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1)
첩자의 마교생활-11화(11/350)
11.
다음 날.
칠소궁의 대문이 텅 열리고, 마오가 사타구니를 긁적이며 길을 나섰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인지 퀭한 눈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죽림을 지나 냇가에 다다르자 빨래에 방망이질하던 여인네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급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마오는 대뜸 다가와 훌렁 옷을 벗고는 아랫물에 들어가 잠수를 했다.
“아니, 저기. 그거 잿물인데…….”
때가 둥둥 떠다니는데도 아랑곳없이 푸하! 머리를 내밀곤 양손으로 물을 떠 목까지 축였다. 이어 어깨도 파르르 떨자 물이 누레져서 흘러간다. 여인들이 으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 와중에 이목구비는 얄미울 정도로 훤칠하니 참으로 불편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목욕재계를 마치고 나온 마오는 파악! 내공을 일주천해 몸에 붙은 물기를 사방에 날려 보냈다.
“꺄악!”
졸지에 흠뻑 젖은 아낙네들. 더럽혀진 몸에 경멸의 비명이 숲속에 퍼지고, 마오는 그사이를 잔인하게 지나쳐 걸었다.
이것이 월하촌의 망나니.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지랄맞은 부분도 있었다. 이는 잠을 못 잔 이유와도 일맥상통했다.
그건 바로 장이서.
저를 기절시키고 내일 정식으로 보좌 취임하겠다고 통보해 온 건방진 7급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너 같은 녀석들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내가 졸로 보였겠지. 혼자 지내니까 아주 맛있어 보였을 거야. 그런데 장이수. 너 그거 아니?”
마오가 뒤뚱뒤뚱 지나가던 여아의 당과를 빼앗아 입에 물어 콰득! 씹어버리고는 잔인한 미소로 말했다.
“나는 자비를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으, 으아아앙! 세 살배기 아기가 울음을 터트린다.
자비를 모르는 건지, 그냥 좀 모자란 건지. 아무튼 마오의 생각은 확고했다. 내일 장이서를 위한 환영회를 제대로 열어주겠다는 것.
그것이 오늘 장터로 나온 이유였다.
“오셨습니까.”
어느새 시장 끝에 다다르자 으슥한 골목을 지키고 선 험상궂은 얼굴의 두 사내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마오가 눈인사를 건네곤 안으로 들어가자 각자 딴청 피우던 사내들이 지나칠 때마다 일어나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
“오셨습니까.”
“칠공자님, 오셨습니까.”
이들의 총칭은 흑룡파. 오래전부터 월하촌을 주름잡아 온 조직이었다.
천산은 수만에 달하는 교인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국(小國).
모두가 교직에 종사할 수 없고, 그들의 통제가 일일이 닿지 못하니. 이처럼 흑도의 군소방파와 같이 교엔 충성하되 조직을 꾸려 자유롭게 활동하는 자들이 더러 있었다.
그중 흑룡파는 6급귀 출신 용태가 꾸린 기본은 갖춘 놈들.
끼이익!
건물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마오가 골패(도박)가 한창인 중앙 탁상으로 걸어가 붉은 방석이 놓인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에 눈매가 부리부리한 삼십 대 후반의 사내. 두목 용태가 눈을 슥 올려 뜨곤 말했다.
“칠공자님. 기별도 없이 어쩐 일로. 같이 한 판 하시겠습니까? 오늘 제가 운이 아주 좋…….”
와르르! 마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박판을 바닥에 다 쓸어버렸다. 이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화들짝 놀라고, 용태는 눈이 부릅떠졌다.
아니, 다 이긴 판을…….
“너. 안 바쁘지.”
바빴다. 너 오기 전까진.
하나 미친놈 옆에서 눈칫밥만 수년째. 마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용태가 주변에 눈짓을 보내자 수하들이 손님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깍지 위에 턱을 기대곤 서늘하게 답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오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설치는 놈이 하나 있는데. 손 좀 봐줘야겠어.”
“그건 또 제 전문이지요. 누굽니까.”
“장이수. 내 보좌가 되겠다고 설치는 놈.”
보, 보좌!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무리 뵈는 것 없는 막장 인생이라지만 보좌는 천하무쌍 찍는 쟁쟁한 3급귀들 아닌가.
용태가 제 관자놀이를 박박 긁으며 수줍게 웃었다.
“이거 어쩌지요. 갑자기 저희 부친의 외 아드님께서 불의의 사고로 지금 상중이시라는 비보가……. 지금은 좀 곤란하겠군요.”
“지금 그깟 상이 중요해? 그리고 외아들은 너잖아!”
쾅! 마오가 벌떡 일어나 탁자를 저 멀리 내던졌다. 이에 용태의 눈이 띠용 튀어나올 듯 커졌다. 쇳덩이가 들어가 200근(120kg)이 넘는 무게거늘. 이걸 힘으로…….
“안 중요하죠. 예, 하나도 안 중요합니다.”
“그렇지? 그럼 그 7급귀 놈은 이제부터 흑룡파가 상대한다.”
“아니, 그걸 왜 칠공자님이 결정을…… 잠깐. 7급귀라고요? 보좌를 하겠다는 자가 말입니까?”
“그래. 조장이라더라.”
하, 용태의 입에서 헛웃음이 뱉어졌다. 7급귀 주제에 언감생심 3급귀 보좌 자리를 노려? 6급귀 출신인 자신도 이러고 사는데?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 아닌가.
“박살을 내버리겠습니다.”
“내일 그놈이 궁에 올 거니까 일찍 와서 대기해.”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들 싹 다 모아 가겠습니다.”
“역시 넌 말이 잘 통해. 그런 의미에서 이 돈은 바닥에 떨어진 거니까 주운 사람이 임자야. 맞지?”
아니, x발? 맞겠니? 당연히 아니라고 외치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이 악물고 웃는 수밖에.
마오는 주섬주섬 판돈들을 줍더니 손을 흔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살펴 가십시오…….”
용태는 허리 숙여 배웅하곤, 그가 사라진 뒤에야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저 망나니 자식. 보이면 다 제 거지. 이러니까 주변에 파리가 득실거리지. 하다 하다 이젠 7급귀까지 엉겨 붙냐? 참 가지가지다.”
6급귀가 할 말은 아니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근데 이름이 뭐라고? 장이수?”
“장이서입니다!”
“아, 그래. 장이서. 맞나? 잠깐……. 근데 너 이 새끼 뭐야? 너 왜 안 나가고 여기 숨어 있어?”
용태가 휙 뒤를 돌아보자 어디서 본 듯, 안 본 듯한 얼굴의 수하가 구석에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제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멍청한 새끼! 형님들 얘기하는데 버릇없게. 나가, 이 새끼야! 나가서 애들 싹 다 집합시켜!”
“예, 예!”
용태의 불호령에 수하 하나가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갔다.
“쯧. 애들 교육 어떻게 시키는 거야.”
한심함에 용태가 혀를 차며 아래위로 눈을 부라렸다.
어쨌든 이제 내일이 되면 칠소궁이 오랜만에 퍽 시끄러워지겠다.
물론.
‘이렇게 나오시겠다.’
밖으로 나온 수하가 골목 밖으로 나와 손으로 얼굴을 슥 가렸다가 떼자 평이한 용모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변장술의 최강 달인.
암각의 최고 요원 장이서.
그를 속이고, 일을 벌일 순 없겠지만 말이다.
* * *
다음 날.
칠소궁은 아침부터 부산했다. 본래 외딴섬이라는 별칭답게 음산한 맛이 나야 제맛이거늘. 오늘은 웬일인지 담장 안팎으로 인파가 북적였다.
그것도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에 검은 옷으로 멀끔하게 갖춰 입은 자들. 용태가 이끄는 흑룡파였다.
“형님, 애들 전부 입구에 대기시켰지 말입니다.”
“어, 수고했다.”
궁을 구경 중이던 용태의 뒤로 얇고 긴 콧수염에 미간이 넓고 입이 긴 사내가 고개를 꾸벅였다. 부두목 메기다.
용태는 정신이 팔린 사람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물러가라 손을 휘저었다. 오랫동안 칠공자와 알고 지냈지만 이처럼 칠소궁까지 들어와 본 건 처음이기 때문.
하지만 둘러본 시간에 비해 감상평은 짧고 요연했다.
“폐가구만. 응. 폐가야.”
우거진 잡초에 수년 된 거미줄은 기본이고, 곳간의 문짝은 헐거워져 절반은 열린 채 내려앉았다. 기와도 군데군데 부서져 물 고인 자국도 비일비재했다. 이쯤 되니 지금까지 뜯긴 돈은 다 거지 동냥한 기분.
“구천을 떠돌던 귀신도 여기라며 눌러앉겠어. 봐봐. 대나무도 스산하게 흔들리잖아. 빨리 일 치르고 나가야지, 더 있다간 귀신 들리겠…… 으악!”
스윽 뒤를 돌아선 용태가 비명을 질렀다. 바로 뒤에 퀭한 눈으로 실실 웃고 있는 사내가 서 있기 때문.
“치, 칠공자님.”
이 폐가 같은 칠소궁의 주인. 마오다.
인기척 좀 내고 올 것이지. 용태가 놀란 가슴에 마른 입술을 적셨다.
그러자 마오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걘 지금 어디래.”
“걔? 누구요.”
“장이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사방이 대나무에 꽉꽉 막혀 보이지도 않는구만.
“글쎄요. 뭐, 오고 있지 않을까요.”
용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와도 멀찍이서 보고 도망칠 게 뻔했다.
자신이 머문 호룡당으로 치자면 말굽 닦던 문지기 놈도 7급귀였다.
잘 쳐줘 봐야 이류라는 얘기.
한데 입구에 눈 부리부리한 놈들 수십 명이 서 있는데 겁도 없이 들어온다? 그건 그냥 죽여달라는 거다.
“일단 오기만 하면 오늘은 그놈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겁니다.”
“확실해?”
“확실하죠. 저희 애들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애들 아닙니다.”
용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마오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흑룡파에서 몰려온 녀석들만 오십여 명.
뛰어난 무사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칼 좀 부리던 녀석들이다. 이 정도면 7급귀 하나쯤은 쪄 먹고도 남을 일.
“어서 와라. 장이수.”
그렇게 마오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스스스스.
그리고 마침내 적막이 감돌던 하늘에 대나무 울음소리가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왔구나!’
마오는 상기된 얼굴로 흠칫했다.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음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대문 쪽에서 부두목 메기가 고갤 돌리고 크게 외쳤다.
“형님! 누가 왔지 말입니다!”
마오와 용태는 서로를 마주 보곤 고갤 끄덕였다.
이제 마중하러 갈 시간이다.
*
예고한 대로 장이서가 나타났다.
등에 작은 봇짐까지 메고, 이번엔 진짜 살 작정으로 온 것.
“네가 요즘 칠공자님께 주제도 모르고 껄떡댄다는 그 새끼냐?”
하지만 입구부터가 난관이었다.
칼을 찬 녀석들 수십 명이 위압적인 기세로 길을 막아선 탓이다.
이에 장이서는 이마를 긁적이며, 제 앞을 막아선 미간이 멀고 넙데데한 사내에게 답했다.
“그런 모양인데. 근데 넌 뭐냐. 시야는 넓게 생겨갖고.”
“흑룡파 부두목 메기다.”
“그래. 네 이름이 확실하구나. 그런데 흑룡파에 메기라니. 조직을 잘못 들어간 거 아니냐.”
“이 새끼가 뭐라고 나불대는 거야!”
당황한 메기의 얼굴이 붉어지고, 왈패 아니랄까 봐 곧장 커다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하나 그래봤자 삼류 잡배 수준.
장이서는 가볍게 고개 숙여 피하곤, 그대로 몸을 크게 돌려 직각으로 예측이 어려운 관자놀이에 주먹을 갈겼다.
탁!
한데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메기의 팔목에 손쉽게 가로막혔다.
“이걸 막아?”
너무 예상 밖이라 진심으로 놀랐다. 내공을 실은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삼류 잡배인데 사각지대를 노린 공격을 막아내다니.
물론.
“억!”
빡! 장이서의 이마가 가볍게 콧등에 꽂혔다.
아무리 봐도 두 번 놀라줄 정도는 아니다.
메기는 코피를 흘리며 털썩 쓰러졌다.
“이, 이놈…… 비겁하게 사각지대를……!”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거냐?!
#보좌 장이서입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