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31)
그래핀 1kg은 아무리 한 기업의 대표인 성태규일지라도 동요할 수밖에 없는 선물이었다.
“… 감사히 받겠습니다.”
“한번 확인해보시고 혹시 마음이 바뀌시면 연락을 주십쇼. 저희는 언제라도 계약에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럼 탁 팀장님, 일어나실까요?”
정우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적당한 타이밍에 잘 빠졌다고 여겼다.
어차피 성태규 대표가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매달릴 이유는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네뷸라 코퍼레이션에서 생산한 그래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이제 기다리면 성태규 대표는 반드시 넘어올 거라 여겼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표실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만약 그래핀 납품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납품가는 얼마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건….”
성태규 대표의 질문에 정우가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50%. 기존 그래핀 가격의 50%인 그램당 5만원에 제공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탁세훈이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가격 협상은 탁 팀장에게 맡기기로 했기에 잠자코 있었다.
성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50%… 알겠습니다. 저희가 확인해보고 연락드리지요. 명함 하나만 주시겠습니까?”
“이런, 제가 아직 명함이 없네요. 번호는 비서분 통해서 남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미팅 즐거웠습니다.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네뷸라 코퍼레이션의 협상단이 떠나고.
성태규 대표는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기 회사 직원이었던 개발자가 퇴사하여 그래핀을 만들고, 그 그래핀으로 협상하기 위해 대표실을 찾아오다니.
이것만으로도 평생 술안주거리나 마찬가지였지만, 놀랍게도 그가 생산했다는 그래핀은 품질마저도 뛰어나다고 했다.
그는 정우가 남기고 간 선물, 그래핀 샘플을 들어 올렸다.
샘플이라기엔 너무나도 많은 검은 가루는 겉보기에는 꽤나 그래핀처럼 보였다.
그래핀을 보는 그의 눈빛이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 반짝였다.
“… 이게 그래핀…!”
만약 이게 진짜라면, 자신의 평생의 염원이던 MG음극재의 상용화가 가능할지도.
성 대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둘러 대표실을 나섰다.
어서 소재연구팀에 가서 확인해보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 * *
정우가 회사 대표로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던 그 시각.
안예슬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재산분할청구 소송에 대한 상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협의이혼으로 갈라섰는데, 아직 재산분할청구는 하지 않으셨다는 거죠?”
“예. 혹시 청구가 가능할까요?”
“2년 이내면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결혼 1년도 안 되셨죠? 그럼 재산분할이 거의 안 되세요. 그냥 살림 합치기 전으로 되돌리는 수준이지 전남편분의 소득을 가져오거나 하진 못하실 거예요.”
“아… 그럼 소득이 안되면 공동명의로 산 재산은 가능할까요?”
“함께 구매한 자산 말씀이시죠? 어떤 자산이신데요? 부동산 같은 건가요?”
“아니요. 코인입니다.”
“코인이요?”
코인이라는 말에 변호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이맘때쯤 비트코인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예슬도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설명했다.
“네. 전남편이 이혼 전에 코인을 샀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엄청 올랐다고 했거든요. 근데 그거 살 때 제가 관리하던 통장에서 돈을 빼서 저랑 상의도 없이 산 거거든요? 그리고 같이 샀던 소파랑 이런 것도 판 돈으로도 산 것 같구요.”
“그 코인을 샀다던 통장이 고객님 명의였나요?”
“… 남편 꺼요.”
“아, 그럼 통장에 고객님 월급이나 이런 게 들어갔던 거죠?”
“네! 맞아요!”
“그리고 전남편분 월급도 거기로 입금된 거고요?”
“네네. 맞습니다.”
“그 관리를 어떻게 하셨나요?”
“주로 제가 관리하면서 쓰고 싶은 데다가 쓰고 남편 용돈 주고 했죠.”
“그 내역이 필요합니다. 공동으로 관리하던 계좌의 경우 거래내역을 통해서 누가 얼마만큼 썼는지에 따라서 재산형성 기여도가 달라지거든요. 만약 고객님이 입금된 월급에 비해 훨씬 많이 쓰셨고, 전남편분은 지출을 거의 안 하셨으면 재산분할 때 불리하십니다.”
변호사의 설명에 안예슬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실 전남편 이정우의 계좌를 관리하면서 주로 자기만 썼지, 남편은 거의 안 썼으니까.
“그럼 재산분할청구 못하나요?”
“아니요. 그래도 이혼 2년 이내면 무조건 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코인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산이니 분할이 가능할 거예요. 다만 원하시는 만큼 크게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거죠.”
여기서 변호사가 한 가지 실수한 점이 있었는데, 코인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자산인 걸로 착각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말 그대로 가상의 물건이기에 자산으로 잡기 굉장히 애매했다. 심지어 관련 법규나 판례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안예슬은 변호사의 말을 믿고 안색이 밝아졌다.
“조금이라도 가져올 수 있으면 돼요. 남편이 이혼하고 나서 그 코인인지 뭐시기 가지고 돈을 엄청 벌었거든요.”
“얼마를 벌었나요?”
“300억이요.”
“… 300억원이요?”
변호사가 깜짝 놀랐다.
“아니, 남편분이 뭐하셨길래 300억을…?”
“코인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아, 그렇죠. 그런데 놀랍네요. 그 코인이란 게 그렇게 돈을 잘 버는 자산입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몇 달만에 300억 벌었다고 저한테 자랑을 하는 거 있죠?”
안예슬은 자신이 받은 사진을 변호사에게 보여줬다.
300억원이 들어있는 계좌 잔액 사진을 본 변호사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음… 혹시 조작이 아닐까요? 좀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
“저도 처음엔 안 믿었는데, 오늘 전남편 보니까 엄청 비싸보이는 정장 입었더라구요. 그 사람이 솔직히 좀 짠돌이라 그런 데 돈 엄청 안 쓰는 편인데 비싼 정장 입는 거 이상하지 않나요? 제 추측으로는 진짜로 돈이 엄청 많은 게 아닐까 싶거든요.”
“빌려 입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굳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던 변호사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은 알겠습니다. 어차피 재산분할 소송을 하면서 금융정보 제출명령 신청을 하면 결국 다 알게 되어 있으니 그때 결과가 나오겠죠. 전 배우자분 주거래 은행 아시죠?”
“예. 알아요.”
“그걸로 조회 신청하면 다 나오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만약 진짜 300억이 있으면 10%라도 가져올 수 있겠죠?”
“30억이요? 음… 가져올 수는 있는데 인지대가 말도 안 될 겁니다.”
“인지대요?”
“소송비용입니다. 30억이면 한 천만원은 들겠네요.”
“아….”
천만원이라니.
연봉 2천인 안예슬 입장에서는 반년치 월급을 투자해야만 하는 큰 돈이었다.
심지어 씀씀이가 커서 모아둔 돈도 없었기에 천만원이라는 인지대를 내려면 대출까지 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 일단 그렇게 진행 부탁드려요.”
“30억 청구로요?”
“네네.”
“알겠습니다. 인지대는 뭐 나중에 치러도 되니 일단 수임 계약서 한 장 쓰시죠.”
이후 안예슬은 해당 변호사와 재산분할청구 소송 수임 계약을 진행했다.
그때 계약서를 쓰던 안예슬은 문득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아참 변호사님. 깜빡하고 하나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 제가 이혼할 때 재산분할청구권 포기각서라는 걸 썼거든요? 그게 문제가 될까요?”
“포기각서요? 보통은 효력이 없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어… 그게 제가 집에 놓고 와서요. 나중에 가져올게요.”
“뭐,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합니다. 왜냐하면 판례로 이혼 전에 작성한 재산분할청구권 포기각서는 의미 없다고 이미 명시되어 있거든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변호사의 말에 안예슬은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가 알아들은 것은 ‘재산분할청구권 포기각서가 의미없다’라는 것뿐, ‘이혼 전’이라는 조건은 한 귀로 흘려버린 후였다. 그녀가 포기각서를 쓴 날짜가 이혼 신고 이후라는 것을 모른 채.
그리고 이 어리버리한 실수가 어떤 스노우볼을 일으킬지, 그녀는 이때 전혀 상상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 * *
정우와 탁세훈은 회사를 나와 근처 식당에 들렀다.
비싼 정장을 입고 항상 들르던 국밥집을 들르니 살짝 어색했지만, 뜨끈한 국밥 한 숟가락을 뜨니 그런 생각은 싹 없어졌다.
역시 국밥이 최고다.
“크… 이제 여기도 자주 못오겠네요. 회사 근처 최고 맛집 중 하나였는데.”
“돈도 많으시면서 엄살이셔. 그냥 오면 되죠 뭐.”
“그런가요? 하하하. 그나저나 잘 되겠죠?”
“미팅이요? 무조건 연락 올 겁니다. 언제 오느냐가 문제죠.”
탁세훈의 말처럼 사실 정우도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생산한 그래핀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성운이노베이션과 잘 안되더라도 전세계에는 그래핀을 원하는 수많은 거래처가 존재한다.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인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 그래핀의 품질과 납품가는 매력적이니까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 성운이노베이션 말고도 그래핀을 납품할 만한 기업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각화 차원인가요?”
“예, 이 정도 품질의 그래핀이면 성운과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어디든 팔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네요. 말씀하신 대로 이 정도면 어디나 환영할 테니까요.”
자신감을 보이는 탁 팀장에게 정우가 한 가지 덧붙였다.
“다만 단순히 그래핀을 납품받아 사용하는 회사는 제외해주세요.”
“단순히 사용하는 회사요? 무슨 의미이신지…?”
“저희가 납품하는 기업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마켓 체인저여야만 한다고 봅니다.”
“마켓 체인저…!”
탁세훈 팀장은 정우의 말을 이해했다.
단순히 그래핀을 납품받아 평범한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그야말로 세상에 혁신을 가져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그래핀을 납품하라는 의미였다.
“거대 마켓 체인저를 통해야만 시장은 의심 없이 우리 그래핀을 받아들일 겁니다. 네뷸라 코퍼레이션 같은 작은 신생 회사가 어떻게 저런 기술을 가지고 있을 수 있냐는 세간의 의심 어린 시선을 불식시키는 거죠.”
“이해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성운이노베이션은 저희의 최종목표가 아닙니다. 그저 징검다리입니다.”
징검다리라는 말에 탁세훈은 정우가 나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시 믿음이 간다고 느끼며 탁 팀장이 씨익 웃었다.
“알겠습니다. 새로운 납품업체 선정 건은 제가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다만 대표님, 이번 계약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 같은데요?”
“성 대표가 수락할 것 같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조만간 연락이 올 겁니다.”
“그건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언제 연락이 오느냐가 문제지”
“그러시는 분이 다각화를 말씀하시네요? 하하하.”
탁세훈이 꼬투리를 잡고 깔깔 웃자 정우는 슬쩍 오기가 생긴 눈치다.
그가 우스갯소리로 내기를 제안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탁 팀장님, 저희 내기나 할까요?”
“내기요? 무슨 내기요?”
“성 대표한테 언제 연락 오는지 맞추는 내기요.”
“음… 좋습니다. 뭘 걸고 내기를 할까요?”
“진지한 내기는 아니니까 거창한 건 좀 그렇고 점심값 내기나 하시죠.”
“에이, 겨우 국밥값 내기요? 대표님, 이왕 하는 거 좀 크게 가시죠?”
“그럼 점심값 받고 커피까지 가시죠.”
“콜! 저는 내일 온다에 걸겠습니다.”
탁세훈이 빠르게 선수 쳤다.
“아… 저도 내일 연락이 올 것 같았는데.”
“낙장불입. 제가 먼저 했으니 내일은 안 됩니다. 자, 언제로 하실 건가요, 대표님?”
“음… 오늘? 오늘로 할게요.”
어차피 부담도 안 되는 내기다. 도움을 많이 받는, 무엇보다 호감이 가는 탁세훈 팀장에게 밥을 사주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기에 그냥 져주려는 마음으로 오늘로 선택했다.
정우의 선택을 들은 탁세훈은 이미 이겼다는 얼굴이다.
“오늘이요? 에이, 아무리 성 대표가 급해도 오늘 바로 연락오는 건 좀….”
우우우웅-
하지만 탁세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테이블에 놓인 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성태규 대표님]스마트폰 액정에 떠오른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는 탁세훈이 쓰게 웃었다.
“아놔… 이거 벼룩의 간을 빼앗기게 생겼네요.”
“… 그러게요.”
이거 직원한테 삥 뜯는 양아치 대표가 되게 생겼는데?
* *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다짜고짜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난 성태규 대표는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 그래핀! 진짜 그래핀이 맞았어요! 당신이 준 게 진짜 그래핀이 맞았다고!”
“성 대표님, 좀 진정하시고….”
“MG음극재도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효율은 테스트해봐야겠지만… 아무튼 당장 계약합시다! 아니, MOU 먼저 체결합시다! 무조건 납품 받아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원하던 바입니다.”
양측은 근시일 내에 실사단을 파견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기로 정했다.
이후 대표실을 나서는 길.
탁세훈이 입을 열었다.
“이거 쌩돈 나가게 생겼네요. 성 대표가 저리 급할 줄이야.”
“그러게요. 내기 이겨서 미안해서 어쩌죠?”
“어휴 괜히 커피값까지 내기하자고 했나.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드디어 저희 회사의 첫 납품 계약이 추진되겠네요.”
“고마워요. 근데 하나 문제가 있네요.”
“예? 지금 문제가 생길 일이 있나요?”
“그게… MOU가 뭐죠?”
정우가 해맑은 얼굴로 탁세훈에게 물었다.
탁 팀장이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MOU 아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까는 성 대표랑 굉장히 천연덕스럽게 대화 나누시던데요?”
“전혀 몰라요. 그냥 대충 대화 흐름상 계약이겠거니 추측하고 대답한 거죠.”
“이야… 그래도 굉장히 뻔뻔하게 잘 대처하셨네요. 그런 자세 매우 좋습니다.”
“좋다구요? 안 좋은 게 아니라요?”
“원래 대표라는 게 얼굴에 철면을 깔아야 하는 법입니다. 못해도 할 수 있는 척, 없어도 있는 척, 그게 대표거든요. 그래야 대중들이 믿고 따르고 좋아하는 법입니다. 제가 원래 테슬라에 이직하려고 했다는 얘기 들으셨죠? 제가 왜 테슬라에 가려고 한 줄 아십니까?”
“글쎄요?”
“바로 테슬라의 CEO인 일론머스크가 앞서 얘기한 그런 대표거든요. 굉장히 뻔뻔하고 거짓말도 잘하는데, 그 거짓말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사람. 그게 일론 머스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어우, 그런 초거대기업 대표와 비교하니 낯이 뜨겁네요.”
“물론 아직 비비진 못하죠. 다만 근시일 내에 대표님도 일론머스크와 동급의, 아니 그 이상 가는 네임드가 될 건 분명해요.”
“그래요? 그렇게 확신하시면 내기하실래요?”
“… 사양하겠습니다. 이거 대표님 혹시 직원 삥 뜯기에 맛 들이신 건 아니시죠? 양아치시네.”
“하하하하.”
멋쩍게 웃는 정우를 보며 탁세훈 팀장은 속내를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왠지 내기해도 자신이 이길 것 같다는 것을. 이 대표가 그만큼 잠재력이 큰 인재라는 것을 말이다.
대신 아까 하던 MOU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MOU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Memorandum of Understanding, 그냥 쉽게 말해서 양해각서예요. 정식으로 계약서 쓰기 전에 작성하는 협약서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보시면 되세요.”
“아, 그렇군요.”
“정식으로 MOU 체결을 하려면 실무자간에 서로 접촉해서 협약 내용을 검토하고 일정이나 방식도 협의를 해야 되는데 꽤 복잡하니 시간이 좀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 대표가 MOU 체결을 하자고는 했지만 근시일 내에 끝내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죠. 그러니 천천히 일정을 맞추면 되겠습니다.”
“탁 팀장님만 믿겠습니다.”
“저도 실무진으로 따라만 다녀봤지, 실질적으로 진행해보지 못해서 부족한 게 많습니다.”
“이런 게 다 경험 아니겠습니까? 잘하실 겁니다.”
“어우- 이거 확 부담스러운데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엄살을 떠는 탁세훈의 말을 들으며 정우는 아직 자신이 대표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기업간의 협약이나 경영에 있어서 아는 정보나 지식들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옆에서 탁세훈 팀장과 같은 인재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기본 소양은 갖춰야 되지 않을까?
‘나중에 경영 수업 같은 거라도 받거나 해야겠는데?’
대학교 졸업장은 있으니 나중에 경영대학원 같은 곳에 편입하면 되겠지. 그전까지는 탁 팀장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
쉽게쉽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였다.
“음?”
아까 개발팀을 마주할 때처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또 다시 낯익은 얼굴을 마주했다.
다만 이번엔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으니.
“… 이정우 씨?”
바로 성재민 본부장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