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60)
-미스터 머스크, 축하합니다.
머스크가 전화를 받자, 팀 쿡의 첫마디는 축하인사였다. 이번 하반기에 접어들어 테슬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내었고, 무엇보다 주가가 떡상했으니 축하는 당연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고작 축하 인사를 하려고 연락했을 것 같지는 않군요.”
-저희는 테슬라의 인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머스크는 600억 달러 수준에 테슬라를 애플에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애플측의 검토한다는 답변 외에는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기에 흐지부지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연락이 왔다?
머스크는 코웃음쳤다.
“미안합니다만, 이제 테슬라는 팔지 않습니다.”
-음… 역시 그렇군요. 하지만 1,200억 달러라면 어떨까요?
1,200억 달러라면 거의 140조 원 수준이다.
머스크가 2004년부터 테슬라에 7천만 달러, 한화로 800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140조 원에 매각하면 그야말로 초대박 중의 초대박을 터트리는 셈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팀 쿡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했다.
“미스터 쿡, 미안합니다만 1,200억 달러가 아니라 2,400억 달러를 줘도 안 팝니다. 아니, 거기서 2배를 더 줘도 안 팔 거예요. 테슬라의 가치는 이미 그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으니까요.”
머스크는 이제 알았다. 차기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가 주도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 상징성이 가지는 의미를 말이다.
진짜 스마트폰다운 스마트폰을 내세워 애플이 가져간 스마트폰 시장 선두 이미지. 그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가지는 감성만으로도 현재 전세계 주식 시총 1위가 아니던가.
“테슬라는 이제 절대 팔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스터 머스크, 테슬라의 경영난은 현재진행형 아닙니까? 저희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팀 쿡이 테슬라의 경영난을 지적했다. 확실히 경영난은 존재했다. 머스크가 테슬라를 애플에 매각하려 했던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다만 지금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 자체가 팀 쿡이 얼마나 머스크를 무시하고 있는지 드러내 주는 반증이었다.
“미스터 쿡, 저를 바보로 아시나 보군요. 그깟 경영 위기, 이제 문제 없습니다. 테슬라는 X나게 잘될 거니까요.”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죠. 그저 걱정이 되어 물어본 거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세게 말하는 머스크의 어조에 팀 쿡도 백기를 들었다.
아마도 슬쩍 찔러본 느낌이 강했다.
머스크도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그 사과 받아들이죠. 아무튼 테슬라 매각 제안은 없던 걸로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협업의 기회가 생기면 더욱 좋겠네요.
“협업이라… 그런 날이 오기를 저도 학수고대하지요. 이만 끊습니다.”
머스크가 팀 쿡의 제안을 거절하고 통화를 마쳤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정우가 물었다.
“거절했어요?”
“당연하죠. 이제 애플의 도움은 필요 없거든요.”
“탁월한 선택입니다.”
현재도 테슬라의 사내유보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
게다가 아직 제대로 생산에 돌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우와 머스크는 걱정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테슬라의 현재 브랜드 가치라면 돈을 마련하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유상증자, 갑시다.”
그들은 합법적으로 돈을 복사하기로 했다.
* * *
유상증자란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로운 주주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파는 것을 말한다. 즉,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달까.
따라서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시장에 주식이 더 풀리게 되기 때문에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며 주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이번 테슬라의 유상증자 경우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유상증자 전격 발표> [머스크,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하여 기가팩토리 완공하겠다”> [네뷸라 케미컬 이정우 대표, 제3자 배정방식으로 테슬라 유상증자 참여> [유상증자 발표에도 테슬라 주가 하루만에 5% 상승으로 마감> [테슬라 경영난 해소에 대한 로빈후드들의 기대감 반영되나>유상증자를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이는 오랜 테슬라의 경영난과 자금난이 유상증자를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 기가팩토리 완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걸로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네뷸라 케미컬의 대표인 이정우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하자 주가 상승에는 더욱 불이 붙었다. 안 그래도 테슬라 모델S 슈퍼퍼포먼스 모델에 들어가는 전고체배터리 솔리드스타의 납품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주식을 인수하는 것만큼 긴밀한 협조관계가 없기 때문에 불안성이 해소된 것이다.
무엇보다 유상증자에 투입한 금액 한두 푼이 아닌 무려 4억 달러였기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우는 이번 테슬라 공개행사 때 내연기관차 주식과 배터리주식에 공매도를 쳤는데, 그때 투자한 2억 8천만 달러가 4억 달러로 불어났다. 그런데 이를 모조리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테슬라의 유상증자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차피 테슬라는 6,000불을 찍으니까. 그전까지는 마음껏 매수해도 돼.’
미래의 테슬라는 지금처럼 유상증자를 했음에도 최고 6,000불의 주가를 찍는다.
그런데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100% 넘게 상승했음에도 700불도 안 되었다. 거의 10배 가까이 상승 여력이 남은 셈.
심지어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매입하게 될 경우 기존주가에 비해 10~3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매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참여만 해도 무조건 이득인 상황이었다. 바로 팔아도 10~30% 이득을 챙길 수 있으니 테슬라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정우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후에도 계속 홀딩할 계획이었지만.
어쨌든 정우는 증권사에 테슬라 주식 6억 달러, 유상증자로 4억 달러를 투자하여 총 10억 달러 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서 테슬라 전체 주식 중 약 1%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로써 테슬라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덕분에 테슬라는 여유자금 확보에 성공하여 기가팩토리 완공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최우선은 모델S 슈퍼 퍼포먼스 생산라인의 완성이었다.
사실 기존 생산라인은 전부 완성되어 있었고, 전고체배터리인 솔리드스타를 탑재하는 생산라인만 바꾸면 되었기에 변경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문제는 솔리드스타네요. 10만 대… 어우야.”
정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800마일을 가는 전기차’라는 컨셉이 제대로 먹힌 걸까. 모델S 공개행사 이후 예약 물량만 10만 대를 돌파한 상태였다. 차량 값만 20만 달러였고, 풀옵션을 끼면 거의 30만 달러에 가까웠는데도 주문은 폭주 상태.
오죽하면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인 모델3 예약 물량보다 모델S 슈퍼퍼포먼스 예약물량이 훨씬 많을 정도였다. 아니, 일부 구매자들은 기존 예약 물량을 취소하고 슈퍼 퍼포먼스로 바꾸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런 수요 덕분에 테슬라는 상당한 계약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모델S의 경우 차량 1대당 예약하기 위한 계약금이 2,000달러였기에, 차량 10만 대 어치 계약금만 해도 2억 달러에 달했다. 한화로 약 2천억 원이 테슬라 법인계좌에 꽂힌 것이다.
“이걸 다 찍어내기만 해도 20억 달러인데, 솔리드스타가 없어서 못 찍는 아이러니라니.”
“X됐죠, 뭐.”
모델S에 들어가는 솔리드스타의 배터리용량은 250KWh.
생산해야 할 모델S 차량 대수는 10만 대다.
단순히 계산해도 250KWh * 10만 대 = 25GWh의 배터리가 필요했다.
현재 거의 완공 직전인 한국 네뷸라 케미컬 솔리드스타 공장의 예상되는 연간 총생산량이 1GWh 정도였으니, 25년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아는 머스크가 우려를 표했다.
“감당 가능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모델S 예약 물량 일부를 취소하고 소량만 찍어내어 대응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하지만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밀어붙이죠. 어차피 기호지세입니다.”
“호랑이 등에 탔다? 그게 무슨 의미죠?”
“너무 깊게 발을 들여서 이제 멈출 수 없다는 거죠.”
“아하.”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머스크.
“그 호랑이 등, 아마 저도 함께 타고 있는 것 같군요.”
“하하, 그런 것 같네요. 그래서 미스터 머스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도움이요?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친구의 부탁이니 무조건 도와주겠습니다.”
“친구라 말씀해주시니 고맙네요. 제 부탁은 하나입니다. 기가팩토리 노하우, 전수해주십시오.”
정우는 이번에 인수한 AESC 미국 테네시 주 공장을 기가팩토리화시킬 계획이었던 것이다.
머스크는 그렇게 직설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이거 당황스럽군요. 기가팩토리 구축을 위한 노하우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닌데요.”
“머스크, 지금 솔리드스타가 가장 필요한 회사가 어디죠?”
“저희 테슬라죠.”
“솔리드스타의 생산성이 증대하면 가장 이득을 볼 회사는요?”
“그것도 저희 테슬라죠.”
빙그레 웃는 정우와 시선을 마주하고서, 머스크가 항복하듯 양손을 들어 올렸다.
“하하하, 이거 제가 졌습니다. 좋아요. 기가팩토리, 모조리 알려드리죠.”
“부탁드립니다.”
“다만 그전에 궁금한 게 있습니다. 미스터 리는 회사 지분을 팔거나 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맞나요?”
조금은 당황한 정우였지만, 침착하게 답했다.
“예, 한동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공장 대량 증설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요.”
“그렇지요…? 이번에 받게 된 지원금 25억 달러는 그저 산소호흡기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그럼 제가 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미스터 머스크의 팁이라면 제가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요?”
빙그레 웃는 정우에게 머스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사채로 긴급 자금을 조달하세요.”
“회사채요?”
“원래라면 네뷸라 같은 신생 회사의 회사채는 최저 등급일 뿐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채권시장에서도 나가질 않는 게 현실입니다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저희 테슬라가 지난달에 15억 달러의 회사채를 몇 퍼센트의 금리로 조달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쪽은 완전히 문외한인지라.”
“5.3%입니다.”
은행 이자를 생각하면 꽤 높은 이율.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은행 대출과는 다르게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유동성에서 차원이 달랐다.
“참고로 저희 테슬라가 속해 있는 정크 등급 채권 시장의 평균 이율은 7%가 넘습니다. 우리는 무려 1.7% 이상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거죠. 이유가 뭐겠습니까?”
“누군가는 테슬라의 미래에 모험을 걸겠지만, 누군가는 안전하게 미래를 함께하고 싶을 테지요. 모험가는 주식을,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은 채권을.”
“빙고. 그렇다면 말이죠, 누구나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첨단 배터리를 찍어내는 회사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지금, 주식을 투자할 수 없으면 어디로 시선이 쏠리겠습니까?”
“아!”
“아마 네뷸라는, 거의 미국 정부가 달러 찍어내듯이 회사채를 찍어내도 팔릴 것 같은데요?”
정우는 머스크의 조언에 머리가 탁 트이는 기분을 받았다. 개안했달까.
네뷸라 케미컬은 비상장 상태라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다. 즉, 사람들은 채권이라도 사기 위해 달려들 테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테네시 공장의 기가팩토리화를 위해서는 한두 푼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배터리지원사업으로 받은 25억 달러를 전부 투자해도 한참 모자랄 정도.
그런데 회사채를 찍어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머스크, 조언해주신 내용 진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회사채 발행으로 가닥을 잡아볼게요.”
“하하하, 그런데 아직 조언 안 끝났는데요? 기가팩토리 얘기도 들으셔야죠.”
머스크가 씨익 웃었다.
트위터의 악동은 의외로 인간적이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 * *
정우는 머스크를 따라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기가네바다 공장을 방문했다.
머스크가 세운 기가팩토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기준을 따르고 있었다.
무엇이든 크게 지을 것.
모든 공정을 하나의 공장에서 끝내도록 설계하는 것.
마지막으로 에너지 자유화다.
먼저 크게 짓는 이유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두 번째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마지막은 조금 달랐다.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초기 자본이 좀 들더라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두면 전력 소비량이 Zero가 되죠.”
연간 들어가는 공장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공장 지붕 전체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버린 것이다.
만약 현재 공사 진행 중인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면 70㎿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해지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로 공장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 외부 전력 소비 ‘0’이 된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라 완공되면 전세계에서 가장 큰 지붕 태양광 발전소가 된다.
머스크를 따라서 공사 중인 기가 네바다 공장을 실사하면서 정우는 태양광 패널의 장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확실히 규모가 엄청나네요. 태양광 패널 역시 압도적이구요.”
“솔라시티에서 생산한 거죠. 다만 파나소닉이 제공한 태양전지Solar Cell로 만든 태양광 패널이라 퀄리티가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파나소닉 태양전지가 그렇게 별로인가요?”
“쓰레기입니다.”
머스크는 이제 파나소닉에 완전히 정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래도 기가팩토리 건립에 파나소닉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저리 말할 정도면 정말로 퀄리티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흠, 그럼 우리가 태양전지를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어차피 테네시 주 공장의 기가팩토리화를 위해 태양광패널을 지붕에 설치해야 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태양전지를 공급받아야 했는데,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파나소닉 같은 배터리회사에 공급받기보다는 직접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게 좋아 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MG음극재 기술의 개발자이자, 배터리 기술의 권위자인 성태규 CTO와 상의가 필요했다.
“이거, 아무래도 한국에 돌아가야겠네요.”
“한국을요?”
“예. 태양전지 쪽도 얘기해봐야 하고, 겸사겸사 솔리드스타 공장 진행 상황도 확인해야 하니까요. 솔리드스타 납품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그렇긴 하죠. 미스터 리, 빨리 한국으로 다녀오시죠.”
“너무 떠미시는데요? 저랑 같이 있는 거 싫으신 건 아니죠?”
“글쎄요. 하하하.”
껄껄 웃는 머스크를 뒤로하고 정우는 잠시 한국에 갔다 오기로 결정했다.
과연 두 달만에 돌아가게 되는 고국은 어떤 모습일까.
왠지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가 한국행 비행기를 티케팅을 한 순간이었다.
“… 이정우?”
“네뷸라 케미컬 대표가 입국한다!”
호시탐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언론사가 그의 입국소식을 포착했다.
특종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