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57)
항상 전쟁통을 연상케 하는 TD아메리트레이드 증권사.
정우의 해외주식 계좌를 관리해주고 있는 제이콥 브랜든은 속이 타들어갔다. 4억 달러를 넘어 이제는 6억 8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치한 자신의 최대 고객이 최악의 악수를 두어서 똥줄이 탔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스마트폰을 책상 한구석에 세워 테슬라 신형 모델S 공개행사 라이브 영상을 시청했다.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제발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머저리 같은 짓만 안 했기를!
브랜든이 이번 테슬라 공개행사에서 바라는 건 그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이게 웬걸?
빨간색 신형 모델S를 타고 등장한 머스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거기에 스크린에 떠오르는 수치들까지.
차알못이지만 굉장히 그럴듯해 보였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음소거 상태라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머스크의 환한 미소로 미루어볼 때 현장 분위기도 괜찮아 보였다.
“… 잘 넘어간 건가?”
그래도 최악의 상황만은 모면했다 여기며 한숨을 돌린 브랜든은, 안도하며 이정우 고객의 계좌를 확인했다.
그 직후 그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 어어어?!”
─────────
[Account Balance ▶]-NASDAQ:TSLA – $595,721,310.98 (+50.2%)
-FRA:VOW(Short) – $52,276,218.1 (+30.4%)
-NYSE:TM(Short) – $55,412,996.7 (+38.2%)
-NYSE:STLA(Short) – $49,631,991.22 (+23.8%)
-NYSE:GM(Short) – $53,998,989.9 (+34.7%)
-NYSE:F(Short) – $52,762,312.9 (+31.6%)
-OTCMKTS:NSANY(Short) – $58,285,913.3 (+45.4%)
-TSE:6752(Short) – $45,978,892.6 (+14.6%)
─────────
원래 흑자였던 테슬라 주식의 초록불은 당연했다.
하지만 원래 +1~2% 남짓이었던 테슬라의 수익률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했다. 한자리여야 할 수익률이 두 자리 수, 그것도 앞자리가 5였기 때문이다.
50%라는 수익률이라니. 순간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눈을 비벼봐도 테슬라의 수익률은 50%가 맞았다.
“… 이거 꿈 아니지?”
이상한 건 테슬라뿐만 아니었다.
분명 빨간불이었던 공매도 주식들이 전부 초록불 흑자로 전환된 상태였으니까.
이정우 고객이 공매도를 친 주식들은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전부 대형 자동차회사 주식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브랜든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 내연기관 관련주가 모두 박살이 났다고…?”
심지어 수익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주가 옆에 표시된 수익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 * *
TD아메리트레이드 증권사 같은 일들이 월가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나스닥 증권거래소.
시총 기준 세계 2위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거래소인 이곳은 투자자들과 딜러들의 성지라고도 불렸으며 그 주변은 젊고 중후한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부류들은 단언컨대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관계자들이다.
오늘도 나스닥 근처 카페에서 세계 경제 시장의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여유.
하지만 어떤 한 기사를 본 그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Holy Shit!”
“FUXX!”
욕설과 함께 인상을 확 찌푸리며 커피를 내던졌다. 도대체 어떤 매체를 접했던 건지 의문이 들 때, 어느새 그들은 부리나케 자기 사무실로 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도착한 사무실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지금 테슬라 주가가 왜 오르는 거야?”
“몰라! 매수세가 미쳤어!”
“… Jesus Christ! 지금 북미 내연기관 주식 모두 급락 중입니다!”
“독일 자동차 3사 역시 다 박살나고 있어요!”
“치프, 지금 테슬라 공매도와 풋옵션 어떻게 대응하죠?”
그들 모두가 고학력의 초엘리트들이었지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모두가 우왕좌왕할 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치프 매니저가 소리쳤다.
“God Damn! 자꾸 멍청이 같이 굴지 말고 이유를 가져와, 이유를!”
그제야 직원들이 부랴부랴 테슬라 급등과 내연기관 주식의 급락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결과는 순식간에 나타났다.
“… 소, 속보입니다! 테슬라가 800마일 전기차를 개발했대요!”
“뭐? 800마일?!”
600마일도 아니고 800마일이라는 말에 치프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이건 그야말로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만큼의 충격과도 같았으니까.
아니, 그때보다 파급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테슬라 주가의 상승과 반비례하여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 급락이 너무나 가팔랐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테슬라 풀Full 매수 들어가!”
“… 저, 전부요? 하지만 지금 사면 숏 커버링(Short Covering: 매수하여 공매도 매매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숏 스퀴즈(Short Squeeze: 공매도에서 손절 개념)가 되는 셈인데…!”
“손절하라고 이 멍청아!”
“아… 예!”
부랴부랴 헤지펀드에서는 테슬라 공매도를 손절해서 내던지기 시작했다.
숏 스퀴즈를 위해서는 공매도했던 주식을 갚기 위해 매수를 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헤지 펀드의 매수 흐름은 강력한 테슬라 주식 매수세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50%를 지나 미친 듯이 내달리는 테슬라 주가.
장초 280불 언저리였던 테슬라의 주가는 현재 거의 450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나스닥의 전설적인 트레이더, 마이클 버리 역시 확인하고 있었다.
“음….”
그가 침음성을 흘렸다.
사이언에셋이라는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마이클 버리는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으로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했을 정도로 굉장히 탁월한 투자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운용하는 사이언에셋 헤지 펀드의 먹잇감은 다름 아닌 테슬라.
버리는 테슬라가 거품이 심하게 꼈다고 판단하여 공매도를 쳐놓은 상태였다.
“… 하지만 이번에 내가 틀렸던 건가.”
그도 테슬라의 공개행사 장면을 확인했다.
800마일을 가는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2~3번만 완충하면 미국 대륙을 횡단 가능한 미친 수준이다.
이런 차가 공개되었으니 주가가 요동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
“… 이번엔 내 패배군.”
투자자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법. 버리는 직원들에게 테슬라 공매도 손절을 지시했다.
손해가 막심하지만, 그게 아깝다고 손절하지 않았다가 더 큰 손해를 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수익은 100%까지가 최대이지만, 이론상 손해는 무한대까지 늘어나기에 리스크 관리는 필수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버리는 테슬라의 현 주가가 거품이라고 여겼다.
갑자기 등장한 신차와 신형 배터리. 생산설비조차 제대로 갖춰졌는지 짐작도 안 되는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이후 몰려들 고객들의 빗발치는 주문량을 커버할 수 있을까?
“… 기회는 온다.”
마이클 버리. 그는 아직 테슬라 공매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집인지 신념인지 모를 눈빛이 그의 두 눈에 반짝였다.
* * *
테슬라 모델S 슈퍼 퍼포먼스 공개행사의 여파는 겨우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도 강타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S 슈퍼 퍼포먼스 공개> [사상 최초 유례 없는 1,300km 항속거리 달성> [모델S 슈퍼 퍼포먼스에 탑재된 솔리드스타, 한국이 개발하다!> [네뷸라 케미컬의 야심작 솔리드스타, 세계를 뒤흔들다> [네뷸라 케미컬의 대표, 이정우는 누구?>연일 네뷸라 케미컬과 관련하여 속보가 터져 나왔다.
800마일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가 나왔고, 거기 탑재된 핵심 부품인 배터리팩을 국내 기업인 네뷸라 케미컬에서 납품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하게도 이 소식은 정재계로 흘러 들어갔고, 그 즉시 주가로 반영되었다.
[유일자동차: 107,900원(-30.0%)]어제만 해도 153,500원이었던 유일자동차의 주가는 하루아침에 30% 폭락했다.
하한가를 맞은 것이다.
무너진 주가를 본 유종범 회장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영곤이 영진이 들어오라고 해.”
“네, 회장님.”
지시를 받은 비서가 유종범 회장의 두 아들을 호출했다.
유영곤 사장과 유영진 전무가 회장실에 도착하여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 너희 둘, 주가 떨어진 거 봤지.”
“예. 테슬라 모델S 공개행사 여파 때문 아닙니까.”
“그래. 모델S가 항속거리 1,300km를 달성했지. 근데 거기에 전고체배터리가 들어갔다더구나.”
전고체배터리라는 말에 유영곤 사장이 올 게 왔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뷸라 케미컬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잘 아네. 영곤이 너, 네뷸라에서 미팅 왔던 거 쳐냈다며? 너 생각이 대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어!”
“… 영진이가 얘기했나 보군요.”
옆에 있던 유영진 전무를 언급하자, 유 전무가 발끈했다.
“아니, 형. 내가 고자질쟁이도 아니고 그걸 말해서 뭐하겠어.”
“그럼 여기에 너 말고 얘기할 사람이 더 있어?”
“난 진짜로 얘기 안 했다니까.”
유 전무가 억울해할 때 유종범 회장이 입을 열었다.
“영진이 말이 맞다. 영진이가 고자질한 게 아니라 내가 알아낸 거다. 너는 내가 회사에 심어둔 눈이 몇 개라고 생각하는 거냐.”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저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요. 아니 누가 예상했겠어요. 고작 그런 좆… 아니 중소기업에서 저런 대단한 배터리를 만들 줄을요. 그리고 저도 솔직히 네뷸라의 납품 제안 받아주려고 했습니다.”
“그런 놈이 왜 미팅을 훼방놨어?”
“대한화학에서 한민준 부사장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네뷸라 쪽에서 혹여라도 사업 관련 미팅이 들어오면 거절해달라고요.”
유영곤 사장은 급하게 한민준 부사장의 이름을 팔았다.
대한그룹을 들먹이며 항변하는 아들의 말에 유종범 회장이 어조가 살짝 누그러졌다.
“… 대한화학에서?”
“예. 저는 그저 우리 유일 그룹과 대한 그룹 사이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부사장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입니다. 저라고 무작정 네뷸라를 쳐낸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음….”
유영곤 사장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중소기업 vs 대기업. 그것도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대한화학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기에.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치고 말았으니,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진 아들의 선택에 유종범 회장은 답답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알겠으니 그만 나가봐.”
“… 그럼 이번 건은 이대로 끝난 겁니까?”
“끝나기는 뭐가 끝나! 주가가 30%나 빠졌는데,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니야!”
“… 바로 긴급회의 진행하겠습니다.”
“서둘러.”
두 아들이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하러 간 사이.
홀로 남은 유종범 회장은 비서를 불렀다.
“… 대한그룹 한 회장에게 연결해.”
“알겠습니다.”
비서가 전화를 연결하여 그에게 스마트폰을 공손히 내밀었다.
유종범 회장이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대며 입을 열었다.
“한 회장, 나야.”
-유 회장, 이번 사태 안타깝게 생각하네. 괜찮은가?
한광표 회장 역시 폭락한 주가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회장의 위로에서 진짜 걱정하는 기색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흠, 지금 주가가 30%나 빠졌는데 괜찮을 리가 있겠어. 속이 지금 부글부글 끓어서 말도 아니라고.”
-이해해. 나라도 그랬을 테니. 그런데 연락한 이유는 뭐지? 지금 회의를 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따지려고.”
-따진다고? 뭘? 나한테?
“그래. 한 회장 막내아들 민준이. 걔가 우리 애한테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나?”
-민준이가? 무슨 실수?
“이번에 네뷸라 케미컬이 우리 유일자동차에 배터리 납품과 관련하여 미팅하러 왔었지. 불과 몇 달도 안 된 이야기야.”
-… 네뷸라?
네뷸라라는 말에 한광표 회장도 심각성을 깨달은 모양이다.
왜냐하면 네뷸라 케미컬이 바로 이번 폭락 사태의 원흉(?) 중 하나인 솔리드스타를 만든 회사이기 때문이다.
-네뷸라 케미컬이라면 예전 성운이노베이션의 후신後身 아니던가. 헌데 그거와 민준이가 무슨 상관이지?
“민준이 그놈이 우리 영곤이한테 네뷸라와 사업하지 말라고 했다더구만. 우리 아들 녀석은 대한그룹 눈치를 보고 또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였고.”
-허어….
그제야 한광표 회장은 상황을 짐작한 듯 보였다.
-흐음…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 아무래도 막내 녀석이 또 감정에 휩쓸려 일을 저지른 모양이야.
“아들 간수 좀 잘해야겠어.”
-내 따끔히 혼을 내겠네.
“혼내는 걸로 입을 싹 닦을 건 아니겠지?”
-… 유일자동차의 배터리 공급은 우리가 책임지겠네.
“기대하지.”
그걸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두 회장의 통화가 종료되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유종범 회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 망할 놈의 자식.”
빌어먹을 대한그룹.
그리고 그 망할 놈의 집구석에서 나온 셋째 아들 한민준 부사장까지.
만약 그놈이 자신의 아들인 유영곤 사장에게 접근만 안 했어도, 지금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혁신의 아이콘은 유일자동차가 가져갈 수 있었다.
네뷸라 케미컬이 처음 찾아온 회사는 다름 아닌 바로 유일자동차였으니까.
그런데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다니.
“… 아쉽다, 아쉬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유종범 회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한편 유종범의 전화를 받은 한광표 회장의 얼굴 역시 일그러진 상태였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유종범 회장에게 한소리 듣게 되다니. 그게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화가 난 작은 거인의 불호령이 터져 나왔다.
“… 민준이 이 자식 당장 잡아 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