 모른다.
끔찍한 상상에 눈앞이 절로 깜깜해진다.
“… 리또속.”
리플한테 또 속냐는 의미의 멸칭.
코인을 잘 모르는 정우도 알 정도로 유명한 그 단어가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제야 깨달았다.
왜 리플이 리또속이라 불렸는지를.
봉수의 헛다리가 신의 한수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