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29)
정우는 단톡방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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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KD]: 나도 리플 사놨는데 [KKD]: 와 미친! ㅈㄴ 개떡상한다! [봉수]: ㄹㅇ? 얼마 샀는데? [KKD]: (사진) [KKD]: 보임? ㅋ [봉수]: 뭐야 수익률 머임? [봉수]: +4,600만원? [봉수]: 저거 뭔데? 대체 얼마를 투자한겨? [KKD]: 500 박았음 ㅋ [봉수]: 리플에 500을 박았다고? 언제? [KKD]: 니 코인 자랑한 날 바로 박음 ㅋ [봉수]: ㅁㅊ… 대박이네 [봉수]: 근데 너 펀드매니저라 개인투자 못하는 거 아님? [KKD]: ㅇㅇ 글킨한데 그건 주식 관련이고 [KKD]: 코인은 관련 규정 없음 ㅋ [KKD]: 엄빠 계정으로 가입해서 몰래 하면 아무도 모름 ㅋ [KKD]: 그때 니 300 먹은 거 보고 배 아파서 바로 샀는데 [KKD]: 진짜 리플 계속 우상향하네 [KKD]: 리플 미쳤다!─────────
경도 녀석은 리플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꽤 크게 투자했는지 오히려 봉수보다 수익이 클 지경이었다.
게다가 조용하던 동현이 마저 리플 찬양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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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 리플 가즈아~ [KKD]: 뭐야 똥현이 너도 샀냐? [동현]: ㅇㅇ [동현]: 리플 떡상 기원 가즈아 [동현]: 아 쎄이 영! 유 쎄이 차! [동현]: 영! [KKD]: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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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코인으로 대동단결하여 리플 떡상을 부르짖는 친구들.
지금 리플이 떡상 중인 건가?
‘가만, 리플이라면 나도 사놨는데?’
한 천오백만달러 어치 사놨던 것 같은데, 경도가 투자한 500만원이 5000만원이 되었으면…?
… 이거 아무래도 송별회 때 비싼 걸 대접해야 할 듯했다.
* * *
드디어 본격적인 상승장의 시작인 걸까.
5월부터 꾸준히 조금씩 상승하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각각 100달러, 1,600달러를 넘어섰다.
덕분에 정우의 포지션은 그야말로 떡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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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0.29x)] [Quantity: 4,700,000ETH] [Entry Price: 28.42] [Mark Price: 112.7] [Liq. Price: 0.01] [Value: 447,537,800.1USD(+795.07%)] [BTCUSDT-Long(Cross 1.03x)] [Quantity: 499,809.61BTC] [Entry Price: 929.68] [Mark Price: 1,633] [Liq. Price: 2.5] [Value: 451,526,094.9USD(+351.52%)] [모든 거래소 통합보유자산[LJ API>]-총보유자산: 198,494,074.236USD
-총매수: 31,209,760.1USD
-평가손익: +167,284,314.136USD
-수익률: +536.1%
-총평가: 198,494,074.236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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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선물 포지션은 이제 합쳐서 9억 달러에 도달했다. 한화로 따지면 1조원을 넘어버리는 미친 잔액이었다.
드디어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선물포지션만 따진 것일 뿐, 알트코인 포지션까지 따지면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알트코인은 평균 500%의 수익률을 내주었는데, 특히 리플의 경우는 0.024달러에 들어간 게 현재는 0.22달러로 10배 가까이 또 상승한 상태였다.
게다가 정우가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샀던 뉴이코노미무브먼트, 일명 넴XEM이라는 코인은 0.012달러에서 0.29달러로, 무려 20배 넘게 상승한 상태였다. 리플에 비해 비중이 많이 적었기에 수익은 크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넴만으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후회는 없었다.
그 외에 다른 알트코인들은 최소 3배에서 8배 정도 상승해주었으니 레버리지가 없었음에도 수익률이 상당했다.
‘알트코인으로 선물했으면 대박났겠네.’
살짝 아쉬웠지만 어차피 현재 코인시장에서 알트코인 선물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선물거래페어가 없기 때문에 시도가 아예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시총이 워낙 작아서 레버리지가 의미가 없었다. 굳이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시총이 뒤흔들릴 정도로 매집이 가능한데 굳이 레버리지를 써서 청산당할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으니까.
단기 고점이 아닌 몇 주에 걸친 꾸준한 우상향 중이었기에 굳이 단타를 칠 이유도 없었기에 정우는 계속 홀딩하기로 했다. 현재가격부터 그의 매도계획인 이더리움 1,400달러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2차함수형태⤴의 곡선 그래프에 비추어봤을 때, 아직 단기고점에 따른 매도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딱 하나, 하루만에 20배라는 미친 상승률을 보여준 넴은 단기고점이라 판단되어 팔고 다시 진입하기로 했다. 겨우 백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넴으로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하루 익절 금액 2천만 달러.
이거면 송별회에서 거하게 쓰고도 남겠다.
아니, 아예 식당 하나를 그냥 인수해도 되겠는데?
* * *
회식, 송별회. 솔직히 비슷하지만 어감도 그렇고 분위기도 다르다.
오늘 있을 정우의 송별회는 더더욱 그랬다.
“… 여기 비싼 데 아니야?”
마장동에 위치한 송별회 회식 장소에 도착한 개발팀 직원들이 입을 떡 벌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식당은 일반적인 회식장소로 잡기엔 너무나도 비싸 보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룸테이블로 입장하여 메뉴를 확인하자 1인당 35만원이라는 미친 가격을 자랑했다.
그냥 고깃집이 아니라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회식 장소 잘못 잡은 것 같은데….”
“아니에요. 맞게 잘 왔습니다.”
“그게… 법카로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얘기야.”
“걱정 마세요. 제가 살 거거든요.”
“정우 씨가…?”
“예. 그러니 염려 마시고 편히 식사하시면 됩니다.”
원래는 다른 직원이 회식장소를 섭외하려 했지만, 이곳은 정우가 직접 골랐다. 마침 돈도 벌었고 마지막이니 개발팀원들에게 좋은 걸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장소를 섭외했는데 다녀본 적이 없으니 아는 고급식당이 없었지만 탁세훈 팀장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그가 추천해준 식당은 마장동에 위치한 유명한 식당이었는데, 처음 왔음에도 외관과 분위기부터가 아주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할 때 주문을 넣어놔서인지 앉자마자 코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애피타이저 격으로 비프콘소메와 간장육회가 얹어진 수비드에그브레드라는 독특한 음식이 나왔다.
처음 보는 음식이었고 맛도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지만 굉장히 맛있었다.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는 딱이었다.
이후 서머트러플이 가미된 사토브리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기 파티가 시작되었는데, 하나하나가 익숙한 한우맛이 나면서도 독특한 향미가 어우러져 너무나도 맛있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듯 어색해하던 개발팀 직원들도 끝장나게 맛있는 요리를 맛보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정신없이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와… 진짜 맛있다. 오마카세 처음 와보는데 감탄밖에 안 나오네.”
“저도 처음 와봤는데 괜찮네요.”
“정우 씨 진짜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하하하, 맛있게 많이 드세요. 부족한 거 있으면 또 주문하시구요.”
직원들 모두가 정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정도로 음식이 맛있어서 일반적인 송별회와 달리 거의 맛집탐방 느낌의 밝은 분위기로 송별회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정우 씨, 이런 데 와도 괜찮은 거야? 이거 우리팀원들 다 사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같은 테이블에서 요리를 즐기던 박학기 개발팀장이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정우는 미소 지을 뿐이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사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너무 부담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근데 정우 씨 돈 많이 벌었나 봐? 퇴사하는 것도 그렇고 소문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 개발팀 전원을 오마카세에 데려올 정도면 말이야.”
“팀장님 소문도 못 들으셨습니까? 정우 씨 코인으로 대박 났잖아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그쵸 정우 씨?”
강성열 책임이 마치 자기가 돈이라도 번 것마냥 신나서 떠들었다.
그 말에 박 팀장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코인이라…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이 선임이 그때 이혼했다는 소문 퍼졌을 때 좀 한심하게 생각했거든.”
“저를요?”
정우는 살짝 당황했다. 박 팀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박학기 팀장이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엉. 코인인지 뭔지 도박 같은 거에 미친 줄 알았어. 이혼사유도 코인 때문이라고 하니까 더더욱 좀 안 좋게 봤었지. 뭐 내가 그렇다고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런 색안경을 끼고 이 선임을 바라본 건 사실이니까 괜히 미안하구만.”
“개의치 않습니다. 뭐 지난 일인데요 뭘. 그리고 저라도 주변에 그런 사람 있었으면 한심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이해해요.”
“괜찮다니 마음씨도 넓네. 아무튼 결과적으로 정우 씨가 옳았던 거네. 얼마를 벌었는지는 몰라도 코인으로 이렇게 퇴사도 하고, 팀원들한테 오마카세도 쏴도 부담이 없다니 말야. 근데 대체 얼마나 번 거야? 아니, 어떻게 코인이 그렇게 오를지 알았던 거야? 그 초창기에 투자한 게 너무 신기하네.”
“하하하, 그냥 적당히 벌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뭐.”
괜히 위화감을 조성할까 봐 구체적인 금액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정우가 얘기하기 싫은 걸 눈치챘는지 박 팀장도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두 푼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다른 질문. 이 선임, 아니 정우 씨. 이제 앞으로 코인이라는 거 전망은 어떻게 생각해?”
“코인 전망이요?”
물어보는 박 팀장의 눈빛에 궁금함이 가득하다.
코인 얘기가 나오자 다른 테이블도 식사를 중단한 채 정우가 있는 테이블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이야.
어차피 개발팀원들에게는 그동안 쌓인 정도 있었기에 이들에게 선물을 더 베풀기로 했다.
“코인은 앞으로 계속 우상향 할 겁니다. 비트코인은 적어도 2만 불 가까이 오를 거예요.”
“2만 불? 지금 비트코인이 얼마인데?”
“아까 제가 확인했는데 1,600불 조금 넘었습니다.”
“1,600불…!”
“헐, 그러면 앞으로 거의 10배 넘게 오른다는 거네요?”
그의 말에 직원들이 숙덕거렸다.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트코인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를 겁니다. 아직 진짜 상승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코인시장에 참여하는 트레이더들 대부분이 가치투자자에 가깝지, 본격적인 개미투자자들의 유입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투기 목적으로 뛰어드는 개미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 코인시장은 엄청난 버블이 낄 거예요. 코인의 상승률은 세계시장의 주목을 이끌어낼 거고, 계속 코인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선순환이 일어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1,600불이었던 비트코인이 매우 싼 가격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러니 여윳돈이 있으시면 코인에 묻어두시고 잊어버리세요. 그리고 올해 말에 열어보고 파신다면 가계에 큰 보탬이 될 겁니다.”
“오….”
“그렇게 확신이 가득 차서 말씀하시니 신뢰가 가는데요?”
“정우 씨 왠지 전문가 같아요.”
“뭘요.”
다른 개발팀원들이 정우의 분석에 감탄했다.
하지만 정우는 알았다.
앞에서 저렇게 감탄하고 맞장구 쳐주는 사람들도 결국 뒤에서 투자를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자신의 말을 신뢰해주는 친구들도 믿지 않는데, 일적으로 만난 사이에서 하는 투자권유를 100% 믿고 신뢰해줄 사람은 드무니까. 그 단적인 예로 정작 코인 전망을 물어본 박 팀장은 건성으로 들으며 고기 먹기에 여념이 없었으니까.
아마도 저 중에 1명이라도 투자하면 다행이다 여겼다.
물론 계속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강성열 책임이나 메모까지 하고 있는 고지용 연구원은 뭔가 달라보였지만.
꽤 친하게 지낸 동료들이었기에 저들이라도 자신의 말을 들어서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그렇게 앞자리에 앉은 동료들을 보느라 정우는 몰랐다.
옆에 앉아 있던 지서현이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 * *
“다들 조심히 가세요!”
술까지 곁들여 거하게 먹고 깔끔하게 1차만 하고 송별회를 파했다.
정우는 손수 택시를 불러 모든 직원들을 편하게 모셨다. 당연히 택시비도 지불했다.
모든 직원을 그렇게 보내고 남은 건 지서현 뿐.
왜냐하면 지서현과 정우 둘 다 회사 근처에 살기 때문이다. 가는 방향이 같아서 둘만 남게 된 것.
“서현 씨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답하는 여자가 왜 이렇게 좌우로 비틀비틀거릴까.
안 그래도 권하는 술을 줄곧 받아먹더니만 눈이 풀리고 볼이 빨간 것이 딱 봐도 온전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빨리 집으로 보내야겠는데?
서둘러 택시를 부르려던 정우는 문득 근처에 호텔을 발견했다.
‘가만, 그냥 호텔 잡으면 되잖아?’
예전에는 호텔 숙박비가 아까워서 집까지 가는 게 이득이었다. 대리비가 숙박비보다는 싸니까.
하지만 수중에 돈이 넘쳐나는 지금은 굳이 시간을 버려가면서 차멀미를 하면서까지 집으로, 그것도 정우의 현재 집인 조그마한 단칸방 원룸으로 갈 이유는 없었다. 하물며 짐짝인 지서현의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더더욱 피곤한 일.
‘피곤한데 근처에 숙소 잡고 쉬어야겠다.’
상태가 메롱인 지서현도 방 하나 잡아주고 재워주면 될 터.
정우는 근처에 4성급 호텔로 향해 방 2개를 잡고 지서현을 한쪽 방에 떨궜다.
마치 짐짝 던져놓듯이 침대에 지서현을 던진 정우.
그 사이 쿨쿨 곯아떨어진 지서현이 보였다.
자는데 옷이 불편해 보이긴 하다만 딱 여기까지.
“어우, 괜히 신고당하면 골치 아파져.”
지서현이 그럴 인물은 아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흉흉한 세상이니 조심해야겠다 여기며 바로 방을 빠져나왔다.
정우가 나가고 호텔 방문이 닫혔다.
그러자 잠든 것처럼 눈을 감고 있던 지서현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 바보.”
* * *
“어우 잘 잤다.”
이것이 4성급 호텔의 힘인가. 5성급은 아니지만 거의 죽은 것처럼 눈을 감았다 뜨니 아침이었다. 피로가 싹 풀리는 이 만족감이란.
벌떡 일어나 곧장 지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가더니 그녀가 받았다.
“서현 씨 잘 잤어?”
-… 예. 그런데 여긴 어디….
“어제 완전 취했길래 호텔로 데려왔지. 아무튼 일어났으면 나와. 해장하러 가자.”
-… 예.
정우는 대충 세수만 하고 어제 입은 정장을 걸친 채 나왔다. 해장만 하고 호텔에 다시 와서 씻고 회사에 출근하면 딱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잠시 뒤 지서현도 나왔는데, 막 자다 일어난 것 같지 않고 머리가 촉촉한 것이 이미 샤워를 마친 것 같았다.
“뭐야, 서현 씨 엄청 일찍 일어났었나보네? 언제 씼었대?”
“… 제가 낯선 곳에서는 잠을 설쳐서요.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이런. 내가 괜히 호텔로 데려왔나보네. 이거 미안하구만.”
“괜찮습니다.”
“대신 아침은 내가 거하게 대접하지. 호텔 조식 어때? 여기 괜찮다던데.”
“… 조식 말고 다른 걸로 골라도 될까요?”
“당연하지. 어, 엘리베이터 왔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 * *
호텔 조식 대신 그들이 향한 곳은 익숙한 장소였다.
기름기로 찐득찐득한 테이블과 메뉴판의 메뉴가 수십 가지가 넘으며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가득한 곳.
바로 김밥천국이었다.
라면 두 그릇과 김밥 한 접시가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마주했다.
정우는 어이가 없었다.
“서현 씨, 거하게 산다니까 뭔 김밥천국이야.”
“저보고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그랬… 지?”
“저는 이게 제일 좋습니다.”
참나, 호텔 조식을 마다하고 분식을 선택하는 여자라.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4차원이다.
정우는 졌다는 얼굴로 젓가락을 들었다.
어제 오마카세를 그렇게 즐겼음에도 벌써 소화가 되었던 걸까. 아니면 이곳 음식이 끝내주는 걸까.
라면은 정말 맛이 있었다.
“와, 이 집 잘하네.”
“맛있습니다.”
오물오물 먹는 지서현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의문이 든다.
“근데 서현 씨는 물어보질 않네.”
“뭐가 말씀이십니까?”
“나 퇴사하는데 왜 퇴사하는지, 어디로 이직하는지, 그런 걸 전혀 궁금해하지를 않아서.”
“코인으로 돈 버셔서 퇴사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긴, 이미 내가 말하긴 했지? 회사에 소문도 다 퍼졌는데 모를 수가 없긴 하겠다.”
“얼마 버셨는지도 압니다. 3억 달러 아닙니까?”
“풉!”
지서현이 말한 3억 달러라는 얘기에 정우는 순간 깜짝 놀라서 라면가락이 콧구멍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얼굴에 음식물이 튄 지서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휴지를 뜯어 닦아냈다.
“아… 진짜 미안해.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괜찮습니다. 제가 놀래킨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아냐아냐… 가 아니잖아! 서현 씨! 도대체 그거 어떻게 알았어?”
“뭐가 말씀이십니까?”
“… 3억 달러 말야. 내가 그거 번 거 어떻게 알았냐고!”
정우는 누가 주변에서 들을 새랴 지서현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냥 선배님 지갑 조회하니까 나오던데요?”
“엥? 뭔 소리야? 서현 씨가 내 코인 지갑을 어떻게 안다는… 아!”
그제야 정우는 자신이 예전에 지서현에게 비트코인을 갚기 위해 이더리움을 송금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송금한 기록이나 지갑 주소가 블록에 남게 된다. 즉, 그때 그의 지갑 주소가 지서현에게 노출되었던 것.
따라서 지갑 주소를 알기에 지갑 잔액을 조회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 뭐야, 그럼 그동안 내가 얼마 벌었는지 알면서 모른 척해준 거야?”
“모른 척한 건 아니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구만. 난 그것도 모르고 괜히 위화감 줄까 봐 얼마 벌었는지 얘기 안 하려고 전전긍긍했는데.”
“그렇습니까. 심적으로 힘드셨겠습니다.”
“뭐, 힘들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렸달까. 그 있잖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풉…!”
전혀 웃기라고 던진 드립이 아니었지만 마지막 말에 지서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물을 마시던 중이라 웃는 바람에 이번엔 정우가 물을 뒤집어썼다.
지서현이 당황해서 허겁지겁 휴지로 정우의 얼굴을 닦아줬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웃겨서 그만…!”
“… 괜찮아, 이걸로 쌤쌤이네.”
“… 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우리 참 더럽다, 그치?”
“네. 참 더럽… 네요.”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지서현.
근데 ‘더럽’을 왜 이리 발음을 굴려? 영어마냥.
이 4차원 후배님은 알면 알수록 참 특이한 것 같다.
* * *
분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호텔로 가서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했다.
지서현과 함께 하는 출근길.
정우는 코인 잔고도 들통난 김에 그녀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코인에 투자해서 대박이 난 일.
지서현과 함께 지방에 내려갔을 때 유현석을 통해 그래핀 기술을 구현했던 일.
그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한 일.
이제 퇴사하면 그 회사의 대표로서 일하게 될 것 같다는 일들을 말이다.
친구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지만 지서현과는 회귀 이후에 많은 일들을 함께 했기에 생각보다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었다.
“… 이제 대표님이 되시겠군요. 진짜 멋지십니다.”
“멋지긴. 그냥 하는 거지.”
“그러면 직원은 몇 명입니까?”
“직원? 아직 별로 없어. 현석이랑 현석이 매니저 역할 해주시는 어머님, 공장장님, 탁 팀장님이 전부야. 아, 공장에 원자재 운반은 계약직 용역을 쓰고 있어서 세기가 애매하네.”
“생각보다 많네요. 그리고 인력은 앞으로 더 많이 충원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래핀 기술은 앞으로 혁신을 가져올 테니까. 지금 인력으로는 택도 없을 거야.”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시 저도 스카웃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개발자도 필요할 것 같지 말입니다.”
“서현 씨를?”
갑작스러운 부탁에 살짝 놀랐지만 오히려 반기던 바였다.
지서현 정도의 실력을 지닌 프로그래머를 구하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으니까.
“물론이지.”
정우는 기쁘게 웃으며 승낙했다.
* * *
잊지 못할 송별회가 끝나고.
드디어 정우는 정식으로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당일은 그저 형식적으로 출근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우 역시 오전에 일찍 모든 업무를 종료한 채 퇴근하게 되었다.
“그동안 개발팀을 위해 힘써주신 우리 이정우 선임을 위해 박수!”
낯 뜨겁지만 박학기 팀장이 떠나는 그를 위해 개발팀을 선동해 박수세례를 보냈다.
회귀 전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하지만 전역 때는 받아봤던 박수세례를 직장에서 또 다시 받아보게 될 줄이야.
“감사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와 함께 일해준 동료 여러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앞으로 모두 잘 되실 거예요.”
“정우 씨, 나중에 술 한잔 해요!”
“다른 직장 가서도 우리 잊으면 안 돼요!”
“이직하겠어? 정우 씨 사업할 거 같은데. 정우 씨, 사업하면 나 좀 뽑아줘요! 개처럼 일할게!”
“저도요!”
마지막까지 농담을 던지는 유쾌한 개발팀원들.
정우가 씨익 웃었다.
“곧 다시 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