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65)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솔리드스타와 관련하여 미팅을 하러 왔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미팅 약속을 잡아달라고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스케줄이 잡혔단 말인가.
“… 급하기도 하시네. 알겠어요. 일단 대회의실로 안내해드리고 지금 간다고 전해줘요.”
-예, 알겠습니다.
김 비서에게 전하고 통화를 끊었다.
성태규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쁘신가 봅니다. 가셔야 될 것 같네요.”
“네. 저도 태양전지 관해서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아무튼 전무님, 태양전지 건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부탁드릴게요.”
“대표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촉매를 이용해서 소수성 문제만 해결되면 그래핀 전극을 만들어서 태양전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연구 잘 진행해보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든든한 성태규 CTO에게 태양전지 건을 맡겨두고 정우는 연구실을 나섰다.
‘한성준 사장이라.’
성 씨만 들어도 대한그룹 한씨일가의 직계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진짜 금수저 중의 금수저를 처음 만나보는 것이기에 정우는 살짝 긴장하며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 문을 딱 열자, 부드럽고 유한 인상의 귀티 나는 중년인이 보였다.
저 사람이 대한전자 한성준 사장이겠구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나요?”
“아닙니다, 이 대표. 반갑습니다, 대한전자 한성준 사장입니다.”
“이정우입니다. 뉴스에서 보던 분을 직접 뵙게 되니 영광이네요. 하하.”
“저야말로 불세출의 천재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대표.”
두 사람이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 순간 한성준 사장과 얼굴이 가까워졌는데, 문득 왠지 인상이 낯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봤던가?
“그런데 한 사장님, 저희 혹시 전에 뵀었나요?”
“글쎄요? 저는 가까이서 뵙는 건 처음입니다만.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왠지 낯이 익어서요.”
“제 얼굴이 흔한 얼굴이긴 합니다. 하하하.”
소탈하게 웃는 한성준 사장을 보며 이번 미팅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을 받던 그때였다.
“… 음?”
정우의 눈에 한성준 사장 뒤쪽에 있던 한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대한그룹 미팅단 사이에 섞여 있는, 안경을 쓴 정우 또래의 익숙한 얼굴.
“… 동현이?”
바로 바보 김씨 삼 형제, 아니 자신의 절친 중 한 명인 김동현이었다.
… 니가 여기서 왜 나와?
* * *
그들이 조우하기 얼마 전.
김동현은 단톡방 친구들 중 유일하게 대기업인 대한전자에 재직 중이었다.
그것도 기업영업본부 기업영업4팀 소속으로서 기업영업 쪽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내향적인 본인의 성격과 달라서 요새 꽤나 애를 먹고 있었다.
오늘도 전화기를 붙들고 업체들과 계약 입찰가 견적을 따져보며 씨름을 하던 그때였다.
“잠깐 모두 주목해주세요.”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기업영업4팀 장승덕 팀장의 외침에 팀원들이 그를 주목했다.
“여기서 솔리드스타 뉴스 안 본 사람 있어요? 없겠죠. 일단 모두 솔리드스타가 뭔지는 알 거라 가정하고 전파할게요. 이번에 한성준 사장님께서 네뷸라 케미컬의 솔리드스타 납품 계약을 따내자고 회의에서 얘기가 나왔는데, 아시다시피 네뷸라 케미컬과 미팅은 지지부진입니다. 미팅 자체가 성립이 안 되고 있거든요. 이와 관련하여 사장님께서 학연, 지연, 혈연 등 동원할 수 있는 건 전부 총동원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네뷸라 케미컬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람 있어요?”
“…….”
“당연히 없겠죠. 있으면 진즉에 대한전자가 아니라 네뷸라 케미컬로 이직했겠지. 그럼 이 중에 성운이노베이션이나 네뷸라 케미컬 쪽 인맥 있는 사람 있어요?”
성운이노베이션?
장승덕 팀장의 물음에 김동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왜냐하면 성운이노베이션은 자신의 친구인 정우가 다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없어요? 없으면 없다고 보고하는 걸로….”
“… 저, 팀장님…!”
장 팀장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김동현이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오, 김 대리 왜? 아는 사람 있어?”
“저 성운이노베이션에 아는 친구 있습니다.”
“정말로?”
“예. 근데 성운이노베이션은 왜 그러시는 건지…?”
기껏 대답했으면서도 김동현은 자신이 뭐 실수라도 하는 건 아닌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팀장의 성격이 평소 불 같았는데, 꼬투리 하나라도 책잡히면 그야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 팀장의 앞에만 서도 마치 파블로프의 개마냥 조건반사로 긴장하게 되었다. 노이로제라도 걸릴 것 같달까.
아니나 다를까, 김동현의 질문에 장 팀장이 한심하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성운이노베이션이 네뷸라 케미컬 전신이잖아. 어떻게 사명 바뀐 거 몰라?”
“아…!”
“쯧쯧, 그런 것도 모르고 뭐 했어.”
“죄송합니다.”
어떻게 남의 회사 이름이 바뀐 것까지 전부 알 수 있단 말인가.
답답했지만 일단 죄송하다고 했다.
그게 그나마 덜 깨지는 방법이었으니.
“죄송할 건 아니고, 아무튼 그 친구 보직이 뭐야?”
“보직이요? 개발자입니다. 소프트웨어개발 쪽이요.”
“이야- 개발자면 아다리가 딱 맞네. 안 그래도 거기 네뷸라 케미컬 대표님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얘기가 있거든. 일단 그 친구한테 연락해봐서 혹시 그쪽 대표님이랑 아는 사인지 얘기해봐.”
“아아, 알겠습니다.”
김동현은 그러하겠다고 대답하자 장 팀장이 바쁘다는 듯 자리를 떴다.
“휴… 별일 아니었네.”
간단한 일인 것 같아서 마음을 놓았다. 그냥 친구도 아닌 절친 중의 절친이었기에 정우에게 그런 작은 부탁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연락을 취하자 정우는 묵묵부답이었다.
-…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전화도 안 받고, 메신저 앱도 안 보고.
팀장에게 당당하게 대답했는데 당사자가 연락이 안 된다니.
“아씨… 왜 안 받는 거야.”
스마트폰을 붙든 김동현은 점점 초조해졌다. 안 그래도 요새 단톡방을 잘 안 본다고 여겼는데, 지금 이 중요한 순간에도 확인을 안 한다니.
살짝 원망의 감정도 들면서 정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복잡한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구를 때였다.
장 팀장이 다급히 김동현을 찾았다.
“김 대리! 뭐하길래 계속 메신저를 안 봐!”
“아… 지금 통화 중이라서요.”
“하… 뭔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해. 아무튼 지금 급하게 네뷸라쪽이랑 미팅 잡혔거든?”
“예? 미팅이요?”
“나도 정확한 건 모르겠고, 일단 지금 사장님이랑 임원들 가신다니까 바로 출발해야 하는데, 친구분한테 확인해봤어?”
“… 예?”
김동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별 수 있나.
사실대로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요. 그게 지금 친구랑 연락이 안 되어서….”
“뭐? 아니,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그거 하나 확인을 못 했어? 지금 장난해?”
“… 죄송합니다.”
“하- 위에 다 보고 해놨는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 죄송합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아무튼 알았어. 이미 늦었는데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출발하자고. 여러분, 나 김 대리랑 같이 미팅 좀 다녀올 테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요.”
결국 팀장과 함께 김동현은 법인차량을 타고 미팅 장소로 출발했다.
당연히 운전은 김동현의 몫. 하지만 동시에 정우에게 연락하는 것도 병행해야 했다.
한 손으로는 운전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정우에게 연락 시도를 반복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조수석에 앉은 장 팀장이 끊임없이 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김 대리. 입사한 지 올해 몇 년 차지?”
“5년 조금 넘었습니다.”
“5년쯤 되었으면 어느정도 알지 않나?”
“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기업영업팀으로 소속을 옮긴 지 얼마 안 되어서요.”
원래 김동현은 대한전자에 입사하여 데이터센터운영팀에서 일했다.
말 그대로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일이라 꿀보직이었는데, 데이터관리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편제 개편 및 인력이 감축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보직인 기업영업팀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즉, 김동현은 기업영업 쪽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설상가상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업체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영업 쪽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장 팀장은 이런 사정을 이해해주지도 않고 쏘아붙이기만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감이 없냐고. 시킨 건 척척 해결해야지, 연락 하나 제대로 못해서는 어쩌자는 거야.”
“…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아니고, 그냥 좀 답답해서 그래. 답답해서. 그래도 그 연락이 이번 미팅에 드라마틱하게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자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안도하고 풀어지진 말고. 나 이번에 김 대리한테 좀 실망했다?”
“…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그래 잘 좀 하자.”
말 한마디 한마디로 속을 긁고 갈구는 장 팀장.
운전을 하는 김동현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 좆같다.’
이렇게 돈 벌어서 밥 벌어 먹고 살기가 힘들다니.
친구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량이 없는 장 팀장도 야속하고, 일적인 재미나 성취감도 없는, 잘 맞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버겁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좋아하셨던,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치켜세워주시던 부모님을 떠올리면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다.
‘… 내가 참는다. 참아.’
퇴근 후 맥주 한 모금이 간절하다.
빨리 미팅을 마치고 술이나 한잔 재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순간을 버티던 그때였다.
그들이 탄 차 앞으로 마치 대통령 경호단 행렬이라도 되는 것마냥 검은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도로를 질주했다.
보기 드문 광경에 시선이 쏠릴 때, 장 팀장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차야.”
“예?”
“오늘 미팅 주관을 한성준 사장님이 하시거든. 그러니까 도착하고 나서 될 수 있으면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 예, 알겠습니다.”
장 팀장의 주의를 받으며 드디어 네뷸라 케미컬 본사에 도착했다.
이후 관계자들에게 안내를 받아 대회의실에 도착하여 네뷸라 케미컬 대표를 기다렸는데, 마침내 도착한 그 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의 절친인 정우였던 것이다.
그의 절친이 벙찐 얼굴로 그를 불렀다.
“… 동현이?”
“… 정우?”
김동현도 정우를 알아보고 얼떨떨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때, 옆에 있던 한성준 사장이 물었다.
“어? 두 분 혹시 아는 사이입니까?”
“어… 그게….”
친구라고 얘기하려다가 문득 자신이 알던 정우가 아닌 것 같은 괴리감이 느껴져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갑자기 ‘친구’라는 그 쉬운 한마디가 목구멍에 턱 걸려 나오지 않던 그때였다.
“예. 동현이는 제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정우가 씨익 웃으며 그 쉽고도 어려운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오늘 하루 힘들었던 게 생각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 앞에서 꼴사납게 눈물을 보일 수야 없지.
김동현도 피식 웃었다.
“예. 저 녀석이 제 친구입니다.”
환한 미소로 대답하는 김동현. 그리고 그에게 친구로 불린 이정우 대표.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 두 사람을 한성준 사장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고.
뒤쪽 미팅단에 섞여 있던 장 팀장의 당황한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 * *
친구를 만난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지만, 덕분에 미팅은 더욱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다.
애초에 대한전자와 척을 질 생각이 없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친구의 회사였기에 정우는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이 대표가 우리 직원과 친구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성준 사장이 미소와 함께 중후한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대한그룹 한씨 일가의 첫째라는 타이틀과 다르게, 그는 굉장히 유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다.
뉴스에 안 좋은 일로 나오던 한씨일가의 막내 한민준 대한화학 부사장과는 전혀 이미지가 달랐달까.
특히 중년 특유의 여유와 기품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저도요. 얘가 대한전자 다닌다는 것만 알았지, 무슨 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얘기를 안 해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 했습니다.”
“얘기를 안 했다구요?”
“예. 동현이가 속이 좀 깊거든요. 나쁘게 말하면 속에 담아둔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자기 얘기를 잘 안 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청년이네요.”
“안 좋은 거죠, 뭐.”
“그래도 그런 점 때문에 우리 동현 씨가 이정우 대표와 같은 걸출한 인재와 친분을 나누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야, 동현아, 너도 들었지? 한 사장님이 너 좋게 보셨어. 너 이거 나중에 나한테 한턱 쏴야 되는 거 알지?”
“야, 사장님 계시는데 무슨 이상한 소리야.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친구 놈 교육을 잘 못시켰습니다.”
“하하, 아니에요, 아니에요. 두 분 친근한 모습을 보니 보기 좋네요.”
미팅이라기보다는 거의 수다에 가깝게 회의가 진행되었다.
친구 앞이었기에 더욱 너스레를 떠는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한성준 사장과는 대화가 잘 통했다.
그는 보통 일반 사람이 떠올릴 법한 재벌가 특유의 고압적일 거라는 편견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보였다.
어쨌든 친구라는 공통 주제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솔리드스타를 공급받고 싶으시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차량용 배터리가 아닌 핸드폰에 들어갈 사이즈의 배터리를 원합니다.”
“음, 핸드폰 배터리…. 핸드폰배터리라면 상관이 없겠네요.”
“납품 가능합니까?”
“예. 다만 문제는 지금 물량을 맞춰드릴 수가 없어요. 공장 완공 이후에도 한동안 대부분의 생산량이 테슬라에 공급될 예정이거든요.”
모델S의 주문폭주로 인해 거기 들어갈 솔리드스타를 납품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한국공장이 완공되어도 10년은 걸릴 정도의 양이니 오죽하랴.
그런 상황에서 다른 기업의 배터리 납품 요청을 받아들인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는 저희 역량 밖이라서요.”
“그냥 계약만 해놓아도 좋습니다. 솔리드스타 납품을 받게 된다는 보증수표만 있어도 저희 대한그룹에겐 이득이거든요.”
정우가 거절하려 했지만 한성준 사장은 끈질기게 붙잡았다.
계약만 하는 조건이라면 얘기가 또 달라지지.
무엇보다 이토록 저자세로 나오는 대한전자의 입장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음… 사실 테슬라와는 솔리드스타 공급 독점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독점이라구요?”
“예. 미국 현지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요.”
“아…!”
정우의 말에 한성준 사장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즉, 미국 생산 물량이 아닌 한국에서 생산한 솔리드스타는 독점이 아니라는 의미였으니까.
“그렇다는 얘기는…?”
“납품은 가능합니다. 다만, 원하시는 만큼 드리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 말에 한성준 사장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저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차세대 전고체배터리인 솔리드스타를 탑재한 스마트폰, 그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정우는 한 사장의 말에 솔리드스타를 단 스마트폰을 상상해보았다.
십 분만에 80% 이상 충전되고, 폭발 위험성도 없으며, 크기 대비 배터리 용량도 배 이상인 스마트폰.
다른 성능의 향상 없이도 배터리만 바꾸는 것으로 혁신이라 말하기에 충분했다.
‘… 개쩔겠는데?’
모델S를 공개했던 만큼의 파장이 예상되었다.
그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기회였다.
그리고 그런 파급력을 거머쥐기에는.
‘솔직히 대한은 좀 아니지.’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의 진성도, 세계 매출 1위의 애플도 아니라 대한에 납품할 이유가 없었다.
확실하지 않은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납품받으러 가장 먼저, 그것도 사장이 찾아왔다는 것이 아니었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거절했으리라.
‘그만큼 급하다는 거겠지?’
실제 역사에서도 대한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저 두 양강에 더하여 중국산 휴대폰의 홍수에 치이다가 곧 마무리되게 된다.
‘역시 대한전자는 아니야.’
가망이 없다고 속으로 결론을 내린 정우가 거절할 명분을 찾으려 머리를 굴릴 때쯤, 한성준 사장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저희 대한전자가 개발하는 신기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터리가 바로 솔리드스타일 겁니다.”
“신기술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