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55)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호텔인 벨라지오 호텔.
그곳 스위트룸에서 은밀한 독대가 진행되고 있었다.
“… 장관님께서 여기까지 직접 오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원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니까요, 미스터 리.”
바로 정우와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이었다.
릭 페리는 그를 만나기 위해 무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것이다.
현직 장관이 직접 움직이다니.
정우는 솔직히 매우 당황했다.
다만 짐작 가는 부분은 있었다.
“저를 직접 만나고자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까? 아마도 배터리사업이 관련되어 있을 것 같은데.”
“정확합니다. 네뷸라가 개발한 솔리드스타 때문이죠.”
역시나 솔리드스타가 이유였던가.
그제야 정우는 릭 페리의 의중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었다.
압도적인 성능을 뽐내고 있는 전고체배터리 솔리드스타의 가치를 알아보고 무언가 딜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그제야 긴장이 살짝 풀렸다.
“솔리드스타의 가치를 알아보셨나 보군요.”
“세상을 뒤흔들 물건이죠. 앞으로 세상은 솔리드스타가 나오기 전과 후로 바뀔 겁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했던 그날처럼요.”
“아이폰과 비교하시다니… 이거 영광이군요. 하지만 저는 잡스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겸손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미스터 리, 당신은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안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말이죠?”
“미국으로 오십쇼. 네뷸라 코퍼레이션, 네뷸라 케미컬, 미스터 리, 모두 미국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세금 감면, 행정적 지원을 약속드리죠.”
“음….”
대놓고 하는 귀화 제안에 정우는 놀랐다.
특히 세금 감면을 조건으로 내걸다니.
“세금 감면도 협상이 가능합니까?”
“향후 3년간 법인세를 50% 삭감해드리죠.”
“법인세 감면…!”
지금 미국 법인세가 21%니, 3년 동안 법인세를 절반인 10%만 내라는 얘기였다.
굉장히 달콤한 제안.
하지만 정우는 그 달콤한 미끼를 덥썩 물지 않았다. 아직 경영에 있어서 초보자인 그에게 있어, 이런 중대사항을 혼자 결정하기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생각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시간을 좀 주십시오.”
그래서 시간을 달라고 얘기한 건데, 릭 페리는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안색이 살짝 굳은 그가 살짝 조급하게 물었다.
“더 원하시는 바가 있는 겁니까?”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귀화나 이런 건 생각을 안 해봐서….”
“귀화는 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네뷸라와 기술입니다.”
“그건 다행이긴 한데, 네뷸라를 원한다는 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음….”
신중히 고민하는 정우를 보며 릭 페리가 준비해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스터 리, 한 가지 소식을 더 알려드리자면 이번 DOE 지원금 부분은 네뷸라 측에 25억 달러가 산정될 예정입니다.”
“네? 25억 달러요?”
한두 푼도 아니고 30억 달러의 지원금 중에 무려 25억 달러나 받게 되다니.
정우가 믿기지 않아서 되묻자 릭 페리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작은 성의입니다. 그만큼 우리 미국이 간절하게 네뷸라를 원하고 있다는 진심의 표현이죠.”
“… 주신다니 감사하긴 합니다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No no. 전혀 문제 없습니다. 초당적 기반시설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에 의거하여 마땅히 투자되어야 할 지원금이기도 하고, 미국이 배터리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생산하여 경제 경쟁력, 에너지 자립 및 국가 안보를 높이기 위한 일환이니까요.”
“그게 아니라 저희가 지원금을 거의 독차지하는 느낌이라서요.”
“솔리드스타의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하게 가져가야 할 지원금이죠. 그저 우리는 네뷸라가 그 지원금을 정당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살짝 힘을 썼을 뿐입니다. 제 권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당한 심사 결과가 떡 하니 있으니까요.”
막힘없이 대답하는 릭 페리 장관을 보며 정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 더요?”
막대한 지원금 말고 받을 선물이 또 있단 말인가?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AESC 인수 문제도 곧 정리될 겁니다.”
“AESC 인수 건이요?”
“곧 기사가 나오겠지만, 정부에서 압박을 좀 진행할 예정이거든요. GSR과 닛산 모두 한발 물러설 테니 테네시 공장 인수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허….”
미국 정부에서 AESC 인수 건도 해결해준다니.
너무 많은 걸 한번에 받아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부담되십니까?”
“솔직히요. 너무 달아서 입이 썩겠는데요?”
“하하, 부담 가지실 필요 없는데 부담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당장의 대가를 바라고 한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먼 미래, 네뷸라가 미국과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베푼 호의이자 노력이라고 여겨주시죠.”
“그렇게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시민으로서 더 많은 기회를 원하신다면 우리는 언제든 열려 있다는 점 기억해주십쇼. 우리는 앞으로 당신의 친구이자 우방입니다.”
“… 고려해보겠습니다.”
미소와 함께 악수를 나눈 릭 페리 장관이 떠났다.
스위트룸에 남겨진 정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 가만, 이거 탁 본부장님한테 미안하게 됐는데?”
지원금 얼마 받을지 인센티브를 걸고 내기했던 게 떠올랐다.
탁세훈은 ’10억 달러를 받는다’에 걸었고, 정우는 ’30억 달러 전부’에 걸었는데 25억 달러를 받게 되었으니 정우가 이긴 셈이기 때문이다.
… 본부장님, 올해 인센티브 못 받으시겠는데요…?
* * *
독대 이후 탁세훈을 만나 25억 달러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고 하자 탁 본부장이 울상을 지었다.
“아니 30억 달러 중에 25억 달러를 몰아주는 게 말이 되나요? 이거 언론에서 꼬투리 하나 잡으면 겁나게 팰 텐데?”
“저야 모르죠. 릭 페리 장관이 문제없을 거라고 했으니 그러려니 할 뿐입니다.”
“하… 그나저나 내 인센티브! 아이고….”
너무 슬퍼하는 탁세훈을 보며 정우는 마음이 약해졌다.
“본부장님, 그냥 내기 없던 걸로 하죠. 솔직히 인센티브는 너무 컸다.”
“… 괜찮습니다. 무르는 건 제 자존심이 용납 못해요.”
“아니 그냥 없던 걸로 하시지…?”
“저어어얼대 안 됩니다! 그냥 다음에 또 내기하시죠. 대신 이번엔 아주 크게 하는 걸로. 콜?”
“… 탁 본부장님, 도박 중독 상담은 1336입니다.”
“아오- 도박이라뇨! 제가 반드시 한번 대표님 이겨서 그 기고만장한 콧대를 꺾어드리죠.”
“… 꼭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저 대사를 듣고 있자니 자신이 마치 빌런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어째 져주려고 했던 내기가 이렇게 되었을까.
정우가 멋쩍게 웃을 때, 장난을 치는 것 같았던 탁세훈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나저나 귀화 제안이 들어왔다구요?”
“예. 법인 국가 이전도 함께입니다.”
“음… 미국이 그만큼 저희의 가치를 알아주고 높게 평가했나보군요.”
“본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에 남을지, 미국에 갈지 솔직히 고민이 되거든요.”
“지금 당장은 미국 조건이 좋으니 건너가는 게 좋겠지만, 글쎄요? 저라면 조금 더 간을 볼 것 같습니다. 지금의 ‘닛산’처럼요.”
“닛산요? 아…!”
닛산이라는 말에 정우는 깨닫는 바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면서 몸값을 높이자?”
“그렇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솔리드스타의 진가가 알려지게 되면 우리가 상황이 더 유리할 겁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참전할 수 있으니까요.”
솔리드스타의 가치가 알게 된 다른 국가들 역시 미국처럼 달콤한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이 보이네요. 좋습니다. 일단 확답은 주지 말고 밀당이나 해봅시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하하하.”
그렇게 미국의 귀화 제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그때였다.
한쪽에서 조용히 업무를 보던 지서현이 정우를 불렀다.
“… 대표님, 닛산에서 메일 왔습니다.”
“닛산요?”
“예. AESC 매각 관련이라고 제목에 적혀 있습니다.”
“드디어…! 서현이, 어디 그 패 봐봐.”
“… 예? 패라뇨?”
“아니야. 그냥 드립 쳐 봤어….”
이 양반이 타짜도 안 봤나.
개그가 안 먹혀서 정우가 무안해할 때.
탁세훈이 먼저 지서현이 연 메일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그 직후.
“대, 대표님! 됐어요!”
“예? 뭐가요?”
“닛산에서 AESC 테네시 공장만 분할매각한답니다!”
“… 정말로요?”
여태 간만 열심히 보던 닛산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하지만 그 이유는 이내 깨달았다.
AESC 매각 건이 곧 해결될 거라던 릭 페리 장관의 약속.
그의 장담은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 이게 미국의 힘인가.”
정우의 얼굴에 당황과 기쁜 기색이 동시에 교차했다.
하지만 기쁜 소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대표님? 기사도 떴는데요?”
“AESC 분할매각 기사인가요?”
“아니요. 여기 보십쇼!”
정우는 탁세훈 본부장이 보여주는 기사를 확인했다.
[DOE 배터리기업 지원사업, 네뷸라 케미컬 선정> [25억 달러 수혜의 주인공, 네뷸라 케미컬은 어떤 회사인가> [네뷸라 케미컬의 솔리드스타, 심사 점수 거의 만점에 가까워>바로 DOE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 * *
1달이 넘게 걸렸던 2차, 3차 테스트 역시 마무리되고 네뷸라 케미컬은 DOE 배터리관련 지원사업에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다. 아니, 선정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거의 모든 지원금을 독식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네뷸라가 25억 달러를 가져가고 나머지 5억 달러를 다른 기업들이 분배받은 구조였으니까.
이에 대해 편파 논란과 로비 의혹들이 제기되었지만 에너지부의 문제일 뿐, 정우에게 불이익은 없었다.
지원 사업 선정이 되자 곧장 지원금 지급이 결정되었다.
물론 25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고 해서 한번에 수령하는 게 아니었다. 보통 기간을 두고 나눠서 지급받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네뷸라는 10억 달러를 우선 수령하게 되었다. 아마도 에너지부에서 정우와 네뷸라를 위해 특별히 힘을 써준 것으로 보였다.
정우는 네뷸라 케미컬에 꽂힌 10억 달러를 가지고 곧장 르노닛산과 미팅을 진행했다.
미국 테네시 주 공장 인수를 위해서였다.
“설비는 리스로 드리죠.”
닛산 측에서는 한푼이라도 더 뽑아먹으려는 건지 설비에 대해 리스 제안을 해왔다.
이거 누굴 호구로 보나.
“공장 부지와 설비 모두 인수하는 것 아니면 의미 없습니다. 설비 리스할 바에 그냥 전부 가져가시죠.”
정우는 강하게 나갔다. 어차피 배터리 공장을 매각하는 닛산 입장에서 설비는 갖고 있어 봐야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음… 알겠습니다. 설비도 모두 매각하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공장부지와 공장 건물, 설비, 그리고 계약된 정규직, 비정규직 포함한 근로자들 대부분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3억 5천만 달러에 테네시 주 공장을 인수했다.
이로써 네뷸라 케미컬은 미국 내에 솔리드스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동시에 생산 케파 역시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제 시작이에요. 공장을 늘려야 합니다. 탁 본부장님, 부지 먼저 확보해주세요.”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정우는 기가팩토리를 염두에 두고 AESC 테네시 공장, 아니 이제는 네뷸라 케미컬 테네시 공장 인근 부지를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부지만 해도 마을 하나의 규모 크기가 될 지경.
그는 이 넓어진 부지에 거대한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는데, 이를 위해선 설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설비 제조는 자체적으로 가능했다. 바로 성운이노베이션, 아니 네뷸라 케미컬 한국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정우는 성태규 CTO에게 연락했다.
“CTO님 접니다.”
-네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솔리드스타 지원금 사업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아 테네시 주 공장 인수한 것도 축하드려요. 이거 겹경사군요.
“CTO님과 연구진 덕분이죠. 그나저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테네시 주 공장 인수 소식을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솔리드스타 양산을 위해 설비가 필요합니다.”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지금 여기도 파일럿 플랜트 단계가 끝나긴 했는데 대량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최대한 서둘러 주세요. 모델S 공개행사가 시작되면 솔리드스타의 수요가 급증할 테니까요. 물량을 맞추려면 최단 시간 내에 공장 설립을 완료해야 합니다.”
-… 어떻게든 맞춰보겠습니다.
성태규 CTO에게 부탁 아닌 닦달을 하였다.
그렇게 모두가 정신없이 솔리드스타 양산을 위한 준비를 하던 무렵이었다.
-미스터 리, 3일 뒤에 뉴욕에서 모델S 슈퍼 퍼포먼스 공개 행사가 시작됩니다.
-꼭 참석해주세요.
일론 머스크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모델S 슈퍼 퍼포먼스 공개행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 곧 주식시장에 핵폭탄 하나가 떨어지겠군.”
이를 위해 정우 역시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그는 증권 앱을 실행했다.
매집해둔 테슬라 주식과 공매도 물량을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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