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22)
첩자의 마교생활-122화(122/350)
122.
#변화의 기회
숨이 쉬어지질 않아! 나 죽어……?
“커억…….”
맹휘의 얼굴이 점점 빨개진다. 어느새 죽음에 대한 공포가 머릿속을 휘젓고, 손에 든 묵흑은 챙! 바닥에 떨어졌다.
“야, 이 씨! 걔가 소교주면 인질로 삼든가 해야지. 시체로 만들면 무슨 소용인데!”
마오가 악에 받친 고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초식이랄 것도 없다.
우우웅!
그냥 내기를 잔뜩 싣고 몸으로 들이받았다.
실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동작.
퍽!
그래도 효과는 있다. 원래라면 턱도 없는 공격이지만, 지금 구유의 몸 상태는 서 있는 게 용한 수준. 이런 둔탁한 공격에도 힘없이 날아가 쓰러졌다.
물론 마오의 어깨도 쇳덩이에 부딪힌 것처럼 시린 고통이 느껴졌다.
“크윽! 이 자식, 무슨 몸뚱이가……. 야, 괜찮아?”
쓰러진 맹휘에게 달려가자 연신 기침을 토해내는 게 죽기 직전에 간신히 구했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여기서 죽을 생각이야?”
“마, 마오…….”
“왜. 감동했냐? 그럼 잔말 말고 얼른…….”
“그게 아니라…… 뒤!”
“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마오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집어 던졌다.
구유였다.
“억!”
쾅! 그대로 등이 벽에 부딪히고, 뼈들은 비명을 지른다. 하나 이대로 쓰러질 순 없다.
“야, 이 자식아! 맹휘는 놔두고 나랑…… 잠깐만. 오지 말고 일단 거기서 말로…… 꺼억!”
퍽! 어느새 다시 달려온 구유가 강렬하게 허리를 비틀며 정확히 간장이 있는 늑골 아래를 가격했다.
벼락 맞은 개구리처럼 사지가 떨리고, 축 늘어졌다.
숨이 멎는 고통. 눈물이 찔끔 흐른다.
살면서 숱하게 맞아봤지만, 단언컨대 그중 제일이다.
“어딜 보는 거야! 나 상대하던 거 아니었어?”
보다 못한 맹휘가 결국 벌떡 일어나 다시 묵흑을 손에 쥐었다. 이에 구유는 붙잡은 마오의 머리칼을 놔주곤, 몸을 돌렸다. 그러곤 서서히 맹휘에게 다가섰다.
이젠 싸움이랄 것도 없어 보였다.
이미 맹휘의 두 다리는 덜덜 떨리고, 눈은 갈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본래 심약했던 그의 성정에 공포심이 불처럼 번진 것.
「교주의 자식이라더니……. 그저 어린 소년일 뿐인 건가.」
구유의 마음 깊은 곳에 진한 주름이 새겨진다. 죄책감이다. 하나 어쩔 수 없다.
「너희에게 악감정은 없다. 그저 살기 위한 것일 뿐. 미안하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대파열창술(大破裂槍術) 제1식 풍룡파(風龍波)』
눈을 질끈 감은 맹휘가 비틀어 쥔 단창을 내지른다. 콰과과과과! 그러자 거대한 소용돌이가 전방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뜨자.
“아악!”
콱!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구유가 그의 단창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곤 빙하에 갇힌 시체처럼 무심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를 원망해도 좋다. 아니, 원망해라.”
“아, 아니…… 나는……. 컥!”
맹휘의 망연자실한 신음과 함께 구유의 손이 덥석 목을 움켜쥐었다. 손등에 도드라지는 힘줄.
목숨이 달린 위기일발의 순간이 들이닥쳤다.
*
한편 그 시각.
‘간신히 위기는 넘겼다. 아무리 태워 없애도 끝없이 자생하는 독이라니……. 왜 불사독이라 불리는지 알겠군.’
장이서는 몸속의 독기를 억누르며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이봐, 장 형!”
그리고 소오 역시도 정신을 차렸는지. 팔꿈치로 바닥을 슥슥 기어와 옆에 자리했다.
“이거 아무래도 상황이 많이 어려워진 거 같은데? 저기 보여? 도련님들 다 죽게 생겼다고.”
“조금만 더 버티면 모래폭풍이 멈추고, 그들이 들어올 거다.”
“누구. 삼장로? 들어왔다가 공자님들 다 죽어 있으면……. 구룡성이 통째로 무덤 될 거 같은데?”
정확한 견해다.
맹철용이 아니라 다른 이였어도 제 아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본다면 참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거다.
한데도 장이서는 침착했다.
긴장해 보이지도 않았고, 난처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설마 장 형……!”
소오는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내가 나서주길 바라는 거냐?!”
만일 그런 것이라면 충격 그 자체. 장이서에 대한 평가를 다시 세워야 한다. 세상 제일 무능한 놈이거나, 아니면…… 제일 똑똑한 놈이거나.
당연했다.
소오는 제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구유, 저자는 지쳐있어. 내가 성명절기까지 펼치면 상대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가면도 안 쓰고 흔적을 남겼다간 백오문 승계 구도에 차질이 생길지도 몰라.’
그건 안 되지! 더구나 무일푼으로는 더더욱. 소오가 장이서를 아래위로 사납게 흘겼다.
“큭!”
하지만 이미 뒤에선 맹휘가 목이 졸린 채 죽어가는 상태.
반면 장이서는 요지부동이다. 흔들림 하나 없이 묵묵부답.
‘정말 이러기냐, 장이서?!’
소오만 발을 동동 굴렀다. 하나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날아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기다려.”
장이서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그러곤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가로막는다.
‘뭐야. 나서지 말라고?’
황당함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장이서가 생각이라도 읽은 것처럼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소오는 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넋을 잃었다.
하나 그는 본디 의뢰를 받아 수행하는 게 익숙한 자.
‘뭐, 생각이 있겠지. 책임도 그쪽이 질 테고.’
두 손을 들어 올리곤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장이서는 냉담한 눈으로 구유와 맹휘를 살피며 생각했다.
‘지금 구유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 맹휘 정도면 충분히 저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지 못하는 건 오직 심성의 문제.’
상대를 보지도 않고 어설프게 내지른 풍룡파만 봐도 알만한 상황.
지금도 얼마든지 구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뱀 앞의 개구리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한순간에 고쳐질 문제도 아니었다. 이미 공포가 머릿속을 지배했을 테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이서가 이리 방관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는 소년.
위기에 처한 맹휘를 바라보며, 절망에 빠진 마오.
바로 너다.
‘나의 임무는 마오 너를 소교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길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힘든 역경들이 펼쳐질 거다. 그때마다 네가 포기해 버린다면 어차피 우리는 끝까지 갈 수 없다.’
분명히 구유는 마오나 맹휘보다 강하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무공이나 경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그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
이건 싸움에 임하는 각오와 정신의 문제였다.
‘무림인은 살면서 숱한 강자를 만나게 된다. 그중엔 무공의 조예가 깊은 자도 있을 것이고, 커다란 권세를 가진 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오는 이미 그런 자들을 만나왔다.’
마가의 장자인 마이신. 그리고 살수 단체인 도살방.
이들과의 악연은 크든, 작든.
분명 마오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하였고, 또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간절함.’
마오는 누구보다도 간절했던 자와 맞붙어본 적이 없었다.
하여 그들의 의지에 꺾여본 적도, 그들의 의지를 부숴본 적도 없었다.
해서 매사가 늘 가벼웠고, 진중하지 못했다.
하나 구유는 달랐다. 그에게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사명과 신념이 존재했다.
그리고 장이서는 지금 마오에겐 그런 드높은 벽과의 싸움에서 버티고 일어설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오. 소교주로 가는 길엔 절대로 질 수 없는 굳은 의지와 각오를 가진 자들로 가득하다. 네가 그들과 싸우기 위해선 너 역시 이를 짊어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소교주란 수많은 이의 간절한 의지를 꺾고, 이를 등에 업은 채 나아가야 하는 존재이니까.
어수룩한 마음으로는 한 발자국도 갈 수 없을 테니까.
이를 이겨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마오의 편에 서지 않을 테니까.
해서 지금의 가볍기만 한 마오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자신의 의지를 극한까지 끌어내야만 했다.
또한 구유를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장이서가 위기인 걸 알면서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였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마오에게는 가장 큰 변화의 기회이기에.
‘마오…….’
그리고.
마침내 그 성장의 변화가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
마오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머릿속에 짙게 낀 안개가 걷히자 잠들어 있던 정신이 고개를 든다.
여긴 어디……? 분명 난 교주가 되었고, 장이서는 내 머리 위에 앉아 만세를 외치고 있었는데……?
꿈과 현실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뿌려지고, 그중 현실만이 남아 자석처럼 서로를 이끈다.
그리고 마오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런 빌어먹을!’
모든 기억이 이어졌다. 철마적. 그리고 전장의 용, 구유!
“끄으으…….”
그제야 귓가에 다 죽어가는 꼬맹이의 신음이 생생하게 꽂혔다.
‘이런 미친…… 끄아아!’
다급함에 벌떡 일어서려는 순간, 전신의 모든 근육과 오장육부가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 찾아들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흐르고, 입 밖으론 소리 없는 비명만이 울렸다.
일어서긴 개뿔, 꿈틀거린 게 전부다.
‘뒈질 거 같아.’
그사이 맹휘의 팔다리는 연체동물처럼 축 늘어졌고, 두 눈은 이미 흰자위만 남았으며 입에선 타액이 흘렀다.
한마디로 죽기 일보 직전.
‘젠장. 제발 누가 저 새끼 좀 살려-!’
마오는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바랐다.
하나 없다.
그 누구도 맹휘를 구해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이대로 죽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건가.
과거의 친구들처럼?
아니……. 개소리하지 마!
“크아아아아!”
마오가 비명을 내지르며 쿵!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철벽같은 구유를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대주천을 끝내고 웅! 주먹에 공력을 한껏 실었다.
기회는 단 한 번.
쓰러트릴 방법도 하나.
마오의 전무후무한 일격기.
“다-다-익-궈어어어언-!”
이것으로 끝장을 보는 거다.
기합처럼 초식을 내지르며 구유의 옆구리로 주먹을 날렸다.
화르륵!
그저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다 태워버릴 듯 엄청난 열기.
그리고 마침내.
퍼억!
그의 허리에 다다익권이 꽂혔다. 이에 잔상을 흩트리며 쏜살처럼 옆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구유!
콰앙!
벽에 부딪힌 것으로도 모자라 움푹 파이기까지 했다.
“됐다!”
이에 마오는 승리를 확신하고 환호를 내질렀다.
다다익권의 위력은 이미 알고 있는바.
제대로 맞았으니 절대 일어설 수 없을 거다. 아니, 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한데.
“어, 어……?”
마오는 일순 당황에 빠져버렸다.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서서히 일어서는 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
「……이게 너의 의지인가. 제법이구나.」
“어떻게?!”
저벅. 저벅.
구유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제대로 일권이 들어가지 않은 것인가? 아니다. 비틀거리는 걸음. 옆구리는 이미 불길에 그을린 자국과 함께 시커멓게 피부가 죽어 있다.
제대로 먹혔다.
절대 멀쩡할 수가 없는 일.
“근데 왜…….”
「하나 이 정도로는 날 쓰러트릴 수 없다.」
혼란과 낭패감에 완전히 머릿속이 새하얘져 있는 순간.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그가 일순 몸을 비틀며 늑골 아래에 주먹을 꽂았다.
쐐애애액, 퍽!
“칵!”
그게 시작이었다. 퍽! 퍽! 퍽! 구유는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까보다 더 거친 기세로 사정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혼이 이탈하는 것처럼 아득한 고통.
하나 그것보다도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이 새끼 사람 새끼가 아니야.’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대한 존재감이었다.
이길 수 없다.
마오는 절망감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