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27)
지금까지의 하락이 반등을 위한 기모으기였다는 듯이 리플은 단숨에 30원을 뚫고 미친 듯이 올랐다.
-200만원이었던 퍼런 잔고가 순식간에 빨간불로 변했다.
“… 떠, 떡상한다!”
김봉수는 다급하게 매도 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올렸다. 지금이 탈출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막상 팔려니 아까워졌다.
진짜 반등의 시작이라면?
그동안 가슴 졸였던 시간이 너무나 아까워졌다.
“… 아씨 몰라. 존버 간다!”
커뮤니티에서 본 존버(존나 버티기)를 중얼거리며 김봉수는 두 눈을 부릅떴다.
30원을 돌파한 리플은 31원, 32원, 33원을 단 몇 초만에 돌파하더니, 순식간에 40원도 뚫어냈다.
‘대박!’
평가손익에 적혀 있는 빨간 숫자의 길이가 심상치 않다.
지금이라도 익절할까?
매도가격에 40원을 적고 매도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다시 올렸다. 이제 이 버튼을 누르면 모두 팔린다.
하지만 다시 갈등이 생겨났다.
‘이거 이대로 다시 60원까지 가는 거 아니야?’
이미 40원은커녕 41원을 돌파하고 무지성 상승 중이다. 60원까지 가는 것도 꿈은 아닐지도 몰랐다.
만약 60원 가면 대체 내 수익은 얼마가 되는 거지?
김봉수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였다.
40원을 뚫고 44원을 향해 나아가던 리플이 주춤했다. 44원을 찍은 리플의 가격이 43원으로 숫자가 바뀌어 버린 것.
그 순간 김봉수는 본능적으로 매도 버튼을 눌렀다. 그야말로 판단이랄 것도 없는 본능이었다. 다행히 게임을 하던 반사신경 덕분인지 반응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고, 그 즉시 매도가격 40원에 보유한 리플이 모두 매도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매도하자마자 리플은 40원이 뚫리며 다시 아래로 내리꽂혔다.
30원 초반대로 곤두박질치는 리플을 보며 김봉수는 허공에 어퍼컷 세레머니를 날렸다.
“… 나이스!”
적절한 시점에 매도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김봉수는 재빨리 계좌잔고를 열어 수익을 확인했다.
─────────
[내 보유자산]-총보유자산: 13,388,513.3KRW
-일일손익: +3,388,529KRW
-하루수익률: +33.9%
─────────
수익률이 무려 33.9%.
방금의 매매 한번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무려 340만원에 달했다.
덕분에 투입자금 총 1,000만원이 벌써 1,30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미, 미쳤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며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신난 김봉수는 바로 자신의 투자수익화면을 캡처하여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올렸다.
─────────
[봉수]: (사진) [봉수]: 대박! [봉수]: 탈출 성공! [봉수]: 익절도 했다 시발!!!!!!!!!!!!! [KKD]: +338만원? [KKD]: 이거 진짜임? [봉수]: ㅇㅇ [봉수]: 대박났다! [KKD]: 와… 구라 아니고? [봉수]: 구라는 뭔 구라야 [봉수]: ㄹㅇ임 [KKD]: 와… [동현]: 진짜로 벌었다고? [동현]: (경악하는 이모티콘)─────────
친구들이 김봉수의 수익 사진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단톡방에 미친 듯이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KKD]: 와 씨발 쓰봉이 빡대가리도 돈을 버네 ㅁㅊ [KKD]: 코인 개ㅈ밥임? [봉수]: 뭐 인마? [KKD]: ㅈㅅ ㅋㅋㅋㅋㅋ [KKD]: 아 나도 코인이나 할까 [KKD]: 펀드매니저라고 회사에서 개인투자 못하게 하는데 개빡치네 [KKD]: 누군 한번에 300을 버네 [KKD]: 와…… ㅈㄴ 현타온다 [봉수]: 부러움? ㅋ [봉수]: 부러우면 하든가 ㅋ [KKD]: 너 뭐에 투자했다고 했냐? [봉수]: 리플 [KKD]: ㅇㅋ─────────
코인 이야기로 친구들과의 단톡방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봉수는 매매의 환희를 감출 수가 없었다.
‘… 코인 존나 재밌네.’
매매 한번에 월급보다 많이 벌었으니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앞으로 코인으로 돈 벌어서 부자가 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김봉수는 코인 정보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코인 매매를 해보기 위해서.
* * *
친구인 김봉수가 리플을 탈출한 사이.
통화를 마친 정우 역시 막 포지션을 확인 중이었다.
─────────
[모든 거래소 통합보유자산[LJ API>]-총보유자산: 42,131,560.2USD
-총매수: 31,209,760.1USD
-평가손익: +10,921,800.1USD
-수익률: +34.9%
-총평가: 42,131,560.2USD
─────────
무려 +1천만 달러라는 수익.
사실 봉수가 물려 있던 그 시각, 정우는 밑에서 리플을 천천히 매집해두었던 것이다.
그가 매집한 덕에 리플이 가격지지를 받아 오른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오를 타이밍이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매집이 끝나자마자 리플은 바로 반등하였다.
그 덕에 잠깐 사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
‘봉수도 탈출했겠네.’
단톡을 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려서 징징거리던 봉수가 수익을 인증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태세전환은 우디르급이다.
‘잘 되면 좋은 거지 뭐.’
어깨를 으쓱하며 매매를 복기했다.
사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API 매매 실수로 하마터면 큰 손해를 볼 뻔해서 다시는 리플과 같은 알트코인을 매매하지 않으려 결심했다. 시총이 너무 작아서 고래인 자신을 담을 그릇이 안 된다 여겼던 것. 대신 시총이 큰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에 올인하려 했다.
하지만 제 버릇 못 준다고, 막상 너무나도 예쁘게 바닥을 다지고 있는 리플을 보니 재진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정우가 신경을 껐던 사이 세력이 빠진 리플은 가격이 쭉쭉 빠져 매집하기 좋은 수준으로 내려와 있었다.
정우는 1억 달러 중에서 천오백만 달러만 여러 거래소에 분산하고는 리플을 아주 천천히 매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격 역시 예의 주시하면서 모든 자금이 투입되지 않게끔 조절했다.
그러자 리플의 가격이 요동치는 대신 하락세가 진정되더니 25원 부근, 달러로 치면 0.023달러 부근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집한 이후에 김봉수에게 전화가 왔고 반등이 일어났던 것.
‘이렇게 써먹는 거구만.’
슬슬 지서현이 준 API의 사용법을 깨달았다.
이런 순조로운 매집이라면 다른 코인도 매집해볼 만한데?
정우는 알트코인에 자금을 투입하는 요령을 알게 되었다.
‘리플 하나로 내 자본이 감당이 안 되면, 다른 알트코인에 분산 투입하면 되잖아?’
간단한 깨달음이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이더리움 하나만 바라보았던 정우는 그제야 리플, 아인스타이늄 외에도 다른 코인들도 눈에 들어왔다.
국내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비트코인캐시BCH, 라이트코인LTC, 이더리움클래식ETC, 네오NEO, 넴XEM, 스텔라루멘XLM, 대시DASH, 스팀STEEM 등등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것 같은 유명한 코인들이 눈에 띄었다.
‘몽땅 사자.’
회귀 전에 코알못이었던 정우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라면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 여기며 모조리 조금씩 매집하기 시작했다.
앞전에 리플에서 얻은 실수를 바탕으로 아주 조금씩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선에서 매집했다. 리플이 급등한 덕분에 자금이 리플로 몰려들어 다른 알트코인들의 가격은 조금씩 빠지고 있었기에 매집하기 수월했다. 작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 사이 정도의 시총을 지닌 잡코인들에 투입된 자금은 무려 총 3천만 달러였다.
다만 그렇게 썼음에도 1억 달러나 자금 여력이 남아서 나머지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입했다.
─────────
[ETHUSDT-Long(Cross 1.26x)] [Quantity: 4,700,000ETH] [Entry Price: 28.42] [Mark Price: 40.0] [Liq. Price: 8.03] [Value: 105,847,800.1USD(+111.69%)] [BTCUSDT-Long(Cross 4.41x)] [Quantity: 499,809.61BTC] [Entry Price: 929.68] [Mark Price: 940.1] [Liq. Price: 697.26] [Value: 105,208,016.13USD(+5.2%)] [모든 거래소 통합보유자산[LJ API>]-총보유자산: 42,131,560.2USD
-총매수: 31,209,760.1USD
-평가손익: +10,921,800.1USD
-수익률: +34.9%
-총평가: 42,131,560.2USD
─────────
완성된 정우의 선물 포지션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합쳐서 2억 달러 수준이었고, 알트코인 현물 포지션은 3천만 달러에 달했는데, 알트코인을 매집하는 사이 1,500만 달러나 사둔 리플이 급등하면서 알트코인 포지션의 규모는 4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비트코인은 5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무려 50만 개나 매집해놓은 상태였다. 이더리움에 비해 시총이 큰 비트코인은 변동폭이 상당히 작아서 안전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5배 레버리지로 포지션을 잡은 것인데 달러로 따지면 거의 5억 달러어치였다. 다행히 시총이 워낙 크다 보니 매집하기 어렵지 않았다. 매집하는 사이 1% 정도 상승했는데, 5배 레버리지 때문에 5% 수익률을 거둬 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상태였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이제는 500만 달러, 한화로 50억 원 정도의 수익은 돈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 정우에게 남은 현금은 3천만 달러 수준. 딱 330억 정도 남았다.
‘이건 회사를 위해서 좀 남겨놓자.’
공장 설비나 원자재를 구매하기 위해서 현금이 어느정도 필요했기에 은행에 출금해놓은 300억원은 그대로 들고 있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코인 자산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아인스타이늄은 이제 단기고점이 오지 않는 이상 쭉 홀딩하기로 했다.
물론 미래에 가격이 얼마가 되는지 정보가 없는 나머지 알트코인은 단기 고점이 올 때마다 매도하여 단타를 치거나, 될 수 있으면 코인 끝물이라 불리는 2018년 1월까지 홀딩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홀딩을 할지 팔게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어쨌든 포지션도 잡았고 공장도 그렇고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
“빨리 5월이 왔으면 좋겠네.”
* * *
4월은 큰 사건이나 이벤트 없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소송을 한다던 안예슬로부터 딱히 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소식도 없었다.
대신 성운이노베이션은 회사 경영에 큰 변곡점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대한화학, 2,000억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증설>……
대한화학 협상단과 성태규 대표가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인터넷 뉴스로 나왔다.
성운이노베이션과 대한화학의 계약이 드디어 체결된 것이다.
“음….”
뉴스를 읽던 박민수 대한화학 부회장은 눈쌀을 찌푸렸다.
한민준 부사장이 진행 중인 성운이노베이션과 체결하는 2,000억원 규모의 계약은 자신에게 별도의 보고도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부사장 올라오라고 해요.”
비서를 시켜 한민준 부사장을 호출했다.
이윽고 올라온 한민준 부사장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귀찮게 왜 호출하고 그러세요.”
“잘 알 텐데요. 성운이노베이션 계약 건, 왜 보고도 없이 진행했습니까?”
“제가 왜 보고를 해야 합니까.”
당돌한 한민준 부사장의 말에 박민수 부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그걸 말이라고….”
“월급사장 주제에 토 달지 말고 그냥 그런갑다 여기세요. 한씨도 아니면서 왜 이리 나댑니까?”
“… 지금 말 다 했습니까? 회장님께서 아시면 어쩌려고 그러시죠?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될 텐데요?”
그렇다. 박민수 부회장은 대한그룹 한씨일가가 아닌 외부인. 따라서 현재 그가 직급이 높다고 해서 한민준 부사장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한민준은 그 점을 영악하게 노려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있었던 것.
다만 이런 망나니 한민준도 무서워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대한그룹의 주인인 한광표 회장이다.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한민준 부사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치사하게 고자질은. 좋아요. 제가 졌습니다. 뭐,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저도 유치하게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보고라도 제때 해달라는 거죠. 그것도 자그마치 2,000억짜리 계약이라면 경영자 입장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박민수 부회장의 진의는 간단했다. 괜히 나중에 잘못됐을 때 한민준 부사장이 싸지른 똥을 치우다가 덤터기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의중을 짐작했는지 한민준 부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라면 어렵지 않죠. 성운이노베이션을 먹을 생각입니다. 거기 전고체배터리 기술력이 꽤 괜찮거든요.”
“성운이노베이션을요?”
박민수 부회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다.
“아니 임원진과 협의도 없이 인수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내가 인수하겠다는데 왜 안 됩니까? 나 한민준입니다. 대한그룹 사람이라구요!”
오히려 역정을 내는듯한 한민준 부사장의 말에 박 부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것만 확인합시다. 인수한다는 걸 보니 이번 계약은 그럼 미끼인 겁니까?”
“눈치는 있으시네요. 네, 맞습니다. 이번 계약 건으로 곧 성운이노베이션은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될 거예요. 부도난 기업을 인수하고, 거기에 딸린 특허도 먹고. 아, 무슨 특허인지 말씀드렸나요? MG음극재라는 기술인데, 이게 전고체배터리의 단점을 개량한 미친 기술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기술개발이니 뭐니 해서 적자만 나던 우리 대한화학도 순익을 낼지도 모른다구요. 한마디로 초대박이다, 이 말입니다. 부회장님이 오히려 저한테 고마워하셔야 된다구요.”
어떻게 인수할 건지, 현재 어떤 작업을 쳐놓은 건지 자세한 사정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박민수 부회장은 대번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 파악한 눈치였다.
“…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다만 저희 쪽에서 함정을 깔았다는 걸 언론에서 알면 분명 좋지 못한 얘기가 나올 겁니다. 만약 대한그룹의 이미지에 영향이 간다면 회장님께서….”
“안 나오게 잘 해야죠. 잘 해낼 거구요.”
“… 그런데 왜 이런 무리수를 던지는 겁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회장님께서 계열사 하나 정도는 주실 텐데요.”
그의 질문에 한민준이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다.
“풉! 계열사를 준다구요? 부회장님은 그렇게 회장님 오래 모시고도 뭘 모르시네요. 회장님이 식구들 모두를 챙겨줄 것 같습니까? 아버지… 아니 회장님은 욕심쟁이입니다. 자기 후계자를 위해서라면 나머지 자식들은 모조리 팽할 거라구요. 뭔 소리인지 알겠어요?”
“… 음.”
“대한화학이라도 먹으려면, 떡고물이라도 안 뺏기려면 지금부터 아등바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제발 좀 태클 걸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안 그래도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고 있어 썅’이라고 중얼거리며 한민준 부사장이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남겨진 박 부회장이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애새끼가 어른한테 진짜.”
시벌 드러워서 못 해 먹겠네.
산전수전 다 겪고 온갖 더러운 꼴을 다 겪은 그였지만 한민준 부사장 같은 어린놈이 모욕하니 견디기가 힘들었다.
회장님이 은퇴하시면 자기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박 부회장은 목이 탄 듯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 * *
[대한화학, 2000억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증설> [대한화학과 2000억 계약 체결한 성운이노베이션은 어떤 회사인가>……
성운이노베이션 직원들의 귀에도 대한화학과 협상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 대한화학이랑 계약한 거 얘기 들었어?”
“지라 보니까 프로젝트 스케줄 잡혔더만. 또 한동안 바빠질 모양이야.”
“그래도 2천억 규모면 연말 성과급은 기대해볼 만하겠더라고.”
“당연히 100%는 줘야지. 삼화에너지에 대한화학까지… 어우. 죽어나겠다 진짜.”
보안팀과 전산팀이 갈려 나간 것에 비해 성운이노베이션은 벌리는 일의 스케일을 계속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인력들도 빠르게 충원했다.
“안녕하세요.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하게 된 길태형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MES쪽을 담당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우의 후임 격으로 새로운 개발자도 입사했다.
씩씩하고 호감형인 것이 일머리도 꽤 있을 것 같았다.
인수인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실 부사수인 지서현이 정우의 업무 대부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당장 퇴사하고 지서현이 대신 인수인계해도 문제는 없었지만, 지서현도 자신의 일을 해야만 하기에 정우는 신입 길태형 연구원에게 자신의 업무를 인수인계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경력 1년 차라 아직 선임급 연구원은 아니지만 경험이 꽤 있어 보이는 길태형은 일을 맡기기에 괜찮은 인물이었다.
이 정도면 부사수인 지서현이나 다른 개발팀에게 민폐는 되지 않을 터.
하지만 지서현은 길태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여기에 참조인 넣고 보고하시면 됩니다. 그것도 모르십니까?”
“그게 지라 사용해보는 건 처음이라….”
“선배님은 처음 하셔도 금방 하시던데요. 좀 더 분발하셔야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최근 들어 지서현의 말투가 묘하게 날이 선 것이 요새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혹시 그날인가. 괜히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 지서현을 피했다.
그럴수록 왠지 더더욱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다른 할 일도 많았기에 지서현을 계속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공장 일도 빨리 마무리하자.’
바로 공장일 때문이었다. 이미 포지션이 잡힌 코인 투자보다는 공장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을 다니면서 처리하기엔 여러 일들이 많이 겹쳐 있었는데, 어느정도 인수인계가 되고 자신이 없어도 개발팀이 잘 굴러가자 그때서야 정우는 마음 놓고 밀렸던 연차를 연이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명세서 작성 때문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처리한 건 특허출원 관련 업무였다. 고려특허법인 허윤종 변리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기존에 계약했던 특허출원 과정에서 명세서를 작성하려는데 논문만으로는 부족하단다. 그저 변리사에게 특허출원을 맡기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아니었던 것.
때문에 허 변리사가 추천한 명세사와 함께 유현석과 함께 연구 과정을 기록하고 명세서 작성에 도움을 주었다. 유현석이 자폐를 앓고 있다 보니 이론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데 좀 애를 먹었지만, 연구과정을 전부 녹화하여 공정을 텍스트로 기록하니 나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특허회피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명세서 작성뿐만 아니라 타기업이 특허우회 및 특허회피 전략을 사용할 것을 대비하여 무효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특허청구항에 대하여 허윤종 변리사와 함께 꼼꼼히 확인하고 특허회피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였다.
특허나 논문을 데이터화 하는 작업은 많이 해보았지만, 진짜 특허를 만들고 방어책을 세우는 건 처음이었기에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 이후 공장 설비 쪽 일도 해결했다. 공장 설비를 들여놓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그래핀 양산 공정에 필요한 몇몇 설비들은 직접 만들어야 했기에 유현석, 그리고 공춘수 공장장과 함께 공장 및 설비 설계도를 작성하기도 했다.
물론 요구사항에 대한 대략적인 시안일 뿐 디테일한 건 외주를 맡길 예정이었다.
바로 성운이노베이션에 말이다.
이를 위해 정우는 탁세훈 팀장에게 설비 설계를 의뢰하였다.
설계도 시안 및 의뢰내용을 들은 탁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동화설비네요? 스마트공장으로 만드시려나 봅니다?”
“예. 아무래도 직원을 많이 뽑기보다는 무인화 및 자동화하는 게 좋겠더라구요.”
사실 시중에 이미 개발되어 있는 설비들을 구매하여 공장을 꾸밀 수 있었지만, 직원들을 뽑기에는 보안상에 문제가 있을 듯했다. 특허출원을 신청해놓기는 했지만, 공정과 기술이 유출되어 다른 기업에서 우회특허 등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가는 기술이 세상에 드러나 모든 세상사람들이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전까지는 최대한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게 좋을 듯하여 스마트공장으로 짓기로 결심한 것이다.
탁 팀장은 그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개발팀 직원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자동화공정 설비를 의뢰하다니… 진짜 정우 씨와 같이 있으면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네요.”
“하하, 저와 함께 하시면 더 재밌는 경험 많이 하게 되실 거예요.”
“스카웃 제안입니까?”
“예. 혹시 저희 회사로 오실 생각 없으신가요?”
“그건 사양할게요. 좀 더 커지고 오시죠.”
“그때가 되면 탁 팀장님에게 자리 안 올걸요?”
“그건 좀 아쉬울 것 같은데요? 연봉은 얼마입니까?”
“지금 받는 거에 2배 드리죠.”
“대표님,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진짜로요?”
“당연히 농담이죠. 아무튼 의뢰한 건 제가 책임지고 처리해드릴게요.”
추진력이 대단한 탁세훈 팀장이 탐나서 정우는 살짝 진심을 담아 얘기했지만 그는 그저 농담으로 치부하며 장난치듯 답했다.
그래도 정우의 의뢰 역시 영업 실적으로 반영되기에 허투루 처리하지 않고 꼼꼼하게 처리해주었다.
다만 삼화에너지와 대한화학 납품 계약 건 때문에 제조 일정이 상당히 뒤로 밀려 있어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웃돈 드릴 테니 먼저 처리 가능할까요?”
“자본주의 사회인데 그 정도는 당연하죠.”
결과적으로 지출이 좀 들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설비 제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성운이노베이션에서 제조한 설비들이 포항에 위치한 네뷸라 코퍼레이션의 공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되었던 설비들은 부품이 하나하나 조립되어 설치될수록 그 자태를 드러냈다.
공춘수 공장장이 감탄했다.
“… 드디어 좀 진짜 공장 같네요.”
“이제 시작입니다.”
겨우 플래시그래핀 공정 설비를 설치했을 뿐, 아직 SCR그래핀 공정이 남았다.
하지만.
이제 그래핀 생산까지 진짜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정우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