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coin jackpot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마침표를 찍는 것도 괜찮겠지
정우는 이더리움, 비트코인, 리플, 에이다 등 메이저 4개 코인 종목을 대상으로 숏 포지션을 매집했다.
각각 50억 달러씩 숏 포지션을 잡았는데, 이더리움의 경우 1,200불부터 10억 달러씩 분할 매수에 들어갔기에 30억 달러가 매집된 상태였다.
매집해야 할 물량이 많아서 1,400불 고점에 모든 숏 포지션을 매집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거니와, 회귀 후 정우의 자산이 너무 커지면서 코인 시장의 미래가 조금씩 뒤바뀌고 있다는 점도 있었다.
‘조금 더 올라오면 20억 달러 추가로 매집해서 50억 달러를 채우자.’
그런 이유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분할매수로 숏 포지션을 매입 중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우의 우려대로 그가 기억하던 미래가 변하기 시작했다.
분명 1,400불 고점이어야 할 이더리움이 1,400불을 지나 1,500불을 뚫고 올라가 버린 것이다.
“……여기서 더 오른다고?”
미래가 바뀌어서 당황했지만, 미리 모든 시드를 사용한 게 아니었기에 정우는 1,500불에도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1,500불을 지나 1,600불을 뚫고 올라갔고, 1,600불에 걸어 둔 마지막 남은 10억 달러어치가 체결되면서 정우의 이더리움 숏 포지션은 총 50억 달러가 되었다.
그리고 정우의 모든 물량을 받아먹은 이후에도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1,600불을 지나 1,700불, 1,800불, 마침내 2,000불까지.
쉬지 않고 달린 이더리움은 2,000불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주춤주춤 멈춰 섰다.
공성전을 치르는 병력처럼,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갔다.
마치 가격이 멈춘 것처럼 막상막하의 기세로 2,000불에서 수없이 많은 매수물량과 매도물량이 체결되어 가는 걸 보면서 정우는 문득 어떤 운명을 느꼈다.
넘칠 듯 차오른 물컵이 넘치게 하는 건 단 하나의 물방울인 것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룬 저울이 기울어지게 하는 건 먼지 한 톨인 것처럼.
이 멈춰 버린 이더리움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1달러면 충분할 터.
그리고 자신에게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이더리움 레버리지가 남아 있었다.
50억 달러의 숏 포지션은 겨우 1배 레버리지에 불과했으니까.
즉, 최대 100배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면 5,000억 달러라는 현 이더리움의 시총조차 가뿐히 넘어서는 무지막지한 숏 물량을 강제로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무너진 2017년 코인시장, 이 손으로 그 마침표를 찍는 것도 괜찮겠지.
결국, 선택의 순간에서 정우의 결정은 ‘Short’이었다.
50억 달러를 이용해 생성된 무지막지한 물량의 공매도 물량이 매도벽으로 채워진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매도벽 앞에서 순식간에 2,000불의 문을 두드리던 매수벽이 무너졌다.
항복선언.
마치 너희가 이겼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마치 방금까지 존재했던 매수벽은 신기루였다는 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함께 2,000불을 넘을 거라고 믿고 달려들던 철부지 같은 부나방들의 희망이 사라졌다.
대신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망과 지옥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망은 누군가에겐 희망과 밝은 미래가 되어 줄 터.
삶의 희비가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이더리움의 가격은 스카이다이빙을 하듯 고공낙하 했다.
마치 중력가속도에 제트엔진의 추진력이라도 더한 것처럼 거의 빛의 속도로 내리꽂혔다.
그 직후, 숏포지션을 매집하면서 마이너스 상태라 빨간불로 반짝이던 정우의 이더리움 포지션이 초록불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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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Short(Cross 2.87x)] [Quantity: 8,571,428.5ETH] [Entry Price: 1,749] [Mark Price: 1,377] [Liq. Price: 3023.1] [Value: 8,197,142,830.5USD(+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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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50만 개에 달하는, 가격으로 따지면 15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숏 물량이 수익 상태로 들어서면서 정우의 이더리움 포지션 가치는 80억 달러에 도달했다.
단 한 번의 거래로 30억 달러, 거의 4조 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이다.
“……미쳤군.”
클릭 한 번에 기가팩토리 하나가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19,000불에서 종료한 비트코인 롱 포지션 수익은 75억 달러였고.
1,400불에서 종료한 이더리움 롱 포지션 수익은 99억 달러였으며.
거기에 리플, 에이다, 스텔라루멘 등등 알트코인 순환펌핑 스윙 매매로 벌어들인 자금이 80억 달러였다.
게다가 절대 지지 않는 단타 매매법으로 벌어들인 20억 달러의 자금까지 더하면 274억 달러.
숏 포지션에 200억 달러나 투입했음에도 아직 정우에게는 75억 달러 가까이 남아 있었다.
“물론 기가테네시 투자 건 때문에 일부는 익절해서 출금해야겠지만…….”
어차피 숏 포지션의 수익률 상한선은 100%로 고정되어 있기에 50% 이상의 수익을 내면 분할매도하여 익절하는 게 낫다.
이를테면 10,000원짜리 코인이 1원이 된다 하여도 수익은 99.9%가 최대인 것이다.
때문에 정우는 숏 포지션을 오래 홀딩하기보다는 적당히 반토막이 났을 때 일부 익절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홀딩하는 동안 그의 총알이 되어 줄 단타 자금이 무려 75억 달러에 가까운 셈이었다.
정우는 이 75억 달러의 자금으로 ‘절대 지지 않는 매매’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제 하락추세로 전환되었고, 앞으로 최소 1년간은 내려가기만 할 테니 숏만 잡으면 질 수가 없지.”
미래를 알기에 정우만이 할 수 있는 절대 지지 않는 무적의 매매법.
승률 100%를 자랑하는 단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우는 단타용 계정인 WooJung3 계정에 접속했다.
롱포지션으로 돈을 복사했던 우정3 계정이 이번엔 숏으로 또 한 번 돈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 * *
제로섬 게임 경제 원리에 따라 돈을 번 승자가 있다면, 돈을 잃은 패자도 있는 법.
그리고 그 패자는 안예슬이었다.
1월 초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되기 전.
유료리딩방을 무려 3개나 추가로 가입한 그녀는 꿈에 부풀었다.
유료 분석 픽만 잘 따라간다면 앞으로 부자가 되는 건 일도 아닐 거라 믿으며.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그녀의 시드머니는 계속 지지부진이었다.
앞서 케이코시그널에 가입해서 손해를 봤던 것처럼, 자꾸 익절 타이밍을 놓치거나, 고점에 들어가 물리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때문에 돈을 벌고 잃고 반복하면서 그녀의 시드머니는 거의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녀도 본능적으로 알았다.
코인시장이 영원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니,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기만 해도 슬슬 하락관점을 공유하는 글들이 많아지고 있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목돈을 만들어 출금할 생각에 조급해진 그녀는 언제나 풀시드로 매매를 했다.
그런 그녀가 최근 주목 중인 채널은 회원 수 2만 명의 단톡방을 운영 중인 별님아빠 유료리딩방이었다.
주식 쪽에서 유명했던 별님아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주식전문가가 운영하는 코인 리딩방이었는데, 그 리딩이 기가 막히다는 소문처럼 생각보다 분석이 정확했던 것.
시프 시그널과 에이스 시그널 등 다른 시그널들 픽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안예슬은 주로 별님아빠의 분석픽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19,000불을 찍고 12,000불까지 고꾸라졌던 비트코인이 다시 17,000불까지 상승하면서 새로 시작된 불장에서, 별님아빠의 리스크를 염두에 둔 보수적인 분석픽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남들이 동전주 메타 속에서 트론과 스톰 등의 동전주 코인으로 수백 퍼센트씩 수익을 내는 불장에서 별님아빠의 분석픽을 따른 회원들은 2~30%의 수익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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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주식 고수라고 믿고 따라갔는데, 영 별로입니다
-별님아빠님 분발해 주셔야겠는데요? 어떻게 유료픽도 안 보는 제 친구보다 수익률이 낮으세요;;
-[방장]: 리스크 관리는 필수입니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멋모르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결국 다 시장에서 도태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수익이 낮다고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따라와 주십시오. 저는 여러분을 안정적으로 모두 부자로 만들어 드릴 겁니다.
만약 이런 제 투자 관점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나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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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아빠는 그런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분석을 이어 갔다.
안예슬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그런 고집스러운 점이 전문가답다고 여기며 그를 믿고 따랐다.
그래서일까. 조금씩 시드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1,000만 원 원금까지 줄어들었던 그녀의 시드가 1,500만 원까지 불어나게 되자, 그녀는 별님아빠를 더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 공격적인 투자는 언젠가는 실패하게 되어 있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
단 며칠 만에 2배, 3배씩 먹은 인증글들을 보면 배가 아팠지만, 저들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운 좋게 몇 번 땄지만, 언젠가는 큰 실패를 맛보고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잃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은 지금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자신의 50% 수익 인증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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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코린이 50% 수익 인증!]케이코시그널 따라서 한때 4,000만 원 가까이 수익 냈다가 반토막의 반토막 났던 코린이입니다
케이코 시그널 손절하고 이번에 별님아빠 유료픽 따라서 드디어 수익 좀 보네요
다른 몇백 퍼센트 수익 내신 분들에 비해서는 소소하지만 인증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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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자랑 인증글.
찬사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저 약간의 호응을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의 인증글에는 악플이 우수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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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유료픽? 냄새가 난다… 냄새가…
-아니 혼자 분석해서 투자하면 되지 왜 남의 분석을 믿고 투자함? 그 사람이 워렌 버핏이라도 됨?
-ㅇㅈ 그렇게 투자를 잘하면 혼자 투자하면 되지, 왜 유료회원을 받아서 돈을 받음 ㅋㅋㅋㅋㅋ
-미래를 그렇게 잘 예측하면 이미 워렌버핏 뺨싸다구 백만 대 후려갈겼을 듯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님아빠? 그 사람 주식 분석 잘못했다가 주식 쪽에서 완전 매장당했다더니, 이번엔 코인 쪽으로 갔나 보네 ㅋㅋㅋㅋㅋㅋ 단 한 번도 주식이나 투자쪽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전문가 행세하나 보네
-아이고 딱 봐도 코린이인데 유료픽 믿지 마요… 그놈들 다 사기꾼입니다
└님이 손해 봐도 그놈들 책임도 안 져요… 진짜 조심하세요
└코린이가 아니라 그냥 멍청한 거;; 남의 말을 왜 믿냐…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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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안예슬의 판단을 비웃어 댔다.
일부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그녀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맥락이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자신도 눈이 있고 머리가 있다. 별님아빠라는 사람은 진짜였다!
아니, 진짜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후 코인의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되자 그녀의 판단은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모두가 물리는 위기 상황에서 그렇게 리스크 관리를 부르짖던 별님아빠의 픽은 무참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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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1억… 미치겠네요 하….
-아니, 리플 겁나 오를 때는 관망하라더니, 4,000원에 진입하라는 건 무슨 X신 같은 경우임? 그래 놓고 떡락하니까 손절가도 안 알려 주고 ㅡㅡ X같네 ㅅㅂ
-별님아빠님, 에이다 분석픽대로 들어갔는데 물렸어요… 어떡하나요?
-[방장]: 욕하지 마시구요. 제 관점 공유 이미 다 해 드렸습니다. 리플은 4,000원 지지라인 무너지면 분석이 빗나갔다고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 지지라인 무너지면 알아서 손절하셨어야죠. 이제 와서 제 탓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방장]: 그리고 에이다는 1차, 2차 분할 매수하셨으면 아까 반등 나왔을 때 충분히 본절 탈출 가능했습니다. 1차 매수가에 풀매수해 놓고 저한테 도와달라고 하시면 제가 어떻게 해 드려야 합니까….
-아니 그럼 이대로 존버하라는 거예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손절하라는 거예요? 다시 오를 가능성은 있는지 말씀은 해 주셔야죠.
-[방장]: 다시 고점을 리터치하러 갈 무빙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다리시면 기회가 올 겁니다.
-ㅅㅂ 기다리라는 게 대응의 전부라고? 장난하나 진짜!
-ㅋㅋㅋㅋㅋㅋ 별님아빠 드디어 본색 드러내네
-저 새끼 투자자들 다 망하게 하기로 유명함 ㅋㅋㅋㅋ 실제로 지는 투자도 안 함
-진짜요? 별님아빠님, 코인 투자 안 하시나요?
-[방장]: 저 아세요? 그리고 이상한 유언비어 퍼트리지 마시구요.
-[방장]: 방금 욕하신 분 강퇴 및 차단합니다
-아니 지금까지 우리한테 준 픽 투자 들어갔는지 증거 보여 달라니까요?
*****방장이 XXXXX님을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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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아빠의 픽을 따랐다가 물린 유료회원방 회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 모두 별님아빠에 의해 강퇴당하거나 차단당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 상황을 보면서 안예슬은 고민했다.
정말 자신의 판단이 틀린 걸까.
사기꾼 말만 믿고 투자한 것일까.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계좌에 찍힌 선명한 -50%라는 수익률 때문이다.
“……난 틀리지 않았어.”
별님아빠가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고 했으니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별님아빠 말을 믿고 존버하지만, 자리는 오지 않고.
코인은 계속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50%를 지나 -60%, -70%를 찍자 그녀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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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아빠… 따님 이름 걸고 활동하시길래 믿었는데 결과가 이게 뭡니까? 말 좀 해 보세요!
-하… 집 사려고 모은 돈 다 날려서 이혼당하게 생겼습니다 ㅜㅜ 어떡합니까 진짜….
-이거 고소 못 합니까? 저 사람 말만 들었다가 패가망신했는데 정말 미치겠어요
-별님아빠님 고소하실 분, 단톡방 만들었습니다. 이쪽으로 모여 주세요
-별님아빠 이 ㅅㅂ 새끼야! 밤길 조심해라?
-포기… 그냥 비싼 인생수업료 냈다 치고 현생이나 열심히 살렵니다….
-저도요… 모두 힘내십쇼….
*****XXXX님이 방을 나갔습니다*****
*****XXXX님이 방을 나갔습니다*****
*****XXXX님이 방을 나갔습니다*****
*****XXXX님이 방을 나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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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회원과 고소한다는 회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회원이 원금 회복을 포기한 듯 단톡방을 우르르 빠져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 지경이 되자 별님아빠는 대꾸도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잠적해 버렸다.
그제야 안예슬은 깨달았다.
자신은 호구였음을. 그녀의 판단은 틀렸음을 말이다.
혹여나 별님아빠가 돌아와서 도와주지 않을까? 새로운 분석을 던져 주지 않을까? 그런 일말의 희망 때문에 유료리딩방도 나가지 못한 채, 그녀는 답답한 감정을 토로하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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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님들 말이 옳았어요….얼마 전 유료분석픽으로 돈 벌었다고 인증했던 코린이에요
그때 다들 제가 이상하다고 비웃었는데 저는 믿지 않고 계속 따라갔거든요?
그랬더니 원금 반의 반토막이 나 버렸네요 ㅜㅜ
어떡하죠…? 저 대출 껴서 투자한 거라 진짜 이제 뒤가 없어요….
제발 원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ㅜㅜㅜ
└ㅁㅊ ㅋㅋㅋ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다
└말투 보니 딱 여자 같은데, 아줌마, 돈 벌려면 코인 선물하세요
└ㅇㅈ 코인 선물 가서 100배 레버리지 땡기면 한 번에 복구 가능함
└ㅁㅊ ㅋㅋㅋㅋㅋ 나만 꿀 빨려고 했는데 그걸 왜 알려 줌?
└와 이 새끼들 진짜 나쁜놈들이네;; 아줌마, 선물 거래 겁나 위험합니다 ㄷㄷ 여기 댓글 믿지 마세요!
└└이 새끼가 더 나쁜 놈임 ㅡㅡ 돈 버는 법 지만 알고 꿀 빨려고 하네
└└ㄹㅇ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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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선물?
뭔지는 모르겠지만, 달린 댓글들이 코인 선물을 하라는 말에 궁지에 몰렸던 안예슬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녀는 곧장 코인 선물 거래에 대해 찾아봤다.
일반적인 코인 현물 거래와 비슷하지만, 레버리지 활용 및 숏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레버리지를 쓸 수 있다고?”
이거다!
지금 원금이 400만 원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레버리지를 10배 정도 당기면 단 한 번의 매매로 그동안의 손해를 모두 만회할 수 있을 터.
청산 위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이 급한 안예슬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국내코인거래소에 있던 시드머니를 전부 해외선물거래소로 옮기고는 리플 10배 롱 포지션에 베팅했다.
“……이 정도 내려왔는데, 더 내려갈 리가 있겠어?”
반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그녀는 자신감 있게 리플 롱에 투자했다.
하지만…… 1,000원대였던 리플이 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잠깐의 조정이겠지.
이제 오를 일만 남았겠지.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리플은 쭉쭉 내려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800원을 뚫고 내려가 버렸다.
멍하니 그걸 지켜보던 그녀는 뒤늦게 이상을 감지했다.
“……어? 내 코인 어디 갔지……?”
분명 사 두었던 리플 롱 포지션이 사라진 채 검은 공백 화면만이 거래소 사이트를 채우고 있었다.
그제야 사달이 났음을 깨달은 그녀가 부랴부랴 원인을 파악했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게 되었다.
가진 돈이…… 전부 청산되어 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진짜 다 없어졌다고?”
순간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악몽 같은 상황은 생생한 현실이었다.
거래소 앱 대신 떠오른 전화 화면이 그것을 증명했다.
[사놔머니 콜센터]그것은 대부업체에서 온 대출 상황 독촉 전화였다.
정말로…… 그녀는 모든 재산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어떡해……!”
소송 인지대를 치르려고 끌어모은 7천만 원에 제3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 1천만 원까지.
8천만 원이 넘는 거액의 빚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냥 죽을까…….”
갑자기 모든 삶의 의욕이 사라지며 죽고 싶다는 절망과 좌절감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고, 자살할 시도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 주제에 투자는 무슨 투자야… 그냥 열심히 일이나 할걸…….”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빡세게 2년만 열심히 일하면 대출금을 갚고 새 출발 할 수 있을 터.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녀의 얕은 경력을 살려서 취업하기엔 좋은 조건의 직장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최저시급 근처의 직장들.
그 속에서 문득 그녀의 눈에 [고액 수익 보장!>이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저건…….’
그녀도 알았다. 일명 고액알바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파는 일이라는 것을.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던 그녀였기에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해당 구직게시글을 클릭했다.
꿀꺽-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임과 동시에, 안예슬은 천천히 스마트폰에 해당 구인공고의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 *
안예슬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오늘도 투자자들은 이번 하락의 원인을 뒤늦게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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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직도 우정님 따라서 숏 안 탄 흑우 읍재??????????(★누적 수익 100억 달성★)]-유튜버: 코인No.1
-시청자 수: 6,571명
[채팅창]-아니, 반의 반토막이 난 게 또 반토막 나는 게 말이 됨? 개X같네
-그래서 이번에 왜 떨어진 거야?
-시카고옵션거래소에 비트코인 파생상품 도입되면서 월가에서 숏쳐서 그렇다는데?
-월가 버거 새끼들 진짜! 개빡친다
-바완이 형 믿고 숏이나 칠걸 ㅜㅜ
-남바완 저 새끼 우정2 광신도 코스프레하면서 또 의문의 1승이네
-쟤 지금 거의 전승임 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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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나의 커뮤니티나 다름없게 활성화된 코인No.1 방송 채팅창은 코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그 채팅창을 보며 오늘도 행복한 방송을 진행 중인 우정이 광신도 남보원이 웃었다.
“그러게 행님들, 제가 뭐랬습니까. 코인 익절하고 숏 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다 우정님을 거스른 대가입니다! 음하하하하하! 비웃지 말라고요?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케케케케케케!”
시청자들을 놀리는 남보원의 행동에 시청자들이 야유를 날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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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완아, 지금 이번 장 하락 진짜 이유 코인판에 떴다!
-이건 ㄹㅇ인 듯 분석글 함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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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락 이유 분석글을 채팅으로 공유했다.
“이유가 나왔다구요? 흠, 그 이유라는 거 보면 항상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던데. 아무튼 한번 보죠.”
남보원은 그 분석글이라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락이든 상승이든 뒤늦게 물린 애들이 갖다 붙이는 변명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좋은 방송 컨텐츠가 되었기 때문에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시청자의 어그로에 어울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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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폭락의 진실. 배후에는 WooJung2가 있다]다들 이번 하락장으로 많은 손해를 보셨을 거라 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번 사태를 예상하고 미리 익절을 해 두었기에 횡액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대다수겠죠.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이번 사태를 피했느냐?
그건 간단합니다. 바로 WooJung2, 한국에서 우정2라 불리는 전 세계 1위 코인선물트레이더의 포지션을 참고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폭락사태가 나타나기 얼마 전, 우정2의 롱포지션의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량이 줄어든다?
네.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팔아서 익절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처음 저는 이 사건을 보고 우리가 모르는 최고의 트레이더만이 아는 어떤 정보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여 따라서 익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말로 최고의 선택이 되었죠.
하지만 이번 코인 폭락장을 지켜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이번 비트매스 리더보드에 갱신된 우정2의 포지션을 확인하셨습니까?
예. 놀랍게도 우정2는 숏 포지션을 매집하였습니다.
마치 이번 폭락장을 정확히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요.
그것도 2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어마어마한 물량의 숏이고, 그 숏포지션은 지금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의문을 느꼈습니다.
한 개인이 200억 달러, 한화로 20조 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정확히 미래를 예측한 것처럼 숏 포지션을 진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요.
저는 신이 아닌 이상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가정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번 사태가 의도된 거라면?
우정2가 일개 투자자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라면?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이 설명됩니다.
저는 감히 이렇게 가정을 하겠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 비트코인의 창시자의 코인 지갑은 코인시장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습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의 코인 지갑은 몇 번 열리긴 했지만, 코인 시장에 영향이 갈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코인의 창시자가 코인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은, 코인의 미래 가치가 끝났다는 선언과 똑같거든요.
결국 이 두 창시자는 코인시장의 부흥을 위해 절대로 지갑을 열 수가 없다는 것인데,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그 두 사람도 사람인데,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사람이라면 돈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있을까?
그 욕망을 충족시키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간단합니다.
바로 사토시와 비텔릭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전면에 내세운 채 후방에서 지원하면 됩니다.
이런 상황,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네. 저는 WooJung2, 그들이 사토시와 비텔릭과 같은 거대 세력의 집합체이자 세력 그 자체라고 추측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개인이 그 엄청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설명이 되지 않지요.
아니, 애초에 그 엄청난 자금을 벌어들이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태생부터 금수저가 아니라면요.
여러분, 여러분은 이번 코인 시장에서 실패한 게 아닙니다.
그저 세력들의 농간에 당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 원흉은 우정2, 사토시와 비탈릭과 같은 세력들이며, 그들은 절대 어겨야 하지 말아야 할 금기를 어겼습니다.
코인의 창시자들이 코인을 팔았다는 금기를요.
저는 감히 이번 폭락장을 코인 창시자들의 코인은 거품이라는 대외 선언이라고 판단하며, 향후 1년 이내에 비트코인이 휴짓조각이 될 것을 조심스레 분석해 봅니다.
이제 코인 시장은 끝났습니다.
더 늦기 전에 탈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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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논리정연한 분석글 뒤에는 여러 그래프와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누가 보아도 그럴듯해 보이는 그래프와 숫자들에 힘입어, 이 음모론은 핫게시글이 되어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미 거기 달린 댓글만 수백 개.
그들은 하나 같이 우정2의 실체를 기정사실화하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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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ㅅㅂ 우정2 자금 동원력이 이상하긴 했다;; 세력이면 말이 되지
-하, 그럼 내 돈 다 우정2가 빨아간 거야?
-우정2 쟤 고소 못 함?
-우정2 암살하러 갈 파티 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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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플들을 읽어 본 남보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 새끼들 미친 거 아닙니까? 우정님이 세력이라뇨? 한국이 낳은 전무후무한 트레이더가 세력?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진짜.”
“네? 행님들 설마 이 개소리 믿는 거 아니시죠? 제 방 초창기 시청자들은 알 겁니다. 우정2님 처음부터 시드가 저렇게 많지 않았어요. 초반엔 겨우 수백억 단위였는데, 그게 커지고 커져서 지금처럼 수십조 단위가 된 겁니다. 진짜라니까요? 아, 수백억을 비텔릭한테 받은 거다? 그 증거가 어딨는데? 증거부터 가져와 보고 개소리 지껄이세요 진짜.”
흥분한 남보원이 소리쳤다.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트레이더는 우정님인 건 변함이 없습니다. 괜히 뱀심 때문에 우정님한테 세력이다, 이번 빅쇼트의 배후다 뭐다 온갖 음해를 갖다 붙이는데, 제 방에서 그런 헛소리하면 가만 안 둡니다. 매니저, 지금 선동하는 새끼들 다 블랙 때려. 개새끼들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남보원의 성화에 채팅창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의 코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음모론은 번역이 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고.
개미 투자자들은 코인의 창시자들이 이번 폭락장에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찌라시를 믿고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진짜 코인 시장 망한 거 아니야?”
“창시자들이 코인 비전 없다고 생각하고 다 판 거면 끝이나 마찬가진데…….”
“마이너스 80%라고 내버려 둘 게 아니었어. 십 원 한 장이라도 더 건지려면 이거 당장 손절쳐야겠네, 젠장!”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이미 한참 내려간 상태인 코인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반토막에 반토막에 반토막이 난 코인들이 한 번 더 내려간다.
그 하락폭은 정우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가파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