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54)
2013년에 처음 선을 보인 테슬라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모델S는 출시하자마자 세계 올해의 차 친환경 차 부문에 선정될 정도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출시 당시에도 한번 완충에 321km를 주행 가능했던 모델S는 해마다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 모델S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파나소닉의 100KWh 용량의 LFP배터리팩을 달고 최고 500km까지 주행이 가능했다.
물론 테스트 환경에서의 항속거리일 뿐 실제 주행시 500km 주행도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래도 현존하는 전기차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모델S는 한번 더 진화하였다.
유령처럼 도로를 미끄러지는 모델S의 속도가 순식간에 100km를 넘었다. 제로백 4초. 물론 이는 배터리의 개선 여부보다는 모터의 영향이 컸지만 그래도 출력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만은 사실.
진가는 그 뒤에 발휘되었다.
[Range: 55km] [Range: 121km] [Range: 198km]……
[Range: 311km]무려 3시간 넘게 끝도 없이 달린 모델S는 지칠 줄 몰랐다.
3시간 가까이 달려 주행거리가 300km를 넘었는데도 차는 마치 처음 달리는 것처럼 변함없이 운행을 지속했다. 리튬이온배터리 특유의 단점인 가속시 배터리가 과열되는 문제도 없고 열 발생으로 인한 연결된 모터 변속기 문제도 없었다.
오죽하면 차가 뻗기 전 운전자가 먼저 지쳐 떨어질 지경이었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지친 듯 차를 멈춰 세웠다.
운전석에서 내린 그가 엄살을 부렸다.
“어우… 이러다 끝이 안 나겠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미스터 머스크. 솔리드스타를 장착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끝내줍니다. 체력만 허락하면 계속 달리고 싶네요.”
“배터리 아직도 많이 남았나요?”
“80% 정도?”
무려 300km를 넘게 달렸는데 80%나 남았다니.
대충 계산해봐도 한번 완충에 1,0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다.
이제 1,000km 전기차 시대가 온 것이다.
“미쳤네요. 이거 축하드려야겠군요.”
“뭘 놀라십니까. 100KWh짜리 LFP배터리팩 자리에 솔리드스타 260KWh를 집어넣을 수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긴 솔리드스타의 에너지밀도가 높긴 하죠.”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단위부피당 충전용량이 큰 솔리드스타였기에 모델S 샘플 하나에 무려 260KWh의 배터리팩을 달 수 있었던 것이다.
“테스트를 계속 해봐야 하겠지만, 이제 한번에 800마일을 가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머스크의 입에서 나온 800마일. 800마일이면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거의 1,300km에 가까운 거리였다.
2~3번만 충전하면 미국 대륙 횡단도 가능할 미친 항속거리다.
“800마일이라니 허… 당장 400마일도 못 달리는 전기차가 수두룩한데, 이거 세상이 시끌벅적해질 것 같은데요?”
“그래야죠. 그러려고 네뷸라와 손잡은 거 아닙니까. 하하.”
굉장한 신뢰가 느껴지는 머스크의 눈을 보며 정우는 문득 떠오르는 바를 내뱉었다.
“이왕 떠들썩하게 할 거, 제대로 해볼까요?”
“어떻게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 봅니다.”
“음… 여행 유튜브 어때요?”
“유튜브?”
머스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키워드였으니까.
“유튜브를 왜요?”
“한번 주행에 1,000km를 넘게 가는 걸로 컨텐츠를 찍는 거죠. 팔로알토에서 출발, 미국 유명 명소를 배터리 충전 없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논스톱으로 찍는 겁니다.”
“오호…! 그거 재밌겠네요.”
“그리고 영상을 모델S 공개행사에서 선보이는 거죠. 처음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하겠지만 꽤 센세이셔널 할 거예요. 겸사겸사 여행도 하고 명소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요. 자, 제 아이디어 어떻습니까.”
정우의 제안에 머스크가 피식 웃었다.
“… 미스터 리, 당신은 천재입니다. 바로 출발하죠.”
“예?”
“지금 출발하자고요. 유튜브 영상 찍자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충전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여행 준비는 좀 하고…!”
“완충해놓은 두 번째 샘플카가 있습니다. 그리고 돈이 있는데 준비가 뭐가 필요합니까. 가서 필요한 건 사서 쓰고, 일단 타시죠.”
“자, 잠깐! 서현 씨!”
“대표님!”
“아, 직원분도 같이 가시려고요? 좋아요. 타세요.”
머스크는 두 사람을 조수석과 뒷좌석에 꾸겨 넣었다.
강제로 차에 타게 된 정우와 지서현.
운전석에 오른 머스크가 특유의 빙글거리는 웃음과 함께 소리쳤다.
“한국에서는 ‘출발하다Start’를 뭐라고 하죠?”
“출발합시다라고 하면 돼요.”
“Chool bal hap si da?”
“예.”
“OK. Chool bal hap si da!”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머스크가 엑셀을 밟았다.
모델S가 튀어 나가며 관성에 카시트에 몸이 파묻혔다.
“오마이갓….”
머스크는 생긴 것과 달리 굉장히 야성적인 남자였다.
정우는 저도 모르게 안전손잡이를 찾으려 손을 뻗었지만 창문 위쪽은 손잡이 없이 매끈했다.
“… 안전손잡이 좀 달아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생각해보죠. 아마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씨익 웃는 머스크의 미소가 악마 같다고 여기며, 정우는 유튜브 영상을 찍자고 한 자신의 주둥아리를 욕했다.
역시 사람은 입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 * *
릭 페리의 보고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눈살을 찌푸렸다.
“… 그러니까 네뷸라 케미컬이라는 회사의 전고체배터리가 엄청나다는 소리 아닌가?”
“예. 생산이 시작되면 시장이 뒤흔들릴 겁니다.”
“그 정도라고?”
감이 잘 안 온다는 듯 묻자, 릭 페리가 설명했다.
“전기차의 단점이 바로 부족한 인프라와 느린 충전속도로 인한 불편한 충전환경이 큽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 단점들을 제외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에 비해 월등하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엔진이 아니라 모터를 사용하기에 주행시 소음 문제도 없고,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연이 발생하지 않아서 환경 오염 문제도 없죠. 무엇보다 기존 내연기관이 차지하는 부피있는 장치들을 줄일 수 있어서 차량 내부 공간을 확장하기도 용이합니다. 자율주행기능을 집어넣고 차 안에서 인터넷을 하고 유튜브를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 같은 건가?”
“정확합니다.”
“흠….”
릭 페리의 적절한 비유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렇다면 무조건 가져와야겠구만. 그런데 여기 보니 네뷸라 케미컬은 한국기업이라고 되어있는데?”
“맞습니다. 지분 100%를 보유한 CEO 이정우도 한국인입니다.”
“한국이라…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인 만큼 잘만 하면 미국으로 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겠어.”
“그래서 미리 계획을 짜봤습니다.”
“어떻게?”
“네뷸라 케미컬에서 이번에 제출한 투자계획서를 보시면 생산 케파를 늘리기 위해 AESC 인수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AESC?”
트럼프는 AESC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왜냐.
“일론 머스크 그 미친놈이 말한 곳 아니야?”
“맞습니다.”
바로 트위터에서 일론머스크가 떠든 트윗을 보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SNS를 하기를 즐겨했는데 당연하게도 트위터는 그의 놀이터 중 하나였다. 보좌관들이 트럼프에게 제발 SNS를 멈춰달라고 하소연해도 들은 척도 안할 정도.
그렇기에 자신을 도발하던 트윗을 보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재밌는 도발이었지. 감히 현직 대통령한테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AESC 인수를 지켜만 보고 있을 거냐고, 가발 정리할 때가 아니라고 도발하던 머스크의 트윗은 트럼프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화가 난 건 아니다. 그저 젊은 친구의 객기가 귀여울 뿐.
다만 트럼프는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기에 언제고 머스크의 트윗에 한방 날려 줄 용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튀어나왔던 AESC에 대한 건이 마침 네뷸라 케미컬과 얽혀 있다니 관심이 갔다.
“투자계획서에 AESC 내용이 있었다고?”
“예. 한번 읽어보십시오.”
트럼프는 릭 페리가 가져온 네뷸라 측에서 제출한 투자계획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 만약 배터리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된다면 저희는 미국 테네시 주에 위치한 AESC 공장 인수에 지원금을 모두 사용하고, 남는 지원금은 공장 증설에 쓰겠습니다. 더불어…….]네뷸라 케미컬에서 DOE 지원금을 AESC 테네시 공장 인수에 사용하고, 남는 지원금을 테네시 공장 증설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서였다.
“우리 돈 먹고 한국으로 튈 생각은 아니었군. 일단 자세는 합격. 근데 이게 어쨌는데?”
“아시다시피 AESC는 르노닛산의 자회사입니다. 일본공장과 미국공장으로 나뉘어 있죠. 그걸 지금 중국 쪽 자본인 GSR이라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려는 중인데, 르노닛산 측에서는 GSR과 네뷸라를 경쟁시켜 비싸게 매각하려고 간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자본이라고?”
트럼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극도로 중국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미국 공장을 왜 중국한테 넘겨?”
“기업 입장에선 돈이 되면 어느 나라든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그건 안돼! 감히 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미국 땅에 깃발을 꽂으려 들어?”
미중무역전쟁 준비하던 트럼프의 입장에서 중국사모펀드 GSR의 AESC 인수는 그야말로 중국의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GSR의 단독인수면 모를까 경쟁자가 있다.
그것도 그 경쟁자가 미국에 투자 선언을 해놓은 상황.
“… 이건 참을 수 없군. 지금 네뷸라의 솔리드스타가 심사 점수 1등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다만 제조환경 심사가 남아 있어서….”
“그건 더 볼 거 없고. DOE지원사업금 네뷸라한테 팍팍 몰아줘. 지원금이 30억 달러라고 했나? 25억 달러 정도면 네뷸라가 AESC 인수전에 쓸 총알로는 적당하겠군.”
“25억 달러요?”
25억 달러면 지원금 전부를 거의 독식하는 셈 아닌가.
아무리 1등이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지만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왜? 너무 적어? 스마트폰 같은 혁신을 가져올 기업이라며. 25억 달러 정도는 되어야 수지 타산에 맞지 않겠어?”
“음… 맞습니다. 25억 달러로 지시하겠습니다.”
“대신 확실히 우리 미국쪽으로 끌어당겨. 만약 귀화를 못 시키더라도 무조건 우리 조국에게 우호적으로 만들란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르노닛산… 그 건방진 놈들한테 경고 하나 날려야겠어. 감히 미국땅에서 사업하면서 우리가 아닌 중국의 눈치를 봐? 그놈들한테 GSR에 테네시 공장 팔아치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해. 아, 이건 자네가 할 일이 아니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나가봐.”
“알겠습니다.”
놀라운 추진력을 보이는 트럼프의 눈은 분노인지 열정인지 모를 열기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그런 대통령을 뒤로 하고 릭 페리는 집무실을 빠져나오며 곧장 부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네뷸라 케미컬 대표 있지? 미스터 리에게 한번 보자고 전해.”
다시 한번 10년, 아니 20년을 선도할 기업을 우리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가.
그 막중한 역사의 키가 릭 페리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 * *
자신에게 엄청난 일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채, 정우는 머스크와 지서현과 함께 대륙을 횡단(?) 중이었다.
바로 모델S를 타고 말이다.
팔로알토에서 출발한 그들은 이틀에 걸쳐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샌디에고,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했다. 총 820마일짜리 여행이었는데, 리타이어 없이 아슬아슬하게 최종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여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정우는 많은 것들을 구경하고 듣고 경험했다. 미국의 나은 점, 불편한 점들을 한국과 비교해보기도 했고, 새로운 자극들에 많은 영감들을 얻었다.
특히 머스크와 많은 얘기를 나눈 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그의 경제관, 사회관, 사상,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가 천재임을 느꼈다.
“앞으로 인간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건 법으로 금지될 겁니다.”
“법으로 금지된다구요?”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 실수를 하거든요. 자율주행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2톤짜리 무쇠로 이루어진 살인기계를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운행하도록 두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죠. 먼 미래, 아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율주행차가 당연시 되는 세상이 올 테고, 그때 인간은 운전대에 손을 잡으면 처벌받게 될 겁니다.”
“음….”
파격적인 생각이었지만 언뜻 이해가 갔다.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감정과 상념이 있는 인간이기에 인간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네요.”
“곧 올 겁니다. 제가, 그리고 미스터 리가 개발한 솔리드스타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10년 뒤 세상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많이 바뀌게 될 겁니다.”
“궁금하네요. 10년 뒤 미래가.”
과연 그때의 자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쪽박을 찼을지, 아니면 세상을 주무르는 기업가가 되어있을지 궁금해졌다.
물론 코인과 그래핀 기술이 있는 이상 망하긴 어렵겠지만.
그렇게 추억들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사이,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것이다.
“저거 무슨 차야? 예쁘다.”
“처음 보는 모델인데.”
“테슬라 로고가 박혀있네. 테슬라 신차인가봐.”
“어? 저기 머스크다!”
“정말이네!”
“또 무슨 기행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저거 테슬라 컨셉카 같은 건가 본데? 홍보하려고 저러는 건가?”
그들이 도착하자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이 하나둘 그들을 알아보고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해선 그들이 아닌 유명인인 일론 머스크를 알아본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런 시선들이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겨우 이틀도 안 되어 나름 면역이 생겼는지 정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영상을 촬영하던 액션캠을 머스크에게 들이밀었다.
“한번 완충으로 800마일 가기… 진짜 성공했네요. 미스터 머스크 소감이 어떠십니까?”
“당연한 결과라 뭐, 감흥도 없네요.”
“이야… 솔직히 재수 없는 거 알죠?”
“원체 잘나게 태어난 걸 어떻겠습니까. 그보다 솔리드스타를 개발한 미스터 리야말로 너무 겸손한 거 아닙니까?”
“겸손은요. 제가 정상인 겁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미스터 리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드는군요.”
“… 저 게이 아닙니다.”
“푸하하하.”
움찔하는 정우를 보며 머스크가 웃어댔다.
회귀하기 전 동경하던 CEO가 자신의 유머 아닌 유머에 웃어주고 있는 모습이 왠지 낯설어서 기분이 묘하다.
정우는 그런 기분이 어색해서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800마일 항속거리 달성에 성공도 했고, 이제 모델S 롱레인지라는 이름으로는 커버가 안 되겠는데요?”
“새로운 모델명이 필요하죠. 미스터 리가 이름 붙여보시겠습니까?”
“제가요? 제가 해도 되나요?”
“상관없습니다. 솔리드스타를 주신 분이니 모델S의 새로운 모델의 이름을 부여하실 자격은 충분하니까요.”
“음….”
새로운 이름이라.
딱히 작명 센스가 없어서 대충 말했다.
“기존에 모델S 루디크러스 퍼포먼스 모델 P100D가 있었죠? 기존 퍼포먼스 모델보다 위라는 의미에서 슈퍼 퍼포먼스 어떻습니까?”
“슈퍼 퍼포먼스? 좋네요. 직관적이고.”
“좋다구요? 어째서요?”
“저도 좋은 것 같습니다.”
“서현 씨까지…?”
“이제 이 차의 모델명은 모델S 슈퍼 퍼포먼스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이름을 확정해버렸다.
… 이거 다들 작명센스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래도 자신이 지은 이름이 채택이 되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나중에 이름 구리다고 후회하시면 안 됩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모델S 공개일이 언제라고요?”
“한달 뒤입니다.”
“한달이라… 이거 미리 조치를 해야겠네요.”
“조치라면?”
“모델S가 공개되면 숏 세력들 머리가 좀 뜨겁지 않겠어요? 그리고 내연기관이 주를 이루는 자동차 회사도 그 여파를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오호…?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800마일의 시대를 연 전기차. 내연기관 차도 이 정도 효율은 안 나올 터였다.
즉, 모델S의 공개와 함께 주식시장은 요동칠 게 분명했다.
주가는 항상 미래의 선반영이니까.
때문에 정우는 모델S 공개행사에 앞서 공매도를 칠 생각이었다.
폭스바겐과 도요타, 유일자동차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모든 자동차 회사에 말이다.
물론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머스크 역시 그의 말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은 걸로 보였다.
정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도착은 했는데 저희 언제 다시 돌아갑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인 카지노도 구경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저희 기가 네바다 지어지는 것도 구경할 수 있는데.”
“그럼 카지노 구경하러 가는 걸 마지막으로 영상 마무리하죠. 근데 영상 잘 찍혔나 모르겠네요.”
여행하면서 즉흥적으로 액션캠을 사서 들고 다니면서 촬영을 했다. 처음 해보는 유튜브 촬영이라 어색해서 그냥 카메라는 의식하지 않고 머스크와 논다는 마인드로 다니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서현 씨를 많이 못 챙겨줬네. 서현 씨, 여행 괜찮았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랩탑을 두고 온 게 아쉽네요. 이틀 동안 일을 못 해서….”
“이런… 서현 씨 위험한데. 무시무시한 병 초기 증상이 의심돼.”
“제가요? 무슨 병이요?”
놀란 듯 눈이 커진 지서현의 얼굴이 귀엽다.
“일 중독이라고 한번 걸리면 잘 안 낫는 병이야. 크크큭.”
“아….”
“… 재미없어?”
“그건 좀….”
“미안. 아무튼 겨우 이틀 쉬는 건데 뭐 어때. 마음 편하게 푹 쉬어. 계속 그런 거 신경 쓰면 스트레스만 더 쌓일 뿐이야.”
“알겠습니다.”
정우가 지서현을 챙겨주며 농담 따먹기를 할 때, 옆에서 보던 머스크가 웃었다.
“근데 두 사람 보기 좋은데 연애 중인가요?”
“예?!”
이 사람이 증말, 자꾸 선을 넘네.
정우가 빙글빙글 웃는 머스크에게 한 마디 하려던 그때였다.
[탁세훈 본부장]스마트폰이 진동하더니 마침 탁세훈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본부장님.”
-대표님, 지금 어디십니까?
“저요? 라스베이거스요. 그 모델S 홍보용으로 800마일 주행영상 찍는다고 했잖아요? 지금 막 도착했어요.”
-라스베이거스…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할게요.
“전달요? 누구한테요?”
-DOE 릭 페리 장관이 보자고 하십니다.
“네?”
에너지부 장관이 나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