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35)
단타를 쳐서 성운이노베이션 인수 자금을 만들겠다는 정우의 말에 탁세훈 팀장이 당황했다.
“단타를 친다구요?”
“예. 단타 쳐서 자금 좀 마련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린지… 단타를 쳐서 어떻게 회사 인수 금액을 만드나요?”
탁세훈은 정우가 코인 매매를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굴리는 시드머니의 수준이나 수익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 것이다.
정우는 어떻게 설명할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보여드리는 게 이해가 빠르겠네요.”
이후 탁세훈 팀장은 대표실에서 정우가 단타를 치는 걸 보았다.
자신만만해 보였던 대표는 어떤 계획도 없어 보였다. 그냥 무지성으로 매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2백만 달러어치였다.
“어어? 이거 그냥 사면 내려가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태연히 말하는 정우와 달리 탁세훈은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마이너스 수익률이 떴다.
[ROE: -53,812.21USDT]순식간에 –5만 불이다. 일반 직장인 연봉 6천만원을 손해보고 있는 것이다.
탁세훈이 뜨악했다.
“아니, 대표님. 사자마자 마이너스인데요? 이거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에이, 고작 이걸로요? 잠자코 기다려보세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정우. 탁세훈은 걱정이 되었지만 자기 돈은 아니었기에 기다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계속 내려갈 것 같았던 이더리움 1분봉 차트가 갑자기 반등하더니 순식간에 적자였던 수익률이 흑자로 전환되었다.
그 순간 정우는 바로 매도해버렸다.
[+37,351.51USDT]그러자 순식간에 3만 7천불의 수익이 발생했다.
불과 몇 분 만에 거의 4만 불, 한화로 5천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지켜보던 탁세훈이 허탈하다는 듯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 대표님, 이거 달러 맞죠? 그냥 3만 7천원 아니죠?”
“달러입니다.”
“와… 대표님 공장 왜 세우셨어요?”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냥 단타나 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매매만 하시는 게 적자만 나는 공장 매출보다 훨씬 잘 버시는 것 같아서 하는 얘깁니다.”
“에이. 그래도 그래핀의 비전에 비하면 껌값이죠.”
“그야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만… 하, 돈 이렇게 쉽게 버는 걸 보면 현타가 오네요. 저는 뭐 하자고 아등바등 서류랑 싸움을 했는지. 코인이나 해볼까.”
“한번 해보세요. 롱포지션으로 매수만 하시면 돈 잃으실 일은 적으실 겁니다.”
“롱이라… 솔직히 전 코인이란 게 영 못 미더워서요. 괜히 샀다가 훅 떨어지면 어떡합니까. 물리기라도 하면 멘탈 나갈 것 같아서 신경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래요? 코인 앞으로 엄청 오를 것 같은데.”
“저는 정직하게 돈 벌랍니다. 대표님이 열심히 버셔서 인센티브 많이 주시겠죠 뭐.”
“하하하….”
현타가 세게 왔는지 툴툴거리는 탁세훈을 보며 정우가 멋쩍게 웃었다.
사실 옆에서 보면 쉬워 보인다는 탁세훈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정우는 정말로 쉽게 매매하고 있었으니까.
바로 무적의 단타매매법 덕분이었다.
1. 롱 포지션만 잡고 홀딩해라.
2. 청산되지만 않으면 돈이 복사된다.
이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승률 100%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더리움이 1,400달러가 된다는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매매법이었다.
덕분에 코린이(코인+어린이)었던 정우는 MOU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매일매일 최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돈 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가요?”
“직장 왜 다니셨어요? 그냥 빨리 때려치우고 매매만 하셨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탁세훈 팀장이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이 부분은 정우도 살짝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코인에 대해, 매매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직장 다니면서 버는 400만원이라는 월급으로 코인을 사면 미래에 수십억원이 될 것을 알았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단타 방법과 복리의 마법을 깨달은 지금은 왜 진즉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매매를 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있었다.
“근데 그때 당시의 저로서는 최선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은 지금 굴리는 시드머니를 벌기 위한 발판 정도였달까요. 그때 모은 시드머니가 커져서 이렇게 큰돈으로 단타를 칠 수 있는 거지, 직장 다닐 때 저는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거든요.”
“… 대표님이 돈이 없던 시절이 있으시다니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하하하, 운 좋게 용이 된 것뿐이지, 저도 개미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매매 열심히 해서 더 크게 벌어들이면 돼요. 아직도 꿀 빨 기회는 많이 남았거든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꿀 빨 기회는 많았다. 왜냐하면 2017년 말, 2018년 1월이 되면 이더리움은 1,400달러에 도달하게 되고 그 이후로 쭉 하락하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숏포지션을 잡아서 단타를 치면 되니까.
그러다 어느정도 바닥을 치게 되면 그때부터 2021년 대상승장까지는 롱포지션으로 단타만 치면 되니 최소 4년 정도는 이 무적의 단타매매법을 사용할 수 있을 터.
다만 이 매매법도 무적은 아니었다. 운 좋게 하루만에 단타로 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적도 있지만, 만약 물렸을 때는 꼼짝없이 매매도 못하고 홀딩하느라 수익을 거의 못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매일매일 돈을 복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 깨달음을 이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쉼 없이 단타를 쳐야만 했다.
“문제는 코인으로 단타를 치는데 수작업으로 하니 체력 소모가 크다는 거죠.”
“그래서 지서현 씨가 매매 봇 만든다고 한 거구나.”
“예. 자리를 비워도 자동으로 매매가 되게끔 하는 것과 더불어 제 수명 연장을 위해서랄까요.”
지서현이 기존에 만들어준 LJ API에 자동매매 기능이 있긴 했지만, 차트 지표 중 이동평균선을 이용한 매매기능으로써 정우가 원하는 디테일한 조건 설정은 불가능했다.
이 자동매매 기능을 살짝 변형시켜 매매봇Bot을 만들면 잠깐씩 자리를 비웠을 때도 초단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서현이 매매 봇 작업에 한창 매달린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작업 결과물 나올 타이밍인데.”
“물어보죠. 서현 씨!”
대표실에서 사무실 쪽으로 탁세훈이 소리쳤다.
그러자 저쪽 사무실에서 한 여성이 들어왔다.
평소 입던 정장이 아닌,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여성.
바로 지서현이었다.
얼마 전 성운이노베이션을 퇴사하고 드디어 네뷸라 코퍼레이션으로 합류했던 것.
이제 그녀는 정우의 직원이 되어 그의 옆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업무를 도와주게 되었다.
‘맨날 보던 정장 차림이 아니라 어색하네.’
현재 네뷸라 코퍼레이션은 아직 따로 옷차림이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정장을 착용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 입던 정장이 아닌 사복차림이었는데, 청바지에 흰 티가 꽤나 잘 어울렸다.
피부도 굉장히 하얀 편이라 안경을 벗으면 꽤 예쁠지도.
“네, 팀장님. 부르셨습니까.”
“서현 씨, 그 매매 봇 작업 진행 상황 좀 알 수 있을까요?”
“다 작업해서 지라에 올려놨습니다.”
“벌써요?”
“조건 따라서 알고리즘만 짜서 API에 적용하면 끝이라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 역시 빨라.”
역시 자신이 사람 하나는 잘 뽑았다.
정우는 바로 매매봇을 확인해보았다.
“서현 씨,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조건인 코인 가격이 내려오면 단타를 시작하여 포지션을 진입하되, 절대 청산당하지 않을 금액으로만 매매하고 손절도 절대 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넣었습니다. 실행하시면 봇이 시장가격에 따라 매수 매도를 자동으로 진행할 겁니다. 기준은 볼린저밴드 지표와 엔벨로프 지표 두 가지 중에 선택 가능하구요.”
“오케이.”
“아, 그리고 가격이 많이 떨어질 때마다 물타기도 하는 기능도 있는데 청산비율 때문에 횟수 제한 및 진입가격 및 매수량 제약이 있습니다. 참고해주십쇼.”
“알았어. 한번 써보자고.”
원래는 동료관계에서 지서현에게 프로그램을 부탁했지만, 이제 월급 주는 사장 입장에서 보고를 받으니 느낌이 묘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매매봇이 얼마나 잘 작동하냐는 것.
그리고 천재 지서현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매매봇은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것.
“5분만에 수익률 2%?”
“미쳤는데요?”
매매봇을 실행한 지 몇 분 사이에 5번의 단타를 성공시킨 매매봇은 무려 2%의 수익을 내주었다. 계속 이렇게 수익을 낼 수 있다면 1시간 동안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건 일도 아닐 터.
다만 진입했다가 물리게 되면 수익이 흑자로 전환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흐르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건 애초에 정우가 깨달은 무적의 단타매매법의 제약이라 당연한 결과였다.
“와- 서현 씨 이거 내가 원한 수준을 200% 이상 만족하는데? 쓸만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 좋아.”
“아직 부족합니다.”
“아냐아냐. 진짜 최고야. 서현 씨가 만들어준 매매봇 진짜 잘 쓸게.”
“직원이니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딱딱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지서현도 뿌듯한지 입가에 미소가 살짝 띠어져 있었다.
만약 그녀가 만든 API가 앞으로 몇백, 몇천억을 벌어다 줄 것을 알면 깜짝 놀라겠지?
어쨌든 지서현의 도움과 정우의 불패의 단타 비법 덕분에 총알은 충분했다.
[Derivative Account] [USDT: 2,977,801,236.6]천만 달러로 시작한 정우의 단타 계정의 잔고는 무려 3억 달러에 달했다. 퇴사하고 한 달도 안 되어 거의 2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한화로 따지면 3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이었다.
때문에 성운이노베이션의 은행 대출금 수백억 정도 막아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정우의 단타계정 잔고를 본 탁세훈은 또 삐진 표정이다.
“… 아, 현타 너무 세게 옵니다. 대표님 저한테 자꾸 이런 거 보여주지 마세요. 의욕 떨어질 것 같단 말이에요.”
“하하하, 제가 올해 인센티브 팍팍 좀 드릴게요. 힘내세요.”
“힘 안 납니다. 아무튼 대표님, 돈도 충분한데 성운이노베이션 사태에 뛰어드실 거죠?”
“예. 인수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성운이 회복되어서 납품처 하나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라고 보거든요.”
“저도 동의합니다.”
미래에 시총 1조원을 달성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는 성운이노베이션이다. 될 수 있으면 인수하면 좋겠지만, 안되면 어쩔 수 없는 노릇.
“일단 은행 대출 막아주는 걸로 딜하러 가봐야겠네요. 지금 갈까요?”
“좋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생각났을 때 바로 부딪쳐 보죠. 근데 제 차로 가는 겁니까?”
“예. 왜요?”
“그냥 차 새로 한 대 뽑으시죠? 돈도 많으신 양반이 왜 아끼실까.”
“하하하, 나중에요.”
“대표님, 저도 슈퍼카 좀 몰아보고 싶습니다! 대리만족 플렉스 좀 시켜주세요!”
“제가 인센티브로 팀장님 슈퍼카 뽑아드리는 게 더 빠를지도요?”
“그러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하하하!”
농담을 하며 껄껄 웃는 탁세훈 팀장.
사실 정우도 슬슬 차를 뽑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차 한 대값 아낀다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으니까. 정우가 가진 모든 자금을 코인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투자에 활용되지 못하는 잉여수익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었는데 그런 수익금을 모아서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계획은 갖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도 플렉스시켜 드려야 하는데.’
회귀 후 돈을 버는 것에 미쳐서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
기다려주세요.
올여름 시원하게 나시라고 효놈이 빌딩 하나라도 놔드리겠습니다.
* * *
충격으로 쓰러졌던 성태규 대표는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서 회복 중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는데, 불편한 몸으로 그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 한 10억만이라도 좀 빌려주게. 장 사장! 장 사장!”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자금을 융통해보려고 여기저기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보았지만 거절의 연속이었다.
“… 인생 헛살았군. 헛살았어.”
잘될 때는 여기저기서 호형호제하자며 접근했지만, 막상 위기에 처하니 쭉정이밖에 안 남았다. 아니 쭉정이라 여길 인맥조차 없었다.
성태규는 연구에 매진하느라 자신이 너무 인맥 관리에 소홀했음을 깨달았다.
“…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린 걸지도.”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신의 회사에 투자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군 재산을 나눠주기 싫었기에 고집을 부려 끝까지 지분을 지켜왔고,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그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만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런 그의 가치관이 말년에 이르러, 아니 위기에 봉착하자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그의 편은 보이지 않았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 같은 형세였고 심지어 믿었던 아들마저도 배임을 저지른 상황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아들을 고소할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핏줄이라고 고소하는 건 망설여졌다. 무엇보다 지금은 회사를 되살리는 게 급선무.
그래서 성 대표는 최후의 수단을 고민 중이었다.
‘… 지분을 팔아버려?’
어차피 부도로 넘어가게 된 마당에 지분을 계속 들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어느정도 지분을 팔아서 급한 불이라도 끄는 게 나을지도. 경영권을 뺏길지도 모르지만 회사를 완전히 뺏기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 진 회장님이라면…!’
젊은 시절 진성그룹의 진 회장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그분이라면 자신의 회사인 성운이노베이션의 가치를 알아줄 터. 지분 매각을 제의하면 들어줄지도 모른다.
성태규 대표가 진 회장에게 전화하기 위해 침침한 눈으로 스마트폰 주소록을 뒤적거릴 때였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병실로 들어섰다.
익숙한 얼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직원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네뷸라 코퍼레이션를 이끄는 이정우 대표와 탁세훈 팀장이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병문안 드리러 왔습니다.”
“오, 어서오세요 이 대표. 여긴 어쩐 일로…?”
“쓰러지셨다고 들어서 걱정이 되어 왔습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갖고 온 과일바구니를 내려놓는 정우를 보며 성태규가 씁쓸하게 웃었다.
“다행히 걱정해주신 덕분에 요단강은 건너지 않았습니다.”
“요단강이라뇨. 아직 한창이신데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네요. 그런데 이 대표, 정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내부사정 때문에 약속했던 계약은 진행 못할 것 같네요.”
“괜찮습니다. 대표님 건강이 우선이죠.”
미안해 하는 성태규의 손을 이정우가 꼭 잡아주었다.
성 대표는 그 따뜻한 손이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그도 알았다. 이정우라는 사람이 굳이 자신의 병문안을 와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철저히 비즈니스로 엮인 관계니까 말이다.
“… 우리 이 대표 같이 바쁜 분이 고작 병문안 때문에 왔을 것 같지 않고… 그래. 무슨 할 얘기라도?”
나름 한 기업의 대표다. 성태규는 이정우 대표가 찾아온 의도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추측이 맞았는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회사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퍼졌습니까.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대한화학과의 계약 파기로 은행 대출 회수가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그 부채가 어느정도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글쎄… 그보다 그걸 궁금해하는 이유를 되묻고 싶군요. 이 대표.”
대답 대신 되물었다.
네뷸라 코퍼레이션의 대표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회사의 치부를 묻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을 이정우 대표는 이해한다는 얼굴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부채, 제가 대신 갚아드리겠습니다.”
“얼마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비싸봤자 천억원은 안 되겠죠.”
“… 그렇긴 합니다만. 자그마치 650억원입니다. 저를 도와주려는 이 대표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규모지요.”
부채규모를 알려주며 성 대표는 이 대표가 놀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우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얼마 안 하네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