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33)
첩자의 마교생활-133화(133/350)
133.
#한낱 마적 (1)
지글지글.
탄내와 비명이 동시에 울리고, 마이신은 지루하다는 눈으로 화로에서 꺼내 그를 밀쳤다.
“흐어어엉!”
데굴데굴. 마진구가 통곡하며 바닥을 나뒹군다.
손바닥은 새빨갛게 지져져 한동안은 젓가락도 못 쥐겠다.
하나.
“진구야.”
마이신은 해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에 마진구는 오싹한 공포에 질려 아픔도 잊은 채 자세를 바로하고 답했다.
“예, 예……. 형님.”
“다녀오거라.”
“어, 어디를요? 설마…… 칠소궁은 아니겠지요?”
“그놈이 데려온 게 한낱 마적 따위가 맞는지.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오거라.”
봐서 뭐 하려고……. 마진구가 머쓱함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자 마이신이 몽환적인 눈을 올려 뜨곤 본색을 드러냈다.
“가서 조금이라도 쓸만한 놈이 보인다면…….”
“그럼요?”
“죽여 없애거라.”
“흡!”
섬찟한 명령에 금세 글썽이던 눈물을 닦고 경악했다.
“하, 하지만 형님. 이미 칠소궁의 식솔이 된 자들 아닙니까. 그들을 손댔다가 위에서 알기라도 하면…….”
역모잖아. 마진구가 겁먹은 거북이처럼 움츠렸다.
“누가 너더러 하라고 했더냐.”
“그, 그럼…….”
“흑라마권(黑羅魔拳)을 데리고 가거라. 그럼 그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헉!”
흑라마권(黑羅魔拳) 탁하천.
마교의 공식 서열 100위권을 뜻하는 일백마성에 속한 자로 마가의 해결사로 유명한 일곱 식객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라면 아무 뒤탈 없이 모두를 없앨 방법이 있으리라.
왜? 익숙하니까.
마진구의 눈에 짙은 자신감이 채워졌다.
“할 수 있겠느냐?”
“예, 형님! 이번에 제가 기필코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기억하거라, 진구야.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음에 화로로 들어가는 건 네 머리가 될 거다.”
“바, 반드시. 반드시 되갚아 주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러거라.”
마진구가 부어오른 제 손을 붙잡고 서둘러 깨끼발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마이신은 그의 뒷모습을 싸늘히 살피며 미소를 지었다.
‘마오. 네 주제에 맞게 살거라. 그게 보좌든, 식솔이든.’
이처럼 마이신의 삐뚤어진 관심은 칠소궁을 향한 칼날이 되어 쏘아졌다.
* * *
– 월하촌 칠소궁.
한편 최고의 후기지수로 꼽히던 두 형님의 관심이 칠소궁으로 향할 무렵.
마오는 그런 건 꿈에도 모른 채 수련이 한창이었다.
“컥!”
물론 말이 수련이지, 엄밀히 따지자면 늘 그렇듯 얻어맞기 바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상대가 장이서가 아닌 철마적 삼인방이라는 것.
“일어……나…….”
“일어나는 반말이고! 아신 너 솔직히 말해. 알면서 일부러 말까는 거지. 엉?! 말 안 해? 칵!”
“대련 중에 정신 팔면 쓰나.”
“과평……! 이 비겁한 연놈들!”
그게 제 식솔들한테 할 말인가. 하지만 과평은 낄낄댔고, 아신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갸웃했다.
그리고 구유는 뒤에 떨어져서 팔짱 낀 채 이를 관망했다.
장이서가 떠나기 전 신신당부한 말이 있어서였다.
‘그래. 조만간 치러야 할 대결이 있지. 지독한 악연이야. 피붙이지만 누구보다 마오를 원망하고 집착하지. 소교주로 가는 길은 거기부터 시작이야. 그걸 털어내야 해. 그러려면 하루빨리 강해져야 하지. 봐줄 생각은 하지 마. 그냥 죽여도 돼.’
지금 생각해도 섬찟한 진심. 구유는 얕게 숨을 뱉고는 아신과 과평을 옆으로 물렸다.
그러곤 쓰러진 마오 앞에 다가가 무심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움직여서는 절대 강해질 수 없다.”
“알아. 나도 안다고. 근데 뭐, 배운 게 있어야지. 잠깐. 근데 너 왜 반말이야? 내가 주인이라며!”
“……난 이것밖에 배우지 못했다.”
“그럼 배워, 이 자식아! 빠져가지고.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럼 어떻게 해야 강해지는데. 알면 좀 가르쳐 봐.”
마오의 애타는 외침에 구유는 다시 침묵했다.
솔직히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아신과 과평도 자신이 가르친 것.
외에도 수많은 병사를 직접 지도했었다.
비록 중원의 무공처럼 내력을 중시하는 쪽이 아니라 타고난 신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지만…….
‘자질은 충분하다.’
저에게 밀리지 않는 신장에 타고난 힘과 민첩성까지.
분명 마오라면 서역의 무공도 잘 소화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건 딱 기본까지. 칠공자가 익혀야 할 무공은 따로 있어.’
장이서는 이마저도 차단해 버렸다.
그러니까 강해질 방법은 오직 하나뿐.
“강해지고 싶은가?”
“당연하지! 난 무조건 강해질 거야. 장이서랑 약속했으니까.”
“……그럼 칼을 뽑아라.”
“뭐, 뭣이?!”
그의 등 뒤에 있는 신물 창룡도. 그 안에 답이 있다.
“이제부터 진짜 수련을 시작하겠다.”
“뭐, 뭐야? 그럼 이때까지 처맞은 건 뭔데?! 나 왜 때린 건데!”
「과평, 아신. 준비해라.」
예!
알겠습니다.
과평과 아신이 동시에 고개 숙여 답한다.
“이럴 때만 너희 말이냐!”
하지만 억울한 건 잠시뿐. 마오는 구시렁거리며 끝내 등 뒤에 걸린 칼을 뽑아 들었다.
스릉!
영롱한 음색.
회색빛 칼날에 승천하는 용이 인각된 신물. 창룡도다.
구유는 역시나 무심한 눈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내력을 써라.”
하, 마오가 가소롭다는 듯 헛숨을 뱉었다.
“내공 말하는 거야? 이봐, 너희 내가 충고하는데. 이거 위험해. 내 의지랑 상관없이 아주 제대로 날뛰는 녀석이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과평과 아신의 코웃음뿐.
구유가 다시 말했다.
“내력을 써라.”
“좋아. 대신 다쳐도 난 모른다. 그리고 써라는 반말이야, 이 자식아!”
우우웅!
마오의 손에서 주황빛이 뿜어지고, 순식간에 죽어 있던 창룡도를 일깨웠다.
인각된 용이 살아난 것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칼날.
그리고 그다음은…….
“어엇!”
쐐애애애액!
망나니 마오의 칼춤이었다.
「과평, 피해라!」
「와, 빠른데?」
과평과 아신 사이로 뚝 떨어진 칼날은 그대로 둘을 갈라놓고, 이내 가로로 길게 베어졌다.
지금까지 엉성하게 두들겨 맞던 이가 맞나 싶을 만큼 현란하고도 잔혹한 움직임.
「과평, 내가 뒤쪽으로 가겠다.」
하지만 상대는 사씨 형제도 꺼렸던 철마적의 간부들.
금세 앞뒤로 자리를 잡고는 마오를 상대해 나갔다.
“끄아아아악!”
격 떨어지는 비명과 달리 마오의 손에서 떨어지는 칼날은 실로 매서웠다.
쉬쉬쉬쉭!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공격.
「이거 혼자 상대했으면 애 좀 먹었겠는데?」
과평이 진땀을 흘린다. 물론 제대로 된 대련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확실히 아까와는 태도 자체가 달랐다.
앞서가 맞아도 일어서는 멍청한 부도옹(不倒翁-오뚝이)이였다면 지금은 죽어도 공격밖에 모르는 살귀였다.
그것도 제법 실력 좋은 칼잡이.
‘장이서가 왜 창룡도에 답이 있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겠군.’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구유는 마오의 문제점을 한눈에 파악했다. 분명 장이서도 이를 보았으리라.
화르륵!
휘두르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자 어느새 마오의 칼에 화염이 깃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빠른데 여기에 불꽃까지 더해지자 사정거리는 불규칙적으로 점점 늘어갔다.
결국 아신과 과평이 조금씩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마오도 점점 빨라지는 난도질에 비명을 내지르며 피하라고 외쳤다.
“외, 왼쪽! 왼쪽으로 간다. 과평, 피해!”
“미친, 주인! 오른쪽이잖아!”
“알 바냐! 나 죽어!”
어느덧 불꽃이 일장(3m) 가까이 치솟아 이러다 구룡성에서 보았던 화룡까지 뛰쳐나올 기세가 되자.
「비켜라.」
결국 구유가 나섰다.
쐐애애액!
한순간에 빛살처럼 쏘아지는 신형. 창룡도 역시 상대를 기억한 것인지 과평과 아신을 뒤로한 채, 구유를 향해 어검술(御劍術)처럼 쏘아졌다.
“으캬아아악!”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달려가던 마오와 구유가 맞부딪치는 그 순간.
번쩍!
만안이 펼쳐지며 마오의 움직임이 굼벵이처럼 담기기 시작했다.
이내 가볍게 옆으로 몸을 피해내며, 툭. 마오의 발을 걸었다.
그러자.
“으악!”
와당탕! 그대로 한참을 굴러가는 마오.
창룡도는 진작 바닥에 떨어트렸고, 그는 먼지만 옴팡 뒤집어썼다.
“아으…….”
골골대는 그의 앞에 철마적 삼인방이 우뚝 섰다.
마오는 태양을 가린 그들을 보곤 손사래를 쳤다.
“나 지금 발목에 금 간 거 같아. 한 시진만. 아니 딱 반 시진만 쉬자.”
“발만 댄 것뿐이다. 엄살 피우지 말고 다시 칼을 쥐어라.”
“야, 이 씨! 나 스무 바퀴 굴러서 여기까지 온 거거든?”
“강해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아오!”
어쩌다 이 고생인지. 마오가 이를 악물곤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저벅저벅 걸어가 창룡도를 다시 움켜쥐었다.
“됐냐?”
몇 번은 더 투덜댈 줄 알았거늘. 구유가 의외라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끈기가 있어 보이는 녀석은 아닌데……. 장이서와의 약속이 중하긴 한가 보군.’
사실 그랬다. 마오에게 끈기는 파 뿌리와 같은 것. 효능은 좋은데 쓸 일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짜내서라도 강해지고 싶었다.
‘장이서 그 녀석만 또 나대게 할 순 없어. 맨날 혼자 다치잖아.’
마오는 사실 장이서가 절 놔두고 혼자 마의에게 가겠다고 했을 때 깨달았다.
지금의 자신은 아픈 그를 보호해주긴커녕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것을.
그러니까.
‘어떻게든 강해져 주마!’
마오가 콧김을 내뿜으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자 구유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날 열 번 공격에 성공하면 수련은 끝이다.”
“야, 방금은 발이 미끄러진 거고. 열 번은 쉽지!”
“열 번이다.”
“참나. 후회 마라.”
마오가 헛숨을 뱉고는 다시 내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다시 칼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역시나 날카로운 일격.
하나.
“억!”
마오는 그다음 공격을 펼치기도 전에 구유의 공격에 꽈당 넘어졌다. 갑자기 하늘이 보이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분간도 안 된다.
“뭐, 뭐야.”
“다시.”
“이런, 젠장!”
벌떡 일어난 마오가 다시 달려든다. 꽈당! 하지만 마찬가지.
컥! 억! 윽! 칵!
그 뒤로도 마오의 비명만이 계속해서 울렸다.
어느새 만신창이가 된 마오는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뭐야. 도대체 왜 한 번을 넘기질 못하는 건데!”
무력감과 절망감.
솔직히 창룡도를 들면 어느 정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분명히 구유도 꺾지 않았던가.
한데 도대체 지금은 왜…….
“구룡성에서 날 상대할 때와 뭐가 다른지 알겠나?”
구유가 물었다. 마오는 넋 나간 얼굴로 고개를 든 채 중얼거렸다.
“몰라……. 그땐 내가 좀 더 멋있었던 거 같아.”
“발이다.”
“발?”
“칼을 다루는 손 기술은 엇비슷하지만……. 두 발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구유의 말에 아신이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칼끝이 너무 날카로웠던 터라 경황이 없었다. 한데 돌이켜 보니 그랬다.
구룡성에서 마오가 구유를 쓰러트릴 때는 분명 지금과 달리 칼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한데 지금은 칼이 먼저 움직이면 그 뒤로 반발하듯 두 다리가 발버둥 쳤다.
“아무리 칼을 잘 다뤄도 하체가 부실하다면 제대로 된 위력도, 무공도 나올 수 없지.”
“부실하긴 누가 부실해!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건 이쪽이거든?”
누가 물었나. 허리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