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23)
첩자의 마교생활-123화(123/350)
123.
#내가 이겨줄게
마오는 본래 겁이 없는 편이었다.
마이신도 그의 보복 행위가 두려운 거지, 마이신 자체가 두려운 건 아니었다.
마이신이 그를 고깝게 본 것도 사실 그에 기인한 바가 컸다. 맞거나 혼이 나면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아야 정상이거늘.
늘 겁도 없이 부라리니 말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태양과 같은 양기를 갖고 태어난 마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단전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
그걸 어찌 막겠는가.
하나.
‘난 못 이겨. 장이서. 어떡해!’
마오는 처음으로 상대한테 뿌리 끝까지 짙은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자는 죽지 않는다. 뭔 짓을 해도 쓰러지지 않는다.
죽는 건…… 나다.
구유의 몸이 회오리처럼 돌아가며 그대로 마오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빠악!
아까 맞은 곳과 똑같은 자리.
간장이 출렁이고, 민감한 신경이 대뇌를 두드린다.
“꺽…….”
죽을 만큼 아프다는 얘기.
넘어질 힘도 없어 다리를 오므린 채 주저앉았다.
숨이 안 쉬어져 핼쑥해진 얼굴은 꼭 해골 같다.
구유는 그런 마오를 내려다보며 나직이 물었다.
“몇 살인가.”
몇 살이냐고? 아파 죽겠는데 그게 할 말인가. 때리기 전에 묻든가.
하나 구유가 한 걸음을 더 다가오자 고통도 잊은 채 마오의 입에서 빠르게 답이 뱉어졌다.
“여, 열아홉이다……!”
이에 구유는 휙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직 약관이 되지 않은 나이……. 그게 오늘 네가 사는 이유다.”
뭐야. 이렇게 가버린다고?
마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구유는 맹휘에게로 터벅거리며 다가섰다.
아니, 잠깐만.
“야! 걔는 이제 겨우 열다섯인데?”
“……저 아이는 다르다.”
“뭐가 달라!”
“소교주니까. 저 아이의 시체를 내걸어 우리의 힘을 바깥에 있는 마교도들에게 똑똑히 보일 것이다.”
“야, 이 씨! 너 머리 나빠? 차라리 인질로 세우든가. 야! 서! 서라고, 이 새끼…… 컥!”
마오가 쫓아가려 일어서자 퍽! 구유가 뒷발로 복부를 밀어 찬다. 와당탕! 그러자 한참을 날아가 엎어지는 마오.
“우웩!”
두 무릎을 꿇은 채 그대로 울렁이는 속을 게운다.
이건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어떻게 가볍게 내지른 권각이 이렇게 아플 수가 있단 말인가.
이내 제 앞에 서린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 올리자, 괴물이 서 있었다.
파르르. 쉴 새 없이 떨리는 동공.
“두려운가.”
그의 무심한 목소리가 가슴을 후빈다.
무섭다. 꼭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아픈가.”
말이라고. 너무 아파서 다 그만하고 싶다.
“오늘을 두고두고 기억해라.”
뭐……? 퍼억!
“칵!”
순식간에 머리칼을 붙잡아 올린 구유가 마오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코피가 터지고, 고운 얼굴은 처참하게 구겨졌다.
“나약하고.”
퍼억!
“어리석고.”
퍼억!
“주제넘은.”
퍼억!
“네 모습을 말이다.”
퍼억!
얼굴이 피로 범벅된 마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 쿵! 쓰러졌다.
전신의 감각이 무뎌지고,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구유는 한 걸음씩 서서히 멀어져갔다.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꼬맹이, 맹휘에게로.
다 끝났다.
‘내가 그러면 그렇지. x발…….’
마오는 대(大)자로 쓰러진 채 낙담했다.
이젠 정말 끝이다.
손끝 하나 움직일 힘이 없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니 다소 편안하게 숨이 뱉어진다.
그래. 이거였네.
언제부터 그렇게 겁도 없이 까불었다고. 고작해야 촌 동네 망나니였던 놈이 뭘 해보겠다고.
‘버텨? 버티긴 뭘 버텨.’
마오가 코웃음을 뱉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존감이 모든 걸 염세로 물들인다.
어차피 나서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그냥 못 볼 꼴만 더 많아질 뿐이지.
왜?
저 새끼는 강하고, 나는 약하니까.
틀린 말 하나 없다.
나약하고, 어리석고, 주제넘은 놈.
그러니까 그냥 주제에 맞게 살면 되는 거였다.
괜히 장이서 때문에 이상한 바람만 들어서는.
그냥 이렇게 살았으면 좋잖아.
눈 가리고, 입 닫고, 귀 막고.
누가 죽어 나가든 아무 상관 없이.
그냥 그렇게.
근데…….
‘그게 맞아?’
일순 마오의 머릿속이 멍해지고, 귀에 이명이 울렸다.
“아니잖아……. 그딴 걸 바라고 사는 새끼가 있을 리 없는 거잖아…….”
마오의 눈이 스륵 떠지고, 한 서린 숨이 뱉어졌다.
바꿔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누워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
“끄아아아아아!”
비명과 같은 울분에 찬 기합성이 터진다. 그러자 참기 힘든 고통이 밀려든다.
숨은 턱 막히고, 관절이 부서지며, 오장육부는 터져나가는 기분.
아프다. 너무나 아프다.
하지만 후회보다는 낫다.
그러니까.
허리가 안 되면 골반. 골반이 안 되면 무릎. 무릎이 안 되면 발목. 발목이 안 되면 발끝이라도. 젖 먹던 힘까지 써서 일어서는 거다.
눈에선 고통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에 맹휘를 다시 주워 든 구유도, 철마적도, 소오와 장이서마저도. 모두가 경악한 채 마오를 살폈다.
우우웅!
그리고 쏟아지는 시선에 울상을 짓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야…… 구유. 네 말 다 맞아. 맞는데…… 하나가 틀렸어.”
틀렸다니.
뭐가.
“소교주는…… 걔가 아니고 나야, 이 새끼야아아아아-!”
쩌어어엉-!
귀가 터질 듯이 울리는 고성.
그 순간 막대한 주황빛 양기가 파동이 되어 장내에 퍼져 나간다.
「큭……!」
이에 철마적들이 일시에 귀를 막으며 무릎을 꿇었고, 아신마저도 오만상을 찌푸린 채 각혈했다.
그저 고함 한 번 내질렀을 뿐인데도 음공의 대가가 전력을 쏟아낸 것처럼 강렬했다.
그뿐 아니라 가만히 서 있는 건데도, 마치 흐릿한 불길이 전신을 감싼 것처럼 기이한 형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심지어 분위기 자체도 달라졌다.
꼭 뭐라도 씐 사람처럼 눈빛은 강렬했고, 표정은 단단했다.
“무슨…….”
이에 구유가 서서히 몸을 돌리곤 고개를 갸웃 저었다.
방금까지 무력하게 맞기만 하던 그 소년이 맞는 건가.
완전히 달라진 기분.
심지어 다다익권으로 분명 모든 공력을 다 소모했을 텐데.
의아함을 느끼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
‘간절한 의지가…… 혼원일체(混元一體)를 이루었구나!’
주먹을 꽉 움켜쥐고 파르르 떨고 있는 장이서. 오직 그만을 제하고 말이다.
*
마오는 무공에 있어서 천재(天才)인가, 범재(凡才)인가. 누군가 장이서에게 이를 묻는다면 단호히 답할 것이다.
‘재능? 그딴 게 어딨어. 없어.’
하지만 타고난 체질을 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다를 것이다.
‘천외천(天外天).’
하늘 위의 하늘. 그 누구도 함부로 바라볼 수 없는 태양 그 자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니었다.
천양지체(天陽肢體).
양의 기운 중에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극강의 양기를 지니고 태어나는 존재.
내공이 지나는 길목인 임맥과 독맥에 불순물이 쌓이는 순간 뜨거운 열기에 사라져버리고, 남들은 태양을 쬐면 주름만 느는 반면 걷다가도 내공이 쌓인다는 전설적인 지체.
바로 그 몸의 주인이었으니 말이다.
이것이 세상 무서운 것 없는 마가의 적통 마이신이 평생을 시기하고, 무공도 모르는 일자무식인 그가 교주의 양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마오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런 재능을 제대로 펼쳐 보인 적이 없었다.
아니, 이를 쏟아낼 의지 자체도 없었다.
그저 물이 흐르는 대로. 먼지가 쌓이는 대로.
그렇게 자신의 자질을 방치해 왔다.
쉽게 말하자면, 마오는 제 능력을 십분지 일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떻게 내기를 다루어야 효율적이고, 또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조화를 이루는지 알지 못한다.
한마디로 소동(小童)이 신검을 쥔 격.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달랐다.
지키고 싶다는 절박함.
변하고 말겠다는 신념.
이 두 가지가 그의 대뇌를 두드렸다.
이기게 해달라고.
이기고 싶다고.
그리고 그 결과. 일순간에 그가 지닌 잠력이 폭발하여 지닌 내공이 본능에 따라 물 흐르듯 펼쳐져 버리게 된 것.
비록 일시적 각성 상태에 불과하지만, 이 순간만은 천재를 넘어 완성된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이른바 혼원일체의 단계였다.
‘혼원일체는 심해처럼 깊은 공력을 가진 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든 잠력(潛力)을 일시적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내공이 산 정상에 고여 있는 웅덩이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지하수를 끌어 올린 것과 같은 격.
그리고 장이서 역시 이러한 현상을 목도하는 건 처음이었다.
한순간에 완전히 달라진 마오라니.
지금 그가 얼마나 강한지조차 가늠이 잘되지 않았다.
“소교주가 될 사람은 걔가 아니고 나다. 그러니까 내려놔.”
똑같지만 실로 차분해진 목소리.
구유도 그의 기세가 달라졌음은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이내 맹휘를 붙잡고 있던 우악스러운 손을 풀었다.
그러곤 마오와 맹휘를 번갈아 살피며 생각했다.
‘저 아이가 소교주라고? 그럼 숨을 껄떡이는 이 아이는 무엇인가.’
그때 그의 머릿속에 나락의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지킬 자가 있으면서 본교를 건드린 것. 그것도 하필 존자(尊子)들에게 손을 댄 거지.’
‘교주님의 후계들이지. 몰랐나 보군.’
존자들. 그리고 후계들.
하나가 아니었다……?!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구유가 눈을 부릅떴다.
쐐애애액!
이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가 마오의 옆구리에 일권을 꽂았다.
퍼억!
제대로 들어간 주먹.
한데.
“……이게 다야?”
고통에 몸부림쳐야 할 마오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자신을 무심히 내려다본다.
어떻게……?
퍽!
다시금 반대편에 휘두른 주먹.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웃기지 마라!」
구유는 이를 꽉 깨물고 마오를 향해 연격을 퍼부었다.
퍼퍼퍼퍼퍽!
이 정도면 눈으로 좇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
마지막은 왼손으로 오른손의 손목을 붙잡은 채 얼굴을 향해 빛살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강하다.
그런데.
콱!
구유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잡았어……?’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한낱 이 어린 소년이 자신의 주먹을 붙잡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이거였구나.”
고스란히 연격을 허용했던 마오가 붙잡은 구유의 주먹을 살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싸우는 이유.”
“무슨…….”
“쟤들을 지키겠다는 생각. 그 끝없는 집념이 그 몸으로도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한 거야.”
“네가 뭘 안다고……!”
“근데 나도 마찬가지야.”
퍽! 마오가 구유의 가슴팍을 가볍게 밀쳤다.
그러자 터더더덕! 구유가 한순간에 여덟 걸음을 밀려나 벽에 등이 부딪힌다.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에 번쩍 고개를 들고 마오를 살폈다.
“이제 알겠어. 꼬맹이도, 장이서도. 그리고 너희들도. 내가 지키려면 이겨야 한다는 걸.”
뭐냐. 도대체 무엇이냐.
어째서 눈빛도, 표정도, 기백도.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이냐.
구유는 어느새 손바닥이 흥건해졌다. 등줄기에 흐른 식은땀은 절로 마른침을 삼키게 했다.
마오의 육신에서 뿜어지는 불꽃 같은 형상은 더욱 짙어졌고, 어느새 범접하기 힘든 기세가 뿜어졌기 때문.
일전이 그냥 한사코 가벼운 애송이였다면, 지금은 마치 세상을 짊어진 대종사가 된 것만 같았다.
도대체 뭐길래.
한낱 가볍고, 어리기만 한 이 소년이 대체 뭐길래.
“그러니까.”
마오가 시리도록 진중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그러곤 스릉!
천천히 제 등 뒤에 걸린 칼을 뽑아 들었다.
넓적한 회색빛 도면에 용이 인각된 명도(名刀).
그리고 이를 척! 두 손으로 쥔 채 크게 들어 올렸다.
화르륵!
그러자 칼날에 생명이 부여되듯 짙은 화염과 함께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세상을 다 불태울 것만 같은 엄청난 열기!
“내가 이겨줄게.”
쐐애애애액!
대각선으로 내리그어지는 일도.
그 순간 구유도, 장이서도, 소오도, 맹휘도, 철마적도.
모두가 보았다.
타오르는 칼날 끝에서 새빨간 불길이 거대한 화룡(火龍)이 되어 세상을 가로지르는 전대미문의 광경을.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구룡성이 폭발해버리는 천재지변의 결말을.
길고 길었던 철마적과의 대결이 끝을 고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