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24)
첩자의 마교생활-124화(124/350)
124.
#예상에 없던 전개
휘이이이잉!
구룡성의 한 면이 화룡이 파먹은 것처럼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뚫린 벽 너머에선 따스한 햇볕이 바람과 함께 스며들었다.
이내 황사에 가려져 있던 확 트인 사막의 절경이 눈에 담겼다. 종전을 알리듯 모래폭풍도 끝이 난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 모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너무 경이로워서.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더 그랬다.
챙그랑.
“어, 어……?”
그리고 그건 혼원일체를 끝내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마오도 마찬가지였다.
화들짝 놀라며 창룡도를 떨어트리고, 제 두 손을 살폈다.
“내가 뭘…… 한 거야?”
머릿속이 멍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빠짐없이 기억이 났다. 하지만 꼭 혼령이 빠져나가 제삼자가 되어 자신을 지켜본 것만 같았다.
분명 제가 벌였음에도 제가 아니었던 것 같은 기이한 경험.
이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이겼다는 후련함이 아니라 몸을 빼앗긴 듯한 두려움이었다.
“칠공자님.”
“장이서…….”
하나 이런 어두웠던 감정도 제게 다가오는 그를 보자 서서히 먹구름이 걷힌다.
“나…… 잘한 거냐?”
흔들리는 동공. 떨리는 목소리.
꼭 인정을 바라는 동생처럼 그가 묻는다.
이에 장이서는 그 누구보다도 대견해하는 형의 마음으로 다정히 답해주었다.
“충분히요.”
“진짜로……?”
“예. 칠공자님이 모두를 살리셨습니다.”
“내, 내가?”
“아무렴요. 천재인데.”
“후후…… 우하하하하! 그렇지! 역시 나는 천재였어!”
그제야 두 사람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번졌다.
“이야, 공자님. 무서운 분이시네. 이렇게 큰 힘을 숨기고 계실 줄은 진짜 몰랐습니다. 깜짝 놀랐지 뭡니까.”
“객잔 주인.”
“소오입니다. 이제 좀 편히 불러주시죠. 그래도 목숨을 함께 한 사이인데.”
“푸하하! 자식. 알았다! 객잔.”
“소…… 예.”
소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가락으로 경례 인사를 하곤 피식 웃는다. 이어서 꼬마 하나가 절뚝이며 다가온다.
“제법이네…….”
육공자 맹휘였다.
“이 꼬맹이 자식! 기껏 구해줬더니 한다는 말이 그거냐?”
맹휘가 찌푸린 얼굴로 휙 고개를 돌린다.
구해준 걸 몰라서는 아니었다.
다 봤다.
숨이 멎어가는 와중에도 마오가 저를 구하려 목숨까지 내거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래서 더 그랬다.
‘하마터면 너도 죽을 뻔했잖아, 멍청아.’
그냥 더없이 고마워서. 그래서 오히려 말이 바로 나오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맹휘가 입술을 질끈 물고 용기 내어 자그맣게 속삭였다.
“……다.”
“뭐?”
“……다고.”
“뭐 인마.”
“고맙다! 고맙다고! 다 들어놓고선. 재수 없는 자식!”
“우하하하하! 알면 됐다.”
대소를 터트리는 마오와 팽 토라지는 맹휘. 이를 보며 장이서와 소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싸움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이내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곳으로 향했다.
「대, 대장…….」
「흑…….」
아신과 철마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몰려 있는 곳.
곳곳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 쓰러진 전장의 용, 구유.
바로 그가 있는 곳이었다.
「내가…… 패한 건가?」
구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주변에 몰려든 부하들의 통곡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화룡은 그에게서 마지막 남은 기력까지 모두 휩쓸고 지나갔다.
손발엔 일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완전한 패배였다.
전장의 용으로 군림해 왔던 자신이 한참 어린 마교의 애송이에게 패한 것이다.
하나 그것보다도 더 막연한 건.
‘흉노족도 여기서 끝인가…….’
자신의 패배가 가져오게 될 먼지 같은 결말이었다.
그리고 이를 확정이라도 짓듯이 구룡성 아래층에서 요란한 소음이 빗발쳤다.
콰광-!
샅샅이 뒤져라!
그들이었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마교의 세력.
비룡당과 맹갑귀마대.
모래폭풍이 걷힘과 동시에 그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대장을 지켜라!」
아신의 외침과 함께 철마적의 병사들은 벌떡 일어나 구유 주변을 에워쌌다. 장이서와 일행은 이를 무심히 바라만 봤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 꼼짝하지 말거라! 오호호호!”
새하얀 도포, 이마에 녹색 보석이 박혀 있는 중년의 여인.
비룡당주 묘채경이 대소를 터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스슥!
삽시간에 실내를 장악하는 황금색 비(飛)자가 새겨진 최정예 당원들을 이끌고서.
하나 자아도취에 빠진 것도 잠시뿐이었다.
“다, 당주님!”
부관이 기함하며 한쪽을 가리키자,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서렸다.
“유, 육공자님?!”
지금쯤이면 당연히 죽어 있을 줄 알았던 맹휘가 버젓이 살아 있기 때문.
심지어 장이서와 마오도 함께다.
‘철마적, 이 멍청한 놈들! 대체 지금까지 뭘 한 것이냐? 저런 머저리들 하나 죽이지 않고서. 아니, 근데 왜……. 꼭 상황이 너희가 패한 것처럼 보이는 거냐.’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됐다.
그야말로 당황 그 자체.
양쪽 다 상태가 그리 좋진 않아 보였지만, 구유는 만신창이가 된 채 간신히 앉아 있었고, 장이서와 일행은 당당히 서 있었다.
눈칫밥으로 먹고 사는 묘채경이 이를 모를 리 없는 일.
‘철마적이…… 패했다고? 저놈들에게?!’
예상에 없던 전개다.
구유가 누구인가.
자신도 승부를 점지하기 어려운 산왕가의 오군장을 꺾은 자다.
한데 고작 장이서와 객잔 주인. 그리고 꼬마 나부랭이들한테 패했다니.
“비룡당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녀의 머릿속이 혼란에 휩싸일 무렵. 뒤에서 과묵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철컥, 철컥!
철갑으로 무장한 맹갑귀마대 사이로 기다란 창 하나를 움켜쥔 채 유유히 걸어오는 자.
존재감만으로도 장내의 공기를 한껏 짓누르는 마교의 절대 고수.
삼장로 맹철용이다.
“그, 그것이…….”
묘채경이 답을 하기도 전에 이미 그의 시선은 한 소년에게로 닿았다.
자신의 아들.
육공자 맹휘에게로.
“일단 제 말을 들어보…….”
이에 묘채경이 다급히 입을 열려 하자 맹철용은 그녀를 무시한 채 다가서며 불호령을 터트렸다.
“대체 뭘 하고 다닌 겁니까?!”
쿵! 지축이 울릴 만큼 웅장한 기세.
“사, 삼장로님…… 흐끅!”
맹휘는 반가움과 두려움이 뒤섞여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뱉었다. 그러곤 도리어 화들짝 놀라 제 입을 틀어막았다.
‘무, 무서워.’
부자 상봉임에도 절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쿵쾅거린다.
맹철용이 사나운 기세로 주변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삼장로님. 일단 저들을 붙잡아 모두 조사 후에 이야기를…….”
“비룡당주-!”
“으읏?!”
콰앙! 삼장로 맹철용이 노호를 터트리며 거세게 발을 굴렸다.
이에 지진이 인 것처럼 지축이 흔들리고, 제 발 저렸던 묘채경은 화들짝 놀라며 접질린 듯 주저앉았다.
그러자 맹철용이 차갑기 그지없는 시선으로 창끝을 그녀의 목젖에 겨누며 말했다.
“한 마디만 내 말을 끊으면. 그럼 그땐 사해가 얼마나 외로운 곳인지 알게 될 걸세.”
이곳은 본교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수틀리면 힘으로 다 죽여 없애겠다는 말. 그리고 그게 거짓이 아님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무식한 늙은이!’
해서 속내와 달리 침을 꼴깍 삼키곤,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금 맹철용의 시선이 맹휘를 향한다.
싸늘한 적막.
맹휘는 말라가는 입 안을 적시며 조심스레 말했다.
“저, 저기…… 삼장로님……. 장 보좌와 마오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전부 날 구해주려고 한 겁니다.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고…….”
“고작 한다는 말이.”
솨아아아.
맹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맹철용의 몸에서 분노를 넘은 광활하고 압도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곤 실망감이 극한에 다다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겼다는 말도. 죽이라는 명도 아니고. 겨우 그겁니까?! 저것들은 죄가 없다……?”
저거라니! 내가 왜 저건데? 마오가 삿대질하며 나서려 하자 장이서가 입가에 검지를 얹고 말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부터는 맹휘가 풀어가야 할 일.
그리고 장이서는 맹휘를 믿었다.
“……그러면 안 됩니까?”
아니나 다를까, 맹휘 역시 이번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두려운 내면을 깨트리고 처음으로 눈을 부릅떴다.
“장 보좌와 마오는 제 벗입니다. 그리고 저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없는 걸 없다고 하지. 그럼 무어라고 합니까. 그러니까. 누구도 저 둘을 탓하지 마세요. 잘못이 있다면…… 그건 모두 제 잘못이니.”
하. 삼장로의 입에서 헛숨이 뱉어졌다.
감히 지금 제게 대든 것인가. 다른 이도 아니고 막내아들인 육공자 맹휘가?
“장 보좌, 마오. 나 때문에…… 미안.”
심지어 맹휘가 장이서와 마오에게 고개를 푹 숙인다.
이를 본 삼장로는 기함했다.
지금 제가 뭘 본 것인가. 감히 저를 앞에 두고 칠공자와 그 보좌 따위에게 고개를 숙여?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맹철용이 노성을 내지름에도 아랑곳없다.
맹휘는 허리를 굽힌 채 펴지 않았다. 사과를 받아주기 전까진 일어나지 않겠다는 뜻.
결국 마오가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툭 치며 대꾸했다.
“알면 갚아.”
“갚긴 뭘 갚습니까? 육공자님. 이리 오해를 풀어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드립니다.”
“장 보좌…….”
그제야 일어선 맹휘와 장이서. 그리고 마오가 서로를 다정히 웃으며 살핀다.
그리고 맹휘는 돌아서선 언제 그랬냐는 듯 냉기를 풀풀 풍기며 제 부친에게 말했다.
“삼장로께 거듭 말씀드립니다. 마오와 장 보좌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저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허……. 자식에게 뒤통수 맞는다는 게 이런 것인가.
당장 혼이라도 내고 싶다만, 보는 눈이 많다.
어쨌든 서열상으로는 저보다 높은 육공자.
맹철용은 사납게 노려보기만 하곤, 이를 빠득 갈며 수하들에게 외쳤다.
“경위는…… 돌아가서 하나부터 열까지 단단히 묻겠다. 육공자님을 모셔라!”
예! 그의 매몰찬 명에 뒤따라온 맹갑귀마대가 우르르 몰려든다. 맹휘는 가혹한 처사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늘 이런 식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이다.
하나 이제는 아까처럼 두렵지만은 않았다.
장이서. 마오.
저의 벗들이 있기에.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
맹휘는 억지로 씨익 웃고는 인사만을 남기고 그렇게 사라졌다.
“젠장…… 잃어버린 개를 찾아도 저렇겐 안 하겠네.”
남겨진 마오가 불쾌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자로 태어나 온갖 학대와 괄시를 받고 자란 스스로가 떠올랐기 때문.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일차원적인 착각이었는지는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솨아아아아-
맹휘가 사라지자마자 맹철용에게서 지금까지는 볼 수 없던 막대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동안 보여준 노호는 애들 장난 수준.
‘무, 무슨 살기가…….’
그야말로 살갗이 찢어질 것 같은 위압감이다.
“육공자님의 체부(體膚-몸과 피부)를 건드린 놈이 누구냐.”
누가 삼장로가 자식을 생각지 않는다고 하였는가.
틀렸다. 부정(父情)은 분명 존재했다. 삐뚤어져 있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