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43)
갑자기 미국을 따라오겠다는 지서현의 말에 당황했다.
“미국을 따라온다고? 왜?”
“그, 그게… 아! 거래소 개발에 제 친구를 불렀으면 해서요. 코텍 시절에 같이 코인 개발을 했던 친구인데 저보다 코딩 실력이 뛰어납니다. 아마 그 친구를 부르면 거래소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 코텍 친구? 그 친구가 그럼 미국에 있나 보네?”
“예.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그 친구가 합류를 거절해도 거기서 인맥이 상당하다고 들었으니 괜찮은 개발자를 연결해줄지도 모릅니다.”
“음… 그런 이유라면 오케이.”
정우는 곧장 미국 비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 단순 방문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여행 승인만 받으면 되었다.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것.
다만 체류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비자가 필요한데, E-2 투자자 비자를 발급받는 게 좋아 보였다. 문제는 발급 기간이 2달 정도로 길었는데 이것도 급행발급이 가능했다. B-1 상용비자를 가지고 미국으로 입국한 이후에 1,000불의 급행료를 내고 E-2 투자 비자로 변경하면 2~3주 만에 결정이 되는 것이다.
정우는 미국여행허가ESTA과 B-1 상용비자를 발급받기로 하고 온라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비자 처리 기간은 보통 3일 정도 소요된다고 하지만 길게는 최대 3개월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늦어도 한달 이내에 처리되겠지. 그 전에 볼일이나 보자고.”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는 일이다.
* * *
사무실을 나와 차를 끌고 본가로 향했다.
서울을 떠나 회귀하고 처음으로 가는 그 길이 익숙하면서도 어색했다.
“… 여기 진짜 오랜만이네.”
향수에 젖어 도로를 달리자 어느새 부모님의 집 앞이었다.
“엄마 저 왔어요.”
“어머? 아들! 언제 온 거야! 어서 와 어서 와!”
연락도 없이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랄 법도 하지만 어머니는 달가워하셨다.
“일이 좀 있어서 들렀어요. 아버지는요?”
“니네 아부지는 안방에 계신다. 정우 아빠! 정우 왔어요! 바둑 그만하고 빨리 나와보셔요!”
“… 크흠… 왔냐.”
무뚝뚝한 얼굴로 아버지가 안방에서 나오셨다. 어릴 때는 그토록 커보였었는데 어느새 왜소해진 아버지. 그의 두 눈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괜찮냐고.
‘걱정해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부모님을 이끌었다.
“두 분 저랑 잠깐 어디 좀 가실래요? 제가 보여드릴 게 있어서요.”
“음? 아직 대국 중인데….”
“으이그-! 그건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정우가 이렇게 찾아온 거 보면 중요한 일인가 본데 어서 가요. 아들~ 가자가자.”
부모님을 모시고 곧장 강남 부동산으로 향했다.
강남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성수동 트리마제나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지금도 유명하지만 미래에는 더욱 유명해지는 강남 아파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왕 사드리는 집이라면 역시 강남 아파트가 좋을 터.
앞으로 다가올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고려했을 때도 강남이 좋아 보였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고른 것이다.
이를 위해 정우가 찾은 부동산은 테헤란로에서 사무실을 구할 때 들렀던 부동산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한쪽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사장이 고개를 들더니 이내 정우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아이고 대표님! 여기까지 어쩐 일로 오셨어요!”
버선발로 정우를 맞은 사장이 반가워했다.
“진짜 반갑습니다. 사무실 입주 잘하셨죠?”
“예. 덕분에 좋은 사무실 얻어서 잘 쓰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자, 여러분 서서 이러지 말고 여기 편히 앉으세요. 커피 괜찮으시죠?”
부모님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자니 사장이 커피 한잔을 곧 내왔다.
“사장님이 별일 없이 오진 않았을 거구. 매물 보시려고요?”
“예. 강남 쪽에 아파트 사려는데 괜찮은 거 있나요?”
“아파트요?”
“예. 부모님 하나 사 드리려구요.”
그 말에 부모님이 당황하셨다.
“아니, 정우야 아파트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강남 아니여? 갑자기 아파트는 뭐고?”
놀란 두 분을 보며 정우가 빙긋 웃었다.
“사실 제가 돈을 좀 벌었거든요. 그래서 집 좀 바꿔드리려구요.”
“아니 무슨 돈을 벌었다고 그래. 난 괜찮다. 지금 집도 아직 쓸만한데 뭘….”
“나도 집은 좀 그렇다.”
부담이 되시는 걸까. 일어나려고 하는 부모님을 정우가 말렸다.
“정말이에요. 자, 여기 보세요. 제가 얼마나 벌었는지.”
정우는 부모님께 자신의 통장앱을 슬쩍 보여주었다.
거기엔 플래시 크래시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미리 현금화해둔 자산이 무려 천억 원을 훌쩍 넘은 상태였다.
계좌에 반짝이는 12자리 숫자의 영롱함이란.
“이게 다 얼마다냐…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 천억?!”
“… 허어… 세상에…!”
숫자를 세시던 부모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망부석이 되어버린 두 사람.
가까스로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지, 진짜로 천억이 있다고?”
“예.”
“우리 아들… 이제 부자야?”
“네, 뭐. 돈 좀 벌었어요.”
“세상에….”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며 부동산 사장님이 거들었다.
“아이고, 부모님이 아드님 성공하신 걸 이제 아셨나 보네요. 여기 사장님이 돈 억수로 많으실 건데. 강남에 사무실도 있으셔요.”
“그래봤자 월세죠 뭐.”
“에이, 월세 3,000짜리 사무실을 계약하는 게 어디 쉽나요. 다 돈이 있으시니까 하신 거지.”
“하하, 그런가요. 아무튼 두 분 들으셨죠? 저 돈 이제 썩어납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아파트 골라보세요. 제가 이참에 진짜 근사한 집으로 바꿔드릴게요.”
“음….”
아버지가 고민하실 때 어머니가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좋지. 이참에 우리 아들 덕이나 한번 보자! 저, 사장님. 매물 좀 보여주세요!”
* * *
이후 정우는 부모님과 함께 부동산 사장이 보여주는 매물을 둘러보았다.
그 유명한 성수동 트리마제나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모두 둘러보았고, 그 외에 다른 반포 아파트도 몇 군데 둘러보았다.
하지만 막상 돌아본 이후에 부모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집이 좋긴 좋은데… 평수 대비 너무 비싼 것 같아.”
“에이, 아버지. 이 정도면 싸죠. 그리고 이런 집은 사두면 무조건 올라서 이득이구요.”
“그러면 뭘 하냐. 우리가 강남이 연고지도 아닌데 말이야. 친구들 다 두고 여기 와서 즐거울지 모르겠다 난.”
“생각해 보니 엄마도 좀 그래. 엄마 친구들이 다 본가에 있잖아. 여기 와서 다시 친해질 생각을 하니… 어우 엄두가 안나. 아들, 그냥 나중에 다시 오자.”
막상 신나 하셨던 어머니도 집을 돌아볼수록 회의감이 드는 듯 보였다.
그제야 정우는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무조건 비싸고 좋은 집이 최고가 아니라, 부모님이 살아오신 환경과 인맥, 추억들을 고려해야만 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두 분 의견이 그러하시니 어쩔 수 없죠. 그럼 돌아갈까요? 사장님, 오늘 시간 내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야 마실 나오고 바깥 공기 쐬니 좋죠. 나중에 혹시 매매하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 저를 찾아주십쇼. 그거면 저는 충분합니다. 하하하.”
부동산 사장은 계약 건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그들을 배웅했다.
저런 친절함 때문에라도 나중에 부동산 매매를 할 일이 있으면 다시 저 부동산 사장님을 찾아가겠지.
어쨌든 허탕만 친 채로 정우는 부모님을 모신 채 다시 본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두 분의 취향을 물었다.
“그럼 두 분 원하시는 집 따로 없으세요?”
“글쎄다. 우리 집도 나쁘지는 않아서. 이사 간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네.”
“에이, 당신은 몰라도 너무 몰라요. 정우야 우리 집 앞에 그 주상복합 있잖니? 난 거기가 좋은 것 같더라.”
“무슨 소리야. 거기 주상복합은 통창이 없어서 환기가 안 되어서 된장찌개 하나 못 끓여 먹는다고.”
“그런가.”
티격태격하는 부모님을 보며 정우가 끼어들었다.
“하하, 두 분 다 이제 찌개 같은 거 이제 손수 끓여 드실 일 없으실 거예요. 제가 용돈 넉넉히 드릴 테니까 이제 사다 드세요.”
“정우 넌 모르는 소리 말아라. 오래오래 건강하려면 자연식으로다가 해먹어야 하는 거야.”
“그건 니 엄마 말이 맞다. 음식은 손수 해야 제맛이지.”
“당신은 요리하지도 않잖아요!”
“크흠… 아무튼 그 아파트는 안 돼.”
괜히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아버지.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차 안에서 정우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이것이 행복인가.
‘그래도 집은 꼭 바꿔드려야 하는데.’
20년도 넘게 한 아파트에서 살아오신 두 분이다. 오래된 아파트라 벌레도 많이 나오고, 특히 옛날 아파트라 그런지 구조적으로 살기 묘하게 불편한 부분들이 있어서 꼭 바꿔드리고 싶었다.
다만 두분이 확 마음에 들어하실 매물이 없는 게 문제였다.
‘어디 좋은데 없을까… 음?’
차를 운전하며 생각에 잠겼던 그때였다.
본가 근처에 다다랐을 때 문득 그의 눈에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거대한 주상복합아파트가 보였다.
이제 막 완공된 아파트에는 거대한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동 그랜드캐슬 분/양/임/대> [단돈 5천만원으로 최고급 아파트를 내 집으로!> [역에서 도보 1분거리 초역세권! 분양문의 070-XXX-XXXX>그 아파트를 본 순간 잊혔던 기억이 스르륵 떠올랐다.
‘이번에 역 앞에 들어선 주상복합 있지? 미분양되었던 거기가 엄청 올랐다더구나.’
‘5억짜리가 11억이 되었다는데, 어유- 속 터져! 너희 아버지는 그런 건 안 사고 엄한 데 사서…!’
‘저런 데 살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소원이 없겠어.’
그 기억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토로하던 대화들이었다.
사실 정우의 아버지는 2008년도 경에 아파트를 매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세계경제가 폭락하면서 당연히 부동산도 폭락했고, 아직도 그때의 대출금을 갚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완공된 미분양 아파트가 불과 5년도 안 되어 2배 넘게 올랐으니 오죽하랴.
항상 이쪽 도로를 지날 때마다 저 아파트를 보면서 부러워하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자, 정우는 망설임 없이 차를 그쪽으로 돌렸다.
아파트 분양사무소를 향하여.
* * *
캐슬부동산 사장 방덕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이런 똥덩어리를 맡아 가지고.”
알아주는 브랜드아파트의 분양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상가 1층에 전략적으로 부동산을 개업했다. 처음 개업할 때의 심정은 잘되겠지 싶었더랬다.
그런데 웬걸?
뉴스와 신문에서 연일 부동산이 곧 떨어질 거라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져나왔고, 부동산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분양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 중이었다.
식어버린 부동산 민심 탓에 당연하게도 방덕규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파트 분양을 거의 성사시키지 못했다.
아파트 사용 승인이 떨어진 지 언젠데 아직도 미분양이라니.
돈은 안 벌리고, 상가 월세와 관리비는 매달 나가고,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오늘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그때였다.
“계십니까.”
한 가족이 부동산을 방문했다. 방덕규는 허겁지겁 라면 면발을 입으로 끊어내며 일어났다.
“어서오세요! 매물 보실라구?”
인사를 건네며 빠르게 눈으로 고객을 스캔했다. 후줄근한 차림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과 역시나 후줄근한 차림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 그리고 평범한 인상과 평범한 옷차림의 아들로 보이는 젊은 청년까지. 겉모습만으로는 기대치가 다소 하락한다.
하지만 부동산을 찾는 고객들이라고 딱히 차려입지 않고 나이 든 사람이라고 돈이 많은 건 아니니 실망하기엔 이르다.
영업용 미소를 가득 띠며 자리로 안내했다.
“커피 드릴까?”
“괜찮습니다. 미분양 매물이 많나요?”
“그리 많지는 않고… 혹시 찾으시는 매물 있으신가?”
“네. 즉시입주 가능한 미분양 매물 중에 제일 넓고 좋은 집 좀 볼 수 있을까요? 부모님 사드릴 건데 웬만하면 바로 입주하고 싶어서요.”
부모님께 아파트를 사드린다고?
부동산 사장은 그제야 이 청년이 돈이 있음을 깨달았다. 평범한 겉보기와 달리 자수성가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물주가 나타났다는 생각에 그는 진심으로 대하기로 결심했다.
방덕규의 안색이 순식간에 뒤바뀌며 친절한 미소가 한가득 떠올랐다.
“당연히 있죠! 제일 좋은 펜트하우스가 아직 안 나가고 남아있거든. 근데 기본보다 1~2억은 비싼데 괜찮으실까요?”
“가격은 상관없습니다.”
“그럼 됐네! 일단 바로 보러 갑시다!”
방덕규는 설렜다. 오랜만에 찾은 고객, 그것도 물주로 보이는 저 청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영업하기로 결심했기에 최대한 살갑게 대하며 그를 펜트하우스로 안내했다.
“여기가 남서향인데 주상복합답지 않게 통창이라 뷰가 아주 죽여요. 베란다 확장도 가능하고, 방도 4개고. 옷방은 따로.”
“괜찮네요. 여긴 얼마죠?”
“원래 6억 5천이었는데, 지금은 딱 6억.”
“음, 여기 말고 다른 곳도 볼 수 있을까요?”
“… 거긴 좀 비싸요. 7억이라… 아, 물론 원래 8억짜리였는데 분양가가 좀 빠졌어요. 아시다시피 미분양이라….”
“그렇군요. 가격은 괜찮습니다. 돈은 걱정하지 마시고 제일 좋은 곳으로 보여주세요.”
“하하, 아따 젊은 양반이 엄청 부자셨구만. 알았어요. 따라오세요~”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성심성의껏 두 번째 펜트하우스를 안내했다.
그곳을 본 고객은 대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남향이고 발코니 확장도 이미 되어있고 더 괜찮네요. 두 분은 어떠세요?”
“와- 진짜 좋구나. 햇볕도 엄청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고. 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호호, 집 너무 좋다~”
“그럼 두 분 다 오케이하신 거죠?”
“그래. 여기로 하자.”
“그렇다고 하네요. 사장님, 여기로 할게요.”
“여기로요? 그럼 진짜로 계약하시는…?”
“네네. 계약서 쓰러 가시죠.”
너무나 쉽게 계약을 따내서 방덕규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쉽게 부동산 계약을 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청년은 마치 마실 나온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서 작성 및 잔금까지 그 자리에서 일시불로 납입을 마쳤다. 그냥 계약금만 납입한 게 아니라 모든 잔금을 납부해버린 것이다. 거기에 부동산 복비까지.
참으로 통 큰 청년이었다.
“잔금도 치렀고, 바로 입주하면 되죠?”
“예? 예예… 그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랑 이런 건….”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번창하세요.”
“예예, 또 오세요!”
그렇게 청년을 떠나보냈다. 꿈을 꾼 듯 얼떨떨한 기분. 하지만 통장에 꽂힌 몇백만 원에 달하는 복비가 이를 증명했다.
그는 귀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한두 달을 버틸 여력이 생긴 것이다.
“… 제발 또 와주세요.”
떠나는 고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방덕규는 이런 통 큰 손님이 또 찾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 * *
여러 방이 딸린 탁 트인 뷰가 인상적인 드림하우스.
당장 정우도 같이 살아도 될 정도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 기분 이상하네.”
회귀하기 전에는 저런 집 가지면 소원이 없겠다고 노래 부르던 주상복합 펜트하우스가 마트에서 장 보듯 손쉽게 손에 들어왔다. 이상한 건 이런 집을 샀음에도 가슴은 생각보다 담담하다는 것이다.
“어머머-! 여기 부엌 좀 봐! 부엌이 우리 안방보다 넓어요!”
“거 여편네가 무슨 이상한 소리야! 우리집 안방이 훨씬 넓지!”
“하긴 여기가 이제 우리집이니 안방이 더 넓긴 하겠네. 호호호!”
새집으로 입주한다는 기쁨에 행복해하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자 정우의 가슴도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정우는 내친김에 가구들과 가전제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상관하지 않고 평가가 좋은 최고로만 선택해서 당일퀵배송으로 주문을 마쳤다.
그때 어머니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어보셨다.
“아들, 그러고 보니 새아가는 안 왔니? 같이 왔으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의아해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정우는 이혼 얘기를 아버지에게만 전화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아버지도 이혼 얘기를 어머니한테 언급하시진 않았던 모양이다.
“… 네가 직접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얘기 안 했다.”
“잘하셨어요. 아버지.”
“무슨 얘긴데 그래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어머니에게 정우는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했다.
“그게… 사실 저 이혼했어요.”
“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