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45)
테스트가 완료된 프로토타입의 전고체배터리의 스펙은 놀라웠다.
“에너지밀도가 kg당 420Wh에 이릅니다. 요새 나오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kg당 150Wh 수준인 걸 감안하면 배터리 성능은 약 180% 정도 늘어났습니다.”
“180%라면…?”
“간단히 말해 한번 충전으로 250km를 가던 전기차가 이 배터리를 탑재하면 700km는 주행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허….”
그 정도인가.
정우는 전고체배터리의 성능이 이 정도로 뛰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저 한 3~40% 정도 성능 향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그런데 거의 2배 이상 뛰어나다니 놀라웠다.
하긴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개선되어 몇 년만 지나도 리튬이온배터리 전기차가 한번 완충으로 500km를 가는 시대가 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고체배터리의 성능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리튬이온배터리뿐만 아닙니다. 시중에 나온 전고체배터리의 성능은 에너지밀도가 kg당 380Wh 정도이니 기존 전고체배터리에 비해서도 10%가량 향상된 성능입니다.”
심지어 기존에 비해 10%나 뛰어났다. 아마도 네뷸라 코퍼레이션 공장에서 생산한 그래핀의 전도성이 기존에 비해 260배 가까이 높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배터리 전체 성능에 기여한 것으로 보였다.
고작 음극재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전체적인 배터리의 성능이 이렇게 향상되다니.
“제가 MG음극재 기술을 너무 얕봤군요.”
“… 그래도 제 인생을 갈아넣었으니까요.”
성태규 CTO가 싱긋 웃었다. 그의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그간의 노력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후 샘플의 성능은 여러 차례 테스트를 마쳤다.
에너지밀도뿐만 아니라 보유용량(RC: Reserve Capacity), 저온시동전류(CCA: Cold Cranking Ampere)의 성능도 기존에 비해 확연히 뛰어났다.
전고체배터리라서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유의 외부충격에 약하다는 약점도 없어서 매우 안정적인 건 덤이다.
의도한 거지만 나온 결과물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뛰어났기에 정우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그냥 이대로 출시해도 되겠는데요?”
“아닙니다. 아직도 개선점이 많이 남아있어요.”
“개선점이요?”
“MG음극재 기술은 나노단위의 그래핀을 마이크로단위까지 쌓아올려 전고체배터리의 음극재만 대체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음극재뿐만 아니라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까지 기존 구성원료보다 수백 배는 전도성이 뛰어난 그래핀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
겨우 음극재 하나만 개선했을 뿐인데도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성태규 CTO의 말처럼 모든 재료를 그래핀으로 구성한 전고체배터리가 개발이 된다면 그 성능은 그야말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나오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기존 전해질을 그래핀으로 대체하는 기술도 없고,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지금은 이 MG음극재를 적용한 전고체배터리를 컨트롤하는 것도 버거우니까요.”
“… 이해했습니다. 결국 지금 집중해야 할 건 MG솔리드스테이트배터리군요.”
“예.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수백만 번의 테스트를 거쳐 얼마나 안정성 있는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렇다. 이제 막 제품 양산 단계 중 극 초기 단계인 E/S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아직도 T/P(Test Production: 시험생산), P/P(Pre-Production: 사전생산), M/P(Mass-Production: 대량생산) 단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완전한 그래핀전고체배터리까지 가려면 산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야 할지도 모른다.
“이해했습니다. 테스트에 필요한 비용은 저에게 말씀하십쇼. 아낌없이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파일럿 플랜트 설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란 일종의 테스트 공장이었다. 예를 들면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흡사한 개념이랄까.
개발단계에서는 실험실에서의 성공만으로는 규모가 큰 본격적인 설비를 건설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얻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제대로 된 공업생산이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 데이터를 쌓은 후에 파일럿 플랜트를 짓는다. 진짜 생산공장을 설계하는 기초인 셈이다.
파일럿 플랜트의 가동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제대로 된 공장 설립에 박차가 가해질 터.
그때 지켜보던 탁 본부장이 나섰다.
“CTO님 샘플을 혹시 저희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샘플이요?”
“예. 공정단계는 차근차근 진행이 될 거고, 중요한 건 샘플이 나왔으니 이제 슬슬 영업을 해봐야죠.”
“그래도 아직 테스트가 덜 된 제품입니다. 상온에서 충방전을 수백 번은 반복해서 배터리 용량이 유지되는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성태규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탁세훈은 완강했다.
“그건 제가 영업하는 동안 테스트 진행해주시죠. 일단은 납품처를 뚫는 게 관건입니다. 이 정도 스펙의 샘플이면 테스트 공정이 끝나고 양산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관계자들도 기다려줄 거예요.”
“저도 탁 본부장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획부터 샘플 생산까지 완벽하게 끝났는데 마냥 기다리기엔 손해가 크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공장부지와 원자재 확보는 끝나서 설비 생산과 공장 공사만 마무리되면 바로 생산 가능하니 문제되지 않을 거예요.”
성운이노베이션이 부도나기 직전 대한화학과의 납품계약을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공장부지와 원자재를 확보해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생산에만 들어가면 되어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던 것.
성재민의 배임이 정우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결국 두 사람의 설득에 성태규가 항복을 선언했다.
“음… 듣고 보니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샘플은 가져가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영업은 제가 최선을 다해보죠.”
샘플을 획득한 탁 본부장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 *
성공적인 테스트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탁세훈 본부장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제 와서 양심 고백 하나 해도 될까요?”
“양심고백이요? 무슨 얘긴데요?”
“사실 전 연구팀이 병신이라 여겼습니다.”
“예?”
“그게 제가 영업팀 시절에 기껏 열심히 영업해서 계약을 존나게 따왔는데, 하도 병신이라 목구멍에 쳐넣어줘도 못 먹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입에까지 넣어줬는데 토해낸 꼴이랄까요. 그런 경우를 몇 번 봐서 이번에도 솔직히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이나 개발팀에 가서 갈구기를 많이 했었죠.”
“아….”
아마도 성태규 CTO가 대표이던 시절이자 탁 본부장이 영업2팀장이었던 시절을 말하는 걸로 보였다.
하긴 그때는 성 대표가 경영을 잘 못하던 시절이긴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확실히 무기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보 같이 경영했는데도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남은 걸 보면요.”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이번에 성 대표님, 아니 성태규 CTO가 그동안 매달렸던 MG음극재기술에 좀 감탄했습니다. 성능이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테스트도 한번에 성공할 줄은 상상도 못했죠. 몇 번 맨땅에 헤딩마냥 실패할 줄 알았는데 진짜 놀랐습니다.”
“거의 반평생을 연구에 매진하셨으니… 참 대단하신 분이죠. 저는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믿습니다. 기술쪽에는 성 CTO님이 계시고, 영업과 전략 쪽에는 탁월하신 탁 본부장님이 계시니까요.”
“탁월한 탁 본부장이라… 라임이 좋네요. 하하하. 아무튼 대표님, 이번 샘플은 제가 책임지고 열심히 영업해보겠습니다.”
“오, 드디어 탁 본부장님의 진가가 발휘되는 건가요? 근데 어디에 영업하시려구요?”
“국내라면 역시 유일자동차 급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일자동차.
국내 굴지의 자동차 생산 기업으로써,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였다.
현재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에 주력 중이었지만, 세계흐름에 맞추어 슬슬 전기차 생산을 위해 연구 중일 터.
미래에 유일자동차의 전기차가 이맘때쯤 나와서 테슬라의 전기차 독주 속에서도 꽤나 인기를 끌었던 걸 생각을 하면 개발이 거의 끝나갈 무렵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좋은 배터리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터.
“좋습니다. 유일자동차, 뚫어보죠.”
“알겠습니다. 제가 미팅 잡아보겠습니다.”
“부탁해요.”
“근데 대표님, 이번에 영업할 이 배터리 이름은 뭐로 하실 겁니까? 테스트명인 MG솔리드스테이트배터리는 이름이 너무 긴데요.”
“음….”
전고체배터리 제품명이라.
바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 솔리드스타.”
“… 솔리드스타요?”
“예. 네뷸라가 성운이잖아요. 저희가 만들어낼 제품들을 별로 상징하여 ‘스타’, 그리고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키워드인 고체를 뜻하는 ‘솔리드’. 이 두 가지 단어를 합쳐봤습니다. 어때요?”
“… 좋은데요? 심플해서 좋네요.”
“좋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솔리드스타로 가죠.”
네뷸라의 첫 번째 별, 솔리드스타SolidStar의 이름은 그렇게 달리는 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지어졌다.
* * *
한편 솔리드스타가 탄생한 그 시각.
수원지방검찰청 건물을 짙은 선팅을 한 세단 한 대가 나서고 있었다.
그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한민준이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 씨발 좆 같은 새끼들! 감히 나한테 엿을 줘?”
원래 검었던 머리를 훨씬 더 칠흑같이 검게 염색한 그는 차명진 담당 검사에게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치고 이제 막 나온 참이었다.
그는 대한그룹이라는 뒷배를 안고 있었지만 또라이 차명진 검사가 그를 결국 불러들였던 것.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위에서 압력이 내려왔는지 차명진 검사는 결국 그를 풀어주었다.
“차 검사 똥개 새끼는 치워진 것 같고… 문제는 성재민이랑 네뷸라 그 새끼들인데.”
차명진 검사는 위에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조만간 좌천될 가능성이 높았고, 자신을 마약으로 밀고한 성재민은 어차피 감옥에 있어서 손댈 필요도 없었다.
남은 건 네뷸라 케미컬.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자중하라 하셨지만, 한민준의 불같은 성격상 성운이노베이션 인수에 똥물을 끼얹은 놈들에게 한방 먹여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주소록에서 하나의 이름을 찾아낸 그가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잠시 수신음이 들린 후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어, 민준아. 어쩐 일이야.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아이참, 제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연락드립니까. 우리 사이에 흐흐흐.”
-짜식, 술 고프냐? 요새 기사 뜨고 고생 많더만.
“아유, 아닙니다. 고생은요 뭘. 그보다 형님, 혹시 성운이노베이션이라고 아십니까?”
-성운이노베이션? 아아, 알지. 너 기사에 뜬 그 좆소회사잖아. 거긴 왜?
“예, 맞아요. 다름이 아니라 혹시 형님쪽에 성운 그놈들이 납품하거나 하는 게 있나요?”
-없지. 우리가 배터리를 대한화학에서 받지 그런 좆소에서 받겠어.
“그쵸? 그냥 노파심에 연락드려봤어요. 그 좆소 새끼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끼어들어서 깽판놓는 상도의도 없는 새끼들인데 행여나 형님 사업길에 숟가락 얹으면 좀 그렇잖아요?”
-그렇긴 해. 싸가지 없는 놈들. 감히 우리가 누군데 겸상을 하려 해? 아무튼 니 얘기는 알았다. 행여나 성운인지 별똥인지 그놈들이 우리 쪽에 오면 상종도 하지 말라고 밑에 얘기해놓을게.
“예, 형님. 고마워요. 다음에 제가 좋은 데로 모시겠습니다.”
-좋은 데? 새로 뚫은 데 있어?
“하하, 형님 저 민준이에요. 한민준. 일은 가끔 실수해도 노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믿고 맡기세요.”
-하하하하, 그래 알겠다 민준아. 다음에 술 한잔 하자.
“네, 들어가십쇼. 형님.”
통화가 끝나고.
한민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 아버지, 저도 여론도 알고 크게 분란 일으킬 생각 없어요. 그냥… 훼방만 조금 놓겠습니다.”
그래야 분이 풀릴 것 같거든요.
비릿한 미소와 함께 한민준이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선팅으로 어둡게 보이는 바깥 풍경은 마치 자신에게 대든 네뷸라 놈들의 어두운 미래 같아 짜증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 * *
코인도 잘 풀리고, 해외출국을 위한 비자 발급도 착착 진행되었으며, 재판 진행도 차질이 없었다.
거기에 거래소 개발도 기본적인 UI 및 기획이 끝나고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고체배터리 샘플마저 나왔으니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었다.
유일자동차 미팅 불발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대표님, 유일자동차 본사에서 미팅을 거부했습니다.”
탁세훈 본부장이 굳은 얼굴로 보고했다.
정우는 미팅 거부라는 말은 처음 들어봐서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예? 미팅 거부라뇨?”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유는 현재 사업에서 전고체배터리 사용 계획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좀 애매합니다.”
“음… 확실히 이상하네요. 유일자동차 내부사정은 알 수 없죠?”
“아무래도 알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대한화학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한화학이요?”
갑자기 대한화학이란 이름이 왜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정우는 이내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챘다.
“… 설마 저희가 성운이노베이션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 때문인가요? 그래서 지금 그 보복을 하는 겁니까?”
“아마도요. 물론 확실한 건 아닙니다. 다만 정황상 저희가 잘못한 게 그것뿐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그런데 만약 대한화학 때문이라면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럽네요. 유일자동차에까지 압력을 행사한다고요? 그것도 다른 재벌가인데요?”
“다른 재벌가이지만 재벌가라는 게 원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거든요. 대한그룹과 유일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한과 유일자동차가요?”
“예. 그거 모르셨나요? 대한의 한광표 회장과 유일자동차의 유종범 회장이 동창이잖아요. 그래서 원래부터 친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인건 업계에서 유명합니다. 마치 불과 기름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랄까요. 그쪽 집안끼리 교류도 있구요. 아마도 이번에 저희쪽 미팅이 불발된 것도 대한에서 유일에 압력을 넣었다기보다는 부탁을 했다는 게 정확할 겁니다.”
“음….”
정우는 생각에 잠긴 듯 턱을 손으로 쓸었다.
“… 방법은 정면돌파 뿐인가.”
“정면돌파요?”
“예. 미팅 불발되긴 했지만 찾아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한번 쳐들어가 보죠.”
강한 의지가 서려 있는 대표의 말에 탁세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까짓거, 한번 뚫어보죠.”
* * *
유일자동차 본사.
그곳에 일련의 무리가 들이닥쳤다.
“관계자 좀 만날 수 있을까요?”
“관계자요? 어디서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배터리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네뷸라 케미컬의 이정우 대표라고 합니다. 귀사와 전고체배터리 관련하여 사업을 의논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네뷸라 케미컬요? 음… 잠시만요. 위에 얘기해보겠습니다.”
로비 보안팀이 위에 보고를 하더니, 이내 그들을 어디론가 안내했다.
“안녕하십니까. 대외협력본부에서 산업협력 및 전략적 제휴를 담당하고 있는 이수진 차장입니다.”
이수진 차장. 딱 봐도 팀장급은 아닌 걸로 보였다.
대표가 나왔는데 팀장급도 아닌 인사가 마중을 나왔으니 정우는 살짝 실망했지만 티내지 않았다.
아직 네뷸라 케미컬의 대외활동이 크게 없었는데 그들이 알아주길 기대하는 건 배부른 소리였으니까.
그래서 실망한 기색 없이 예의를 갖추어 대응했다.
“안녕하세요. 네뷸라 케미컬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우입니다.”
“반갑습니다. 배터리 사업 관련해서 의논하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먼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그 부분은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탁세훈 본부장이 나섰다.
그는 실무진과 함께 미리 가져온 전고체배터리 셀을 꺼내 들었다.
골판지 두께도 안 되는 얇은 크기에 네모반듯한 납작한 필름 모양의 배터리가 반투명한 케이스에 촘촘히 밀집해 쌓아져 있다.
그것이 바로 네뷸라 케미컬에서 개발한 파우치 형태의 솔리드스타 모듈이었다.
“일단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이게 뭔가요?”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솔리드스타입니다.”
“솔리드… 스타? 어떤 제품이죠? 배터리 같이 생겼는데.”
“배터리 맞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전고체배터리입니다.”
“전고체배터리요?”
야심 차게 선보인 전고체배터리.
하지만 그 제품을 살펴보는 담당자의 목소리는 탐탁지 않아 보였다.
“전고체배터리면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제품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개발했다구요?”
“예. 저희가 생산한 전고체배터리 솔리드스타는 거의 완성단계입니다. 전고체배터리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인데 이미 ES는 끝나서 샘플도 보유하고 있어요.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귀사에 솔리드스타의 납품을 제안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단점을 개선했다구요? 전고체배터리의 어떤 단점 말씀이시죠?”
“상온에서 충전 속도가 느린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 오호.”
이수진 차장의 눈이 빛났다.
헛소리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정말로 단점이 개선된 전고체배터리라면 굉장한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포트폴리오를 읽어 보기로 결정했다.
“한번 스펙을 볼 수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기다린 듯 탁세훈 본부장이 포트폴리오 자료를 건넸다. 그 자료를 건네받아 이수진 차장에게 전달하자 그녀가 날카로운 눈으로 포트폴리오를 훑었다.
거기 적혀 있는 스펙의 수치는 놀라웠다.
“… 상온 1시간 이내 급속 충전 가능. 기존 성능에 비해 AH, RC, CCA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10% 이상 스펙 향상…. 정말 놀라운데요? 이걸 진짜 개발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