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3)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성재민과 바람을 피운 건.
이혼 소송에서도 그녀는 딱 한 번의 실수였을 뿐 성재민 대표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우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라고 모르겠는가. 쥐 한 마리가 보인다는 건 보이지 않는 음습한 구석에 수백 마리의 쥐가 우글거린다는 걸. 집안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일 정도라는 건 무슨 일만 있으면 밖으로 나돌던 안예슬의 불륜이 굉장히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행해졌다는 걸 의미했다.
물론 전와이프의 내연남이 몇 명인지까지는 정확히는 몰랐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성재민이 아니라 다른 놈일 수도?’
무심코 안예슬이 다른 남자와 뒹구는 걸 떠올렸다. 역겨울 만도 하지만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걸까. 심장은 놀랍도록 차분했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녀와 자신은 남. 현재는 부부라는 관계로 엮여 있지만 마음이 멀어졌으니 남보다 못한 사이. 볼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였기에 그녀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러 가는 걸 보면서도 그리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해꾼도 없으니 본격적으로 움직여도 되겠네.”
집에 그녀가 없으니 마음껏 날뛰어도 되리라.
정우는 생각해두었던 바를 곧장 실행에 옮겼다.
일단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잔고를 확인했다.
이 당시 급여계좌는 아내에게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설정해놨기에 당연히 0원이었고, 생활비 및 경조사용, 그리고 비상금 통장을 확인해보니 남은 잔고는 겨우 200만 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전세자금대출 3억 원은 마이너스로 잡혀 있는 상태였다.
“… 망할 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으니 살림이 남아나랴.
결국 사람 보는 눈이 없던 자신의 부덕 탓이라 여기며 정우는 애써 화를 삭혔다.
‘맡긴 통장은 보나마나 잔고가 거의 없을 테고… 결국 집은 내놔야겠군.’
전세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서 세입자인 자신이 복비를 부담하긴 해야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현금화해서 코인에 투자하는 게 이득이다.
대출받은 전세보증금은 은행에 돌려줘야 하긴 하겠지만, 현재 이 집의 전세보증금은 총 5억 원. 전세대출 3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아버지가 보태주신 돈 2억 원도 묶여있었기에 방을 빼면 당장 현금 2억 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거기에 신용대출을 낀다면 꽤 목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판단이 서자마자 전화번호부를 뒤져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예,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갑자기 연락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전세계약을 해지하려 합니다.”
-예?
갑작스러운 계약해지 통보에 집주인은 노발대발하긴 했지만 복비를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입자 들어오면 보증금 돌려주는 거예요. 마음 같아선 바로 돌려주고 싶긴 한데 나도 대출 끼고 산 거라….
“이해합니다. 부동산에는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이후 신년이라는 공휴일 특수를 무릅쓰고 부동산에 연락해서 집을 내놓았다.
이제 남은 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일뿐.
하지만 정우는 쉬지 않았다.
‘또 돈 들어올 구석이 없나.’
냉정하게 자신이 가진 자산을 점검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전셋집.
가끔 몰고 다니는 구형 그랜저.
자신의 신용도 재산이라 신용대출도 가능하다.
‘생각해보니 보험도 있었네.’
문득 전와이프가 들어놓았던 보험이 떠올랐다. 안예슬의 친언니가 보험설계사였는데 그녀를 도와줄 겸 겸사겸사 보험도 들 겸 해서 이것저것 가입했었더랬다.
보험이 떠올라 받았던 보험 관련 이메일을 확인했다.
‘… 생명보험, 종신보험, 연금보험, 암보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뭐가 이렇게 많아.’
따져보니 한 달에 나가는 보험료만 거의 40만 원에 육박한다. 월급 세후 300만 원 겨우 받는 월급쟁이가 보험료만 40만 원이라니.
‘해지해야겠다.’
해지하면 얼마 나오지도 않겠지만 일단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게 급선무.
과감하게 보험사이트에 들어가 해지 신청을 밟았다. 처리는 2~3일 걸린다고 하니 기다리면 될 터.
우웅-
그때 정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문자라도 왔나 싶어 확인했더니 스팸 문자.
대충 확인하고 넘기려던 정우의 눈이 커졌다.
스팸 문자 아래에 보이는 이전 문자메시지 때문이었다.
──────────
[Web발신]이정우 고객님!
유일자동차와 계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의 계약내용과 입금계좌를 아래와 같이 안내드리며, 본 계약하신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상 교환/환불제도 적용 대상입니다.
1. 계약내용
차 량 명: 아우디 A6
상세사양: ……
………
──────────
바로 며칠 전에 날아온 자동차 계약 관련 문자메시지였다.
그 문자를 본 순간 정우는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맞아, 아우디가 있었지.’
신혼 기념으로 차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전와이프의 성화에 못 이겨 7천만 원이라는 매매가에 아우디를 계약했었다. 그것도 풀옵션으로.
이 아우디 때문에 신용대출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 바로 취소해야겠네.”
아직 계약금 10만 원만 낸, 영끌해서 차를 구매하기 전 상태였기에 취소에 여유가 있었다.
이건 공휴일이 끝나자마자 연락해서 취소하면 되니 난이도는 쉬운 편.
“… 이걸로 7천만 원 세이브했고.”
또 돈 될 게 없을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티비 및 냉장고, 에어컨, 식기세척기 등등 신혼집답게 깨끗한 신형 가전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 싹 다 팔아야겠다.”
안예슬이 혼수로 가져온 냉장고를 제외하면 전부 자신의 돈으로 구매한 것들이니 팔아도 문제 없을 터.
무엇보다 안방 장롱 안에 고이 모셔져 있는 ‘그것’까지 판다면 돈이 꽤 모일 듯 싶었다.
* * *
중고 카페에 매물을 올리자 연락이 빗발처럼 밀려왔다. 상태 A급의 새제품이나 다름없는 신상품을 시세의 절반밖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파니 당연한 결과였다.
‘원래는 한 70% 정도 가격에 팔려 했는데….’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도 이더리움의 가격이 올라버리니 조급해져서 서둘러 매물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구매자들은 몇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정우의 집까지 직접 용달차를 가져와서 제품들을 수거해갔다.
그렇게 집에 있는 각종 제품들을 싹 팔아서 벌어들인 돈이 대략 800만 원. 수중에 원래 갖고 있던 돈 200만 원까지 합치니 천만 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정우의 잔고는 무려 3천만 원에 달했다.
“… 그 가방이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네.”
그 이유는 바로 팔아버린 안예슬의 가방 때문이었다.
장롱에 고이 모셔져 있던 명품가방. 그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것답게 가방은 정품이었고, 고급스러운 상자에 포장되어 있었다. 당연히 상자에는 정품보증서도 함께 동봉되어 있어서 제품명 확인이 쉬웠다.
알아낸 제품명을 인터넷에 검색했던 결과 정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에르메스라니.”
아무리 명품알못인 정우지만 그도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대충 알기로는 명품 중의 명품이라던가.
즉, 안예슬의 저 가방은 무려 천만 원이 넘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예술적인 X년인 건 알았지만 상의도 없이 명품에 천오백을 지를 줄은 몰랐다.”
결혼 이후에 생긴 가방이었으니 빼박 정우의 월급을 가져다 산 가방일 터.
때문에 팔아버리는 행위에 죄책감은 없었기에 곧장 명품 가방도 팔아버렸다.
중고 카페에 올리니 명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직접 만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공휴일이라 가방을 매입하는 명품샵이 문을 닫아서 팔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그렇게 가방을 판매하고 받은 금액은 무려 이천만 원.
천오백에 산 가방인데 매물이 하도 없는 희소성 있는 제품이었는지 무려 오백만 원이라는 웃돈을 받고 팔 수 있었다. 의외의 수익.
솔직히 이런 부분은 전와이프를 칭찬해줄 만했다.
그래봤자 어차피 우연이고, 자신에게 했던 악행에 비하면 새발에 피도 못 미치지만.
‘니가 그동안 해먹은 값이 있으니 이 수익금 오백은 내가 쓴다.’
자연스럽게 합리화하며 정우는 마련된 자금 3천만 원을 곧장 국내 코인거래 사이트의 코인계좌로 입금했다. 주식 투자는 많이 해봤지만 코인 투자는 서툴렀기에 실수할까 봐 살짝 겁이 났지만, 생각보다 간편해서 쉽게 끝냈다.
그렇게 입금된 금액으로 이더리움의 현재 시세를 살폈다.
[종목명: 이더리움] [현재가: 9760원] [전일대비: +8.94%]환율로 따지면 현재 이더리움의 가격은 대략 8달러 정도였다. 봉수가 보여준 차트에서 8달러에서 1,400달러까지 오른다고 했으니 딱 원하던 가격.
‘아까 오전에는 9천원이었는데 벌써 700원이나 올라버려서 아쉽네.’
아쉽지만 늦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18,0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내줄 것을 알기에 과감하게 8달러에서 모두 구매하기로 했다.
문득 ‘레버리지’를 떠올리기 전까지는.
‘가만, 코인도 주식 같은 거면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투자에서 레버리지란 다른 사람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만 원 투자할 것을 다른 사람에게 100만 원을 더 빌려서 200만 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형태다.
이런 레버리지를 주식시장에서는 미수나 신용, 옵션 등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예전에 주식 투자를 접해봤던 정우는 이런 레버리지가 코인시장에도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한 것이다.
‘한번 알아봐야겠어.’
8불짜리 이더리움이 1400불이 되는 미래를 아는 이상 레버리지를 안 쓸 이유가 없기에 가능하다면 최대한 레버리지를 땡겨서 투자하고 싶었다.
‘일단 사놓기는 하고.’
이 8불짜리 이더리움이 언제 펌핑되어 날아갈지 모르기에 정우는 일단 이더리움을 몽땅 시장가로 매수한 뒤 여유롭게 코인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다행히 구글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코인선물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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