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5)
“… 그 말 진심이야?”
“농담하는 거 아니야. 이혼해.”
“후회하지 않겠어?”
“후회는 무슨! 미친놈아, 오빠라면… 아니 이정우 너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같이 살고 싶겠어?”
“아니. 사실 나 같아도 같이 안 살겠다.”
“그치? 그래도 뻔뻔하지는 않네.”
“남편 두고 밖에 싸돌아다니는 여자랑 어떻게 살겠어.”
“… 뭐?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내가 지금 바람이라도 폈다는 거야!”
켕기는 바가 있던 그녀가 오히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글쎄. 그거야 본인이 더 잘 알겠지.”
“… 참나, 어이가 없어서.”
“아무튼 이혼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 캐리어 챙겨줄까.”
“… 진짜 이혼하려고?”
너무나도 태연하게 이혼을 받아들이는 정우를 보며 안예슬은 다시 한번 벙찌고 말았다.
“그럼 이혼하는 마당에 여기서 또 자고 가려고? 나야 좋은데.”
“그래도 우리 부부잖아. 어떻게…… 하, 됐어. 내가 알아서 나갈게.”
“멀리 안 나갈게.”
어이가 없어서 얼어버린 안예슬을 두고 정우는 노트북에 고개를 처박았다.
잠시 그의 뒤통수를 노려보던 그녀는 화가 났다는 듯 쿵쿵거리며 안방으로 향했다.
“저딴 새낀 줄도 모르고 결혼한 내가 미쳤지!”
캐리어에 자기 짐들을 쓸어넣다시피 처박은 그녀는 장롱으로 향했다.
다른 건 다 버리더라도 애지중지하던 에르메스백만큼은 챙겨야 했으니까.
하지만 장롱을 열자 그녀가 찾던 가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후였다.
“… 이런 미친 새끼가!”
본능적으로 정우가 벌인 짓임을 깨달은 안예슬이 죽일 듯한 기세로 거실로 뛰쳐나왔다.
“이 미친놈아! 내 가방 어딨어! 어딨냐구!”
“아 그거? 중고나라에 팔았어.”
“뭐? 진짜 미친 새끼냐! 어! 그거 왜 팔아! 내가 그거 얼마나 힘들게 산 줄 알아!”
“나한테 짭이라 그랬잖아.”
“… 짭 아니라고!”
“알아. 에르메스더라.”
“그걸 알고도 팔았어? 너 진짜 제정신이야!”
“내 돈으로 산 가방인데 못 팔 게 뭐 있어.”
“뭐?”
“그 가방, 내가 준 월급 통장에서 돈 빼서 산 거 아니냐고.”
“…….”
정우의 정곡에 안예슬은 대답이 없었다.
“할 말은 더 이상 없는 거 같고. 짐 다 챙겼으면 나가봐. 캐리어는 못 들어주겠네.”
“… 쪼잔한 새끼. 니가 밖에서 나 같은 여자 만날 수나 있을 것 같아?”
“너 같은 여자 만나는 건 저주 아닐까.”
“… 진짜 미친 새낀가. 그래 어디 나 없이 잘 먹고 잘 사나 두고 보자! 흥!”
씩씩거리며 그녀는 캐리어를 챙겨 나갔다. 화났다는 걸 광고라도 하듯 쾅!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힌다.
하지만 정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신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차트를 보며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가 웃는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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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100x)] [Quantity: 370,860.9ETH] [Entry Price: 7.55] [Mark Price: 7.69] [Liq. Price: 7.49] [Value: 72,798USD(+160%)]──────────
정우의 예상대로 바닥을 찍고 반등한 이더리움의 수익률은 무려 160%에 달했으니까.
이 수익률은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솔직히 미래가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이 있었지만, 160%라는 수익률은 그 티끌 같은 불안마저도 일거에 날려버렸다.
그는 자신이 회귀했음을, 자신이 가진 미래에 대한 정보의 힘을 재확인했다.
회귀했음을, 자신이 가진 미래에 대한 정보는 진짜라는 것을, 자신감과 확신이 차오른다.
이제 남은 건 부자가 되는 일뿐.
“… 난 분명히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걷어차 버린 것은 그녀다.
앞으로 황금길을 걸어갈 자신의 동반자가 될 마지막 기회를.
* * *
전쟁과도 같았던 새해 첫날이 지나가고 다음날이 밝았다.
곤히 잠들었던 정우는 잠결에 무심코 허전한 침대 옆자리를 더듬다가 번쩍 눈을 떴다.
눈을 뜬 그가 습관적으로 제일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의 날짜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2017년 1월 2일 10:33]‘꿈이 아니었어.’
자신의 기적과도 같았던 회귀가,
아내가 집을 나가버린 일이,
무엇보다 자신이 산 코인이 떡상한 것이 모두 현실이었다.
코인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확인했다.
──────────
[ETHUSDT-Long(Cross 10.4x)] [Quantity: 370,860.9ETH] [Entry Price: 7.55] [Mark Price: 8.20] [Liq. Price: 7.49] [Value: 269,057.6USD(+860.92%)]──────────
현재 포지션의 가치는 약 27만 달러.
마치 어제의 급락이 고래들의 개미털기였다는 듯, 바닥을 다진 이더리움은 V자 반등에 성공하여 원래 가격대였던 8달러 선을 회복한 상태였다.
때문에 정우의 재산은 27만 달러로 불어난 상태였다. 불과 하루 만에 거의 24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겨우 8%의 수익률이었지만 100배 레버리지를 사용한 덕분이었고, 현재 그의 잔고는 한화로 따지면 거의 3억 원 수준이었다.
클릭질 몇 번으로 전세대출금을 벌어들인 터라 어안이 벙벙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오죽하면 어제 새벽 내내 코인을 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을까. 포지션의 보유 자산가치가 대폭 늘어나면서 수익금이 증거금으로 활용되어 100배에 달했던 레버리지가 10배 정도로 줄어들어 청산 리스크가 크게 감소했는데도 말이다.
“하음… 그래도 정신 차려야지.”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니까. 바로 ‘이혼’이라는 전쟁이다.
정우는 친구에게 전화하듯 가볍게 안예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음이 가더니 연결되었다.
-… 무슨 일이야.
“내가 왜 전화했겠어.”
-… 혹시 사과할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마. 니가 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어도 절대 용서 안 해줄….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같은데, 그런 일 없으니까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자.”
-… 그럼 도대체 왜 전화했는데!
“당연히 이혼 어떻게 할 건지 협상하려고 전화했지.”
-… 너 진짜 진심이야? 진짜 나랑 이혼할 거냐구!
“예슬아, 그건 네가 더 잘 알잖아. 내가 이런 일로 농담할 사람으로 보여?”
-…….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녀도 아는 것이다. 이정우란 인간은 한번 정한 바는 절대 굽히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전화로 얘기할 건 아닌 것 같고, 만나서 얘기하자. 내가 그쪽으로 갈게.”
-… 2시간 뒤에 강남역으로 와.
“무슨 2시간이야. 1시간 안에 갈 테니까 그때까지 준비….”
뚝-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난 듯 전화는 거칠게 끊어졌다.
“… 싸가지 없기는.”
끊어진 전화기를 들고 정우는 쓰게 웃었다.
이런 악녀를 한때 사랑했던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기에.
* * *
한적한 카페.
창가에 앉아 화장 고치기에 여념이 없는 한 여인의 외모가 돋보인다. 미용실이라도 들렀는지 윤기가 흐르는 웨이브진 머리에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까지, 지나다니는 손님들이 한 번쯤 흘긋 보게끔 만드는 미인이었다.
그때 그런 그녀의 곁으로 한 남자가 다가와 조각 케이크 하나를 건넸다.
“저… 옆에서 보는데 너무 아름다우셔서요. 괜찮으시다면 이거 드세요.”
“아, 괜찮아요.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제가 사는 겁니다. 부담 갖지 말고 드세요.”
“진짜 괜찮은데…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하하, 근데 혹시 혼자 오셨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합석이라도…?”
“죄송해서 어쩌죠. 약속이 있어서요.”
“아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대신 제가 다음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 번호라면 괜찮아요. 핸드폰 주세요.”
“자, 잠깐만요. 여깄습니다.”
“… 자 여기요.”
“이름을 뭐라고 저장해야 할까요?”
“안예슬이요.”
“예슬 씨구나. 이름도 예쁘네요. 제가 다음에 꼭 연락드릴게요!”
그녀, 안예슬이 번호를 찍어주자 남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로 떠났다.
자신의 번호를 따고 떠나는 헌팅남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낮아지던 자존감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래, 나 안예슬이야. 천하의 안예슬이라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지고 싶었던 걸 못 가져본 적이 없는 여자.
성운이노베이션을 물려받을 성재민 본부장도 결국 자신의 미모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정우 그놈만 자신을 헌신짝 취급하는 걸까.
“…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헌팅남이 놓고 간 조각케이크에 포크를 꽂아넣던 그때였다.
“뭐가 문제긴. 네가 문제지.”
어느새 그녀의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평범한 듯 하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건 아닌 남자다운 얼굴. 바로 자신의 남편 이정우다.
남편이 앞자리에 털썩 앉을 때 안예슬의 심장 역시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덜컥 내려앉았다.
“… 언제 왔어?”
“아까 전에.”
“… 설마 본 거야?”
“뭘? 니가 화장하던 걸 말하는 거야, 아니면 아까 어떤 애가 번호 따간 걸 말하는 거야.”
“… 봤구나.”
“어.”
정우는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내가 헌팅당한 일을 얘기하며 저 혼자 과일주스를 쪽쪽 빨아먹는다.
“여기 맛있네.”
“어떻게…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아내가 다른 남자한테 헌팅당했는데 아무렇지도 않냐고!”
“전혀. 그보다 네가 번호 주던데 뭘.”
“그건 귀찮아서 빨리 쫓아내려고…!”
“됐어. 어차피 이혼하는 마당에 변명은 이제 의미 없으니까.”
“…….”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 진짜 사랑이 식었어.’
솔직히 홧김에 이혼을 무기로 꺼내긴 했지만 정말로 이혼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그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쪽팔렸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겨우 1년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이혼하면 분명 어디에서든 말이 나올 게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일부러 2시간 뒤에 약속을 잡아 청담동 샵에 들러 머리 손질을 받고 아끼던 명품원피스까지 입고 나온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 안예슬이 이런 여자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여자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저 순진한 호구 이정우라면 자신의 매력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더 이상 자신의 미모를 바라보지도, 칭찬하지도 않았다.
애정이 식어버린 무감정한 눈빛이 말한다. 이제 떠날 거라고.
‘… 웃기고 있네.’
네까짓 게 뭐라고 나를 차? 나, 안예슬을 버린다고?
후회하게 될 거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런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우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아니, 무언가 즐거운 듯 보였다.
“피차 시간 아까우니까 바로 본론부터 갈까. 이혼 어떻게 할래.”
“… 뭘 어떻게 해. 하면 하는 거지.”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해도 남편은 화 한번 내지를 않는다.
“내가 한번 해봐서… 아니 좀 알아봐서 아는데 협의이혼이 있고 이혼조정이 있거든? 깔끔하게 협의이혼으로 끝내자.”
“이혼조정은 뭔데?”
“그건 이혼 당사자간의 협의가 안 이루어졌을 때 법원에서 조정해주는 거야. 우리끼리만 합의만 잘 끝내면 거기까지 갈 필요 없어.”
“합의라면 양육권이나 재산분할 같은 걸 조율하는 거지?”
“맞아.”
“그럼 재산은 무조건 절반이야. 그거 아니면 이혼 못 해!”
어차피 끝난 마당에 착한 척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오히려 뜯어낼 수 있는 건 모조리 뜯어낼 생각이었고, 때마침 할리우드 스타가 이혼 소송 끝에 재산의 절반을 아내에게 주고 이혼했다는 것이 생각나서 당당하게 외쳤다.
하지만 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예슬아, 지금 그거 농담이지?”
“농담 아니거든? 왜, 이제 와서 이혼해서 재산 절반이나 떼어주려니까 아까워?”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내 재산 형성에 네가 기여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지 웃겨서. 재산분할을 하려면 네가 내 재산형성에 일조했다는 걸 명백하게 입증해야 나눠 받을 수 있거든. 근데 네가 가사를 전담했어 뭘 했어. 오히려 내가 설거지며 빨래며 도맡는 편이었잖아.”
“… 나도 밥은 했거든?”
“배달시킨 것도 니가 한 거냐? 내 월급 갖다 사 먹은 거지. 그리고 나도 치사해서 얘기 안 하려 했는데 아침마다 출근할 때 내가 태워주고, 기름값도 내가 내고. 혼수도 니가 냉장고만 해왔지 전부 내가 산 거 알지? 결혼식장 비용도 내가 냈고.”
“…….”
“그래도 예물이랑 신혼여행비용은 반반 했으니까 그건 얘기 안 할게. 아무튼 네가 내 월급 가져다가 펑펑 써서 손해를 끼쳤으면 끼쳤지, 기여한 바는 하나도 없는데 이런 경우는 재산분할 할 때 아예 못 가져간다는 것만 알아둬.”
“… 무조건 절반이거든!”
“믿지 못하겠으면 법률사무소에 상담 한번 받아보든가. 하지만 거기서 하는 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
“… 웃기시네. 물어보라면 못 물어볼 줄 알고.”
“후- 알겠다. 그럼 이혼조정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을게. 대신.”
무심하던 정우의 눈빛이 돌변했다.
“이혼조정으로 가면 더 이상 봐주는 일 없을 거야.”
“… 뭐, 뭘 봐준다는 거야.”
“네가 성재민 만나는 거, 모를 줄 알았냐.”
“… 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