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12)
첩자의 마교생활-112화(112/350)
112.
#광의 공손절 (1)
“장 보좌…….”
죽을 뻔한 위기에서도 제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다니.
그대는 그저 빛…….
“이제 잃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거기에 허리에 달고 온 묵흑까지 꺼내 건네주자 이리도 든든할 수가 없다.
“응……. 장 보좌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
그래 주면 고맙고. 장이서가 사양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마오가 거들고 나섰다.
“야, 너 약속했다. 앞으로 내 말 잘 들어라?”
“네 말을 왜 들어, 멍청아.”
“장 보좌가 내 사람이니까 당연히 넌 내 아래지. 몰라서 묻냐?”
“웃기시네. 그렇게 따지면 내가 네 형이거든?”
“어쩌라고.”
“멍청이.”
“뭐, 이 울보 자식아?”
“너, 말 다 했어?”
“유언이냐? 다했게. 우하하!”
“넌 죽었다!”
쟤들은 붙었다 하면 싸우는구나. 소오가 고개를 휘휘 젓고는 장이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이봐, 이제 어떡할 거야. 상태를 보니 이대로 뒀다간 오래 못 살 거 같은데.”
“음…….”
장이서는 대답 대신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한데 아무리 봐도 광의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곳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 이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그의 물음에 바닥에서 드잡이질하던 맹휘가 마오를 퍽 걷어차곤 답했다.
“있었어! 웬 노인이었는데……. 근데 좀 제정신이 아닌 거 같던데?”
“어디로 갔습니까?”
“간 건 나야. 원래 같이 있었는데, 구유라는 자가 날 이곳에 따로 가뒀어.”
“혹시 어디였는지 아십니까?”
“기절했다가 중간에 깨서 기억나. 멀진 않았어. 분명 여기 근처야.”
그럼 됐다. 장이서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과평을 둘러업었다.
“아니, 근데 그 영감이 누군데?”
“의원이라고 해두죠…….”
일단은 말이다.
* * *
– 구룡성 중층.
장이서 일행이 광의를 찾아 나설 무렵.
중층에선 두 절대 고수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쐐애애애액!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 사이로 번쩍이는 섬찟한 눈동자.
사해에 숨은 잠룡이라 할 수 있는 철마적의 수장.
전장의 용, 구유.
“제법.”
그리고 전대 광룡당주이자 현 삼공녀 보좌인 대적장 나락이다.
파파파팟!
두 사람의 접전은 이런 열악한 무대가 아쉬울 만큼 엄청났다.
‘이형환위(移形換位)?’
그 모습이 너무나 빨라 잔상을 남기는 건 기본이고, 숨 한 번 내뱉을 시간에 서로를 향한 맹공이 셀 수 없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서로 잔상처가 늘어갈 때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휴전하려는 것일까.
아니, 천만에.
이제 제대로 하려는 것이다.
솨아아아-
두 사람 사이에 맴도는 공기의 중량은 더 높아지고, 첨예한 기세는 종이마저 가를 정도로 비탈졌다.
이는 두 사람의 성향 탓이었다.
누군가는 미리 조심스레 상대를 재단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세우지만.
나락과 구유는 특이하게도 일단 부딪치고 난 후에 생각하는 부류였다. 자신이 전력을 다할 만한 상대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는 날 때부터 강했던 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기질이었다.
이른바 타고난 최상위의 강자들.
살면서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적이 별로 없으니, 재단하며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것.
하지만 그런 이들일수록 진짜 상대를 만나면 결코 대충은 없었다.
왜?
흔치 않은 기회이니까.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니까.
그리고 둘 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했다.
“…….”
고요한 침묵 속에 소도를 고쳐잡는 나락.
평소 노곤해 보이는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상대에 대해선 이미 파악했다.
‘딱히 특별한 무공은 없지만…….’
부동의 정신력.
야생마보다 단단한 힘.
폭발적인 속도.
귀신 같은 반사신경.
‘나머진 다 특별하군.’
그런 존재가 바로 구유다.
움직임은 실로 단순한데 무엇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자.
지금도 경신술을 배운 건 아니지만, 제게 달려오는 기세는 흡사 녹림투왕(綠林鬪王)을 보는 듯했다.
그만큼 투박하면서 거침이 없다는 얘기.
콰앙!
어느새 벽 끝까지 물러선 나락을 향해 구유의 일권이 꽂혔다.
하나 있어야 할 상대는 없고, 철벽에 움푹 파인 주먹 자국만 남았다.
찰나의 순간 나락이 빠져나간 것. 그리고 이는 구유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눈은 계속 그를 좇고 있었으니. 단지 멈추기엔 늦었을 뿐이다.
휙! 이내 망설임 없이 옆으로 몸을 날리자.
『섬라육검(閃羅六劍) 강(强)』
뒤에서 위험한 기운이 물씬 퍼졌다.
그리고 구유가 사라진 그 자리에 은발의 사내가 나타났다.
퍼퍼퍼퍽!
소도를 철벽에다 수차례 찔러넣고서.
그륵. 이내 깊이 박힌 소도를 빼내어 검을 털어낸다.
쇠마저 종이처럼 뚫어버리는 고강한 경지.
그가 몸을 돌리자 섬찟하게 회오리쳐진 눈동자가 드러났다.
광폭공(狂爆功)이다.
그 역시 초장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
파파파팍!
그리고 두 사람의 거친 접전이 다시 이루어졌다.
아까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서걱!
한 번의 칼질이 주는 깊이가 달랐고.
퍽!
내지른 일권의 무게가 달랐다.
아까까진 자잘한 상처가 다였다면, 지금은 겉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상으로 가득해졌다.
‘사해에 이런 자가 숨어 있었나.’
‘이게 마교의 저력…….’
서로의 실력에 내심 크게 놀란다.
하나 이를 드러내기엔 아직 이른 시간.
‘끝내주지.’
나락이 다시금 소도를 고쳐 쥐었다.
『섬라육검(閃羅六劍) 쾌(快)』
그리고 그 순간, 잔 먼지를 일으키며 자취를 감췄다.
이를 지켜보던 병자들은 눈이 화들짝 커졌다.
쉭! 쉭! 쉭! 쉭!
분명 날카로운 바람 소리로 봐선 그가 이 안에 있음이 확실하거늘. 어디에도 그의 모습이 눈에 담기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귀신같이 빠르다는 얘기.
하나 하필 상대는 한 번에 만 개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만안의 소유자.
모두가 나락의 움직임을 놓쳤지만, 그는 집요하리만치 빠르게 뒤를 쫓고 있었다.
몸에 하나둘씩 선혈이 새겨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이 빛나는 순간.
쐐애애애액!
뒤로 한껏 젖혀진 그의 일권이 맹렬하게 앞으로 쏘아졌다.
거침없는 속도, 모든 걸 다 부술 듯한 괴력,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궤적.
완벽하다.
쾅!
이내 굉음이 울리고, 나락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엔 밀려난 그의 두 발과 땅의 마찰로 인해 뜨거운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나락은 경악에 빠져 있었다.
‘고작 숨 몇 번 내쉬기도 전에 날 잡아내다니.’
처음이었다.
나락 역시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강하지만, 그의 주특기는 쾌속.
여기에 광폭공까지 펼친 그의 움직임은 웬만한 난다긴다하는 고수들도 쉽게 잡아내지 못했다.
한데.
‘정확히 빈틈까지 노렸다.’
이로 인해 내주었던 왼팔은 뼈가 부서져 무용지물이 된 상태. 아마 저 주먹은 뭐로 막았든 다 부서트렸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 사태는 실로 대단한 상황이었다.
교내에서 장로들마저 인정하는 전 광룡당주와 한낱 마적이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확실히 장이서 말대로 죽이기엔 아까울지도.”
나락이 왼팔은 툭 떨구고, 오른손으로 소도를 털었다.
그러자 촤아아악! 붉은 핏방울이 바닥을 적신다.
이내 앞을 바라보자 구유의 넓은 가슴에 빨간 혈점 다섯 개가 눈에 담겼다.
모두 나락의 소도에 찔린 자국이었다.
그 역시 팔 하나를 내어주는 순간, 살을 취한 것.
게다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군.」
그랬다. 나락은 그의 말대로 더 깊이 찔러 넣을 수 있음에도 손에 사정을 두었다.
구유가 상상 이상으로 강한 것도 맞지만, 상대는 대적장 나락.
어설프게 꺾일 존재가 아니다.
구유가 매섭게 노려본다. 굳이 통역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 자존심이 상했다는 얘기. 나락은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오해 마라. 그냥 잠깐 제멋대로인 놈의 말이 떠올랐을 뿐이니.”
구유가 입을 다문다. 그도 한어를 안다. 해서 놈의 말이 뭘 뜻하는지 대번에 떠올랐다.
‘나중에 다 설명해 주겠다! 일단 이 녀석들 좀 막아. 절대 죽이진 말고!’
과평을 업고 와 의원을 찾으며 날뛰던 자.
구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느닷없이 나타난 이 불청객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감히 흉노족의 목숨을 놓고 저들 멋대로 굴다니.
「죽이진 않겠다.」
구유의 몸에서 압도적인 기세가 풍겨 나오자 나락도 다시금 소도를 고쳐 들었다.
그리고.
콰아아앙!
다시금 구룡성에 굉음이 빗발쳤다.
* * *
– 구룡성 상층.
끼이이익.
장이서와 일행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이곳임을 확신했다.
노인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향내가 코끝을 파고들었기 때문.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팔다리가 족쇄에 봉인된 채 벽에 매달려 있는 백발의 노인.
“광의…….”
독산마의와 동문수학했던 미치광이 의원.
장이서의 말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죽은 듯 처져 있던 노인이 고개를 번쩍 들어 백안을 드러내며 폭소를 터트렸다.
“낄낄낄낄! 드디어 날 아는 녀석이 와 주었구나!”
광의라는 별호 때문일까. 갈라지고 찢어지는 목소리마저 미치광이라는 위압감이 크게 다가오게 한다.
맹휘가 멋쩍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 보좌, 내가 말했잖아. 저 영감 제정신 아니라고.”
“아니, 저 영감이 누군데?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마오가 끼어들자, 맹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잘은 몰라. 하지만 중요한 인물인 건 확실해.”
“모른다면서 그건 어떻게 아는데?”
“철마적 놈들은 육공자인 나보다 저 영감한테 관심이 더 있었거든. 그거면 충분하지.”
철마적이 네 정체를 몰랐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냐. 마오가 입맛을 다시곤 다시 노인을 살폈다.
그러자 광의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계속 그러고 서 있을 참이더냐? 이리 가까이 오거라. 가까이!”
이에 장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그에게로 다가섰다.
일행도 발맞춰 뒤를 따랐다.
그러자 얼마나 오래 갇혀 있던 것인지, 너덜너덜한 옷차림과 뼈밖에 없는 깡마른 몸이 보였다.
심지어 새하얘진 눈은 이미 시력을 상당 부분 잃은 듯하다.
이 정도면 고문에 가까운 수준.
“그래, 내 올 줄 알았다. 날 구하러 올 줄 알았어! 당연하지. 날 버릴 리 없지!”
누굴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으히히히히! 켁! 케헥! 물……. 물을 가져오거라! 으히히히!”
제정신은 확실히 아니다. 마오가 다가와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귓가에 속삭인다.
“저 사람 좀 많이 이상한데? 장이서, 정말 의원 맞아? 남 살리긴커녕 당장 저부터 숨넘어가겠네.”
그럴지도. 솔직히 그에 대해선 장이서도 많이 알지 못했다.
독산마의와 사형제였다는 것. 치료의 대가를 사지로 받아냈다는 것. 마지막으로 오래전 천마전에서 비법서를 훔쳐 달아난 자라는 것 정도.
아, 그리고 하나 더.
“본교에 퍼진 미혼산을 만든 자가 저자입니다.”
“뭐, 뭐야?!”
일단 아는 건 이 정도다. 열거해 보니 확실히 평범한 자는 절대 아니다.
하나 이상한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