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39)
남보원은 요새 세상 살맛이 났다.
코인 블로그도 대박났고, 새로 시작한 유튜브 방송은 블로그보다 더 잘되어가고 있었으며, 레퍼럴 수익도 짭짤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수익을 합쳐도 그의 선물 포지션 수익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우정2를 믿고 투자를 시작한 이더리움 롱 포지션의 수익이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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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0.57x)] [Quantity: 4701.1ETH] [Entry Price: 124.68] [Mark Price: 321.27] [Liq. Price: 0.3] [Value: 1,024,185.31USD(+924.2%)]─────────
무려 100만 불, 한화로 11억원에 도달한 그의 이더리움 포지션은 무려 924%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자랑했다.
그가 이런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정2 덕분이었다.
‘비트코인을 하루만에 몇만 개씩 벌어들이는 초천재 트레이더가 이더리움을 안 파는 건 이유가 있겠지.’
자신이 보지 못하는 이더리움의 미래를 보는 게 아닐까.
혹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호재 정보가 있는 게 아닐까.
어느쪽이든 우정2를 믿고 투자하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남보원은 이더리움 떡상 초기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결정 직후 바로 이더리움 80불일 때 4배 정도의 낮은 레버리지로 1만 불 어치를 샀다.
그런데 웬걸? 이더리움은 그 직후 추격매수할 기회도 주지 않고 떡상해버린 것이다.
남보원이 80불에 샀던 이더리움은 일주일도 안 되어 200불까지 갔는데, 솔직히 고점에서 갈등했다.
그때 바로 팔아도 거의 5만 불, 거의 5천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 있었으니까.
“… 하지만 우정님이 옳으셨어.”
리더보드를 계속 주시하면서 우정2가 포지션 청산을 하지 않는 걸 보고 남보원은 포지션 익절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오히려 이더리움이 200불 고점을 찍고 급락했을 때 추격매수에 들어갔다.
그렇게 추가로 투입된 자금이 9만 불. 당시에 그가 블로그와 유튜브로 벌어들인 전재산에 가까운 수익이었다.
물론 유튜브로 [우정2가 보우하신다! 이더리움 9만불 추격 매수!>라는 자극적인 컨텐츠로 조회수를 뽑아먹긴 했지만, 9만 불이라는 자금을 메꾸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만큼 남보원 역시 도박에 가까운 투자였다.
하지만 그의 도박수는 통했다.
이더리움은 이후 400불까지 갔으니까.
그때 그의 수익은 무려 140만 불, 한화로 거의 16억 원에 가까웠고 수익률은 1,300%를 넘을 정도였다.
“익절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우정님도 안 파셨으니까.”
언젠가는 더 크게 올라가겠지.
남보원은 편한 마음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준비했다.
매일 저녁 이 시간대에 하는 코인 방송은 이제 그의 주력 컨텐츠였다.
“자, 시작해볼까.”
손을 비비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신의 선물거래소포지션 화면을 방송으로 송출했다.
지금은 좀 내려오긴 했지만 수익률 2,420%도 충분히 시청자들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방송을 켜자마자 고정 시청자들 100명이 우르르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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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수: 112명
유튜버: 코인No.1
[실시간 채팅]-와니루~
-남바완 방송 켰네
-이더 4시간봉 하락추센데 오늘 얼마까지 빠질 거라고 봄?
-[팬티남바완]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짹스하고 싶다!
-이더 이제 끝물이다 빨리 탈출해라
-바완아 그거 봄? 비트매스 6월 트레이딩 대회 우정3이 1위임 ㄷㄷ
-ㅇㅇ 근데 지금 대회 1위 공동이던데 수익률도 완전 똑같음
-수익률 똑같은 거 개신기함 ㅋㅋㅋ 완전 커플링 오짐
-[메시지 삭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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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채팅 메시지들.
하지만 남보원은 당황하지 않고 힘차게 채팅들을 읽으며 소통해나갔다.
“와니루~ 행님덜. 바완이 왔떠염, 뿌우뿌우~ 오늘도 신나게 선물거래 갑니다잉-!”
“팬티남바완 행님 만원 후원 나이따~! 앙 우정띠~! 근데 행님 짹스 드립 그만 좀 해주세요. 또 하면 후원이고 뭐고 차단박는다?”
“어, 그래그래. 어서 오고. 시청자 쭉쭉 들어오네. 음?”
채팅을 읽어주던 그때 남보원의 눈에 이상한 게 들어왔다.
“비트매스 6월 트레이딩 대회 1위가 우정3이라고? 우정3이 우정님 단타계정 아니야? 한번 봐야겠네.”
비트매스 코인선물거래소에서는 매달 코인 트레이딩 대회를 주최한다. 거래소에서 매매를 진행한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그 수익률에 따라 등수를 매겨서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의 대회였다.
1등 상금은 1만 달러로 한화 천만원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현재 6월 대회의 1등이 우정3이라는 것.
남바완은 컨텐츠 각이 나왔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대회 수익률 랭킹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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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Mass World best of Trader Jun.>1. WooJung3 (3,271.7%)
1. LJ.Forever (3,271.7%)
3. penpineappleapplepen (1,214.5%)
4. Gold-Guy-Rich (9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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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예상대로 우정3이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단독 1등이 아닌 공동 1등이었는데, LJ.Forever라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아이디가 우정3의 바로 아래에 존재하고 있었다.
“여윽시! 우리 우정3님이 1등이시네요. 이 형님은 진짜 리더보드도 1위 밥먹듯이 찍고 단타 계정도 1등 먹으시네. 근데 뭐 별로 감흥 없네요. 우정이 형님한테는 당연한 거라서. 이거 굳이 언급 안 하고 넘어갈게요.”
싱겁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고 넘어가는 남보원. 하지만 이미 그의 유튜브 제목은 [비트매스 선물대회 우정3이 1등?! 우정2가 보우하신다! (시드 1억 시작 / 수익률 2,420% 달성!)>으로 변경된 후였다.
“아, 근데 단독 1등 아니라 좀 아쉽네요. 엘제이 포에버? 이 사람은 뭐하는 양반이길래 우리 우정 형님 뒤를 쫓아와? 재수 없네. 행님들도 인정하시죠? 우리 우정님 그림자도 안 밟아야 하는데 뭐 하는 거야 진짜. 오늘 우정님이 단독 1등 가게 원기옥 한번 갑시다!”
남보원의 선동에 채팅창이 ‘우정3 떡상 가즈아!’로 도배되던 그때였다.
“자, 슬슬 오늘 이더리움 시황 분석 갈 건데 뭐 별 거 있나요? 행님들도 제가 할 말 레퍼토리 아시죠? 리더보드에 우정님이 이더리움 안 파시는 이상 저는 절대 익절 안 합니다. 고로 오늘도 뭐다? 홀딩이다~ 오늘도 존버하면서 영차 영차 달려 봅시다. 아직 코인 선물 시작 안한 흑우 없재? 가입 안한 애들은 아래 링크로 가입하면 복받는다잉? 자 드가자… 응?”
시청자들에게 선동하면서 열심히 방송을 진행하던 그때였다.
[Mark Price: 300] [Mark Price: 257] [Mark Price: 201] [Mark Price: 146] [Mark Price: 107] [Mark Price: 107]……
갑자기 이더리움 1분봉 차트에 한줄기 빨간 레이저가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야말로 10초도 안 되어 벌어진 기현상.
“어?!”
당황해서 방송이고 뭐고 진행 멘트도 못 날린 채 남보원이 어버버할 때였다.
[Mark Price: 107] [Mark Price: 107] [Mark Price: 107] [Mark Price: 107] [Mark Price: 107]……
이더리움의 가격이 107달러에서 멈춰 버렸다.
매수호가를 보자 몇백만불, 아니 몇천만불인지 모를 무지막지한 매수벽이 쳐져 있었다. 그 매수벽은 하방으로 내려오는 매도세를 모두 받아먹고 있었는데 그러자 최근거래(Recent Trades)창에 거래체결 안내메시지가 미친 듯이 올라간다.
“… 맞다 내 이더리움!”
멍하니 그걸 지켜보던 남보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자신의 포지션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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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5.86x)] [Quantity: 4701.1ETH] [Entry Price: 124.68] [Mark Price: 107] [Liq. Price: 106.1] [Value: 3,307.2USD(-96.69%)]─────────
100만불이었던 그의 포지션 가치는 고작 3,300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0.03달러였던 청산가가 포지션 증거금이 쪼그라들면서 106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순간 그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10초만에 백만불이 3,300불밖에 안 남았지?
심지어 1달러만, 아니 0.9달러만 내려와도 청산이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어버버하던 무렵이었다.
[Mark Price: 107] [Mark Price: 107] [Mark Price: 156] [Mark Price: 222.1] [Mark Price: 299] [Mark Price: 305]……
107달러였던 이더리움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300달러 위로 반등해버렸다.
“… 시발 이거 꿈이야?”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남보원이 겨우 입을 열었다.
1분봉 차트에 남은 아래로 쭉 뻗은 기다란 꼬리만이 방금 있었던 일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채팅창 역시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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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방금 뭔데?
-뭔 일이야?
-이더 10초만에 –60% ㄷㄷㄷㄷ
-방금 바완이 포지션 –96%인거 본 사람?
-백만불이 10초만에 3천불 되네 ㅁㅊ
-거래소 해킹 당한 거야?
-이더 뭔일이래
-역시 코인 씹스캠 ㅋㅋㅋㅋㅋㅋㅋ 난 투자 안했지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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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유를 몰라서 한참을 혼란스러워하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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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완아 레딧에 이더 속보 떴다
-구글에 GDAX Flash Crash 검색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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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재빠르게 이번 사태의 원일 뉴스를 가져왔다.
남보원은 해당 시청자의 제보를 따라 해당 기사를 검색했다.
영어로 된 뉴스는 어떤 사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남보원은 번역기로 그 기사를 번역했다.
[…… 6월 21일 지닥스GDAX 거래소에서 약 10여 초 만에 이더리움의 가격이 317.82달러에서 0.1달러로 –99.9% 폭락했다. 폭락한 이더리움은 1분도 채 안 되어 원래의 가격인 31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거래소에서만 800건 이상의 손절매StopLoss 주문 및 마진콜(청산)로 인한 손실이 일어났다.지닥스 측은 이번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순간적인 대폭락)에 대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긴급공지했다.
대다수의 코인 유저들은 이번 폭락 사태에 대해 세력의 개입에 의한 조직적인 조작 혹은 거래소 해킹으로 인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완벽하게 암호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인 이더리움도 사실상 거래시스템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실체가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으며, 이더리움의 가격이 올해 들어 3,600% 넘게 폭등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내에서 투기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투자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은 이번 사태에 대해…….]
“플래시 크래시? -99%? 실화냐…?”
남보원은 혀를 내둘렀다. 317달러짜리가 10초만에 0.1달러까지 떨어지다니. 지닥스 거래소를 이용했던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셈이었다.
게다가 시장가격에 민감한 다른 거래소 역시 거의 그에 준하게 하락했다가 회복한 상태였다.
특히 다른 선물거래소는 이더리움이 10달러까지 폭락했다가 겨우 가격을 되찾았을 정도.
“이 씨발 세력 새끼들 플래시 크래시? 지랄 났네! 개미 털어먹으니까 좋냐 세력 이 씹새끼들아! 하마터면 뒤질뻔했네! 에이 좆이나 까잡숴라 세력 씹새끼덜아!”
잔뜩 열받은 남보원이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채팅이 촤르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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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살려준 게 세력임 엌ㅋㅋㅋㅋㅋ
-107불 매수벽 우주방어 해준 게 세력인데 뭔 은혜 팔아먹는 소리하냐 ㅋㅋㅋㅋㅋ
-바완이 상황파악 못하쥬?
-근데 맞말 아님? 세력 때문에 이 사태 터진 거잖아
-그 세력이랑 저 세력이랑 같냐 ㅉㅉ
-비트매스 세력은 착한놈임 덕분에 나도 살았다 ㄱㅇㄷ
-보원이 대가리 장식인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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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여론에 그제야 남보원이 사태 파악을 하고 태세전환을 했다.
“와… 난 운 존나 좋았네. 비트매스 만세다! 아니, 세력 만만세다!”
생각해 보니 시청자들 말이 맞다. 비트매스 거래소는 다른 거래소에 비해 100달러까지밖에 안 빠졌으니까.
바로 107불에 쳐져 있던 엄청난 매수벽 때문이었다.
“세력 새끼야 고맙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너 때문에 내가 살았어! 세력 형님! 고래 형님! 어디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앞으로 형님 누워계신 자리로는 오줌도 안 누겠습니다! 절 받으십쇼!”
살아남은 남보원이 신나서 웹캠에 대고 넙죽 절을 올리는 리액션을 하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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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완아 비트매스 이더리움 우주방어 세력 누군지 알아냈음
-우정2인 듯 ㅋㅋㅋㅋㅋㅋㅋ
-우정2? 뭔 또 우정2야 ㅈㄹㄴㄴ
-플래시크래시 빼면 코인 가격 거의 그대로인데 우정2 혼자 수익 미쳤쥬? 딱 보면 견적 나오쥬? 밑에서 다 받아먹고 올라왔쥬? 수익 개떡상했쥬?
-헐 진짜네 리더보드 수익 부분에 우정2 1위로 갱신됐네
-수익 미쳤다 와…
-ㅁㅊ 지 혼자 이더 밑에서 다 샀나보네 대박이네 ㄷㄷㄷ
-역시 위기는 기회인 건가… 플래시 크래시 터졌을 때 시장가로 롱 긁을걸 개아깝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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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이 우정2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우정2님이 비트매스 세력이라고?”
부랴부랴 리더보드를 확인하자, 현재 리더보드 1위로 올라간 WooJung2의 수익이 보였다.
시청자들이 리더보드 랭커들의 포지션 보는 사이트를 알려주자 남보원은 부랴부랴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러자 현재 리더보드 1위로 올라간 WooJung2의 수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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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25 Traders by Notional>*Rank / Name / Profit
1. WooJung2 (+241,535.03XBT)
2. snapdragon-Myth-Cat (+1011.22XBT)
3. Mercury-Wood-Sprite (+981.37XB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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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24만 개 수익.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2,600불이니 무려 6억 달러 어치였다.
그제야 남보원은 우정2가 자신을 구원했음을 깨달았다.
“와… 미쳤다. 행님덜 보이십니까? 진짜 우정2님이 보우하십니다! 하루만에 비트 24만개를 벌어들이는 전설적인 트레이더! 우정2님이 이번 사태를 막아주신 겁니다! 역시 우정2님은 코인 신이셨다구요!”
“이더의 수호자 우정2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를 믿고 이더에 올인합시다!”
“이더 떡상 가즈아-!”
-우정2!
-우정2!
-우정2!
……
남보원이 광신도마냥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채팅창 역시 호응했다.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우정2의 이름이 채팅창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 * *
이더리움 폭락사태로 코인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던 그 시각.
전사회식도 마다하고 서울 사무실로 급히 돌아온 정우는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코인 파트너 빗쌈입니다. 현 시각 급격한 트래픽 증가로 인하여 거래소 내의 입출금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지되었습니다. 먼저 정지에 앞서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투자자분들에게는 트랜잭션 블록 생성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입출금 처리를 해드릴 예정이니 코인 투자자 여러분들께서는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2017년 6월 21일 22:00, -빗쌈 운영진 일동-]
모니터에는 거래소 공지사항 팝업이 하나 떠 있었는데, 바로 입출금 기능이 정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출금을 진행하려던 정우는 화가 났다.
“아오 거래소 개새끼들! 내 돈 내놓으라고!”
그가 출금을 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이더리움 급락사태로 인해 언제든 자신의 코인 자산이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진 자본 중 일부를 현금화하기 위해 출금하려 했던 것.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서 다들 비슷하게 공포를 느낀 걸까. 뱅크런에 가깝게 코인을 현금화하여 출금하려는 움직임이 커지자 트래픽이 증가하며 거래소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서버가 터져서 출금을 진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서버 불안정에 대한 거래소 측의 대응은 더욱 황당했다.
서버를 확충하는 게 아니라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오히려 거래소 입출금 기능을 막아버린 것이다…!
“미친 새끼들 진짜! 제도가 없다고 지맘대로네.”
관련 법 규정도 없고 제도권에 올라오지 않아서인지 국내 코인거래소의 횡포는 무자비했다.
수백억, 수천억의 자산이 있는데도 출금을 할 수가 없다니.
현금화는커녕 순간적으로 모든 돈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짜증에 화가 뻗쳐서 거래소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현재 서버가 터진 건지, 아니면 문의 전화가 많은 건지 연결이 닿지 않았다.
“후… 진정하자 진정해.”
시간은 금이다.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가지고 있던 현금 500억을 출금하려 했던 정우는 답답했지만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코인 출금을 기다리는 동안 이번 사태를 분석하기로 했다.
플래시 크래시로 인한 급락 사태.
딱 한 거래소에서 세력인지 해킹인지 모를 급락이 만들어졌고, 그 매도세가 스노우볼이 되어 다수의 손절 거래를 만들어냈고 점점 그 스노우볼이 굴러가서 이런 엄청난 폭락사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불과 10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의도적으로 벌인 짓이다.’
아마도 한 세력이 의도적으로 벌인 짓으로 보였다. 만약 세력이 아니라면 해당 거래소의 거래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어느쪽으로든 호재는 아니었고 악재였다. 그 결과 해당 폭락사태가 나타난 지닥스 거래소뿐만 아니라 시장가격에 민감한 다른 거래소들의 이더리움 역시 폭락했고, 정우가 이용 중인 코인선물거래소 비트매스 역시 시장 가격에 영향을 받아 이더리움 폭락 사태가 나왔으니까. 도미노 청산 현상이 나타나며 급락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는 청산은 안 당했다는 건가.”
폭락 사태가 나온 지닥스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은 무려 0.1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정우가 이용 중인 비트매스 거래소는 100달러까지밖에 안 떨어졌다. 플래시 크래시 현상이 직접 일어난 거래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던 것.
무엇보다 100달러까지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 API가 살려줄 줄이야.”
그렇다.
지서현에게 부탁해서 만든 자동매매봇 기능이 들어간 API. 그 자동매매 기능 덕분에 급락 사태가 나왔을 때 API가 200달러, 150달러, 107달러에서 분할로 이더리움을 자동 매수했고, 특히 일봉 120이평선이었던 107불 가격에서 모든 이더리움 가격을 방어해낸 것이다.
그로 인해 470만개였던 이더리움 매입수량은 800만개로 늘어났으며 매입 평균가는 28달러에서 69.69달러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거 서현 씨한테 또 빚을 졌네.”
이 API 덕분에 정우는 청산 위기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의 이더리움 포지션의 청산가는 본래 8달러 선이었기에 청산 위험은 없었고, 오히려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매입 직후 다행히 이더리움은 310달러로 가격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우의 이더리움 포지션의 가치는 무려 21억 달러에 도달한 상태였다.
21억 달러.
한화로 무려 2조원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금액이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금액에 정우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최근에 무적의 단타비법으로 돈을 열심히 복사(?)했음에도 지금 이더리움의 수익은 그런 단타 계정을 우습게 넘길 정도였다.
슬슬 돈이 벌리는 속도가 무섭달까.
“… 가만. 이거 거래소도 하나 차려도 되겠는데?”
4조원이라는 자본금이 있으면 거래소를 하나 운영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거래소를 만들면 지금처럼 자금 입출금 때문에 답답해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진 자금이 워낙 많아져서 이제 다른 거래소를 이용할 때도 슬슬 걱정이 되는 지경이다.
왜냐.
‘거래소가 먹튀해버릴 수도 있잖아.’
정우가 이용 중인 국내 메이저 거래소가 미래에 먹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막말로 정우가 가진 자본을 모두 들고 거래소가 날라버리면 한순간에 새가 되어버리는 셈이니까. 심지어 코인은 블록체인으로 암호화되어 있어서 코인을 들고 숨어버리면 잡지도 못한다.
게다가 이미 정우가 가진 자본은 미래를 바꾸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언감생심 욕심이 생겨 그가 가진 돈을 몽땅 들고 튈지 아무도 모르는 셈. 물론 정우가 한번에 4조원이 넘는 돈을 출금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진짜 만들어야겠는데?”
거래소를 만든다는 것. 생각할수록 괜찮게 느껴진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다.
“거래소 이 새끼들.”
너넨 다 뒤졌다.
* * *
한남동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 마치 유럽의 고성처럼 고고히 서 있는 저택의 담벼락은 마치 성벽처럼 드높았고, 담벼락 위에는 1미터 간격으로 촘촘하게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거주하고 있기에 이런 철통 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걸까 궁금할 때, 저택의 앞으로 고급세단 하나가 도착했다.
이윽고 무언가 신호를 주고받은 건지 성문 같은 저택의 정문이 열렸다. 세단은 정문 사이로 미끄러지든 지나가 쭉 뻗은 대로를 달렸다.
마치 중세시대 유럽의 귀족의 저택처럼 잘 정돈된 정원을 지나 한참을 달리자 저택의 입구가 나타났다.
세단은 그 앞에 멈춰 섰고, 기사가 재빨리 내려 차 뒷문을 열었다.
한 사내가 자연스럽게 그 시중을 받으며 차에서 빠져나온다.
안경을 쓴 귀티가 좔좔 흐르는 마스크.
바로 한민준 부사장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정장 상의 단추를 잠그며 저택 안으로 향했다.
그때 입구를 지키던 수행원 한 명이 막아섰다.
“잠시 바디체크 좀 하겠습니다.”
“야, 나 몰라? 좀 대충해.”
“원칙상 확인해야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경한 수행원의 눈빛에서 타협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자 한민준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수행원이 금속탐지기로 그의 몸을 훑었다.
그 모든 작업이 끝난 후에야 수행원은 인이어로 누군가에게 보고했다.
“확인 이상 무. 셋째 도련님 오셨습니다.”
“…….”
“도련님, 안으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마치 검문검색을 받는 것처럼 철저한 검사 이후에야 한민준은 마침내 저택 안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 어우, 정 떨어지는 집구석 아니랄까 봐. 너 내가 지켜본다.”
수행원에게 나직한 경고 후에 한민준은 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일련의 남자들이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큰형 한성준과 둘째 형 한동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