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4)
첩자의 마교생활-14화(14/350)
14.
“그나저나 여기 루주가 그리 아름답다던데. 이거 얼굴 보기가 영 힘듭니다. 돈으로 처발라도 받지를 않고. 또 기녀 주제에 인맥은 어찌나 넓은지. 어떻게…… 칠공자님께서 힘 한 번 써 주실 수 없겠습니까?”
황당무계한 소리에 결국 마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뭔 힘.”
그러자 음흉한 눈들이 박쥐처럼 그에게 꽂힌다.
“우리야 가문 눈치도 보이니 함부로 일 벌이기가 좀 그렇지만……. 칠공자님은 사고를 쳐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매일 하는 짓이 그건데. 더구나 벌할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뭔 사고. 조목조목 쉽게 얘기해.”
“크큭. 아, 참……. 꼭 그걸 말로 해야 아시나. 여기 루주랑 오늘 같이 재미 좀 보자 이 말 아닙니까. 날도 슬슬 어두워지는데. 으슥하게. 예? 촛불 딱 끄고.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재밌잖아.”
“어두우면 집엘 가야지, 왜 다시 처앉아. 그리고 아까부터 재미 하나도 없거든? 으슥하게 뭐. 귀신 얘기 좋아하냐? 그럼 칠소궁 변소에 가 봐라. 생각 잘 날 테니.”
“아니, 그러니까! 하. 이 씨……! 좀…… 나이를 처먹었으면 성장이란 걸 하십시오. 시간이 지나도 말귀 못 알아듣는 건 변한 게 없네.”
“뭐, 이 새끼야?”
마오가 벌떡 일어서자 마진구가 와장창! 상을 뒤엎곤 따라 일어섰다. 이러다 서로 한 대 칠 기세. 주변의 일행들도 이건 선 넘은 게 아닌가 싶어 눈치를 살폈다.
하나 마진구는 이미 얼굴에 술기운이 가득한 상황. 한마디로 뵈는 게 없다.
“x발. 어디서 서자 새끼가 칠공자 됐다고 따박따박 말대꾸야. 야! 나 누군지 몰라? 나 마진구야!”
“어쩌라고. 난 칠공잔데. 9급귀 새끼가.”
그건 맞지. 일행이 눈치껏 거들자 마진구가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하. 이 새끼. 많이 컸네.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이신 형님이 오셔도 지금처럼 대가리 빳빳이 들고 나 내려다볼 수 있겠냐고. 어떻게. 지금 가서 불러? 불러 와?”
이신. 이신. 그놈의 이신. 불러. 부르라고, 이 새끼야! 마오가 피나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곤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속에선 수십 번도 더 외치고 싶은 그 말을 차마 뱉지 못했다.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마진구가 마이신에게 쪼르르 달려가 떠드는 순간, 월하촌 호수 위엔 죄 없는 시체들이 두둥실 떠올라 있을 것이란 걸.
그래서 도저히 말을 뱉지 못했다.
슥. 결국 마오의 부리부리하던 눈빛은 꺾이고, 시선을 피했다.
“크큭. 그래. 그래야지. 알아서 잘 처신하셔야지. 그러니까.”
툭. 마진구가 저보다 한참 큰 마오의 가슴을 쳤다. 툭. 툭. 툭. 그러곤 깔보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처신 잘하십시오, 칠공자님. 제가 형님 부르기 전에. 아시겠습니까?”
마오 입장에선 실로 치욕적인 상황.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술로 며칠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이니.
그렇게 마오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다독이고 있을 때였다.
“불러봐. 궁금한데.”
“음?”
문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콰직! 장지문이 뚫림과 동시에 피잉! 날카로운 공명음과 함께 쇠 끈이 달린 비도가 날아들었다.
“흡!”
순식간에 비도는 마진구의 볼을 스치고 날아가, 뒤통수에서 방향을 틀며 휘리릭 그의 목을 휘감았다. 달칵. 이내 비도가 쇠 끈에 걸리자.
“크헉?!”
끈이 빳빳이 당겨지고, 마진구는 눈깔이 뒤집힘과 동시에 입이 벌려졌다. 이내 힘없이 털썩 무릎도 꿇었다.
마오와 후기지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인가. 자객인가? 바로 그때 콰직 문짝이 부서짐과 동시에 그가 정체를 드러냈다.
“너, 너는…….”
퍽! 숨 막혀 타액만 질질 흘리는 마진구의 머리를 짓밟곤, 쇠 끈을 잡아당기며 웃는 사내.
“늦었습니다.”
오늘부로 칠공자의 유일무이한 심복이 된 자.
아니, 그를 소교주로 만들어 줄 암각 최고의 요원.
“보좌 장이서입니다.”
그가 나타났다.
*
“컥, 커헉! 수, 숨!”
탁탁탁! 마진구가 홍시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바닥을 연신 두드렸다. 목엔 쇠 끈이 걸려 있고, 머리 위엔 발이 얹어져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이것뿐. 살기 위한 다급한 외침이다.
하지만 장이서는 뭐가 그리 여유로운지 희희낙락 웃으며 그의 뒤통수를 더 세게 짓밟았다.
“아, 아니. 야.”
이에 오히려 마오가 더 당황했다. 속은 시원한데,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이게 무슨 짓인가. 아무리 방계라고 해도 그래도 마가의 핏줄인데.
“치, 칠공자님. 저자 좀 말려 보십시오! 이러다 죽겠습니다!”
“끄애애애애.”
이상한 비음을 내뱉는 마진구. 턱 밑은 타액에 다 젖었고, 눈은 이미 한참 전에 풀렸다. 이러다 죽으면 정말 대책 없는 상황.
“야, 장이수! 일단 풀어! 아니, 조금만 더 졸라. 그리고 풀어!”
마오가 눈을 질끈 감고 외치자 스르륵. 잠시 후 더 바짝 당겨지던 쇠 끈이 풀어졌다. 이에 마진구는 참았던 숨을 기침과 함께 연신 토해냈다.
눈물, 콧물, 침까지 아주 몰골이 가관이다.
“이, 이 새끼……. 너…… 너, 뭐야-!”
마진구는 간신히 숨을 고르곤 스릉! 병풍 옆에 치워놨던 칼을 빼 들었다. 장이서는 무심한 눈으로 그의 칼을 살피며 생각했다.
‘은자 이백오십 냥.’
도깨비가 형상화된 칼집에 영롱한 음색. 칼날에 인각된 자그마한 장인의 성명을 보아하니 제법 명검이다.
장이서가 우수를 당기자 휘리릭! 비도가 쇠 끈과 함께 빨려 들어가듯 그의 손목에 감겼다.
그러곤 마진구를 무시한 채 마오를 불렀다.
“칠공자님.”
“어? 어.”
“다친 덴 없으십니까.”
“내가? 다친 건 쟤 아니냐?”
마오가 황당함에 마진구를 가리켰다. 목에 시뻘겋게 피멍 자국이 남은 게 많이 아프겠다. 후기지수들도 모두 공감하는 듯 고개를 주억인다.
하나 장이서는 반대로 고개를 저었다.
“저자는 칠공자님을 위해하려 하였습니다. 한데 그런 자를 걱정하시다니. 깊은 아량에 감복했습니다.”
“야, 이 미친! 내가 언제 저 새끼…… 아니, 칠공자님을 해하려 했다는 거냐!”
“감히 옥체에 손댄 것만으로도 매우 불경한 일. 한데 아까 네 주먹으로 가슴을 치지 않았느냐? 정확히 네 번.”
허, 장이서의 억지에 후기지수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럴듯한데?’
여기에 공감하는 건 오직 눈썹을 올린 마오뿐.
“그건……. 썅! 너 뭐야. 뭔데 건방지게 감히 마가의 일에 끼어들어?!”
“보좌 장이서다.”
“보좌……? 큭…… 하하! 칠공자님.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 분명 보좌는 내쳤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근데 이게 뭡니까.”
마진구가 칼을 든 채로 마오에게로 슥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그 순간. 타다닥! 달려 나간 장이서가 그의 팔을 옆으로 툭 쳐서 칼을 떨어트리고 이어 가슴팍을 팔꿈치로 퍽 찍어 벽으로 밀면서 달려 나갔다.
“큭!”
퍽! 이내 벽에 등이 닿는 순간 슥. 삽시간에 허리춤에서 뽑힌 단도가 목 언저리에 얹어진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
“이, 이 새끼가…….”
간담이 서늘해진 마진구가 말까지 더듬으며 제 턱 밑을 곁눈질로 살폈다.
실전이었으면 이미 죽은 목숨.
아무리 취했다지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당했다.
‘이놈! 7급귀 출신이라더니…… 내가 너무 얕봤구나!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다. 설마 삼공녀가 흑심을 품고 보낸 자인가.’
마진구는 교직에 오르지 않아 한낱 9급귀에 불과하지만, 명색이 마가 혈통. 단연 그 실력은 어중이떠중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데 이렇게 쉽게 제압되다니.
하나 금수저가 가진 게 어디 무력뿐이겠는가. 본래 진정한 힘은 가문이라는 뒷배에서 나오는 것. 마진구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윽박질렀다.
“칠공자님……. 지금 내게 이러고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감히 마가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 말입니다!”
뒤에 서 있던 마오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지고, 이를 힐끗 본 마진구는 더 기가 살았다.
한데.
“감히……?”
장이서의 눈매는 기가 죽기는커녕 더 사납고 표독스럽게 변모했다.
“한낱 가문 따위로. 존엄하고 드높으신 지존의 양자이자, 1급귀이신 칠공자님께 뒷감당을 논해? 교주님 앞에서도 그리 말할 수 있겠나?”
말 한마디에 마진구와 후기지수의 얼굴이 단숨에 잿빛으로 변했다.
상대의 뒷배가 마가라면 이쪽은 천마다.
“아, 아니……. 내 말은…….”
“재밌구나. 가주라고 해봤자 고작 2급귀 일장로인 마일성이 아니냐.”
저기, 내 아버진데 일성이는 좀. 뒤에서 마오가 속삭이지만 장이서의 귀엔 안 들린다.
“한데 소지존이신 칠공자님께 뒷감당할 수 있겠냐는 협박질이라니. 이건 반역을 일으키겠다는 마가의 발칙한 천명으로 봐도 무방할 터.”
“바, 반역이라니!”
아직 스물도 넘기지 못한 애송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무서운 말이었다. 마진구는 잔뜩 겁먹은 눈으로 사정없이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아닌데 왜 말을 그따위로 하지?”
“실수다! 내가 말실수한 거다.”
“참으로 간단하구나, 네 실수는. 그럼 나도 실수란 걸 해봐야겠다. 네 목에 칼 구멍을 뚫어버리는 실수.”
“으아악! 자, 잠깐!”
장이서가 슥 단도의 칼끝을 목젖에 찌르자 마진구가 혼신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이 새끼 진짜다. 협박도, 장난도 아니고 진짜 찌르고도 남을 놈이다.
이에 마진구가 울먹거리며 칠공자한테 호소했다.
“치, 칠공자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말실수했습니다. 취해서 그랬습니다! 그러니 제발…… 일단 좀 살려주십시오. 마, 마오야…… 제발……!”
하, 저 병신. 마오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가문으로 안 통하면 바짓가랑이 붙들고 질질 짜는 건 달라진 게 없구나.
절로 한숨이 뱉어졌다. 어쨌든 이 정도면 됐다. 말로 우위를 점했지만, 현실은 마진구의 말이 맞다.
칠공자면 뭐 하는가. 당장 내일의 뒷감당도 숨이 막히는데.
“치워.”
결국 마오가 창가로 고갤 돌리며 칼을 치우라 명했다.
그러자.
챙그랑!
“으아아아악-!”
마진구가 창문을 깨곤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마오와 후기지수의 눈이 띠용 커졌다.
여기 5층인데?!
“마, 마진구!”
마오와 후기지수들이 황급히 달려가 창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아래로 추락해 인사불성이 된 마진구와 비명을 지르며 몰려든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고갤 돌려 이게 뭔 짓이냐고 눈으로 따져 묻자 장이서는 이렇게 답했다.
“치우라길래.”
“아니, x발! 내가 칼 치우랬지, 언제 저 새끼 치우래!”
“그랬습니까.”
“그랬습니까? 이런 미친놈이?!”
마오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다. 하나 장이서는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려 경악에 빠진 후기지수들을 등 떠밀며 말했다.
“오늘은 칠공자님께서 곤하신 듯하니, 술자리는 여기까지 하고. 이만 다들 가주시죠.”
이에 후기지수들이 허리를 굽신굽신 숙이며 온갖 예의 바른 인사를 보태곤 부리나케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걸 확인하고서야 장이서는 다시 몸을 돌렸다.
#보좌, 시작이다 (1)