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18)
첩자의 마교생활-118화(118/350)
118.
#광적인 행보 (2)
“믿을 게 없어서 마교를 믿나?”
장이서가 픽 웃는다. 광의는 격분했지만, 하단전부터 올라오는 기침에 다른 걸 할 기력도 없었다.
이내 입에 문 걸 뱉어내려는 순간, 이번엔 아래턱을 올려 치고, 가슴에 무차별적인 권격을 쏟아냈다.
퍼퍼퍼퍽!
이렇다 할 대단한 초식은 없지만,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
‘보, 보이지가 않아……?’
분명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장이서의 움직임은 눈에 담기지 않았다.
‘이, 이건…… 그냥 빠른 게 아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수백, 수천 가지의 성질을 직접 체감해 본 나를 속일 순 없다! 분명 내기에 실린 이 저릿한 느낌은…….’
“칵!”
뭔가 깨달으려는 그 순간, 관자놀이를 세게 맞고는 비틀거렸다.
잠깐. 뭐였더라. 모르겠다. 하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 괘씸한 놈! 버러지 같은 놈! 감히 나 몰래 이런 맛있는 힘을 숨겨 놔?! 감히이이이이이!’
꿀과 젖처럼 맛있는 마기 외에도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힘을 또 숨기고 있었다는 것.
이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배덕…….
“카학!”
와당탕! 장이서가 그의 생각을 깨트리고, 뒷목을 붙잡은 채 구석으로 휙 내던졌다.
“도대체 뭔 생각을 하길래 표정이 그따위로 변하는 거지? 너무 불쾌해.”
“켁…… 케헥!”
바닥을 나뒹굴던 광의의 입에서 드디어 천 조각이 뱉어졌다. 새하얬던 게 어느새 녹색이 되었다. 하나 이젠 아무 의미 없어졌다.
두 눈은 다시금 천천히 백색으로 물들고, 짙푸른 녹색이었던 손톱은 회색이 되었다.
그가 장이서로부터 탈취한 공력이 모두 소모된 것.
싸움은 끝났다.
“이, 이노오옴…….”
만신창이가 된 광의의 입에서 분노와 탐욕이 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이서는 그의 손발이 닿지 않는 거리에 멈춰 섰다. 그러자 그가 일순 표정을 바꾸곤 손을 싹싹 빌었다.
“히, 히히히히! 내, 내가 잘못했다. 살려다오.”
“갑자기?”
“나도 너와 같은 마교의 식구가 아니더냐. 따지고 보면 마의가 내 동문이니, 나는 그래. 네 사백이지! 히히히! 사백이라 해보거라. 어서!”
언제부터 내가 마의의 제자가 된 거냐. 장이서는 고개를 절절 젓고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 안 죽여. 죗값 치러야지. 본교로 압송할 거다.”
“아, 안 돼! 그건 안 돼!”
“처음부터 안 될 일을 하질 말았어야지.”
장이서가 한 걸음 다가서자 광의가 벽에 찰떡처럼 달라붙은 뒤 소리쳤다.
“나와 거래를 하자!”
“거래?”
“그래! 네놈이 원하는 걸 주마. 어. 뭘 줄까. 그래! 흡성요법을 주마.”
“이건 솔깃한데.”
흡성요법은 천마가 익힌 부 무공 중 하나. 그만큼 효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것 하나만 있어도 떨어진 내공을 일시에 회복할 수 있을 테니…….
그런데.
“그래! 솔깃하겠지! 그러니 제발 살려다오. 따지고 보면 우린 같은 신교의 식구 아니더냐. 가서 마의에게 말하거라. 광의는 없었다고.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만.”
“응?”
어느새 발밑까지 기어 온 광의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러자 씨익 웃는 장이서의 표정이 눈에 담겼다.
그때 깨달았다.
“x발…….”
그리고 그 순간.
“네놈 내공은 내 것이야아아아아-! 칵!”
광의가 맨땅에 헤엄치듯 장이서를 향해 양손을 휘둘렀다.
『흡성요법(吸星妖法)』
애초에 그의 목적은 장이서의 내공을 빼앗으려 했던 것.
하나 장이서는 처음부터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침 질질 흘리며, 눈을 희번덕거리는데 그걸 모르는 게 이상한 일.
척!
단숨에 손짓을 피해 그의 머리 위에 두 발로 올라섰다. 그리고 펼쳐지는 천근추의 묘리.
콰앙!
“키에에에에엑!”
제 혀를 깨물고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광의.
바닥은 그의 얼굴 형태로 움푹 파였다.
“미친놈. 자고 있어라. 깨어나면 고향일 테니.”
쐐애애액! 투둑, 툭!
장이서의 손이 빠르게 그의 마혈을 짚었다.
“끄으…….”
이에 광의는 엎어진 채로 육신이 굳어졌다.
끝났다.
단전도 텅 비었으니 제힘으로 절대 혈을 풀어내진 못할 터.
그렇게 장이서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솨아아아-
한데.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끈적하고 음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발목을 붙잡았다.
음?
이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자.
“지금 무슨 짓을……!”
장이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광의의 눈부터 시작해 머리, 상체, 하체가 모두 청록색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백색으로 죽어 있던 두 눈마저 다시 또렷해졌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설마 선천진기를……?!”
그가 자신의 수명을 불태워 단전에 채워 넣은 것이다.
이는 제 목숨을 버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너는 네가 이긴 것 같지? 천만에! 으히히히히히!”
그의 광적인 행보에 장이서는 경악했다.
하나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불사독(不死毒)』
파스스스스.
광의가 벽에 척 달라붙자 종이에 옮겨붙은 불씨처럼 녹색의 독기가 철벽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으히히히히히!”
순식간에 철벽은 부식을 일으키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휘이이이잉!
순식간에 강풍이 불어닥치고, 전방에는 사해의 전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큭?!”
이내 실내로 들이닥친 모래폭풍에 장이서가 팔로 눈을 가렸다가 내리자.
“으하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며 뒤로 넘어가는 광의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미친!
딱 봐도 엄청난 높이. 지금 저 몸뚱이로 떨어지면 즉사 아니면 불구다.
선천진기를 불사르곤 느닷없이 자멸을 택한 것이다.
대체 왜.
‘그렇게는 안 된다.’
장이서는 본능적으로 벼락처럼 몸을 날렸다. 그리고 척! 떨어지는 광의의 팔을 붙잡았다.
“이익! 사, 살려줘!”
그러자 광의가 땅 밑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호소한다.
하,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친 자구나. 이럴 거면 뭐 하러 이런 짓을…….
“죽기 싫으면 바둥거리지 말고 꽉 잡아!”
장이서는 강풍 소리에 묻힐까 크게 외쳤다. 그러곤 대롱대롱 매달린 광의를 끌어당기려 했다.
한데.
“이히히……. 싫은데?”
“뭐?”
“네 내공은 내 것이야-! 다 내 것이란 말이다! 으하하하!”
우우웅!
장이서의 단전에서 뜻하지 않은 울림이 이어진다.
이내 광의의 손아귀로 다시금 천마의 내공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흡성요법이다. 이 와중에 또다시 펼쳐낸 것이다.
“하…….”
장이서는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런 미치광이는 생전 처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자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런 자는 무조건 없어져 주는 게 세상에 이득일 것이라고.
일순 장이서의 눈빛이 시리도록 차가워지고, 그의 왼손은 허리춤으로 가 단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으히히히?! 자, 잠깐?”
그리고…… 촤아악!
청록색 핏줄기가 튀어 오름과 동시에 탐욕으로 가득 차 있던 광의의 얼굴이 조금씩 고통으로 변모했다.
“아아아아?!”
이내 뜻 모를 비명과 함께 저 먼 바닥을 향해 점점 작아져 간다.
영원히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여전히 장이서의 팔을 붙잡고 있는 두 손만을 남겨둔 채.
“성불해라.”
장이서는 얼굴에 튄 청록색의 피를 소매로 닦아 내곤 차가운 위로를 보냈다. 이내 나머지 잘린 손까지 저 밑으로 떠나보내자, 중독되어 푸르게 변색되어 가는 제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엉망이군.”
진심이다. 장이서는 빠르게 혈도를 짚어 우선 독이 퍼지는 것부터 막았다.
어리석었다. 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감히 여유를 부렸다.
그게 과실을 불러온 거다.
스스로 첩자임을 생각한다면 실격 그 자체.
휘이이이잉!
강하게 선회하며 빨아들이는 바람에 장이서는 몸을 돌렸다.
원래라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독기를 다스려야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발에 최대한 무게를 담아 간신히 앞으로 향하자, 저 멀리 장신의 소년이 문고리를 꽉 붙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치는 모습이 보인다.
“야, 장이서! 빨리 오라고-!”
입꼬리에 슬며시 미소가 서렸다.
*
끼이이익- 쿵!
장이서가 밖으로 나오자 마오는 강풍을 견디며 간신히 철문을 닫아 잠갔다.
그러자 자갈 굴리던 바람 소리도 잠잠해지고, 흩날리던 모래도 사그라든다.
“퉤. 모래 먹다 질식해 죽는 줄 알았네.”
옆을 바라보자 마오가 털썩 문에 기대앉아 투덜거린다.
모래폭풍은 어느새 최고조에 달한 상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붙잡고 얼마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지.
입술과 입 안에 모래가 가득하다.
“괜찮으십니까?”
털썩. 장이서도 나란히 옆에 앉았다.
“괜찮아 보이냐? 하여튼 보좌라는 자식이 맨날 주객도전이지.”
장이서가 웃음을 삼키자 마오는 괜히 먼 곳을 바라보며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뭐. 고생했다.”
음? 장이서는 대답 없이 등을 떼곤 물끄러미 마오를 살폈다.
“뭐, 왜.”
“그냥요. 나이 열아홉 먹고 이제야 철드는 모습이 개탄스럽기도 하고. 복잡하네요, 심경이.”
“뭐 인마?”
장이서가 피식 웃는다. 그제야 마오도 편히 웃었다.
“과평은요.”
“저쪽. 무사해.”
마오가 복도 끝자락을 눈짓하자 철마적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하나 경계만 할 뿐, 누구도 공격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평을 업고 나온 마오가 그들의 마음을 주저하게 만든 탓이었다.
“장 보좌! 괜찮아? 다친 데는.”
숨을 고르자 이번엔 맹휘가 쪼르르 달려와 다람쥐처럼 두 손으로 장이서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공자님은요.”
“난 괜찮아…….”
“무사하면 됐습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죠.”
“응.”
맹휘가 습해진 눈가를 훔친다. 어쨌든 과평도 살렸고, 맹휘도 구했다. 남은 건 돌아가는 것뿐.
한데…….
“저기, 형제님들? 아직 회포 풀 단계가 아닌 거 같은데.”
소오가 뒷걸음질을 치며 난색을 표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 세 사람의 고개가 옆으로 향했다.
그러자 철마적 병사들이 복도 좌우로 갈라서고, 그 사잇길로 한 사내가 위압감을 드러내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풀어 헤쳐진 머리에 용암처럼 붉은 눈동자.
전장의 용, 구유.
끝판왕 등장이다.
*
구유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등장만으로 어수선했던 소란은 잠잠해지고, 주눅 들어 있던 철마적의 기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으니 말이다.
“쟤가 여기 대장이라고……? 세 보이긴 하네.”
마오가 벌떡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체구도 그렇지만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그냥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강자의 풍모. 구유가 딱 그랬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도 마찬가지.
“방심하지 마. 날 한 수에 제압한 녀석이니까.”
맹휘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이에 마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꼬맹이 널 한 수에?!”
“그래. 분명히 난 재빠르게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을 한 시도 피해 가지 못했어.”
“알고 보니 걸어 나간 거 아니야?”
“아니거든! 내가 너냐?”
“내가 뭐!”
“됐다, 이 바보야. 그냥 저 자식은……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