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47)
“테슬라요?”
정우의 말에 탁세훈 본부장이 의아해했다.
“테슬라는 현재 자금 사정이 안 좋지 않습니까? 머스크 대표가 배임 혐의로 고소도 당했구요. 제 개인적으로 테슬라를 굉장히 좋게 보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희 납품 제안을 받아들일 역량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지금 이 시기의 모두가 탁세훈 본부장처럼 우려했다.
테슬라는 망할 거라고. 일론 머스크는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때문에 수많은 공매도 세력들이 얼마나 테슬라 주식에 숏을 쳤던가.
하지만 정우는 알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2020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자 떡상하는 주식이 테슬라가 될 것임을 말이다.
“글쎄요. 저는 머스크가 이 기회를 극복하고 앞으로 떡상할 것 같은데요.”
“떡상한다구요?”
“예. 그리고 저는 테슬라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그의 발언력이 중요합니다.”
트위터의 악동이라 불리게 될 일론 머스크. 그는 어마어마한 팬덤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테슬람, 테슬라치라 불리며 테슬라를 진리처럼 여기는 극성사용자들.
그들의 화력에 더불어 그의 폭탄 같은 한마디 한마디와 일거수일투족이 전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니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전광판이나 마찬가지다.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머스크가 솔리드스타를 언급하거나 솔리드스타가 탑재된 자신들의 신차를 세계에 발표한다고 생각해봅시다.”
“… 아! 대표님은 솔리드스타의 인지도를 높일 생각이시군요.”
“예. 저는 인플루언서로서의 머스크가 필요합니다. 그를 이용해 전세계가 솔리드스타를 주목하고 찾을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거죠.”
“이해했습니다. 대표님이 그리시는 큰 그림이 뭔지 알겠네요.”
탁세훈이 감탄했다.
정우는 쑥스러워졌다.
“큰 그림은 아니구요. 그냥 얘기해본 거예요. 아무튼 제 계획 괜찮은 거죠?”
“200%요. 테슬라를 통해 판로를 개척하는 것 적극 찬성합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탁 본부장님, 일 하나만 해주실래요?”
“어떤 업무입니까?”
“전세계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생산 공장을 전부 조사해서 보고해주세요.”
“예?”
이번 유일자동차와의 미팅을 통해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지금 네뷸라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를.
테슬라와 같은 거대기업과의 협상에서 발언력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저희 네뷸라의 케파를 빨리 늘려야겠습니다.”
공장을 더 짓거나 인수해야만 한다.
* * *
국내 판로를 뚫는 게 여의치 않아지자마자 전체적인 계획과 방향성을 수정하였다.
바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
이를 위해 탁세훈 본부장이 보고한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조사 자료를 확인했다.
“리스트가 별로 없네요?”
정우는 그저 느낀 바를 말했을 뿐이었지만, 열심히 조사한 게 아니라는 말로 들렸는지 탁세훈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항변했다.
“배터리는 기술 및 자본 집약 산업이라, 한중일 세 국가의 소수 회사들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다 먹고 있습니다. 애초에 인수할 만한 회사도 거의 없고요. 그나마 팀원들 닦달해서 이 정도 리스트나마 추린 겁니다.”
“아아, 뭐라고 한 건 아닙니다. 정말 고생하셨네요.”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뿌듯해하는 탁세훈. 정우는 그가 정성 들여 찾아온 자료를 읽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에는 최근 배터리시장 점유율이 나와 있었다.
현재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크기는 33GWh로 정우가 회귀하기 전 배터리 시장 규모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작았는데, 이 시대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는 배터리 출하량이 7GWh인 파나소닉이 차지하고 있었다. 비율로 따지면 세계시장에 약 23% 정도 비율이었다.
즉,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려면 최소 7GWh 정도 되는 생산 케파를 갖춰야 했다.
“여기 나와 있는 기업들 중에서 눈여겨볼 만한 기업이 있을까요? 저희가 인수할 만한 기업이요.”
“보고서 뒷장 넘겨 보시면 따로 정리해놨습니다.”
“아, 찾았네요. 가장 눈여겨볼 만한 기업은… 역시 테슬라네요?”
“예. 테슬라 기가팩토리만 인수할 수 있으면 배터리 생산 케파는 문제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비용입니다.”
테슬라는 한두 푼으로 인수할 수가 없다. 워낙 거대한 공룡기업이기 때문이다. 공장 하나만 수조 원씩 들여서 짓는데, 테슬라 전체를 인수하려면 적어도 수십조 원은 필요할 터.
즉, 지금 정우의 자본력으로는 테슬라가 가진 기가팩토리 하나 정도 인수하는 것 정도만 접근 가능했다. 물론 그것도 그가 가진 코인 포지션을 전부 처분해야 가능한 일이라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테슬라는 지금 당장은 무리니 패스해야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 후보를 준비했지요. 아래를 보시겠습니까.”
“닛산자동차의… AESC?”
정우도 몇 번 들어봤던 이름이다. AESC는 닛산자동차가 소유한 차량용 배터리 자회사로써,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5위를 기록할 정도로 1.5GWh 정도 되는 탁월한 배터리 생산능력과 공급능력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꽤나 큰 덩치를 자랑하는 이 기업이 보고서에 적혀 있었는데, 그 이유는 AESC가 매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엄청 큰 회사인데 여기가 매각된다구요?”
“예. 닛산에서는 지금 AESC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중국 사모펀드인 GSR에서 인수한다고 하는데, 거의 협상 마무리 단계라고 들었습니다.”
“GSR은 처음 들어보네요.”
“중국 자본인데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는 보스톤파워, 중국 전기차 회사인 씬따양에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대외적으로는 GSR에서 독자적인 차량용 배터리 공급체제를 구축할 전략이라서 그 일환으로 AESC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글쎄요. 제 생각엔 배터리 생산 기술 빼내기가 목적인 걸로 보입니다.”
“음….”
정우도 탁 본부장의 의심에 동의했다. 중국 자본이 인재들에게 고연봉을 제의하여 인력을 빼가고 기술도 빼가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문제는 GSR이 아니라 AESC가 아직 매각되지 않았다는 거다.
“인수 대금은 얼마 정도죠?”
“1조원 수준이 될 거라고 최근에 기사가 나오긴 했는데,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대표님?”
“… 여기 저희가 먹는 거 어떨까요?”
“AESC를요?”
정우의 말에 탁 본부장이 당황했다.
“대표님, 방금 제대로 못 들으신 것 같은데 AESC 인수자금은 1조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제가 후보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너무 규모가 커서 자금 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AESC를 인수하는 건 무리입니다.”
“아니요. 가능해요. 그 정도는 제가 동원할 수 있거든요.”
“1조원을요?”
“예.”
탁세훈이 놀란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정우가 돈을 잘 버는 건 알았지만 조 단위의 자금을 가진 건 모르고 있었으니까.
“… 대표님, 돈 엄청 많으셨네요.”
“뭘요. 진짜 부자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조 단위가 진짜 부자가 아니면 뭡니까. 저 같으면 그 돈 있으면 건물주나 하면서 쉬겠습니다.”
“하하, 그냥 사업하지 말까요?”
“… 아니요. AESC 인수,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우는 조사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닛산 AESC의 공장 위치는 일본 가나가와, 그리고 미국 테네시 주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를 먹읍시다.”
* * *
“일단 일본 닛산 본사에 AESC 인수의향서 하나만 서면으로 보내주세요. AESC 인수전에 뛰어들 의향만 먼저 비춰서 GSR과의 인수 진행을 좀 늦추는 겁니다.”
“닛산 쪽에 자신들에게 다른 카드가 있음을 인지시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탁세훈을 통해 AESC 인수전에 선전포고를 시작했다.
이후 정우는 성태규 CTO에게 솔리드스타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을 맡겼다.
“납품처를 뚫으러 미국 출장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CTO님, 파일럿 플랜트 진행 차질 없이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십시오, 대표님.”
최고기술책임자이지만 그래도 성운이노베이션의 전 대표였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을 맡기는 건 문제가 없었다.
걱정 없이 든든한 마음으로 해외 출장을 준비했다.
해외 출장 파티에는 정우와 탁 본부장, 그리고 지서현 개발팀장도 포함되었다.
“본부장한테 들어서 알 겁니다. 우리는 미국으로 갈 거예요. 저랑 탁 본부장님은 테슬라 쪽과 미팅을 하고, 남는 시간에 지 팀장의 지인을 만나 개발자들을 영입할 겁니다. 아, 참고로 제 개인적인 일 때문에 법인 설립도 진행해야 해서 좀 일정이 촉박할 거예요.”
개인적인 일이란 해외법인을 설립하여 미국 현지에서 테슬라 주식을 모으기 위해서다.
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지 팀장이 자리 비우면 거래소 개발에 차질 생기는 거 아니야?”
“틈틈이 온라인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랩탑이 있으니까요.”
“하긴… 알겠어. 그럼 다들 늦지 않게 공항으로 오십쇼. 지 팀장은 출발할 때 나랑 같이 가자.”
“옙.”
“네.”
* * *
출발 당일, 지서현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녀의 짐은 굉장히 단출했다. 노트북이 담긴 자그마한 손가방과 옷가지 몇 개가 담긴 캐리어가 전부였다.
“서현 씨, 짐이 별로 없네.”
“예? 적은 편입니까?”
“어. 보통 여자들 짐 바리바리 싸오잖아.”
전와이프였던 안예슬과의 신혼여행이 떠올랐다. 본인이 입을 옷 캐리어만 2개를 끌고 갔더랬지. 그 짐들을 정우가 아등바등 옮겼더랬다.
그런 걸 생각하면 지서현은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아, 여행지 가서 필요한 것은 구매하면 되니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겼습니다.”
“오, 그런 준비 자세 좋아. 합격.”
“…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는 아니고. 어,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미 탁세훈 본부장이 와 있었다. 그와 합류하여 미리 예매해놨던 티켓팅을 하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라운지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바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퍼스트클래스.
회귀 전에는 항상 저가형 항공만 이용하다가 퍼스트 클래스를 타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좌석을 찾아 복도를 지나던 탁 본부장이 감탄했다.
“… 좌석이 거의 방 크기인데요?”
“그러게요. 장난 아닌데요?”
“말로만 듣던 퍼스트 클래스지 타보는 건 처음인데 이거 엄청 편하게 가게 생겼네요. 아, 저는 앞자리에서 혼자 따로 떨어지게 되었네요. 대표님 그럼 도착하고 뵙겠습니다.”
“네. 푹 쉬세요.”
정우도 자신의 좌석을 찾아 앉았다.
전좌석 2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비행기답게 퍼스트 클래스 역시 호화로웠다.
발을 뻗고 누워도 될 법한 커다란 시트와 한쪽에 비치된 미니바, 그리고 전면에는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커다란 스크린이 놓여 있었다.
거기에 각종 간식은 물론이거니와 코스 요리까지 주문할 수 있었고, 심지어 샤워도 할 수 있었다.
“파인다이닝도 아닌데 코스요리를 시킬 수 있네.”
“… 굉장하네요.”
옆자리에 앉은 지서현도 신기해하는 눈치다.
“코스요리 하나 시켜서 먹고 샤워하고 영화 한편 때리면 미국 도착하겠는데? 아, 감사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승무원들이 와인이나 간식 등 이것저것 챙겨줬고, 계속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했다.
서비스가 너무 과해서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미국행이다 보니 외국인 승무원도 타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어설픈 영어발음으로 괜찮다고 어필했다.
“땡큐땡큐. 아임 오케이.”
“대표님, 영어 하실 줄 아시는군요.”
“영어? 아, 별 거 아니야. 대한그룹에서 일할 때 같은 팀에 외국인 개발자가 있어서 억지로 좀 하게 되었거든.”
“대한그룹이요?”
아차, 대한그룹에서 일한 건 회귀하기 전의 일이다.
당연히 지서현은 모를 터.
정우는 얼버무렸다.
“아니아니, 말이 헛나왔네. 대한그룹에서 일한 게 아니라 예전에 취업 준비하면서 스터디 할 때 외국인 친구랑 같이 공부했었거든. 그때 영어 좀 익혀서 듣고 말하는 건 좀 해. 발음이 좀 구려서 문제지.”
“제가 듣기엔 충분히 훌륭하십니다.”
“에이 뭘. 서현 씨도 하다 보면 늘게 될 거야.”
정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과거 대한그룹 특허관리실에서 일할 때 외국인 개발자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소통이 안 되어서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결국 정우는 밤낮으로 고생해가며 영어를 익혔는데, 그때 익힌 영어가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어쨌든 덕분에 의사소통에 문제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 가는 동안 쉴 수 없지. 단타나 쳐야겠다.’
정우는 영화를 볼까 하다가 단타를 치기로 결심했다. 사실 영화 같은 건 이제 재미가 없다. 아니, 재미없지는 않지만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희열에 비하면 소소하기 이를 데 없다.
돈을 버는 것. 그게 최고다.
바로 노트북을 꺼내 선물거래소에 접속했다. 기내 와이파이WIFI가 제공되어 인터넷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속도다.
‘너무 느리네.’
기내 인터넷 속도랑 지연률이 너무 안 좋아서 극초단타까지는 무리일 것 같았다.
미리 매수를 걸어두고 느긋하게 기다려서 사지면 대응하는 방식으로 매매하기로 정하고는 오랜만에 포지션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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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0.32x)] [Quantity: 8,000,000ETH] [Entry Price: 69.69] [Mark Price: 270] [Liq. Price: 0.01] [Value: 1,703,901,800.1USD(+1603.9%)] [BTCUSDT-Long(Cross 1.03x)] [Quantity: 499,809.61BTC] [Entry Price: 929.68] [Mark Price: 2,729.5] [Liq. Price: 2.5] [Value: 999,567,332.27USD(+899.56%)] [모든 거래소 통합보유자산[LJ API>]-총보유자산: 241,451,899.6416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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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손익: +191,242,316.441USD
-수익률: +632.8%
-총평가: 221,451,899.641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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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은 얼마 전 320불에서 270불까지 내려온 상태라 포지션 가치가 17억 달러로 줄어들어 있었다. 대신 비트코인 선물은 10억 달러로 가치가 그대로였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횡보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수해둔 알트코인의 전체 평가가치 역시 1억 9천만 달러에서 2억 2천만 달러 수준으로 올랐는데, 최근에 이더리움클래식ETC 코인이 굉장히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이에 고점을 찍고 내려왔던 이더리움클래식은 다시 전고점이었던 24달러 위치까지 도달한 상태.
하지만 2번이나 고점을 뚫지 못한 상태였고 3번째 고점 트라이 역시 힘이 약해 보였다. 정우는 망설임 없이 이더리움클래식을 24달러에 모두 팔아버렸다.
4월달에 2달러 수준에 매집했던걸 24달러에 팔았으니 거의 12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 있었고, 투자한 100만 달러는 1,200만 달러가 되었다.
무려 140억원에 가까운 수익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별 감흥이 없었다.
‘아직 부족해.’
이제 천만 달러나 100억 원 단위의 돈은 돈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 큰 숫자에 익숙해져 무덤덤해졌달까.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니, 실제로 부족하다. 앞으로 AESC 인수전에 뛰어들고 공장을 확장해나가려면 수조원 단위의 자금이 필요했고, 지금 가진 자본력으로는 그 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그렇기에 쉴 수 없었다. 정우는 장투용 포지션 확인이 끝나자마자 곧장 단타계정으로 로그인하여 단타에 돌입했다.
이더리움 1분봉 차트를 켠 그는 차트 지표 중 하나이자 매우 대중적이고 기본적인 볼린저밴드를 통해 박스권을 확인하여 박스권 하단에 매수를 걸었다.
이제 1분봉 차트의 분봉이 내려와 사지면 위에다가 매도를 걸면 될 터.
와이파이가 느리긴 했지만 매매에는 문제가 없었고, 이내 가격이 살짝 빠지며 매수가 되었다.
곧장 박스권 중간, 볼린저밴드 기준선 부근에 매도를 걸었다.
잠깐 내려왔던 1분봉이 올라가며 매도가 체결되었다.
[+54,546.9USDT]한순간에 5만 불의 수익을 거뒀다.
클릭질 몇 번으로 퍼스트 클래스 티켓값을 벌어들인 것이다.
“… 티켓값은 굳었고.”
본격적으로 벌어볼까.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정우는 단타 삼매경에 돌입했다.
* * *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해가 쨍쨍했다.
탁세훈이 기지개를 쭉 폈다.
“으자자자자-! 잘 잤다-!”
“푹 쉬었어요?”
“어유, 너무 잤더니 지금 완전 쌩쌩합니다. 농담 좀 보태서 집에서 잔 것보다 더 좋았다니까요. 이게 퍼스트 클래스인가 싶었습니다.”
“탁 본부장님도 참. 과장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집보다 좋은 건 오바입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대표님은 잘 주무셨어요? 왠지 피곤해 보이시는데.”
“아니요. 매매 좀 한다고 많이는 못 잤습니다. 괜히 무리했더니만 눈이 엄청 뻑뻑하네요.”
“아이고, 일정도 빡빡한데 좀 쉬시지 그랬어요.”
“저도 후회 중입니다. 그나저나 서현 씨도 안 자더만.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
“다행이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힘들면 얘기해. 일정 조절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서 이러지 말고 슬슬 나가봅시다.”
한 명의 팔팔한 인간과 두 좀비(?)는 그렇게 인파를 헤쳐 공항을 빠져나왔다.
수많은 차들이 여행객을 태우기 위해 픽업하느라 분주히 오가는 속에서 정우가 지서현에게 물었다.
“서현 씨 친구가 마중 온다고 했지? 어디쯤이래?”
“예. 이미 도착해서 지금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3번 게이트쪽으로 오라고 했는데… 아, 저기 저 친구입니다. Hey, here!”
“Hey!”
지서현의 외침에 굉장히 샤프하게 생긴 한국인 청년이 정우 일행을 발견하더니 반색하며 다가왔다.
그는 반가운지 미국 스타일로 지서현을 가볍게 포옹했다.
“서현아 이게 얼마 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 그럭저럭.”
지서현이 살짝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보다 호경이 넌 몸이 많이 커졌네.”
“미국 애들한테 안 꿇리려고 운동 좀 열심히 했거든. 근데 너도 스타일 좀 변한 것 같다?”
“… 그다지.”
그 짧은 사이에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대화가 오갔다.
그런 그들을 보며 정우가 얼떨떨하게 물었다.
“… 뭐야, 서현 씨 영어 할 줄 알았어?”
“앗, 미처 설명을 못 드렸네요. 코텍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해서 익숙합니다.”
“아… 그렇구나.”
지서현의 대답에 정우는 비행기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승무원에게 부탁을 할 때마다 그녀 대신 자신이 나서서 영어로 얘기했던 것을.
그런데 지서현은 코텍 출신이라 영어를 잘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코텍 출신 앞에서 영어 실력을 자랑했다니, 이거 완전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 아닌가.
“뭐야, 난 그것도 모르고 괜히 영어한다고 나섰네. 어디 쥐구멍 없나?”
“아닙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농담이야. 이런 걸로 쪽팔릴 게 뭐 있어. 아무튼 서현 씨 통역 걱정은 없겠네.”
“예. 그건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잘 부탁해.”
영어도 잘하는 지서현이 옆에 있으니 든든하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호경이란 친구가 끼어들었다.
“서현아, 그럼 이분들이 너 직장 동료들이셔?”
“어. 대표님이랑 본부장님.”
대표님이라는 말에 청년의 눈빛이 변했다.
“와우! 대표님이면 제일 높은 사람이잖아. 나도 좀 소개해줘.”
“알겠어. 대표님. 제 친구 호경입니다. 호경아, 여기 우리 대표님.”
“반갑습니다. 진호경입니다.”
“이정우입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서현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제 얘기를요?”
“예.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많이 하더군요.”
하지만 반갑다는 인사와 다르게 묘하게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은 건 왠지 기분 탓일까.
이 사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