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79)
화이트 하우스White House, 일명 백악관.
그곳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 그러니까 에너맥스1000이 대한화학의 블러핑이었다?”
“예. 각하. 보고서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이 상용화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했을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미국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 국장의 보고를 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이런 보고를 받게 된 배경에는 네뷸라 케미컬이 얽혀 있었다.
일찍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부DOE 지원사업으로 네뷸라 케미컬에 25억 달러를 지원하였다. 솔리드스타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한 건데 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네뷸라 케미컬은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기존 AESC 테네시 공장을 크게 확장하여 기가팩토리화시켰고, 이 과정에서 테네시 주 지역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었다.
공화당 지지주인 테네시 주에서 큰 성과를 거뒀기에 당연하게도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당연지사.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DOE 지원사업은 성공적인 지원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중요한 성과였다.
그런데 대한화학의 에너맥스1000 발표로 인해 트럼프의 성과가 빛이 바랬다. 전세계 유일무이한 상용화 전고체배터리 생산 기업을 미국에 유치했다는 평가가, 이제는 단순히 상용화 전고체배터리 생산기업을 지원했다 정도로 낮게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간만에 지지율 올려서 좋았는데 말이지. 적어도 내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 타이틀을 우려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이런 치팅Cheating이 숨어 있었구만. 코리안 놈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네뷸라의 미스터 리도 한국인입니다.”
“그 사람은 논외로 하고. 아무튼 이 사건 주도한 놈은 바보가 분명해. 실체가 없으면 곧 탄로 날 계획인데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대한화학의 모든 걸 주도 중인 한동준이라는 인물이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그룹의 후계자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승계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승계?”
“대한그룹 한 회장의 둘째가 치밀하고 욕심이 많은 성격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각하의 말씀대로 바보가 아닌 이상 무언가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뭐, 조그만 땅덩어리의 작은 기업의 승계 구조야 우리야 상관 없는 일이지. 그래도 미국이었으면 당장 잡아넣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군.”
트럼프가 중얼거리며 CIA에서 조사한 보고서를 살폈다.
거기엔 CIA가 어떻게 대한화학의 블러핑을 눈치챘는지 샅샅이 조사한 과정과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 테슬라 모델S-SP의 판매 루트 중 수상한 정황을 추적하여 모델S-SP가 해체되어 솔리드스타가 암시장에 거액으로 밀수되는 걸 확인하였고, 그 루트의 끝에서 대한화학이 걸려든 것이다.
이미 에너맥스1000이라는 상용화 전고체배터리 기술을 가진 기업이 굳이 타사의 전고체배터리 상품을 비밀리에 입수한다?
여기서 수상함을 느낀 CIA는 더 깊이 파고들었고, 대한화학이 100GWh까지 에너맥스1000의 생산량을 늘린다는 발표와 달리 공장 확장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으며, 타사와의 공급 계약 역시 체결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
즉, 정황상 대한화학의 에너맥스1000은 허구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에너맥스1000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정황상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 이 자료를 언론에 공개해야겠구만.”
“글쎄요. 외람되지만 제 생각에는 미국 정부는 중립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간의 일이라 자칫 만에 하나라도 에너맥스1000이 사실일 경우에는 입장이 우습게 될 겁니다.”
“그것도 그렇긴 한데, 난 내 안목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데?”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흠… 일단은 오케이. 아무튼 이 자료만 보면 우리가 주목하고 지원해야 할 기업은 명확하군.”
“겨들 사이에 있던 귀한 곡물을 찾았으니(Separate the grain from the chaff: 옥석을 가리다) 잘 보관해야죠.”
“그렇지. 모두가 등을 돌리고 있을 때 누가 아군인지 어디가 진짜 보금자리인지 똑똑하게 인지시켜줘야지. 알겠어. 큰 도움이 되었네. 국장은 이런 정보 있으면 또 보고해주게.”
“알겠습니다. 각하.”
CIA 국장이 퇴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책상을 두드리다가 이내 수화기를 들었다.
“어, 나야. 네뷸라 케미컬에 관해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애로 사항이 있나 확인해봐. 불편 사항이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말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라는 얘기야. 그래. 수고하게.”
부관에게 간단하게 일처리를 맡기고 트럼프는 다음 안건을 확인하였다.
한 나라, 그것도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할 일은 많았고, 자국에 도움이 될 기업을 신경 쓴 건 그저 스쳐 가는 수많은 업무 중 하나일 뿐이었다.
* * *
트럼프의 지원 결정 덕분에 열리려던 정우의 지갑은 도로 닫혔다.
부지를 공짜로 넘겨받게 되어서 기가테네시 부지 확보에 쓰려던 돈이 굳게 된 것이다.
“… 받고도 좀 얼떨떨 하네요. 미국에서 왜 이렇게 잘 해주죠?”
주지사와 미팅을 마친 정우가 놀라서 탁 본부장에게 얘기하자, 탁세훈이 피식 웃었다.
“에이, 대표님. 그만큼 미국이 네뷸라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입니다. 모델S-SP 있냐 없냐로 진짜 부자냐 아니냐로 갈리고 있어요. 미국 말고 해외에서도 모델S-SP 구매하려고 난리구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상용화시킨 나라이자, 그걸 성공시킨 대통령. 이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 지원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주지사 말로는 공짜도 아니라면서요.”
“네. 기가테네시에 테네시 주 근로자들을 일정 인원 이상 고용 및 유지해야 하고, 미국 기업에 솔리드스타를 우선 납품하는 조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장기 대여 개념이네요. 근데 부지 직접 구매하는 거에 비하면 껌값이긴 합니다.”
“맞아요. 땡큐인 상황이죠. 이거 굳이 제가 올 필요도 없었겠는데요?”
정우가 뭘 하기도 전에 일이 술술 잘 풀리니 당황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좋은 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표님, 근데 좋은 소식이 또 있습니다.”
“예? 뭔데요?”
“아까 미팅하고 계실 때 한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한국이요? 무슨 일인데요?”
“성태규 전무님이 그래핀 전극 개발에 성공하셨다고 합니다!”
“정말요?”
그래핀 전극은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로, 그래핀 태양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그래핀이 워낙 얇아서 전극 기판에 그래핀을 고정하기 어려우며, 그래핀이 가진 소수성 때문에 표면 코팅을 방해하여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한 것이다.
즉, 제대로 된 그래핀 태양전지가 나올 가장 큰 고비를 넘은 셈.
“이거 당장 한국으로 가야겠는데요.”
“네? 대표님 벌써 한국 가시게요?”
“예. 가서 그래핀 태양전지 개발되는 거 확인해야죠. 여기 기가테네시 공장 유지비가 장난 아니라는데, 빨리 그래핀 태양전지 패널로 덮어서 충당하고 싶거든요.”
“태양전지 패널 개발로 충분하지는 않을 겁니다. ESS(Energy Storage System)도 필요하실 거예요.”
“아, 낮에 태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해놓고 저녁에 쓰는 개념이죠? 안 그래도 그래핀 태양전지 개발이 완료되면 그 부분도 개발 고려 중입니다. 근데 솔리드스타를 활용하면 되는 문제라 ESS는 개발이 어렵진 않을 거예요. ESS도 따지고 보면 배터리의 일종이니.”
“그렇죠. 역시 잘 아시네요. 그럼 ESS도 성태규 전무님이 개발 중이신 건가요?”
“유현석 연구원이라고 아시죠? 천재인 친구.”
“예, 압니다.”
“성 전무님이 그 친구랑 같이 개발 중입니다. 아마 괜찮은 아이가 나올 것 같아요.”
“저도 기대 되네요.”
“아무튼 개발 사항도 확인하고, 거래소도 운영팀 인원 뽑고, 유일자동차에 솔리드스타 납품하기로 한 거 아시죠? 청주 공장 설립 관련해서 진행 사항도 확인해야 합니다. 할 게 생각보다 많아요. 요새 코인 매매도 자주 못할 지경이라니까요.”
“이야… 대표님 돈도 많으시면서 거기서 더 버시려구요?”
“왜 아니겠어요. 돈 더 많이 벌려고 지금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욕심도 많으셔.”
“탁 본부장님 왜 본인은 빼놓고 얘기합니까? 언제는 한국 2위 부자로 만들어달라면서요?”
“… 그 욕심 많은 놈이 접니다.”
“뭐라구요? 하하하하.”
탁세훈 본부장과 화기애애하게 우스갯소리를 하던 그때였다.
옆에 있던 지서현이 끼어들었다.
“근데 대표님, 저는 좀 걱정입니다.”
“응? 서현 씨 뭐가?”
“대표님이 네뷸라 그룹 내의 일을 너무 일일이 신경 쓰시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대표님 정도면 직원들에게 일을 맡겨두고 굵직굵직한 안건들만 처리하시는 게 어떠실지… 과로하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되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녀의 걱정에 정우가 피식 웃었다.
“괜찮아. 대표가 일 안 하면 직원들도 일 안 하게 되어 있어. 대표가 몸소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도 지난번처럼 과로하다가 쓰러지시는 건 아닌지… 요새 운동은 하고 계십니까?”
“운동…?”
그러고 보니 단타 삼매경에 빠졌다가 과로로 쓰러지고 나서 운동을 하고 자기관리를 하기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일에 치이다 보니 운동은 뒷전이고, 평소처럼 일에 쫓기듯 지내고 있었다.
정우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지서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설마 운동 안 하시는 겁니까?”
“일이 좀 바쁘다 보니까… 하하.”
“그래도 건강 챙기셔야죠! 식사는 제때 하시는 건가요? 볼이 헬쭉해지셨습니다만?”
“… 그냥 가끔 도시락 배달시켜 먹어. 그리고 미팅 때문에 맛있는 것도 자주 먹고. 알잖아? 높으신 분들 만나면 진짜 진수성찬 먹는다니까.”
지서현의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회피하며 정우가 얼버무렸다.
물론 미팅이 없을 때 끼니를 때울 때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컵라면을 먹곤 했다. 평소 컵라면과 같은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편이니까.
… 하지만 저 눈을 보며 컵라면을 먹었다고 말하면 사망할지도 모른다.
정우를 노려보던 지서현이 입을 열었다.
“안 되겠습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음? 밥 먹자고?”
“예. 탁 본부장님, 테네시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이 어디죠?”
“어… 저도 사무실이나 숙소에서 맨날 배달시켜 먹어서… 중국식 볶음 누들 맛있게 하는 곳 있는데 거기 가실래요?”
“그런 탄수화물 덩어리 말구요. 고단백질 위주의 영양까지 갖춘 그런 괜찮은 식당을 알고 싶습니다.”
“… 한번 알아볼게요.”
그녀의 눈총을 받은 탁세훈 본부장이 깨갱하며 식당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 역시 서현 씨는 무서웡.
* * *
강성열 팀장은 요새 살맛이 났다.
정우를 믿고 집어넣은 코인 투자가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더리움에 몰빵한 상태였는데, 거기에 투입한 자금이 무려 1억 5천만원.
집을 사기 위해 알뜰살뜰 모았던 자금을 모조리 때려 박았던 것이다.
사실 그가 이렇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정우의 도움이 컸다. 원래 강성열은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투자 스타일이 과감하지 못했고, 항상 소액만 자잘하게 투자해서 밥값 정도만 벌곤 했다.
그랬던 강성열은 자신의 후임이었던 정우가 코인 투자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것을 가장 가까이서 봤고 결심했다.
이미 성공했고, 성공에 대한 안목과 감각이 뛰어난 후임, 아니 이제 자신의 상사가 된 이정우 대표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과감하게 코인 투자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강성열 역시 코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서 어느정도 확신을 갖게 된 것도 있었다.
다만 그가 이더리움에 몰빵을 하게 된 배경에 정우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
덕분에 강성열의 투자는 대박이 났다.
이더리움에 투자한 1억 5천만원이 무려 4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퇴근 때가 되자 강성열이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띤 채 일어났다.
“자자, 오늘 회식합시다!”
“회식이요?”
“팀장님, 전 일이 바빠서….”
직장인이 기피하는 회식.
당연하게도 회식 얘기에 하나둘 빠지려는 모습에 강성열이 무안한 듯 덧붙였다.
“뭐야, 가기 싫어? 나 오늘 거하게 쏘려고 했는데.”
“거하게요? 어디 가시려구요?”
“요 앞에 그 비싸보이는 횟집 있잖아. 거기서 다금바리나 먹으면서 코인 얘기나 할까 했지.”
“오! 다금바리!”
“팀장님 대박! 바로 가시죠!”
안 그래도 핫한 코인 얘기를 하자는 말에 솔깃한 건지, 다금바리에 솔깃한 건지 팀원들이 우르르 회식에 나섰다.
강성열은 팀원들을 데리고 근처 고급 횟집으로 향했다.
팀원들을 다 먹이려면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니라 평소라면 부담스러웠겠지만, 오늘 그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행복해 보이는 그를 보며 팀원들이 물었다.
“팀장님, 요새 너무 싱글벙글하신 거 아니에요?”
“하하하,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하냐고. 요새 살맛이 난다, 살맛 나.”
“코인 투자하신 거 또 잘되신 거예요?”
“어. 방금 또 500만원 올랐더라고.”
“예? 500만원이요?”
“와….”
팀원들이 감탄했다.
“대박, 하루만에 월급을 버시네요.”
“진짜 부럽다….”
“에이 뭘. 우리 개발팀의 전설, 이정우 대표님에 비하면 새발에 피지.”
강성열 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대표님은 전설이긴 하죠. 무일푼으로 자수성가하신 분이니까.”
“아무렴. 코인으로 번 돈이 천억 단위라는 소문이 있어.”
“천억이요? 에이 설마요.”
“진짜라니까. 그게 아니면 성운이노베이션 시절에 어떻게 우리 회사를 인수했겠어. 어디 미국 슈퍼볼이라도 당첨된 게 아니라면 말이야.”
“차라리 슈퍼볼 당첨이 더 가능성 있겠는데요? 코인으로 어떻게 그렇게 돈을 벌었지….”
“올해 초만 해도 코인 가격 엄청 낮았잖아. 딱 초창기 투자라서 번 거지.”
“하, 그때 이정우 대표님 코인 투자하신다고 했을 때 바로 따라했어야 했는데.”
“과거로 돌아가도 난 못해. 누가 알았겠냐고. 그 당시에 코인 투자한다고 하면 도박쟁이라 했는데. 알지? 우리 이 대표님도 코인 투자했다고 회사에서 소문 엄청 안 좋게 났던 거.”
“정말요?”
“지금은 다들 우리 대표님이 투자의 귀재로 알고 있지만, 그땐 그랬지.”
“예상 밖이네요.”
과거 정우가 개발팀이던 시절을 회상하며 강성열 팀장이 아련한 눈빛을 지었다.
“근데 우리 대표님은 뭐 하고 계실라나? 이렇게 장이 좋은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