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15)
첩자의 마교생활-115화(115/350)
115.
#우리가 막아야 해
장이서는 불안에 떠는 일행에게 뜻을 전한 뒤, 두 손을 과평의 등에 척! 얹었다.
우우웅!
그러자 은은한 공명음과 함께 내기가 조금씩 손끝을 타고 과평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지그시 눈을 감는 장이서.
이제부터는 오롯이 정신의 싸움이다.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 어디 허튼짓했단 봐. 제대로 한 방 날려줄 테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저 몸뚱이에 구멍을 뚫어줄 거다.”
마오와 맹휘가 의기투합하며 살기등등한 기세를 내뿜는다.
“으히히히! 누가 마교의 자식들 아니랄까 봐. 주둥이 더러운 건 똑같구나. 그래, 조심하도록 하마. 한데…… 마교에서 여기 온 건 너희뿐이더냐?”
광의가 허연 눈을 좌우로 움직이며 씨익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또 무슨 개수작이야?!”
마오가 이빨을 드러내자 광의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답했다.
“으히히. 대단한 천마신교에서 인질을 구하러 고작 이 정도만 왔다는 게 영 초라해서. 아, 오해는 말거라. 그냥 궁금해서 물은 것이니.”
“오해는 무슨. 그냥 저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어어, 궁금할 수 있지 않으냐. 너희가 그놈을 이기고 올라왔다는 게 믿겨야 말이지. 낄낄.”
“그놈?”
“구유. 감히 나를 이곳에 처넣은 그놈 말이다.”
당신이 뭔데. 그냥 미친 늙은이잖아. 마오가 뭔 헛소리냐는 듯이 눈을 위아래로 흘겼다.
하나 이는 몰라도 한참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
배분으로 치자면 육장로인 독산마의와 동급인 게 그다.
구유는 그런 그도 인정한 사내.
“으히히히! 구유, 그놈이 당한 것이 아니라면 너희가 잡혀 왔거나, 숨어들어 왔다는 것인데…… 맞느냐?”
뭐야, 이 영감.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헛소리는 작작 하시지?”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것이 맞나 보구나? 으히히히히! 그럴 줄 알았다. 사람이 시력을 잃으면 안 들리던 것도 잘 들리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아까부터 이리로 달려오는 놈들의 발소리 같은 것.”
“뭐라는 거야?”
“저기 오고 있지 않으냐. 으히히히히히!”
광의의 외침과 동시에 그제야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소오가 먼저 바닥에 귀를 기울이고, 벌떡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 곳곳에 붕대를 휘감고 눈엔 분통이 가득 서린 그녀.
한 갈래로 땋은 머리. 거뭇한 피부에 매서운 눈매.
「기어코 일을 벌였구나……!」
부대장 아신.
계단 아래로 추락했던 그녀가 마적들을 이끌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씩씩대는 숨소리만 들어도 지금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간다.
“이런 젠장…….”
마오는 낭패감에 욕지기를 뱉었다. 하필 지금 등장할 건 뭐란 말인가.
「퇴로를 막아라!」
게다가 항변할 기회도 없이 그녀의 입에서 명이 떨어졌다. 우르르! 철마적 병사들이 연기처럼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나, 다섯, 열…… 이미 방의 절반이 적으로 채워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완벽한 출구 봉쇄.
이를 본 광의는 환호를 내지르며 혀를 헤 내민 채 덩실덩실 춤을 췄다.
“우히히히! 싸워라, 싸워! 다 죽어버리거라! 으하하하하!”
이 미친 영감탱이가! 이에 마오가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려는 찰나. 바로 옆에서 그림자 하나가 재빠르게 스치며 쏘아진다.
그리고.
“깨액!”
광의의 사타구니에 자비 없이 앞발이 꽂혔다. 이에 눈물과 함께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광의.
뛰쳐나가려던 마오가 멍한 얼굴로 살폈다.
색안경을 고쳐 올리며 돌아서는 사내.
소오다.
“장유유서. 도련님들이 노인까지 때리면 되겠습니까. 하하!”
그럼 너는 되냐? 마오가 피식 웃는다.
이내 광의의 상태를 보니 다 늙어도 아픈 건 매한가지인 모양. 물론 미친 노인 하나 쓰러졌다고 일이 해결된 건 아니다.
이미 눈앞에 흉흉한 눈빛을 쏘아내는 마적들만 한가득.
마오가 침을 꼴깍 삼키곤 중재하듯 앞으로 나섰다.
“이봐. 서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우린 보다시피 이쪽을 구하려고 했을 뿐이야.”
마오가 뒤쪽을 향해 고갯짓한다. 아신도 눈이 있다. 누가 봐도 지금 상황은 과평을 치료 중인 모습.
굳이 피아를 따지자면 적이 아닌 아군이다.
게다가 광의와 같은 편인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그쪽보다는…….
맹휘와 마오를 번갈아 본 아신의 눈매가 화들짝 커지고 소리치며 물었다.
「설마 마교에서 온 자들인가!?」
쿵! 그녀의 말에 마적들마저 흠칫 놀라곤 얼굴이 새하얗게 물든다.
만일 마교에서 온 것이라면 이곳의 위치가 적발되었다는 것.
이건 생존이 달린 비상사태다.
“쟤들 지금 뭐라는 거야?”
마오가 답답함에 소오의 옆구리를 툭 쳤다.
이에 소오는 대답 대신 마른 입술을 적셨다. 여기서 마교라고 인정하면 당장 칼부림 날 게 뻔한 상황. 그럼 장이서가 위험해진다. 그러니 일단 부정한 후에 치료가 끝나면 그때 다음을 노리는 게 최적의 수.
문제는…….
‘칠공자가 내 뜻을 알아들어야 할 텐데.’
소오는 계산을 끝낸 뒤, 마오와 맹휘만 볼 수 있게 고개를 직각으로 꺾었다. 그리고 눈동자를 좌우로 맹렬하게 움직였다. 무조건 부정하라는 확실한 암어!
“이거 저희더러 마교 놈들이냐는데요? 세상에. 우릴 뭐로 보고 그딴 말을. 하하. 안 그렇습니까?”
“마교? 미쳤나. 당연히 아니지!”
됐다! 마오의 당찬 대답에 소오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아신은 눈매를 좁히며, 대놓고 중원의 말로 물었다.
“아니라고? 그럼 어디서 온 것이냐.”
“천마신교에서 왔다!”
맙소사.
「이 미친 새끼!」
쉬이이익! 아신의 손이 뻗쳐지며 비도 한 자루가 매섭게 날아든다. 이내 반사적으로 고개를 피한 마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뒷벽에 박혔다. 퍽! 철벽 틈새에 꽂히고 여운이 남는지 파르르 우는 손잡이.
“어……?”
마오가 얼굴에 축축함을 느끼고 볼때기를 더듬었다. 그리고 내려다본 손바닥에 묻어 나온 피.
“이…… 이 미친!”
마오가 화들짝 놀라 고함을 내질렀다. 소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좋게 가긴 그른 모양.
“야, 이거 내가 안 피했으면 지금 죽은 거 맞지. 지금 쟤가 나한테 죽이려고 던진 거잖아!”
그럼 칼을 살리려고 던지겠냐. 맹휘는 고개를 휘휘 젓고는 그의 어깨를 붙잡아 진정시키며 말했다.
“마오. 잘 들어. 지금 장 보좌는 아무도 건드리면 안 돼. 그랬다간 장 보좌 목숨 장담 못 해. 그러니까……. 저들 사정이 어떻든 간에. 우리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필요하면 죽여서라도.”
젠장. 마오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나도 알아. 내가 바보냐? 당당히 뱉고 싶은 말에 입이 간질간질하다. 하지만 이 당연한 말이 쉽게 나오진 않았다.
철마적이 어떤 심정으로 서 있을지 알기에. 마음 한편이 체한 것처럼 답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결과는 하나.
“장이서는 아무도 못 건드려. 내 보좌니까.”
마오는 감정을 갈무리한 채 기백 있게 말하며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맹휘는 다소 어른스러워 보이는 생소한 모습에 내심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집중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하나.
장이서를 지키는 것이다.
두 소년이 의기투합하곤 자세를 척 잡는다.
소오 역시 품에서 꺼낸 밧줄로 광의의 팔다리를 꽁꽁 묶은 뒤, 중앙에 시립했다.
그리고…….
「쳐라!」
아신의 외침과 함께 접전이 시작됐다.
쏟아지는 함성과 함께 병사들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어딜!”
이에 좌측은 맹휘가 단창을 휘두르며 막아선다. 그리고 우측은.
“으랴아아아아!”
마오가 장신에 걸맞은 괴력을 내뿜으며 적진 사이를 파고들었다.
「컥!」
다다익권을 펼친 것이 아님에도 주먹 한 방에 갑주까지 무시한 채 쓰러트린다. 이를 곁눈질로 힐끗 본 맹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확실히 전보다 강해졌네.’
이젠 자연스럽게 내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마오의 실력은 천지 차이로 급부상했다.
비록 아직 동작은 왈패 수준이나 내공 자체가 본래 초절정에 근접한 2갑자에 준했으니.
잘만 다루면 위력 자체는 압도적.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맹휘도 자극받았는지 눈매를 굳힌 채 단창을 비틀어 쥐곤 사납게 내질렀다.
그러자 창대를 타고 휘몰아치는 바람!
『대파열창술(大破裂槍術) 제1식 풍룡파(風龍波)』
「크아아아악!」
강풍에 휘말린 병사들이 일시에 뒤편으로 날아가 처박힌다. 이 모습들을 지켜본 아신의 눈썹이 추켜세워졌다.
‘어리다고 무시할 녀석들이 아니다.’
빠른 상황 판단. 둘 중 하나라도 빨리 제압해야 한다.
그녀가 고심 끝에 마오를 향해 먼저 몸을 날렸다.
「너부터 없애주마.」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
달려오던 그녀가 옆으로 풍차처럼 회전하며 마오를 향해 거칠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마오는 검날을 피해 병사 하나를 쓰러트리고 나서야 뒤늦게 이를 발견했다.
“억!”
눈이 부릅떠지지만 이미 늦었다. 늘씬한 두 다리는 벌써 머리 위. 짤막한 비명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한데.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륵 다시 눈을 떠 바라보니 색안경을 낀 사내가 어깨 위에 여인을 태우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께서 거칠게 몸을 굴리시면 쓰나.”
소오다. 그가 슬쩍 내려간 색안경 위로 마오를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이 새끼……!」
졸지에 꼴이 우스워진 아신은 그대로 목마 타듯 휘릭 돌아앉았다. 그러곤 머리를 다리 사이에 건 채 그대로 회전해 소오를 바닥에 내리꽂는다.
“어엇!”
쾅! 듣기만 해도 아픈 소음. 아신은 코웃음을 치며 일어섰다. 여자라고 얕보다가 저한테 당한 자만 세 자릿수가 넘는다.
일대일에서 강한 거로 치면 과평보다 한 수 위.
제대로 머리가 꺾였을 테니, 죽었거나 평생 죽은 듯 누워 살아야 할 거다.
한데…….
“아오…… 아파라.”
아신의 귀가 쫑긋 세워지고 미간은 좁혀졌다. 이내 휙 뒤를 돌아보자 소오가 뒷목을 문지르며 일어서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어떻게……?」
어떻게는. 땅에 닿는 순간 몸 좀 굴렸지. 까마귀는 나무에서 떨어질 일이 많아 낙법이 필수거든.
소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원래 여자한텐 좀 약한 편인데, 이렇게 방 안이 어두우면 얘기가 또 다르지.」
「……더러운 새끼.」
「그게 닭 모가지 비틀 듯 사람 죽이려던 여자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아, 물론 갈 땐 당신같이 예쁜 여자 손에 죽는 게 소원이긴 하지만. 하하하!」
「지금 들어주마.」
아신이 달려가 거침없이 몰아붙인다. 휘두르는 모든 게 무기다. 주먹, 발. 심지어 회전력을 이용한 댕기 머리까지. 짝!
“악! 처음이야. 내 뺨을 머리로 갈긴 여자.”
「닥쳐!」
“하하하!”
소오가 아신을 여유롭게 상대하며 다시금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 뒤로 아무도 못 가. 철통방어다, 이 자식들아!”
“오랜만에 옳은 소리. 장 보좌는 내가 지킨다!”
목표는 하나.
반드시 장이서를 지켜내는 것.
철마적과 세 사람의 접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