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46)
이수진 차장의 믿기 어렵다는 표정에 정우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지금 제품 테스트를 직접 진행해보실 수도 있습니다.”
“오호… 알겠습니다. 테스트를 한번 진행해보도록 하죠.”
이후 간이 랩실로 이동하여 제품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2.5배에 가까운 충전용량.
최대출력 역시 강력했고, 단점이었던 느린 충전속도는 확실히 개선되어 오히려 리튬이온전지보다 충전속도가 빨랐다.
이 모든 스펙을 확인한 이수진 차장은 가슴이 뛰었다.
‘… 이건 진짜다!’
사실 그녀는 이 미팅 자리를 거절하기 위해 나왔다. ‘네뷸라 케미컬에서 미팅하러 왔는데 이 차장이 좋게좋게 타일러서 내보내요’라는 유 전무의 지시에 대신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인데, 어쩌다 보니 전고체배터리 테스트까지 하게 되었던 것.
하지만 그 선택은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스펙의 전고체배터리라면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으니까.
“… 잠깐 보고 좀 하고 오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회의실을 나선 그녀는 곧장 본부장실로 향했다.
“전무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요.”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대외협력본부를 맡고 있는 유영진 전무 이사가 구매본부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영진 전무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네뷸라 케미컬 건 잘 해결되었어요?”
“그것 때문에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전무님, 아무래도 직접 테스트를 보셔야 할 것 같아요.”
“테스트를요?”
“예. 네뷸라 케미컬에서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가져왔는데… 그 성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래요?”
“충전용량만 해도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2.5배 수준입니다.”
“… 2.5배? 이 차장이 호들갑을 떨만 하네. 흠… 김 전무님, 커피는 나중에 합시다. 이 차장, 테스트 어디서 하고 있지?”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부하직원의 말에 유 전무 귀찮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부하직원의 말을 크게 믿지 않았다.
모든 테스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 * *
‘… 이건 진짜다!’
테스트 결과를 확인한 유영진 전무는 아까 부하직원인 이수진 차장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추호도 몰랐다.
‘이건 혁신이야!’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 뛰어난 배터리를 단 유일자동차를. 세계시장도 전혀 우습지 않을 것만 같았다.
유 전무는 형이 지시했던 대로 네뷸라 케미컬을 대충 상대해주다가 쫓으려 했던 초기의 결심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아니 이미 흔들린 뒤였다.
“… 잠시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네뷸라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랩실을 나선 그는 곧장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형, 유일그룹의 차기 후계자인 유영곤 사장이 전화를 받았다.
“… 접니다. 형님.”
-무슨 일이야.
“얼마 전 형님이 말씀하신 네뷸라 케미컬 있지 않습니까? 대한화학에서 연락이 왔으니 상종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나지. 거긴 왜.
“거기서 지금 저희 자동차 본사에 미팅하러 왔어요. 전고체배터리를 납품하고 싶다면서요.”
-전고체배터리를? 흠, 특이한 경우지만 뭐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내쫓았어?
“아니요.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을 했다고? 아니 쫓아내라니까 뭐하고 있는 거야!
“잠깐 제 얘기 좀 들어보십쇼, 형님. 그쪽에서 납품을 제안한 전고체배터리의 스펙이 상당합니다. 아니, 거의 혁신 수준이라서 이거 대한화학쪽 협조 들어주는 것보다는 비즈니스로 협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확인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얼마나 좋길래 그러는 거야?
“시중에서 개발되었다고 떠드는 기존 전고체배터리 성능에 최소 10%는 향상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
10%라는 말에 수화기 너머로 잠시 말이 없었다.
유영진 전무의 형, 유일그룹의 차기 후계자는 아는 것이다. 경제라는 전쟁터에서 10%라는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거의 핵폭탄 수준의 혁신이 분명했다.
심지어 말은 안 했지만 현재 리튬이온전지 평균 수준에 비하면 2.5배 이상 좋았다.
유 전무는 큰형님이 반드시 자신의 의도대로 네뷸라 케미컬과의 협업을 진행할 것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유영곤 사장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부정’이었다.
-협업보다는 기술 인수 쪽으로 얘기해봐.
“예? 형님 그게 무슨….”
-너 거기 케파 확인해봤어?
“케파요?”
케파서티Capacity, 일명 케파는 역량을 일컬었다.
즉, 네뷸라 케미컬의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게 잘….”
-어휴… 그거부터 확인해야지 뭐하고 있었어. 너 전무 자리 딱지치기로 얻었냐? 왜 생각을 못해.
형의 타박에 유 전무가 반발했다.
“하지만 어차피 협력을 맺게 되면 구매본부 통해서 저희 쪽에 납품할 품질과 생산량은 조율해서 진행할 텐데요.”
-품질은 조율해서 맞출 수 있다 쳐도 생산량은 오바야. 공장 자체가 작은데 생산량을 어떻게 늘려. 너 대한화학이 배터리 생산 공장에 얼마 쏟아부은 줄 알아?
“… 잘 모르겠습니다.”
-자그마치 수조 원이야. 조 단위라고. 근데도 앞으로 생산량 100GWh를 맞춘다고 3조원인가 더 투입한단다. 금액 단위가 구멍가게가 커버할 수준이 아니라고.
“아….”
-그리고 테슬라 기가팩토리 알지? 그 일론 머스크가 공장 단일화를 외치면서 배터리생산부터 모든 부품을 만들고 조립까지 한다고 만든 초거대 공장 말야. 거기는 얼마인 줄 알아? 아직 완성도 못했는데 지금까지 들어간 금액만 2조원을 넘었다. 그 적자와 부채를 못 이겨내서 고사하기 일보 직전인데, 넌 지금 그런 수준도 달성도 못한 동네 구멍가게에 납품을 받겠다고 얘기하는 거냐?
“…….”
형의 말을 들은 유 전무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형의 주장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네뷸라 케미컬이 아무리 혁신적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케파가 안되는 이상 유일자동차에 납품할 수준을 맞추지는 못할 터.
“… 그래서 인수를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좋은 가격을 준다고 기술 이전 쪽으로 얘기해봐. 확신이 있다면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네뷸라측도 바보는 아닐 건데요. 자신의 기술이 뛰어난 것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기술 이전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농후하구요.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차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보다는 납품 계약만 진행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납품 수량이 적으면 저희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성하여 판매해도 되고….”
-압박을 해야지. 그리고 프리미엄 라인은 지금도 충분해. 무엇보다 우리 유일그룹에 배터리 납품을 전담하고 있는 대한그룹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어. 괜히 좆소랑 납품계약을 진행했다가 대한이 우리와 전략적 제휴를 재고하겠다고 나서면 어쩌려고 그러냐. 소탐대실이라고 작은 걸 탐하다가 정작 큰 걸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
형의 말은 이해도 되었고 전부 맞았다. 하나 같이 틀린 말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대한그룹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형을 보며 유 전무는 짜증이 치밀었다.
“심기라뇨. 하… 형님, 혹시 대한화학이랑 뭐 있어요?
-뭐? 너 이 자식이 지금 말 다 했어!
수화기 너머로 버럭 고성이 들려왔다.
잠시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눈살을 찌푸렸던 유 전무가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다.
“…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잠시 흥분해서 말이 엇나왔습니다.”
-쯧쯧. 영진이 너 인마, 내가 대한화학 싸고 돈다고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아버지랑 한 회장님이랑 친하시니까 일부러 맞춰주는 것뿐이야. 대한과 우리 유일그룹은 악어새와 악어처럼 서로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관계인데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아이템을 먹자고 대한그룹과 척을 지는 게 바보 같은 더 바보 같은 짓이란 걸 몰라? 너도 알잖아. 아버지 세대야 서로 친하시니까 지금처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우리 세대로 넘어오면 그런 암묵적인 협력도 끝날 거라는걸.
“… 그렇죠.”
“그니까 지금부터라도 우리 세대만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깟 사소한 걸로 금이 가게 해야겠어? 너는 어째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형을 쫌생이로 만드냐.
“… 죄송합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고작 그런 좆소기업 하나 신경 쓰자고 중요한 걸 놓치지 말고, 내 말대로 해라 영진아.
“… 알겠습니다.”
유 전무는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답답했지만 결국 그는 후계자인 형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 * *
유영진 전무가 전화를 받는 사이.
정우와 탁 본부장은 실무진들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방금 표정 보셨습니까? 테스트 결과 보고 깜짝 놀라는 걸 보니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네요.”
“하하, 그만큼 저희 배터리 성능이 뛰어나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대표님, 우려와 달리 잘 될 것 같은데요? 유일자동차쪽 반응이 너무 좋아서 곧 계약서 들고 달려올 거 같습니다.”
탁 본부장이 신나서 떠들었다.
하지만 이내 돌아온 유 전무의 대답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죄송합니다. 제안해주신 납품 계약 건은 아무래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아온 그가 기다리던 정우에게 결정된 내용을 전했다. 예상과 전혀 다른 부정적인 결과에 정우는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희 유일자동차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렉트론이 현재 개발단계에 있지 않습니까?”
정우가 말한 일렉트론이란 말에 유영진 전무의 눈이 커졌다.
전기Electricity와 하나One를 뜻하는 영단어를 합쳐 만든 일렉트론ElectrOne은 다름 아닌 유일자동차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전기차 라인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침착해졌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언론을 통해 차세대 라인업으로 대대적인 홍보가 나간 상태였기에 납득했다.
“… 맞습니다. 전기차 모델로 일렉트론을 개발 중이죠. 하지만 지금 거의 완성단계라 배터리팩만 바꾸기 애매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껏 만든 생산라인을 다 엎어야 하니까요. 다만 이건 여러 이유 중 하나일 뿐이고, 저희가 귀사의 제안을 거절하게 된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네뷸라의 케파가 저희가 생각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케파요?”
“저희는 2020년까지 연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를 20만대로 목표 중입니다. 그중 국내 연간 소화 물량을 4만대로 예상 중인데, 여기 들어갈 배터리를 네뷸라 쪽을 통해 생산한다고 하면 연간 1GWh가 필요하죠. 이 생산수준을 맞출 수 있겠습니까?”
GWh는 배터리공장의 생산량을 나타낸다. 즉 1GWh 정도면 전기차 4만대 분량을 커버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량이었다.
유 전무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추측하신 게 맞습니다. 아직 파일럿 플랜트 단계라 제대로 된 생산라인은 없거든요. 하지만 공장부지도 확보했고 곧 공정설비가 갖추어지게 되면 0.5GWh 정도의 생산량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공장 확보를 한다면 어느정도 귀사의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습니다.”
“간단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는 귀사가 해당 케파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드리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술제휴를 조건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은 가능합니다.”
“기술제휴요?”
말이 기술제휴지, 기술을 공짜로 알려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설마 저희 배터리생산 특허를 원하시는 겁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귀사가 보유한 전고체배터리 기술을 원합니다.”
그 말에 정우가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만, 기술제휴, 아니 기술 이전이나 매각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습니다. 그냥 이 비즈니스는 없던 걸로 하는 게 맞겠네요.”
싸늘해진 그의 반응을 보며 유 전무는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깨달았다.
상대도 이 전고체배터리 기술이 가진 가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저 차가운 표정은 기술의 가치를 알고도 대놓고 도둑질하려는 심보에 화가 난 얼굴이다.
“미안합니다. 제 제안이 굉장히 무례하게 들렸던 것 같군요.”
“기술의 가치를 알고도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솔직히 불쾌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제대로 비즈니스를 진행할 의향도 없으신 것 같고. 그냥 미팅은 여기까지 하시죠.”
“먼 길 오셨는데 미안합니다. 그래도 차세대 전기차 모델은 귀사의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니 다음에 꼭 함께하면 좋겠군요. 여기 제 명함입니다.”
“저희도 고려해보죠. 물론 그때가 오면 그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유익한 미팅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명함만 교환한 채 그렇게 네뷸라 미팅단은 그렇게 회의실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유 전무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달까.
그래서 뒤늦게 주고받은 명함을 통해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이정우 대표님 맞습니까. 저 방금 미팅한 유영진 전무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드렸네요.”
-아, 전무님. 예. 말씀하십시오.
이정우 대표의 목소리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유 전무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귀사의 납품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정도 스펙의 전고체배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원할 테니까요. 다만 제게 모든 전권이 있는 게 아닌지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제안을 거부하게 된 점,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유일자동차 전무의 사과. 일개 중소기업의 대표에게 머리를 숙이는 유 전무의 태도에 조금 마음이 누그러진 걸까.
이내 수화기 너머로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혹시 그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게 대한화학 때문입니까?
대한화학이라는 말에 유 전무는 살짝 당황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확답을 전할 수는 없었다.
“…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그 대답이면 충분합니다.
전화가 끊기고.
유영진 전무는 생각에 잠겼다.
“네뷸라… 이정우….”
왠지 앞으로 그 이름을 자주 듣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유일자동차 본사를 나서 회사로 돌아가는 길.
유 전무의 전화를 받은 정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역시 대한화학 짓거리였네요.”
“유영진 전무가 그러던가요?”
“확답은 안 했는데 노코멘트라고 한 걸 보면 거의 확답이나 다름없죠?”
“그렇네요. 하, 대한화학 놈들 때문에 나가리됐네요.”
“단순히 그 문제만은 아닙니다. 확실히 케파 문제도 있어요.”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제대로 된 배터리 생산력을 갖추는 건 그들이 달성해야 할 숙제라는 것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안 것만으로도 이번 미팅의 성과는 달성했다.
하지만 탁세훈 본부장은 성에 안 찬 얼굴이다.
“그렇죠. 하지만 공장도 있고 케파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세계시장 수준이 되려면 지금 우리가 확보한 공장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현재 예상되는 우리 공장의 배터리생산량이 얼마인지 아시죠?”
“0.5GWh정도입니다.”
현재 기술력으로 전기차의 평균 배터리용량은 25KWh 수준.
전기자동차를 10만 대를 커버한다 치면 2,500,000KWh, 즉 2.5GWh 정도 되는 생산량을 갖춰야만 했다.
즉, 정우의 공장이 완성되어야 2만대 정도의 전기차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크게 잡은 거지 전기차 1대당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 소화물량은 턱없이 부족해진다.
“0.5GWh로는 많이 애매해요. 1~2년만 지나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용량은 기본 50KWh가 될 거예요.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니 저희 소화물량은 1만대로 줄어들겠죠? 심지어 테슬라에서 발표한 모델S의 예상 배터리용량은 100KWh구요. 전기차 프리미엄 모델까지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자 자연스레 해결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당면한 장애물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대한화학의 입김이라고 봅니다.”
“맞아요. 대한화학의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죠.”
“예. 유일그룹도 대한화학 콧바람에 저희를 이렇게 팽개쳤는데, 다른 기업이라고 반응이 다를 것 같지가 않네요. 이제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탁 본부장은 케파보다는 대한화학의 압력이 실제로 행사되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크게 느끼는 듯 보였다.
이는 정우도 공감하는 바였다.
“그럼 진성은 어떻습니까?”
“진성이요?”
정우의 의견에 탁 본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진성도 똑같을 겁니다.”
“예? 하지만 진성은 대한그룹과 라이벌이잖아요.”
“겉으로만 그렇지, 결국 재벌들은 다 똑같습니다. 제 밥그릇만 안 뺏기면 서로 건드리지 않고 영역을 존중하거든요. 산중에 호랑이들이 영역 그어놓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히려 친하다고 봐야죠.”
“음…. 라이벌인 진성도 물 건너간 셈이네요 그럼.”
“아예 물 건너간 건 아니지만, 진성급이면 저희를 컨트롤하거나 완전히 집어삼키려 들 수도 있구요. 아무튼 가능은 하겠지만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진성이든 어디든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첩첩산중 같은 국내 시장에서 어떻게 활로를 뚫어야 할까.
그때 정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길이 있었다.
“그럼 해외는 어떻습니까?”
“해외요?”
탁세훈 본부장이 느낌이 왔다는 듯 손가락으로 딱- 핑거스냅 소리를 냈다.
“오호, 해외라… 그거 괜찮겠는데요? 국내처럼 대한그룹의 영향이 크게 미치지도 않을 테고 먼 타지에서는 재벌들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울 테니…!”
“예. 굳이 불리한 판국에서 아웅다웅하기보다는 제약이 덜한 곳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게 나을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저희는 기술력이 되지 않습니까.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솔리드스타의 진가를 알아줄 겁니다.”
그렇다.
정우가 유일자동차에서 까이고, 국내에서 영업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음에도 안색이 그리 굳지 않았던 이유이자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네뷸라의 기술력을 믿기 때문이었다.
‘미래에서 가져온 기술인데 오죽하겠어.’
최소 5년은 앞선 기술인데 안 먹히는 게 이상하다.
이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는 이번에 마주하게 된 장애물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해외에서 판로만 뚫고 몇 년만 지나면 유일자동차가 오늘 저희의 납품 제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인정합니다. 대한화학도 땅을 치며 후회하겠죠. 그렇다면 대표님, 해외라면 어디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당연히 미국이죠.”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
전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성공을 위해 찾는 기회의 땅.
그곳에 곧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테슬라’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테슬라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