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11)
첩자의 마교생활-111화(111/350)
111.
#감격의 재회
장이서는 날아드는 아신의 주먹을 옆으로 한 발 내디뎌 피해내곤, 오른손으로 그녀의 손목에 검결지를 가져다 댔다.
「음?!」
이에 그녀가 허공에서 당황한 듯 침음을 뱉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이건 민 것도 아니고 그냥 검지와 중지를 제 손목에 톡 가져다 댄 수준.
이러면 제 주먹이 가슴은 치지 못하더라도 고스란히 그의 좌측 어깨에 꽂힐 텐데?
하나 이러한 의문이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악!」
핑그르르!
갑자기 땅이 꺼지는 듯한 기분과 함께 매섭게 날아들던 그녀의 몸이 맹렬히 회전하며 난간 아래로 떨어져 버렸기 때문.
상대의 힘을 고스란히 되돌리는 능유제강의 묘리다.
탕! 타당! 탕!
수차례 부딪히는 소음이 울린다.
이에 눈살을 찌푸린 채 아래를 내려다보자 악에 받쳐 일어서려다 툭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담겼다.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
“공중에선 조심하라고.”
힘을 회수할 수 없으니 그만큼 역이용하기도 쉬운 일. 아무리 빼어난 여인이라도 이 높이에서 고꾸라졌으니 쉽게 일어서진 못할 거다.
장이서가 뒤를 돌아보자 마적들은 부대장이 당한 탓인지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서성인다.
“내려가 보는 게 어때. 아마 죽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난 과평을 살리려는 것뿐이다.”
진심이 닿은 것일까. 마적들이 인상을 찌푸린 채 서로를 살피곤 외쳤다.
「젠장……! 내려간다!」
아신을 향해 내려가는 마적들.
장이서의 입에서 한숨이 짙게 뱉어졌다.
그리고 다시 올라서고자 몸을 돌리려는 그때. 시야에 낯익은 물건이 담겼다.
‘이건…… 맹휘의 신물?’
묵빛의 단창. 신물 묵흑이다. 아신의 허리춤에 꽂혀 있던 게 떨어진 것. 장이서는 이를 챙기곤 다시 위로 뛰어올랐다.
이내 아까 소란이 일었던 곳에 다다르자 꽉 닫힌 철문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단단해 보이는 느낌.
쾅! 쾅!
아니나 다를까, 내기를 실어 걷어차 봐도 흠집 하나도 없다.
「쫓아라!」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는 일.
장이서는 꽉 닫힌 문을 향해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위력은 이것뿐이다.
『축전공(蓄電功)』
머릿속을 떠돌던 음양의 기운이 그의 발끝으로 향하고, 이내 등 뒤에는 흑백이 태극을 이루는 커다란 반투명의 고리가 서린다.
음양일원(陰陽一元)의 단계.
그리고 준비가 끝난 그 순간.
파직!
발이 철문으로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거대한 검은 벼락을 동반했다.
콰아아아앙!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
한데…….
“아무…… 소용없는 건가?”
장이서는 일순 당황했다. 분명 뇌기를 발끝에 모아 내리쳤으니 뭐든 반응이 있을 줄 알았거늘.
철문이 겉보기엔 너무나 멀쩡했던 탓이다.
“이러면 곤란한데.”
너무 당황하여 발로 툭 건드리는 순간.
끼이이익, 쿵!
진한 탄내와 연기를 뿜어내며 철문이 통째로 넘어갔다.
「으, 으으…….」
그리고 안에는 마적 셋이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그것도 칼집에 붉은 천이 휘감긴 아주 낯익은 칼 하나를 품에 꼭 안고서.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겠다.
장이서는 눈을 차갑게 뜨고 다가가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 칼 주인. 지금 어디에 있지?」
* * *
한편, 장이서가 뇌옥을 찾는 사이.
같은 층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는 애틋한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 정말 너야? 마오, 너 맞아?!”
벽에 매달린 채 울먹거리는 소년.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했는지, 야위고 꾀죄죄해지긴 했으나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은 게 분명 육공자 맹휘였다.
“너, 이 꼬맹이 새끼! 지금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을……!”
마오가 반가움과 걱정. 그리고 짜증이 교차하며 버럭 언성을 높이는 순간이었다.
“흑…….”
고개를 푹 숙인 맹휘에게서 어울리지 않는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이에 마오의 도끼눈이 동그랗게 변하고, 입맛을 다시며 콕 찌르듯 물었다.
“야, 왜 그래. 어디 다쳤냐?”
“흑…… 흐아아앙!”
이윽고 고개를 확 들어 올리곤 통곡하기 시작했다.
“야, 객잔 주인. 뭔데. 이 새끼 왜 이래!”
“하하, 고마워서 그렇겠죠. 누구나 이런 상황에선 감정이 벅찰 수밖에 없으니.”
“아니, 사내자식이…… 뭘 또 그렇게까지…….”
마오가 뻘쭘한지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맹휘는 큰 소리로 한참을 울어 젖혔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된 후에야 활짝 웃으며 두리번거리고 물었다.
“근데…… 왜 둘이야? 그리고 꼴은 왜 이래?”
구하러 왔다기엔 소오와 마오 둘 다 양손이 두꺼운 수갑에 묶여 있다.
“설마 너도 붙잡혀 온 거야?”
맹휘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두 사람을 아래위로 흘긴다.
“그런 거 아니거든? 눈 똑바로 떠라. 구하러 와 준 은인한테 어딜 감히.”
“아니면 뭔데. 장 보좌는.”
모르지.
“아무튼 딱 있어 봐. 어이, 객잔 주인. 빨리 이거 풀어.”
“하하, 알겠습니다.”
우우웅!
소오의 옷깃이 펄럭이고, 그의 팔목에 힘줄이 도드라진다.
무림인들의 내공을 금제하지 않은 건 크나큰 실수.
이 정도는…….
“하아앗! 실패했습니다.”
“야, 이 씨! 너만 믿으라며!”
“설마 밧줄을 풀고 쇠붙이로 묶을 줄이야.”
“이런 염병!”
저 바보들. 맹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구하러 와 준 줄 알고 감동했더니. 장 보좌는 버려두고 웬 이상한 놈을 데리고 왔다.
“진짜 둘만 온 거야?”
“아니, 뭐……. 상황이 좀 꼬였어.”
마오가 맹휘 앞에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 소오도 마찬가지.
“상황은 제가 알려드리죠.”
“그쪽은 누구?”
“아, 기억 못 하시는군요. 불문객잔을 운영 중인 소오입니다.”
“객잔 주인?!”
어리둥절해하는 맹휘에게 소오는 차근차근 있던 일들을 설명해 나갔다.
장이서와 마오가 저를 찾아온 것부터 과평과 함께 이곳까지 온 여정. 그리고 삼장로의 습격.
“아버지가…….”
“아무래도 비룡당주가 중간에서 좀 장난을 친 것 같긴 한데…….”
소오가 떠보듯이 말하자 맹휘는 눈을 부릅뜬 채 소리쳤다.
“비룡당! 이 녀석들은 내가 납치되는 걸 알고 있었어. 내가 분명히 봤다고.”
“하하, 역시 그렇군요. 아마 당주는 그 실책이 두려워 삼장로님과 장 보좌 사이에 오해를 좀 만든 모양입니다.”
“이 자식들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감히 장 보좌를 모함해? 내 장 보좌를! 절대 용서 안 해!”
상황을 파악한 맹휘가 분통을 터트렸다.
“근데 장 보좌가 왜 육공자님 것…….”
“둬. 쟤 원래 저래.”
소오는 마오의 답에 입맛을 다셨다. 도대체 장이서가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새삼 궁금해질 뿐이다.
“어쨌든 계속 여기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다른 방법 없어?”
마오의 물음에 소오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제 옷 속에 작은 쇠막대가 하나 있을 텐데. 그거면 풀 수 있을 겁니다.”
“옷 속? 어디.”
“하하…….”
소오가 대답 대신 고갯짓으로 제 아랫도리를 가리킨다.
“야, 이 씨! 거기 막대기가 왜 있어!”
“원래 막대기는 다 거기…….”
“시끄러워! 더러운 놈. 어쨌든 그것만 꺼내면 된다는 거지?”
“예. 근데 뭐로 꺼내시려고요. 설마 발로 하시려는 건 아니죠? 제가 섬세한 사람이라.”
“미쳤냐? 기다려 봐.”
마오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숨을 후 뱉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우우웅!
그러자 단전에서 서서히 주황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기운은 점점 강렬해져 어둡던 방 안을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
“음?!”
“호오…….”
실로 엄청난 기운에 맹휘와 소오가 둘 다 눈을 크게 뜨곤 골똘히 살폈다.
‘뭐야, 그새 더 강해진 거야? 이젠 제법 내공을 잘 다루잖아.’
‘자질 하나는 최고라더니. 이 정도 공력이면 또래 중에선 따를 자가 없겠는데.’
이유는 다르지만, 감탄인 건 매한가지.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잠시 후에 벌어졌다.
“으랴아아아아!”
손목을 감싼 두툼한 수갑이 막대한 양기로 새하얘질 만큼 열이 오르더니.
탕!
그대로 뜯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
심지어 바닥에 두 동강 나 떨어진 수갑은 아직도 그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시뻘건 열을 내고 있었다.
“아, 되네? 혹시나 해서 해봤는데. 역시 나는 천재! 우하하하!”
도대체 뭐 저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소오는 황당함에 숨만 세 번 뱉었다.
이게 그냥 해본다고 될 일인가.
손끝도 아니고, 손목에서 내기를 방출하기도 어렵지만. 방출된 내기로 쇳덩이를 녹여버리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저거 진짜 천재 아니야?’
이렇게 감이 안 잡히는 존재는 또 오랜만.
어쨌든 마오의 활약으로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얻다 숨겨 놓은 거야! 으아악!”
중간에 마오가 비명을 내지르긴 했지만, 어쨌든.
간신히 찾아낸 쇠막대를 소오의 발가락 사이에 꽂아주자, 금세 뚝딱이며 제 수갑을 풀어냈다.
이어 맹휘까지 속박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세 사람 모두 자유를 얻었다.
마오가 가운데 서서 호기롭게 외친다.
“좋아.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가보자고.”
“응. 근데…… 내 신물부터 찾아야 해.”
“신물을 빼앗겼다고? 바보냐?! 그걸 어디서 찾아.”
“어, 어쩔 수 없었다고! 어떤 여자가 가져가 버렸어…….”
“이런 멍청이. 아주 제 발로 나 좀 잡아달라 찾아가게 생겼네. 에휴, 좋아. 그럼 내 거 찾으면서 네 것도 같이 찾아줄 테니까 빚은 나중에 갚아라.”
“뭐? 너도 빼앗겼어?”
“난 잠시 맡겨둔 거거든?”
“그게 그거잖아!”
“다른데?”
마오와 맹휘가 투덕거리자 소오가 피식 웃는다.
“두 공자님 듣던 거랑 달리 사이가 꽤 좋으시네요?”
“누가!”
“누가!”
너희가. 그렇게 세 사람이 결의를 다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
쾅!
문이 부서지듯 활짝 열렸다.
이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출수하려던 세 사내는 넋을 잃은 것처럼 멍해졌다.
“장이서……?”
“장 보좌!”
“하하…….”
구원자처럼 그가 나타났다.
묵흑과 창룡도라는 깜짝 선물을 품에 안고서.
*
장이서의 등장과 함께 맹휘는 한바탕 다시 울음을 쏟아냈다.
그래도 이번엔 마오가 손가락질하며 놀려대는 탓에 그리 길진 않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구하러 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감격의 재회를 마치고, 장이서는 업고 있던 과평부터 바닥에 눕혔다.
봉제 인형처럼 팔다리가 툭 떨어지고, 얼굴은 허옇다 못해 퍼렇다.
피를 대체 얼마나 흘린 건지 이 정도면 살아 있는 게 용할 지경.
“야, 장이서. 얘 왜 이래? 설마……. 삼장로한테 당한 거야?”
삼장로? 맹휘는 화들짝 놀라고, 장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 구하려다 다쳤습니다.”
“이런…….”
맹휘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그 말은 곧 삼장로가 장 보좌를 죽이려 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전후 사정은 이미 들어 알고 있지만, 미안한 마음에 고개가 푹 숙어졌다.
그러자 이를 본 장이서가 다정히 말했다.
“육공자님 탓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맹휘의 눈에 선망이 더 크게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